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호
왼쪽 화살표 버튼 기초 과학의 미래를 꿈꾸다 오른쪽 화살표 버튼
facebook blog kakaotalk

기초 과학의 미래를 꿈꾸다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그룹리더 허원도 KAIST 교수

독창적인 광유전학기술로 뇌 비밀 밝힌다

광유전학을 소개하는 허 교수. 광유전학은 빛으로 단백질의 기능, 나아가 동물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이다.

▲ 광유전학을 소개하는 허 교수. 광유전학은 빛으로 단백질의 기능, 나아가 동물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이다.

"사실 저의 연구분야가 뇌과학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에 참여하게 됐을까요? 그동안 저희 연구실에서 개발한 다양한 바이오이미징 기술이 앞으로 뇌과학 연구에 아주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은 의식과 무의식 조절, 정서 및 인지, 사회성에 대한 뇌의 메커니즘 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허원도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이 연구단 바이오이미징그룹의 그룹리더를 맡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seeing is believing)이란 말이 있듯이 지난 15년간 허 교수는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신호전달과정을 시각화하는 다양한 바이오이미징 기술과 세포의 기능을 원격 제어하는 새로운 광유전학기술을 개발해 왔다. 연구단에 참여해서는, 살아 있는 뉴런(신경세포)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현상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해 복잡한 뇌회로에서 신경세포의 기능을 연구하는 데 독창적인 바이오이미징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허 교수팀은 빛으로 세포 내 단백질을 원격 조종하는 광유전학 분야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살아 있는 세포, 분자 수준에서 영상화 가능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바이오이미징그룹의 그룹리더를 맡고 있는 허원도 KAIST 교수가 바이오이미징 기술과 뇌과학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살아 있는 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스피닝 디스크 공초점 현미경.

▲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바이오이미징그룹의 그룹리더를 맡고 있는 허원도 KAIST 교수가 바이오이미징 기술과 뇌과학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살아 있는 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스피닝 디스크 공초점 현미경.

뇌과학은 생각, 학습, 의식 등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마우스 모델에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막기 위해 녹아웃시키는 방법을 많이 사용했다. 즉 특정 유전자를 없애고 나서 태어난 마우스가 몇 달, 또는 몇 년 뒤에 어떤 현상이 생겼는지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세포 내 현상은 관련 단백질을 추출한 뒤 시험관 내에서 얼마나 활성을 띠는지, 특정 단백질이 다른 단백질과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생화학적으로 관찰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게 된다. 허 교수팀은 세포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현미경으로 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렌즈, 빛, 형광, 레이저 등을 활용하는 다양한 광학 현미경을 갖추고 있다"며 "하나의 분자에서 동물 수준까지 다양하게 영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번호 키로 잠겨 있는, 철로 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실험실에는 형광 현미경, 공초점(confocal) 현미경, 고분해능(super-resolution) 현미경, 초고속(highthroughput) 현미경 등이 마련돼 있다.

고분해능 현미경은 분해능을 매우 높인 광학 현미경인데, 광학 현미경의 해상도(200㎚)보다 10배 이상 높은 20㎚(나노미터, 1㎚=10억 분의 1m)의 해상도를 가진다. 이를 이용하면 세포 내에서 어떤 분자가 다른 분자와 결합하고 있는지 단분자 수준에서 영상화할 수 있다. 또 초고속 현미경은 한꺼번에 수천 개, 수만 개를 영상화할 수 있다. 허 교수는 "스피닝 디스크 공초점 현미경으로 살아 있는 세포를 실시간으로 아주 빠르게 관찰할 수 있는가 하면, 다광자(multi-photon) 현미경으로는 살아 있는 생쥐 뇌의 1㎜ 깊이까지 뇌세포를 영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광학 현미경은 100㎛(마이크로미터, 1㎛=100만 분의 1m) 정도의 두께만 볼 수 있다.

그는 또 "연구단이 보유한 다양한 이미징 장비와 우리 그룹에서 개발한 새로운 바이오이미징 기술을 뇌과학 연구에 적용하면 뛰어난 연구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다른 연구자들이 발견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사실을 우리 기술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 교수팀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바이오이미징 기술과 세포제어 기술을 개발해 연구단의 목표인 종합적인 뇌 메커니즘 연구에 적합한 주요 연구기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뇌세포에서 일어나는 세포신호전달 과정이나 인지, 학습, 사회성 등관 관련된 뇌 메커니즘을 시각화하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더 정확한 연구결과를 얻고, 나아가 뇌세포에서 중요한 단백질 및 뇌세포를 직접 제어해 치매, 우울증 등의 뇌질환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빛으로 행동 제어하는 '광유전학'

경상대 석사, 박사과정에서 식물이 병충해나 자연 재해에 어떻게 저항하고 세포 차원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한 그는 미국 박사후연구원(postdoc) 시절 이미징 기술을 이용해 동물 세포의 신호 전달에 대해 연구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KAIST 교수로 부임하기 직전인 2007년 그는 어떤 연구를 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빛을 이용해 세포의 신호 전달을 컨트롤하는 연구를 계획했다. 이 분야가 바로 광유전학(optogenetics)이다. 빛과 유전학을 접목시킨 광유전학은 빛으로 단백질의 기능을 제어한다는 새로운 분야다.

허 교수팀이 개발한 '광유도 분자올가미'를 형상화한 그림. 이 올가미를 이용하면 특정 단백질을 움직이지 못하게 가둬 기능을 차단할 수 있다.

▲ 허 교수팀이 개발한 '광유도 분자올가미'를 형상화한 그림. 이 올가미를 이용하면 특정 단백질을 움직이지 못하게 가둬 기능을 차단할 수 있다.

허 교수에 따르면, 스탠퍼드대 칼 다이서로스(Karl Deisseroth) 교수가 광유전학이라는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했다. 클라미도모나스라는 단세포 녹조류는 빛을 쬐어주면 빛을 향하는데, 청색광에 반응하는 이온채널이 있고, 채널로돕신이라는 분자가 빛을 감지해 전류를 만들어낸다. 다이서로스 교수팀은 채널로돕신의 유전자를 마우스 신경세포에 넣어서 빛만 주면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고 이를 이용해 마우스의 행동을 컨트롤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성과는 2005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됐고 지금까지 1300번 정도 인용됐다. 허 교수는 "신경과학 분야에 이런 기술이 없었는데, 새로운 기술이 생긴 것" "이전에는 전기 자극이나 약물을 이용해 신경세포를 활성화했는데, 이 방법은 원하는 세포 말고 다른 세포에도 작용했지만, 광유전학기술은 타깃 세포에만 작용하고 빛만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빛으로 생쥐의 행동을 컨트롤하는 꿈의 기술이 탄생한 것"이라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을 신경과학 연구에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8년 12월 미국세포생물학회(ASCB) 미팅에서 광유전학 연구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스캐롤라이나대 클라우스 한(Klaus Hahn) 교수가 빛을 갖고 세포 단백질을 컨트롤하는 내용으로 기조강연을 했는데, 이 강연을 듣고 식물단백질을 이용한 새로운 광유전학이 세포생물학이나 분자생물학에서 아주 중요한 연구 도구가 되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KAIST 생명과학과에 부임해 바이오이미징 및 세포신호전달 실험실을 마련했던 그는 2009년 초부터 광유전학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허 교수는 이때부터 식물광수용단백질을 이용한 광유전학과 바이오이미징 분야의 다양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고, 2013년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에 바이오이미징 그룹리더로 참여하면서 광유전학기술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분자올가미 기술 등, 전 세계에서 주목받아

허 교수팀의 연구성과는 '케미스트리 앤드 바이올로지' 7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빛을 이용해 세포 내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FGFR1)'의 신호전달을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이 전구에 나방이 모여든 모습으로 표현됐다.

▲ 허 교수팀의 연구성과는 '케미스트리 앤드 바이올로지' 7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빛을 이용해 세포 내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FGFR1)'의 신호전달을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이 전구에 나방이 모여든 모습으로 표현됐다.

최근 허 교수팀이 이룬 연구성과는 눈부시다. 빛으로 세포 내 단백질을 원격 조종하고, 빛으로 뇌 신경세포를 자라게 하며, 빛을 이용한 동물세포 이동 제어기술을 개발했다. 광유전학 분야에서 잇달아 세계적 성과를 내면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먼저 연구팀은 '광유도 분자올가미(LARIAT, Light-Activated Reversible Inhibition by Assembled Trap)'라는 기술을 개발해 '네이처 메소드' 6월호에 발표했다. 세포에 빛을 쬐어주었을 때 세포 내부에 순간적으로 단백질의 복합체인 올가미가 형성되는데, 이 올가미를 이용해 원하는 단백질을 움직이지 못하게 가둠으로써 특정 단백질의 기능을 차단하는 원리이다. 허 교수는 이 원리를 이용하면 세포분열, 특히 암세포 분열을 막을 수 있어 앞으로 암세포 연구와 암 신호전달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6월 4일자 온라인판에는 '광유도 뇌신경세포 성장인자수용체(OptoTrk) 기술'을 소개했다. 이는 빛으로 세포막에 위치한 특정 수용체를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광유전학 분야 신기술인데, 연구팀은 이를 뇌신경세포에 적용해 신경세포가 분화하고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허 교수는 이 방법은 뇌의 복잡한 신경망 구조에서 신경세포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규명해 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세포 내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FGFR1)'의 신호전달을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셀(Cell)'의 자매지 '케미스트리 앤드 바이올로지' 7월호에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특히 특정 위치에 지속적으로 빛을 비출 경우 그 부위로 세포가 모여드는 광주성(光走性)과 유사한 세포의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었다.

허 교수는 "최근 논문이 발표된 직후부터 다양한 국가의 연구자들로부터 많은 e메일을 받고 있다"며 "새로운 광유전학기술의 우수성을 인정하며 미국 스탠퍼드대, 일본 교토대 등으로부터 공동연구 제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빛으로 다양한 단백질을 컨트롤해서 뇌과학 연구에 적용하고 그것이 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목표이다. 예를 들어 마우스가 인지, 사회성 등과 관련된 행동을 할 때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영상화하려고 한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빛을 이용한 광유전학을 넘어서 초음파, 자기장처럼 다른 유용한 자극을 인지하는 센서단백질을 발굴하고 이용해 자기유전학(Magnetogenetics)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