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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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진공을 싫어하는가?

진공의 사전적 의미는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공간과 물질은 별개의 존재라는 뜻을 함축한다. 철학적으로 파고들면 꽤나 생소하게 보이지만, 사실 고등학교 과학 수준의 교육을 받은 현대인들은 이러한 공간 개념을 이미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있다. 기초적인 물리학에서 물체의 운동을 기술할 때 가로축을 시간, 세로축을 공간으로 둔다는 점이나 기초 기하학에서 좌표계를 이용하여 점의 위치를 표현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절대적 기준으로서의 공간이라는 개념이 배경에 없다면 이처럼 물체의 운동이나 점의 위치를 엄밀하게 정의할 수 없다.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

 19세기티벳. 아미타유스만다라

▲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평행선은 무한히 연장하더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만나지 않는다. 평행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한히 펼쳐진 빈 공간이라는 전제가 없다면 성립이 불가능한 개념이다.

인류가 공간을 이처럼 물질과 독립된 무언가로 이해한 지는 제법 오래되었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평행한 두 직선은 서로 만날 수 없다’는 명제를 생각해보자. 여기서 ‘만날 수 없다’는 의미는 평행선을 무한히 연장하더라도 서로 닿거나 교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평행선이 계속 뻗어나갈 수 있을 만큼 무한하고 텅 빈 공간이 있어야 평행선 명제가 성립할 수 있다. 요컨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물질과 독립된 무한한 공간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텅 빈 공간이 근대 과학의 발명품처럼 받아들여지곤 하는 이유는 텅 빈 공간이 논리적으로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날아가는 화살은 움직이지 않는다’로 대표되는 제논의 역설은 마치 궤변의 대명사처럼 통용되곤 한다. 그러나 이 역설은 별개의 실체로서 공간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제논의 역설을 풀어서 표현하면 ‘실재하는 것이 있는 곳이 공간이므로, 공간이 만일 실재한다면 그 공간 역시 공간 속에 있어야 하므로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을 정의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공간을 만들어내거나 공간 자체가 물질이 되어야 하므로 ‘실재하는 텅 빈 곳’으로서의 공간은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주의 탄생. © shutterstock

▲ 흔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를 자연에서 진공이 생기면 다른 공기가 재빨리 채우기 때문에 세운 이론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논리적으로 진공이라는 개념 자체에 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부정한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은 철학과 구분할 수 없었고,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이 논리학의 저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Ludovisi Collection

플라톤은 세계를 이원화하여 공간을 이데아의 계에 둠으로써 이 문제를 피해가려고 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의 이원론을 비판하며 실체와 별개로 존재하는 공간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각가능한 실체만이 스스로 존재가능하며 모든 사유의 출발점이라며 실체와 분리된 공간을 부정했다. 대신 그는 실체끼리의 관계를 통해 공간 개념이 나타날 수는 있다고 보았다. 원래부터 존재하던 ‘아무것도 없는 공간’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으니 있을 수 없지만 ‘원래 있던 물체가 없어진 자리’나 ‘한 사물이 다른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장소’라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공간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흔히 인용되곤 하는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는 명제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말이다. 공간, 즉 진공은 실체들의 관계 속에서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것인만큼, 실체 없는 공간은 불가능하니 실체를 포함하지 않는 텅 빈 진공은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은 아랍을 거쳐 중세 말 ‘재발견’되면서 서양 과학의 뿌리를 이루었다. 자연히 후대의 과학자들도 아리스토텔레스와 비슷하게 공간을 인식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진공을 관찰하기 어렵거나 진공을 가정할 경우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탄탄한 철학적,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텅 빈 공간의 불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질로 꽉 찬 우주

르네 데카르트는 아리스토텔레스 과학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카르트는 근대 과학의 방법론적 근간인 ‘방법적 회의’를 고안하고 이를 자신의 모든 사유에 적용했다. 그런 그가 혐오에 가깝게 싫어한 개념이 있으니 바로 진공이다. 이는 진공을 인정할 경우 ‘서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작용하는 원인’이라는 신비적 요소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카르트가 고안한 우주가 바로 ‘소용돌이 우주’다. 데카르트는 우주에 미세한 물질들이 빈틈없이 들어차서 이들의 흐름으로 천체의 운동이 나타난다고 생각했으며, 이처럼 운동의 원인과 연결해주는 물질들을 에테르(aether)라고 불렀다. 간단히 말하면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이유는 지구를 둘러싼 입자들이 태양 주위를 뱅뱅 돌기 때문에 지구가 이러한 흐름에 휩쓸려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이론은 지금에야 역사서 한 켠에서나 언급될 정도로 버려진 이론이지만, 기묘한 방식으로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했다. 바로 빛에 대한 학문이다. 네덜란드의 과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는 물리학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사실 그는 천문학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다. 하위헌스가 천문학에 품은 열정은 대단해서 망원경을 직접 만들어 사용할 정도였다. 그는 렌즈를 깎고 망원경을 만드는 과정에서 온갖 오차와 씨름하느라 빛의 성질에 대해서는 매우 많은 데이터를 얻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빛의 성질에 대한 학문, 광학을 상당한 수준으로 체계화했다.

하위헌스는 빛이 파동이라는 전제를 도입하여 반사나 굴절, 회절, 간섭 같은 빛의 특징들을 정확하게 해석해낼 수 있었다. 이는 빛이 파동의 성질을 지녔으며, 따라서 빛이 전달되려면 매질이 반드시 필요함을 의미했다. 이에 따르면 태양은 물론이거니와 엄청나게 먼 별들의 빛까지도 지구까지 무리 없이 전달되니 우주는 반드시 빛을 전달하는 매질로 꽉 차 있어야 한다. 이후 토마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처럼 빛의 파동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험 증거가 이어지고 하위헌스의 이론을 후대 과학자들이 정교화하면서 빛의 파동 이론과 에테르 개념은 견고하게 자리잡았다.

▲ (좌)데카르트의 <철학 원리>에 묘사된 천체의 운동. 데카르트는 천체가 공간을 꽉 채운 소용돌이에 떠밀려 움직이는 것으로 묘사했다. (우) 빛의 굴절을 하위헌스의 이론에 따라 설명한 이미지. 하위헌스는 파동은 파면의 모든 점을 중심으로 구면파를 형성하여 다음 파동을 이룬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통해 빛의 회절과 반사, 굴절, 간섭과 같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다. 하위헌스의 파동 이론은 광학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으로 남았다. ⓒ Arne Nordmann

진공의 부활

중력우물. ©Nature Materials

▲ 마이컬슨과 몰리의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가설인 에테르의 흐름을 나타낸 그림. 우주공간이 빛의 매질인 에테르로 가득 차 있다면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동안 빛의 속도가 다르게 측정되어야 한다. 매질의 흐름과 지구의 진행방향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지금 보면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19세기의 과학자들이 에테르에 매달렸던 이유는 데카르트와 비슷했다. 떨어진 상태에서 작용하는 힘이나 매질 없이 전달되는 파동이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새로운 가정을 여럿 붙여야 하는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물리학과 천문학에서 에테르 이론은 문제없이 잘 작동했다. 스코틀랜드의 과학자, 제임스 클럭 맥스웰은 에테르 이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광학과 전자기학을 통합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으며, 그의 이론은 현대 전자기학의 근간을 구성하여 현대 문명의 곳곳에서 접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앨버트 마이컬슨과 에드워드 몰리가 1887년 수행한 실험으로 에테르 이론은 위기를 맞는다. 마이컬슨-몰리 실험은 과학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라고 할만하다. 마이컬슨의 주 관심사는 빛의 정확한 속력이었다. 문제는 에테르를 가정할 경우 빛의 속력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는 점이었다. 지구는 태양을 공전하고 태양은 은하의 중심을 공전하니, 우주가 에테르로 꽉 차 있다면 에테르의 흐름에 대한 지구의 상대적 움직임은 시시각각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에테르의 흐름을 따라 전달되는 빛의 속력 역시 달라질테니, 빛의 정확한 속력을 알아내려면 다양한 시점에 측정한 빛의 속력을 종합하여 에테르의 상대적 흐름이 없는 상태에서의 속력을 알아내야 한다.

중력우물. ©Nature Materials

▲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연구는 상대성이론이 아닌 광전효과였다. 이 발견으로 빛에 입자의 성질도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앨버트 마이컬슨과 에드워드 몰리가 1887년 수행한 실험으로 에테르 이론은 위기를 맞는다. 마이컬슨-몰리 실험은 과학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라고 할 만하다. 마이컬슨의 주 관심사는 빛의 정확한 속력이었다. 문제는 에테르를 가정할 경우 빛의 속력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는 점이었다. 지구는 태양을 공전하고 태양은 은하의 중심을 공전하니, 우주가 에테르로 꽉 차 있다면 에테르의 흐름에 대한 지구의 상대적 움직임은 시시각각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에테르의 흐름을 따라 전달되는 빛의 속력 역시 달라질 테니, 빛의 정확한 속력을 알아내려면 다양한 시점에 측정한 빛의 속력을 종합하여 에테르의 상대적 흐름이 없는 상태에서의 속력을 알아내야 한다.

그러나 실험은 의도와 다르게 흘러갔다. 에테르의 흐름에 따른 빛 속도의 변화를 측정하려던 마이컬슨과 몰리는 빛의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적은 차이만 관측할 수 있었다. 몇 번을 실험해도 같은 결과만 나와 결국 마이컬슨과 몰리의 실험은 실패하고 말았다. 곧 다른 과학자들의 재실험이 이어졌지만 더 정교한 장치로 측정해도 마이컬슨과 몰리가 원한 결과값은 나오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에테르 이론을 바탕으로 마이컬슨-몰리 실험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온갖 해석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조지 피츠제럴드와 헨드릭 로렌츠가 ‘로렌츠 피츠제럴드 수축’을 정립하는 성과를 내놓기도 했지만 타당한 해석을 내놓는 데는 모두 실패했다.

결국 50여 년 간 이어진 재검증 끝에 지구를 둘러싼 에테르의 흐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를 발표하여 빛의 입자성이 입증되고부터는 에테르가 물리학에서 거의 완전히 축출되기에 이른다. 빛에는 더 이상 매질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주는 비로소 ‘정말로 비어 있는’, 문자 그대로의 진공에 가까운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연은 정말 진공을 싫어하나

중력우물. ©Nature Materials

▲ 공간을 확대할수록 예상치 못한 결이 드러난다. 양자적 수준으로 확대한 공간에서는 물질과 에너지가 쉴 새 없이 요동친다. 진공은 조용하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곧 물리학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현상이 발견된다. 볼츠만이 정의했듯, 온도는 계 속에 있는 분자들의 평균 운동에너지를 계량화한 값이다. 따라서 온도가 높으면 분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고 낮으면 둔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온도가 절대 0도인 0K에서는 어떤 입자의 움직임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0K에서 수많은 입자와 반입자가 쌍생성되었다가 소멸해버리곤 한다. 조용하게만 보이는 진공이 실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복잡한 난리통인 셈이다.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휠러는 이러한 현상에 ‘양자거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수프를 끓일 때 여기저기서 거품이 올라 터지듯 평평해보이는 빈 공간에서 입자들이 쉴 새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출렁인다는 점에 착안한 이름이다. 물론 입자들의 요동이 실제 냄비 속의 수프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요동은 어디까지나 공간을 플랑크 길이(1.6×10-35m) 정도로 확대해야 관측할 수 있다.

이처럼 ‘조용하지 않은 진공’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만난 결과다. 양자역학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따르는 입자는 필연적으로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결정할 수 없다. 물질이 어느 한 점이 아닌 일정한 영역에 걸친 파동 함수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파동 함수를 에너지와 시간으로 확장시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수식
이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에너지와 시간 변화량의 곱이 0이 아닌 양으로 나타남을 뜻한다. 즉 외부의 간섭이 없어도 시간에 따른 에너지 변화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 효과는 아주 짧은 시간 내에서 일어나므로, 찰나의 시간 동안 에너지의 생성과 소멸이 끊임없이 반복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양자적 수준에서 에너지와 질량은 동일하니, 이는 입자가 생성되었다가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사. ©Nature Materials

▲ 초기 우주에서는 자연계의 여러 힘이 분리되지 않고 공간과 시간이 분화되지 않았다. 우주의 역사에서 찰나에 해당하는 이 짧은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낸다면 물리학의 성배인 통합이론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림에서 설명하는 윌킨슨 마이크로파 비등방성 탐색위성(WMAP)도 초기 우주의 흔적을 찾기 위한 것이다. ⓒ NASA

이때 입자의 질량이 존재한다면 아주 작은 미시 수준에서 중력장을 형성하여 수많은 중력장들이 끊임없이 요동치는 상태가 될 것이다. 물론 물질에 직접 영향을 주는 거시적 수준에서는 미세한 중력장들이 상쇄되어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거시적인 중력과 미시적인 양자 요동의 관계는 마치 모니터에 그려진 상과 색점과의 관계와 유사하다. 모니터 전체를 보면 매끄러운 구로 표현되는 상은 가까이서 색점을 관찰할 때는 다양한 색을 지닌 점들이 무질서하게 배열된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처럼 미세한 점들은 전체 이미지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지만 그 자체로는 전체를 이루는 이미지와 별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양자 요동은 진공이 사실 진공이 아님을 보였지만 중대한 문제를 남겼다. 현대 물리학에서 거시 세계는 상대성이론으로 잘 설명된다. 미시 세계는 양자역학으로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는 어떤 관계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성이론의 핵심 원리 중 하나인 곡면기하학의 기본 개념들이 미시세계에서 난잡하게 요동치는 공간에는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컨대, 미시 공간과 거시 공간은 연속적으로 서로 연결될 수 있음에도 이론에는 단절이 생기는 것이다.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의 부정합성이 드러난 이후, 물리학자들은 이를 통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처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실마리가 잡혔으니, 바로 천문학이다. 현대의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 초기에는 좁은 공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모여 있어 시간과 공간의 구분이 의미가 없었으며, 양자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힘과 상대론의 중력이 모두 통합되어 있었다. 우리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들은 이 짧은 시간 동안 양자 요동에 의해 물질과 반물질이 쌍생성되어 탄생했을 것이다. 진공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요동이 우주의 탄생과 맞닿아있는 셈이다.

중력우물. ©Nature Materials

▲ IBS의 순수물리이론 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최기운 단장은 초대칭 깨짐 현상을 연구하여 명성을 얻었다. 최 단장은 향후 우주 초기 상태와 힘의 통합을 계속 연구하고 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입자물리 연구의 토대를 쌓을 계획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 우주의 물질과 반물질은 정확히 반반이어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물질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양자역학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우며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아우르는 양자중력이론, 또는 상대론적 양자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플랑크 단위의 미시세계를 양자론과 상대론을 통합하여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난제를 해결하려면 우주 초기 상태와 유사한 고에너지 미시세계를 구현해야 한다. ‘힉스 입자’를 발견하여 화제가 된 CERN의 LHC와 같은 입자가속기가 바로 이러한 연구를 위한 시설이다. 입자가속기 건설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여 국내에서는 연구하기 쉽지 않지만, 이 난제에 도전하는 국내 연구자들도 있다. IBS의 순수물리이론 연구단(단장 최기운)이 대표적인 연구팀. 최기운 단장은 입자물리학 분야의 석학으로 ‘초대칭 깨짐’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여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최 단장은 IBS에서의 연구를 통해 우주를 이루는 모든 힘을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자면 우주의 기원과 텅 빈 공간에서 일어나는 요동들에 대해 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의 성격상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얻기는 어렵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우주의 기원과 우리가 사는 시공간에 대해서도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