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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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를 움직이는 사람들

유전체교정연구단 식물팀 김상규, 김상태, 김혜란 연구위원

막스 플랑크 연구소 출신 3인방,
식물에서 새로운 꿈 키운다

독일에서 연구 활동을 했음에도 한국인이라는 것 외에는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좌로부터)김상규, 김혜란, 김상태 연구위원은 같은 꿈을 찾아 어려운 한국행을 결정했고 이곳에서 뭉쳤다.

▲ 독일에서 연구 활동을 했음에도 한국인이라는 것 외에는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좌로부터)김상규, 김혜란, 김상태 연구위원은 같은 꿈을 찾아 어려운 한국행을 결정했고 이곳에서 뭉쳤다.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은 세계 여러 기초과학 연구기관을 벤치마킹했다. 그중 가장 본보기로 삼았던 기관이 바로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로, 전신인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 출신을 포함해 무려 3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단일기관으로 세계 최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이다. 이 연구소에서 3명의 과학자가 대전에 있는 IBS 본원으로 날아왔다. 바로 유전체교정연구단의 김상규, 김상태, 김혜란 연구위원이 주인공이다.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에서 연구생활을 해왔던 이들에게 한국에서의 연구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바닥부터 직접 키워낸 식물팀

3명의 연구위원이 일하고 있는 곳은 김진수 단장이 이끌고 있는 유전체교정연구단의 식물팀이다. 이 팀은 유전자가위 기법을 식물에 적용해 다양한 실험을 하는 조직이다. 유전자가위는 유전체 상의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만을 인식해서 DNA를 절단하는 인공 효소로서 인간 및 동식물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이미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교정하는데 사용된다. 식물팀은 양배추, 토마토, 야생 담배 등을 기르고 이 식물들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변형시켜 기존 과학계에 아이디어로만 존재했던 여러 변이를 실체화시키고 있다. 그에 더해 한국생태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의 특성을 깊이 연구하여 이를 활용한 생명과학과 생명공학 기초 연구의 틀을 마련하는 것까지 목표한다.

실질적으로 이 팀을 처음 설계하고 꾸려나가고 있는 김상규 연구위원은 지난해 7월 말 한국으로 들어와 연구실 설계부터 시작해 손수 팀을 만들어 왔다. 김진수 단장에게는 10명 정도의 팀원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규모를 약속받았고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다. 각지에서 모인 9명의 인원이 팀을 꾸려 나가고 있으며, 특히 함께 독일에서 들어온 김상태, 김혜란 연구위원과 최고의 연구실로 키워나가고 있다.


다양한 성격의 인원이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실험실 설계부터 시작해 조금씩 식물팀을 완성시켜 나간다.

▲ 다양한 성격의 인원이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실험실 설계부터 시작해 조금씩 식물팀을 완성시켜 나간다.

“지난해 8월 1일 출근해서 올해 1월까지 실험실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실험실 바닥까지 다 들어내는 대규모 공사였죠. 제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다 관여를 했습니다. 그사이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나 연구단 본팀이 있는 서울대학교를 오가며 해왔죠.”

이들은 독일에서 연구 활동을 했음에도 한국인이라는 것 외에는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과학자들이었지만, 같은 꿈을 찾아 어려운 한국행을 결정했고 이곳에서 뭉쳤다. 이렇게 만들어진 팀은 식물을 연구한다는 큰 뼈대는 같지만, 전공부터 연구주제, 수행 방식까지 각기 다른 독특한 장점을 가지고 탄생했다.

“사실 독일에 있을 때도 두 분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김상태 박사는 한 번도 대면할 기회가 없었고, 김혜란 박사도 근무하던 연구소에 다른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한 번 본 것이 다였어요.”

안정적 연구 위해 한국행 결정

세계 최고라고 칭송되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 그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 세 명은 여러 가지 이유로 독일에서의 연구생활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도 정규직이 거의 없습니다. 차라리 연구원보다는 행정직으로 정규직을 많이 뽑아요. 보통 2년, 5년 단위로 계약을 합니다. 사실상 10년이면 연구소를 떠나야 하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이렇게 밝힌 김상규 연구위원은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원하는 연구를 맘껏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IBS로 옮기게 됐다.

김상태 연구위원은 큰 그림을 보고 이직을 결정했다고 한다. “하고자 하는 연구가 있고 그를 위한 판이 펼쳐져 있는 곳에서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김상규 박사가 식물팀을 만들고 같이해 보자고 권유해와 귀국을 결정했습니다.” 그는 이곳에 와서 야생 담배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식물을 기반으로 기초적인 연구를 진행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 출신 3인방의 홍일점인 김혜란 연구위원은 IBS에서 초청하기 전부터 한국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4년 반을 독일에서 싱글맘 생활을 했습니다. 귀국을 결정하고 꾸준히 식물 연구를 지속할 곳을 찾았으나, 식물 연구를 진행하는 국내 대학들은 연구비로 많은 고생을 하고 있던 상태였죠. 마침 IBS 김진수 단장님이 이끄시는 유전체 교정연구단에서 새롭게 식물팀을 꾸린다고 소식을 접하고, 오랜 장고 끝에 합류를 결정했습니다.” 그는 연구단에 다양한 사람이 모일 텐데 젊은 연구자가 모여서 만들 분위기를 우리끼리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최고의 연구실이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



(상)슈바이처박사 생가와 뮤지엄이 있는 Kayserberg(프랑스, 알사스 지방) 에서 식구들과 (중)미국 유타의 the Great Basin 사막에서 연구활동 중에 (하)쾰른 막스플랑크 연구소 재직할 당시 Rhein Park에서 아들 생일 파티

▲ (상)슈바이처박사 생가와 뮤지엄이 있는 Kayserberg(프랑스, 알사스 지방) 에서 식구들과 (중)미국 유타의 the Great Basin 사막에서 연구활동 중에 (하)쾰른 막스플랑크 연구소 재직할 당시 Rhein Park에서 아들 생일 파티

“실제로 시설이나 규모는 정말 최고입니다. 일반 연구소나 대학에서는 불가능한 시설과 장비가 지원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세 사람이 느끼기에 IBS는 처음 팀을 꾸리는 조직임에도 최고의 지원을 해주는 기관이다. 거기다 다양한 연구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이들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 있을 때는 같은 그룹이라도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연구가 많았다. 하지만 IBS에서는 다양한 교류가 있다고 한다. 그룹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데, 매번 작은 콘퍼런스를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느낀다는 평이다. 김혜란 연구위원은 “우리 연구단에서 진행하는 내용만 이해해도 다양한 연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같은 툴을 사용하지만, 적용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연구단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반대로 아직은 설립 초기의 연구소라 미흡한 부분도 없지 않다. 지난해 8월에 팀을 꾸리기 시작했는데, 아직 제대로 된 식물을 키우지 못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연구 시설의 준비 부족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실 바닥 닦고 공사하는 것은 연구자가 할 것은 아닙니다.” “독일에 있으면서 이메일로 본원과 소통을 시도했지만, 진행이 잘 안되더라고요. 한국에 와서 직접 챙기기 시작하니 겨우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바로 연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온실도 그렇고 언제 준비될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런저런 문제점도 새로운 연구소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팀에게는 자체적으로 감내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 출신 3인방은 다소의 어려움 속에서도 처음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품었던 꿈을 계속해서 성장시키고 있다. 김상태 연구위원은 생물들의 유전적 베이스를 이해함으로써 다양한 생물의 변이와 자연 현상을 규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혜란 연구위원은 유전체 교정 기술이 도입된 식물체를 얻어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라 말했다. 팀을 이끌고 있는 김상규 연구위원은 팀원들의 요구를 잘 수용해서 만족스러운 연구를 완성하고, 나아가 자연 현상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할 수 있는 연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서로 다른 꿈과 성격을 가진 이들이 완벽한 조합을 이룬다면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성과에 못지않은 훌륭한 성과가 마구 쏟아지리라는 것을 의심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