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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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를 움직이는 사람들

IBS 재무회계팀 민유나 행정원

"600여 명의 급여, 전부 제가 넣어드립니다"

민유나 씨는 연애를 쉰지 1년여가 다 되어간다며 올 한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단 1초도 망설임 없이 '연애'라고 답한다.

▲ 민유나 씨는 연애를 쉰지 1년여가 다 되어간다며 올 한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단 1초도 망설임 없이 '연애'라고 답한다.

직장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은 누가 뭐라 해도 급여일이 아닐까 싶다. 월급이 통장에 '스치듯 안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 달간 열심히 일한 대가를 보상받는다는 의미에서 이보다 중요하고 기다려지는 날이 있을까? 이는 비단 일반 기업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정부출연연구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직원들의 통장에 정확한 대가를 넣어주는 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에도 600여 명의 급여를 관리하는 직원이 있다. 바로 급여업무를 맡고 있는 재무회계팀의 민유나 행정원이다.

회계 초보자의 눈물겨운 분투

보통 급여업무라 하면 임직원들의 입사부터 퇴사 때까지 지급되는 모든 급여를 관리하는 업무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은 매달 지급되는 월급. 그 외에도 4대 보험은 물론 퇴직정산까지 처리하고 있다. 중간중간 연장근무수당 및 기타수당 등도 민유나 씨가 챙겨야 할 업무다. 사람도 많고 나가야 할 항목도 많다 보니 한 달 내내 정신이 없다. 거기다 보통의 기혼자들이 수당 통장만큼은 비상금처럼 따로 챙기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어 업무량은 좀 더 가중된다.

IBS 공채 1기로 2012년 1월 25일에 공식 입사한 민유나 씨는 처음에는 연구단 쪽 회계 업무를 했다. 이후 직제가 바뀌면서 연구원 전체 급여업무를 맡게 된 것.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민유나 씨는 회계업무에 대해 전혀 무지한 상태로 연구원에 입사한 탓에 이 일에 두려움까지 있었다.

"면접 당시 제게 꼭 피하고 싶은 업무가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가장 자신 없는 회계업무는 피하고 싶다고 대답했는데, 바로 그 업무를 맡기더라고요."

민유나 씨는 급여업무에 대해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고 털어놨다. 급여가 나간 후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임직원들의 항의 또는 문의 전화로 전화기에 불이 난다. 그중에는 언성을 높이는 이도 적지 않다고 한다. 처음 급여업무를 시작할 때만 해도 300여 명이던 임직원이 현재는 600명 가까이 된다. 당연히 업무량은 늘어났고 걸려오는 전화도 늘어났다.

"1인당 1번씩만 전화하셔도 제가 받는 전화는 600여 통입니다. 친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늘 죄송스럽지만 쉽지 않네요. 일을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합니다."

전임자가 퇴직한 후, 업무를 맡다 보니 일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어도 자세히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결국 급여업무를 맡은 처음 3개월 정도는 조기 출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매주 출근해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일을 배웠다.

특히 IBS는 고용형태가 다양해 급여 정리가 간단치가 않다. 일단 연구직도 연구원, 연구위원으로 나뉘는 데다 비정규직도 4가지 정도의 체계로 나뉜다. 거기다 아직 신생조직이라 관련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아 수작업이 많다. 수작업에 따른 실수도 간혹 발생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는 좀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직장인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을 맡고 있다 보니 사람을 상대하는 부분에 애로가 많아 보인다. 인터뷰 도중 '살려달라고 꼭 써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 살짝 애처롭다.

운동도 좋아하고 장난기도 가득한 열혈여성으로 처음 접하는 급여업무지만 최선을 다해 근무하고 있다.

▲ 운동도 좋아하고 장난기도 가득한 열혈여성으로 처음 접하는 급여업무지만 최선을 다해 근무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솔로 탈출!

올 한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질문하자 단 1초도 망설임 없이 '연애'라고 답한다. 연애를 쉰지 1년여가 되어간다며 장기간 솔로 생활을 할까 두렵다며 자신의 프로필을 줄줄 읊는다.

"1984년생 31살 쥐띠입니다. 손에 연필 잡을 힘이 사라질 때까지 일할 거고요. 그러기 위해 IBS에 입사했습니다. 키는 164cm(그리고 날씬하다). 취미로 영화 감상과 독서를 즐깁니다. 책은 월 4~5권 정도 읽고, 운동은 수영 빼고 다 잘한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야구 관람을 많이 좋아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여성스럽다고 평한다. 여성스럽다는 정의에 대해선 즉답을 회피한다. 독서를 좋아한다 해서 추천할 도서를 물었더니,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꼽는다. 민유나 씨는 이 책을 벌써 6번 정도나 읽었다고 한다. 사람이 왜 행복하지 못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행복으로 갈 방법에 대해 적혀 있어 읽을 때마다 자신을 독려해준다고 한다. 요즘 일 때문에 많이 힘들어 다시 꺼내 읽었는데, 역시 많은 도움이 되었단다.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는 '비긴 어게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편안하고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추천한다. 물론 이 영화는 혼자 봤다고.

'사조직' 꾸리는 것을 좋아해 여직원들을 모아 자주 모임을 갖는다. 특히 같은 84년생 여직원들끼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맘 맞는 사람들과 업무 이야기 등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몸담고 있는 재무회계팀 직원들과도 굉장히 친하다. 팀에서는 막내지만 다들 비슷한 연령이라 공감대 형성 등에 유리하다. 그러나 아쉬움도 분명 있다.

조직문화가 꽃피는 IBS가 되길

IBS 재무회계팀 민유나 행정원

"IBS는 젊은 조직입니다. 젊다는 것은 개인적 공감대나 친밀감을 느끼는 데는 좋죠. 하지만 선배도 부족하고 멘토, 멘티 같은 체계가 없습니다. 보고 따라갈 선배가 드문 거죠. 그렇다 보니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그러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 있는 모든 이들이 훌륭한 선배가 되어 후배들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다고 말한다. 신생조직의 특성상 감내해야 할 문제일 뿐으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선후배 문화와 상관없이 IBS 내에 조직문화가 부족한 것은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연구직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행정직은 조직문화가 많이 부족해요. 우리 사무처가 그다지 큰 조직은 아닙니다. 8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인원이지만 서로 친하지 않죠. 교류도 없고 업무 전가도 심하고 책임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좀 있어 보여요."

민유나 씨는 개개인을 만나 보면 나쁜 사람은 없다고 한다. 만나서 이야기하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데, 이런 일들이 다 각개전투 형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조직원들을 하나로 뭉쳐주고 끌어주는 조직문화가 없다는 것은 비단 민유나 씨 개인만의 생각이 아니라고 한다.

인터뷰 끝에 올해 야구장에는 몇 번이나 가 봤느냐고 묻자 4번 정도라고 답한다. 그러다가 올 아시안게임 야구경기 티켓을 예매하지 못했다는 것을 떠올리곤 곧바로 열을 낸다. 누가 봐도 일과 취미에 적극적인 열혈 여성이다. 같은 팀에 오는 10월에 결혼하는 여직원이 있고, 곧 자녀가 태어나는 남자직원도 둘이나 된다. 부러움이 눈에 가득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는 다시 연애를 시작할 겁니다. 남자분들 많이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