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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초과학 없는 AI·자율주행차는 사상누각"
부서명 대외협력실 등록일 2016-07-25 조회 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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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없는 AI·자율주행차는 사상누각"

조선비즈(2016.7.25)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바이오 등이 최근 부각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고 정부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과학이 든든하지 못하면 결국 따라가지 못합니다. 구글과 애플의 음성 인식 기술도 수많은 언어학자들이 참여해 완성했습니다.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리학이나 응용수학을 토대로 한 알고리즘연구와 데이터 샘플링 기술이 있어야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업무차 대전에서 서울에 올라온 김두철(68)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을 만났다. 김 원장은 작은 체구에 연륜이 묻어나오는 느릿한 말투로 시종일관 담담히 의견을 풀어갔다.

그에게 "올해도 우리나라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긴 어렵겠죠?"라고도 물어봤다. 김 원장이 이끄는 IBS는 국내에서 노벨상 수상 후보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우리나라는 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없나’ 하는 탄식이 나온다. 특히, 작년엔 일본에서는 21번째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왔고 중국에서도 처음으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배출돼 국내 과학계의 실망감이 더 컸다. 김 원장은 이렇게 일갈했다.

"노벨 과학상은 새로운 발견을 한 과학자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연구를 할 기회가 없습니다. 기회도 없는데 어떻게 노벨상을 받을 정도의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겠습니까."

김두철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 김두철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ChosunBiz.com

김 원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전기공학과에서 통계물리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론물리학자다. 1977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0년부터 3년간 고등과학원(KIAS) 원장을 역임하고 2014년 9월 IBS 원장에 선임됐다.

2019년까지 IBS를 이끌 예정인 김 원장의 취미는 암벽 등반이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유 시간이 있을 때마다 북한산 인수봉에서 암벽을 타며 건강을 관리한다. 히말라야를 세 번이나 다녀왔으며 킬리만자로도 등정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산악 전문가다.

◆ "한국 산업 경쟁력은 기울어진 테이블...기초 없는 산업기술 이제는 안통해"

-글로벌 금융 위기, 내수 침체, 전통 제조업 위기 등 국내 경제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위기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왜 필요할까요.

"기초과학은 건물에 비유해 보면 주춧돌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주춧돌 없이 건물부터 지어왔습니다. 지금까지는 기초과학 없이 산업기술에 투자해 국내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 발전을 일궈냈습니다. 현재까지 기초 소재와 기초 기술은 대부분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습니다. 지난 산업화 시절 50년 동안 이런 방식이 통했지만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들어 기초기술이 바로 산업화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자율주행차나 인공지능, 바이오 등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더 이상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성과가 나오려면 오래 걸린다거나 하는 이유로 망설일 이유가 없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아직 국내 기초과학 경쟁력은 낮은 편입니다. 제조업이나 응용 산업 기술력과 비교해 보자면 기초과학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마치 기울어진 테이블처럼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테이블은 다리가 모두 똑같아야 평평하게 안정이 되는데 한쪽 다리(기초과학)가 짧아서 테이블이 기울어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노벨상에 대한 언급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노벨 과학상 수상 여부가 아닙니다. 현재 정부 R&D의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성과주의 연구 시스템과 제도, 부족한 장기 연구 지원 문제 등을 차분히 해결해 나간다면 노벨 과학상 수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선진국들은 기초과학에 대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습니까.

"세계 각국은 경제위기와 저성장 극복의 열쇠를 기초과학에서 찾고 있습니다. 재정난으로 각국의 R&D 예산 증가는 둔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과학기술의 획기적 진보를 주도할 대형 기초과학 프로젝트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뇌지도 프로젝트와 유럽연합(EU)의 그래핀 플래그십, 중국의 암흑물질 연구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정부가 천문학적 연구비를 대규모 연구진에 투자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초과학의 사회경제적 파급력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 국내 연구기관 자율성 떨어져...‘바텀업’ 연구 지원 활성화해야

-IBS 원장에 취임하신 지 아직 2년이 채 되진 않았습니다. 그동안 IBS를 이끌고 오면서 스스로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습니까.

"과학자로 대학에서 연구를 주로 해오다 보니 기관을 이끄는 경영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막상 IBS 원장이 된 뒤 IBS의 연구단을 지원하는 행정 부서를 정비하는 데 애를 많이 썼습니다. IBS는 현재 과제별로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예산을 한꺼번에 ‘블록’으로 따온 뒤 필요한 연구단에 많은 예산을 배정합니다. 연구의 내실과 효율화를 위해 차별화한 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예산을 운용하다 보니 지원 부서인 행정 파트가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국내 출연연구기관의 연구비 집행과 관리, 인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자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정부 예산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기 하지만 출연연 원장들과 주요 보직자들이 연구비 예산을 확보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아야 하는 구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는 점을 많이 느낍니다."


▲ 김두철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ChosunBiz.com

-연구자의 자율성과 독립성 문제는 오래된 주제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은 저명한 과학자들이 일종의 커뮤니티를 이뤄 정부에 다양한 의견을 개진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의견 개진은 이뤄집니다. 다만 우리는 정책 변화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내거나 일관성과 추진력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과학기술계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심심찮게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우리 사회가 의견을 모아 맞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는 훈련이 덜 돼 있기도 합니다."

-해외 선진국은 어떻습니까.

"선진국의 방식이 반드시 맞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자문위원단이 과학자들의 여론을 수렴해 정책을 모아서 대통령에게 직접 조언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뇌연구 분야 ‘브레인이니셔티브’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11년 설립된 일본의 오키나와 과기대는 총장이 주도해서 연구 분야와 운영 방향을 결정한 뒤 정부에 제안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자문위원회가 제안을 검토한 뒤 추진하자고 결정되면 길게 끌고 갑니다. 매년 예산을 정부가 정하겠지만 장기적인 연구과제로 인정하고 추진하기 때문에 연구비 확보 고민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총장은 뛰어난 연구자들을 영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어떤 해결방안이 있을까요.

"정부도 다양한 개선 방안을 내놓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기초 연구 예산과 장기 연구 과제를 늘리겠다는 게 대표적입니다. 장기 연구의 경우 연구자들의 요구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예산을 올해 1조 1000억원에서 2018년 1조 5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R&D 예산을 어떻게 써야 가장 잘 쓸 수 있을지를 과학자들이 제일 잘 안다는 점에서 IBS와 같은 ‘블록’ 예산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게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과제별로 예산을 쪼개지 않고 출연연구기관별로 예산을 준 뒤 출연연이 적합하고 필요한 곳에 예산을 지원해 나가는 방식을 말하는 것입니다."


▲ 김두철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ChosunBiz.com

◆ "젊은 과학자들이 세계적 연구에 도전할 수 있는 연구원 만들 것"

-최근 IBS 본원 건물 착공을 계기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이 본격화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IBS라는 기관이 제모습을 갖춰 가고 있다고 봅니다. 2009년 1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과학벨트종합계획을 수립한 뒤 7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과학벨트의 구심축인 IBS가 착공된 것입니다. 여러 가지 정치 논리에 비화된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IBS는 2012년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와 함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연구기관으로 설립됐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단을 50개 구성하고 박사급 인력 3000명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26개의 연구단이 꾸려졌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IBS가 기초과학 연구 예산을 많이 끌고 가면서 기초연구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도 합니다.

"사실 그런 지적들이 있는데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오해입니다. 연구자들이 점점 연구비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실제로 IBS 예산과는 별도로 기초연구 지원사업 예산은 매년 증가했습니다. 2011년 9317억원에서 2016년 1조 1095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를 2018년까지 1조 50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IBS 설립으로 기초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져 국가 전체 기초과학 생태계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신진 과학자들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IBS가 설립되면서 해외에 있는 과학자들의 관심도 많을 것 같습니다.

"분명 IBS가 설립되면서 관심이 많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신진 과학자들이 직장의 안정성을 상당히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IBS 연구자들은 대부분 5년 계약직으로 연구를 진행합니다. 좋은 연구를 5년간 집중적으로 마음놓고 해보라는 의미입니다. 또 연구 경력을 쌓은 뒤 대학 강단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해외 신진 과학자들을 영입하는 데 힘을 쏟고 젊고 창의적인 과학자가 세계적인 연구에 도전할 수 있는 IBS를 만들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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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