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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벨상 콤플렉스' 벗어야 노벨상 나온다
부서명 대외협력실 등록일 2015-10-16 조회 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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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콤플렉스' 벗어야 노벨상 나온다

매일경제(2015.10.11)

매년 10월이면 과학계는 노벨상 때문에 술렁거린다. 혹시 기대해볼 수 있을까. 하지만 예상대로 아쉬움과 부러움만 남는다. 일본이 이번에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를 추가해 과학 분야에서 21명을 기록했고, 중국 역시 첫 중국 국적 수상자를 배출하여 더욱 비교된다. 기초과학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한국은 왜 노벨과학상을 받지 못하나 개탄하고 나선다. 여러 처방도 주문하곤 한다.

얼마 전 일본 교토에서 리켄(이화학연구소)의 신임 원장인 마쓰모토 히로시와 만났다. 1917년부터 이어진 연구소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일본 과학의 저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리켄과 같은 기초과학 연구소를 세운 지 100년 가까이 된 사실만 보아도 일본 과학이 왜 강한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노벨상은 보통 20~30년 전 이룬 업적들이 영예를 얻는다. 최근 일본에서 수상자가 잇달아 나오는 것은 1980~1990년대 많은 투자를 중단 없이 지속하고, 인재를 키우고, 도전에 나선 덕이다. 이변은 없다. 노벨 과학상은 기초과학에 투자해온 나라들이 자연스럽게 수상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부러움이나 열등감은 접고 우리나라 과학계를 차분히 돌아보자. 우리가 아직 노벨과학상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초과학 연구 역사가 짧아서다. 우리나라가 기초과학연구를 제대로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리켄과 같은 연구소(IBS)를 세운 지는 불과 4년도 되지 않았다. 한국이 최근 양적으로 많은 성과를 내고 있고, 지원규모는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착시에 빠지면 안 된다. 축적된 시간과 역사, 지원 규모를 고려할 때 선진국 기초과학에 비해 우리는 이제 걸음마를 뗀 셈이다. 정부 R&D 투자 중 기초연구 비중이 40%에 달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응용과학에 쓰이고 실제 기초과학에 지원되는 예산은 크지 않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성과가 `가미오칸테`라는 폐광을 이용한 거대 연구시설을 오랫동안 `업그레이드`하며 운영한 결과임을 기억해두자.

더 중요한 것은 연구문화다. 과학자들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우리는 갖추고 있는가? 다양한 인재와 괴짜들을 포용하고 독창성을 존중하는가? 아쉽지만 여러 현상들이 부정적인 답을 들려준다. 2013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60개 국가 중 37위다. 특히 젊은 과학자들은 단기성과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 때문에 미국에 남는 것을 택한다고 한다. 또 괴짜 같거나 특이한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도 가능성 있는 젊은이들의 싹을 자른다. 우리나라 연구과제 성공률이 90%를 넘는다는 사실은 형식적 성과에 치중하는 연구만 쏟아진다는 방증이다.

필자는 기초과학연구원장 취임 후 젊은 과학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에게 호기심을 바탕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확인하고 있다. 자율과 독창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젊은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새로운 연구를 개척할 수 있다.

세계적 과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조언하는 말이 있다. 꾸준한 지원과 자율성이다. 독일 기초과학 연구집단인 막스플랑크협회 마르틴 스트라트만 회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 과학은 연구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사람만 잘 뽑고, 시간과 자율성을 보장하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J 로버츠는 최근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10가지 방법`이란 주제의 글을 오픈액세스 과학저널인 플로스(컴퓨테이셔널 바이올로지)에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공동연구자는 2명을 넘기지 말라(노벨상은 최대 3명 수여)`는 농담 섞인 내용도 있으나 진지하게 강조한 것은 `절대 노벨상을 목표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과학을 연구하라, 좋은 질문을 던지고 혁신적인 실험을 해보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기다리라"고 주문한다. `노벨상을 언제 받을 수 있나`라는 우문에 대한 답은 결국 상이나 성과만 성마르게 기대하지 말고, 과학자의 호기심과 독창성을 지지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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