우리 몸에서 수십조의 세포가 분열을 거듭하며 세포 주기가 계속 반복되는데, 이 과정에서 단 하나의 오류도 발생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D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DNA를 구성하는 염기쌍이 잘못 결합하는 오류가 간혹 발생한다. 그러나 세포는 보통 스스로 손상된 DNA를 정상으로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DNA 교정이 자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세포 주기가 다시 진행되게 된다.

그런데, 손상된 DNA를 정상으로 복구하는 기능에 결함이 생긴 세포는 어떻게 될까? DNA가 교정되지 않은 상태로 세포 분열이 진행되면,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하게 되어 많은 수가 암세포로 변하게 된다. 대장암 중 약 10%는 DNA 염기쌍 결합의 오류를 교정할 수 없는 ‘틀린 짝 복구(Mismatch Repair)’과정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더욱이 틀린 짝 복구 과정 결함으로 생긴 암세포는 항암제 저항성이 높아 치료도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때문에 틀린 짝 복구과정 결함으로 생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물질의 개발은 매우 중요한 연구과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명경재 단장 연구팀은 틀린 짝 복구 결함으로 생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는 물질, 바이칼레인(Baicalein)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칼레인은 약용식물인 황금(속썩은풀, 학명; Scutellaria baicalensis) 뿌리에서 발견되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DNA 복제 및 손상복구 관련 연구를 위해 미국 보건원이 공개하고 있는 약 30만 종의 화합물을 검사해 그 중에서 약 300개의 유효물질을 찾아내 연구한 결과, 바이칼레인의 이러한 효능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배양하는 배양액에 바이칼레인을 처리해, 두 종류의 세포 모두에서 바이칼레인의 구체적인 작용기작을 세포 수준에서 관찰했다. 바이칼레인은 DNA 염기쌍 오류가 있는 부위(틀린 짝 부위)에 선택적으로 결합한다. 바이칼레인은 해당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한편, 정상세포에서는 확인점(Checkpoint)¹⁾을 활성화시켜 손상된 DNA를 인지하고, 교정할 수 있도록 세포 주기를 일시 정지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바이칼레인이 암세포에서 XPF효소²⁾에 의해 DNA가 절단되는 확률을 높여,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즉, DNA 틀린 짝 복구과정에 결함이 있는 암세포만을 선별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연구진은 대장에서 DNA 틀린 짝 복구결함이 생기도록 유전자 변형된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그 결과, 바이칼레인을 4주간 음식에 섞어 먹인 생쥐의 경우, 일반 음식을 먹은 생쥐에 비해 틀린 짝 복구 결함에 의해 발생되는 대장암이 거의 관찰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바이칼레인은 DNA 틀린 짝 복구 결함인 암 세포를 제거할 수 있어, 새로운 항암 물질로서 의학적 가치가 높다. 바이칼레인은 정상 세포에서도 세포 주기를 조절하는 확인점의 활성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바이칼레인의 구체적인 작용 기작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 틀린 짝 복구 메커니즘(DNA Mismatch Repair)

▲ 바이칼레인이 든 사료를 먹인 생쥐와 일반 사료를 먹인 생쥐의 대장 비교

본 연구결과는 암 생물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 If 9.329) 온라인 판에 미국 동부시간으로 지난 6월 4일에 게재됐다.

대외협력실 김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