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포린(흑린의 원자 한 층), 꿈의 신소재 그래핀에 도전장을 내다 IBS, 포스포린의 반도체 성질 제어 및 그래핀 수준의 전도성 규명
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에 버금가고 오히려 그 단점을 극복할 만한 물성을 새로운 2차원 반도체 물질인 포스포린*에서 찾아냈다.
포스포린은 인(P) 원자로 된 흑린(black phosphorus)의 표면 몇 개 층을 떼어낸 2차원 물질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0.5㎚ 두께의 박막구조가 특징으로 그래핀과 유사한 육각벌집 형태의 원자 배열을 가지고 있으나 변형이 어려운 그래핀과 달리 규칙적인 주름이 잡혀 있어 외부압력이나 전기장에 의해 물성제어가 쉽다.
연구진은 띠 간격(밴드갭*)이 없는 그래핀과 달리 포스포린의 띠 간격을 폭넓게 변환(밴드갭 값 0~0.6)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전류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도체와 반도체 성질을 원하는대로 변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물질의 고유한 물리량인 밴드갭은 전자의 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밴드갭이 없다면 즉, 밴드갭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전류는 쉽게 흐르게 된다. 전자의 흐름을 통제해야하는 반도체체의 특성상 밴드갭의 존재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2차원 신물질의 기대주로 꼽혔던 그래핀은 철보다 강하다. 구리보다 전류가 잘 흘러 뛰어난 물성을 자랑하지만, 밴드갭이 없어 전기적 신호에 의해 전류의 흐름을 통제하기 어렵다. 그래핀의 출현 이후, 전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래핀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독특한 물성과 밴드갭의 부재는 활용에 큰 벽으로 작용하였다. 연구진은 포스포린의 표면에 칼륨원자를 흡착시켜, 수직방향으로 전기장을 만들고, 그 결과 포스포린의 전자배치에 영향을 미쳐 밴드갭에 폭넓은 변화(밴드갭 값 0~0.6)를 주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포스포린의 밴드갭이 0이 될 때는 그래핀처럼 준도체적 상태가 되면서 전도성이 그래핀과 비슷한 수준에 이를 수 있음을 밝혔다. 이로써 원자 한 겹 두께의 고성능, 초소형 반도체 소자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연구진이 개발한 밴드갭 제어 원리는 기존에 상용화된 반도체 소자에도 쉽게 응용이 가능하다. 또한 일반적인 2차원 반도체 물질에 이론적으로 모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활용범위가 매우 넓다. 연속적인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도 이 연구의 큰 의의다.
이 같은 원리는 일반적인 2차원 반도체 물질에 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포스포린 트랜지스터를 제작하고, 공기 중에서 포스포린의 산화를 방지하는 기술개발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산하 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 원자제어저차원전자계연구단(단장 염한웅)의 김근수 교수(기초과학연구원 학연교수, 포스텍 물리학과) 연구팀이 연세대 최형준, 이연진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하였다. 김근수 교수는 “그래핀 상용화의 고질적 문제점인 밴드갭을 해결하고, 그래핀의 장점만을 취한 것으로 2차원 반도체 물질연구의 중심이 그래핀에서 포스포린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권위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IF 33.611)誌에 8월 14일(한국시각, 8.14.(금) 새벽 03:00) 게재되었다.
원자 한 겹 두께를 갖는 2차원 물질은 독특한 물성과 다양한 소자로의 응용가능성으로 인해 지난 10년간 폭넓은 관심을 받아 왔다. 그 중 그래핀은 소자 연구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왔지만 밴드갭을 갖지 않는 특징으로 인해 1인자의 자리에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그 자리를 몰리브덴과 같은 전이금속계열이 바짝 추적하고 있고 최근 흑린까지 가세했다. 그래핀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응용 기술들을 새로운 물질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 2차원 반도체 소자들의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용어설명 |
|||
|
이전 | |
---|---|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