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불시착'이 궁금하게 만든 북한 기초과학의 현주소 '사랑의 불시착'이 궁금하게 만든 북한 기초과학의 현주소 '사랑의 불시착'이 궁금하게 만든 북한 기초과학의 현주소 북한 과학기술에 대한 오해와 진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던 윤세리(손예진 扮)는 갑자기 불어 닥친 돌풍으로 인해 북한에 불시착한다. 물론, 드라마답게 이곳에서 ‘찐’ 사랑도 만난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tvN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의 설정이다. 드라마의 인기는 사람들 마음 속 북한에 대한 호기심도 피어 오르게 했다. ‘~씁네다’, ‘~다요’ 등 독특한 북한 말투를 흉내 내고, ‘후라이까지 말라(거짓말하지 말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이겨낸 데에는 명품 조연들의 힘이 컸을 터이다. 사택마을 주부들로 이뤄진 ‘북벤져스’ 그리고 5중대 대원들의 유쾌하고 소박한 모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북한을 꽤나 따뜻하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불과 2~3년 전에만 하더라도 북한을 사회에서 몰아내려던 분위기가 강했는데, 드라마의 주 활동 무대가 북한인 드라마가, 그것도 연애 드라마가 흥행을 하다니… 시대가 바뀌긴 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 tvN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북한으로 ‘불시착’ 한 윤세리(손예진)과 리정혁(현빈)의 러브스토리와 함께 북한의 마을, 장터 등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출처: tvN) 4~5년 전에 필자는 작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유명 방송 작가와 북한 소재의 드라마를 함께 고민한 적이 있었다. 당시 방송가에서는 아무리 잘 쓴 드라마라도 북한을 소재로 방영할 수는 없는 분위기였다. 한참 거꾸로 돌렸던 시대의 흐름을 드라마 한 편에 의해 많이 회복한 듯 하여 나름 안심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의 불시착’을 보며 마음 한 켠 불편함이 커져만 갔다. 드라마 속 북한은 현실 속 북한의 모습을 상당히 반영하기는 했지만, 왜곡된 모습도 많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냉전적 시각에서 그렸던 북한의 모습이 드라마 전체에 그대로 남아있어 씁쓸하기까지 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본 드라마이기 때문에 아마도 ‘북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전형적인 제목의 북한 바로 알기 강연이 많이 파생될 것 같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 전형적인 제목을 붙여 ‘북한 과학기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 평양의 랜드마크가 된 평양 과학기술전당의 모습(출처: Wikimedia Commons) “ 오해 1: 북한은 이데올로기를 중시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홀대한다. ” 대대수의 사람들이 북한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주체사상,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선군, 무기 정도이다. ‘사상이 불순’하다는 비판과 함께 앞뒤 돌아보지 않고 처단하는 이미지를 많이 갖고 있다. 이런 이미지는 차갑고 합리적인 이성을 상징하는 과학기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북한은 과학기술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의 시기에 북한의 과학기술정책은 상당히 우대받았고 우선순위로 집행되었다. 심지어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던 사람도 과학기술 재능이 있다면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중용된 경우가 많았다. 오랫동안 지속된 과학기술 중시 정책은 오늘날 사상의 반열에 올라 ‘과학기술 중시사상’ 이라는 말로 불린다. 김일성은 과학기술을 전공한 ‘사람’을 직접 챙겼다면, 김정일은 ‘과학기술 자체’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1980년 공식 후계자가 된 뒤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경제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여러 정책들을 추진하였다. 과학기술 수재교육을 위해 과학고, 영재고와 같은 ‘제1고등중학교’를 1984년에 설립했고, 컴퓨터를 활용하여 생산현장의 정보화, 자동화, 로보트화를 추진하자는 결정을 1988년에 채택하였다. 북한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심이었던 평양정보센터(PIC)는 1985년에 설립되었다. 이는 최첨단 무기의 대표주자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북이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된다. ICT와 정밀 자동화 기계를 제작기술을 활용한 생산자동화, 통합생산체계의 도입은 오늘날 북한 경제가 급격히 성장할 수 있는 원천이 되고 있다. ▲ 평양 미래 과학자 거리의 모습 (출처: Wikimedia Commons) 김정은 집권기에 들어 거리, 마을, 도시 전체를 일거에 뜯어 고치거나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그 첫번째 사례가 과학기술자 전용 휴양지인 ‘연풍과학자 휴양소’ 였다. 평양 시내에 초고층 주상복합 빌딩과 함께 거리 전체가 새롭게 바뀐 곳의 이름도 ‘미래 과학자 거리’ 이다. 이 속에는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수 전용 살림집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했을 때 들른 ‘대동강 수산물시장’에는 ‘과학자 식사실'이라는 이름의 특별 룸도 있다. 게다가 과학자 신분증을 내면 할인도 해준다고 한다. 북에서 과학기술은 가장 우대 받는 부문이다. “ 오해 2: 북한 과학기술자들은 외국에 나가지도 않고,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투고 하지도 않는다. ” 북한이 외국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는 미국과 UN 등에 의한 경제 봉쇄, 제재 속에 있다는 것과 우리가 북에 갈 수 없다는 것이 합쳐져서 생긴 것 같다. 1990년대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고 경제가 급속히 나빠진 상태에서 북미 사이의 1차 핵분쟁까지 겪으면서 북의 외교 관계는 상당히 많이 단절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외교단절 상황은 거의 극복되어 국교를 맺은 나라의 수는 2019년 말 기준, 161개까지 회복되었다. (대한민국: 191개) 외교 관계는 없지만 여행은 허가하고 있는 나라도 있으므로 북을 여행할 수 있는 나라 수는 더 많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북에 여행할 수 없는 나라는 딱 2곳뿐이라고 한다. 대한민국과 미국. 그런데 이 두 나라 사람들이 북으로 여행을 갈 수 없는 이유는 북에서 막았기 때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미국에서 금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여행만을 위한 사람이라면 비자가 아니라 ‘관광증’을 받아 누구든 방북할 수 있다. 심지어 외국인 전용 핸드폰 유심을 사면 국제 인터넷망 접속도 가능하다. 카톡, 페이스북 같은 SNS도 차단되지 않고 사용이 가능하다. 북한은 예상보다 개방된 곳이다. ▲ 김일성 종합대학 전경 (출처: 나무위키) 사회주의 국가들이 건재했던 1980년대까지 북은 해외 유학생 파견부터 학자들의 교류가 나름 활발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으로 유학과 방문 등이 가장 활발했다. 물론 러시아를 비롯, 호주, 스웨덴, 터키,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들에 소규모로 유학과 파견 등은 꾸준히 이루어졌다. 놀랍게도 미국에서도 트럼프 정부 이전까지 북한의 학자와 관료들을 초청해 교육과 참관 등을 꾸준히 도와주었다. 2020년 1월에는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으로 김일성종합대학 학생 십여명이 3주간 계절학기 수강을 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교류의 폭과 형태가 바뀔 조짐으로 보인다. 북한 학자들이 해외 학술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조금씩 진행되고 있었다. 북한 학자들의 평가 기준에 해외논문 투고 실적이 없었기에 특별한 경우에만 논문을 투고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대략 100여 건의 논문이 국제 학술저널에서 검색된다. 대략 한 해에 10여편 정도였다. 하지만 2015년에 들어서면서 한 해 60여건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갑자기 해외 학술 교류가 활발해진 것이라기 보다 북의 정책이 바뀐 것이라 볼 수 있다. 논문 형태도 공동연구에서 단독연구로 많이 바뀌었다.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에 순풍이 불었던 2018년, 한국인터넷정보학회가 발행하는 영문 저널 Transactions on Internet and Information System(TIIS) 8월호에는 다음과 같은 깜짝 놀랄 만한 논문이 게재되었다. ▲ 한국인터넷정보학회 발행 학술지에 실린 북한과학자의 논문(출처: TIIS) Songil Choe, Bo Li, IlNam Ri, ChangSu Paek, JuSong Rim, and SuBom Yun. 2018. Improved Hybrid Symbiotic Organism Search Task-Scheduling Algorithm for Cloud Computing. KSII Transactions on Internet and Information Systems, 12, 8, (2018), 3516-3541. DOI: 10.3837/tiis.2018.08.001. 희천공업대학 최성일과 김일성종합대학 리일남 등 북한 학자들이 직접 쓴 논문이 정식으로 실린 것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학자의 논문이 남한 학술지에 실린 경우였다. 2015년부터 인도적 지원을 통한 남북 관계는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북한의 새로운 행보였다. 당시부터 북한은 과학기술을 통한 교류협력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었다. 2017년 7월, ‘근로자'라는 당 내부 월간지에는 새로운 정부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글이 실렸다. IT 부문과 탄소하나 부문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는데, 이에 대한 호응이 없으니 연구 논문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투고한 듯하다. 2018년 말부터 비록 국내는 아니지만 국제 컨퍼런스에서 남북 과학자들이 함께 만나 토론한 경우가 가끔 있었다. 2018년 말에는 중국에서 남북 산림과학자들이 함께 토론하였고 2019년 영국 밀턴케인즈에서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영국 왕립학회가 공동 개최한 ‘제4회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에서 남북 과학자들이 만났다. 컨퍼런스에 참가한 북한 지진청 김혁은 백두산 화산 및 지진에 대해 관측 결과를 소개하면서 공동 연구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드러냈다. 김정은 시대 접어들면서, 국제적 기준, 눈높이를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북한 과학기술 학계도 제재와 봉쇄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북한 학자들은 물론 그들의 논문을 더욱 자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오해 3: 사회주의 국가였던 소련은 응용과학보다 기초과학이 더 발달했다. 소련을 따라했던 북한도 기초과학을 더 지원했다. ” 소련의 과학기술계는 기초과학이 발달했다는 의견이 많다. 수익성이나 활용가능성을 염두에 많이 두는 자본주의 국가의 연구 경향에 비해, 말 그대로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런 의견들이 많이 생긴 듯하다. 사실 소련의 과학기술계는 기초과학을 특별히 강조했기 보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혹은 자연과학과 공학의 역할분담이 강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물리, 수학, 화학과 같은 자연과학,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는 종합대학이나 과학원이라는 중앙 연구기관에서 담당하고 공학 분야는 해당 분야 전문 공업대학이나 정부 부처 산하 연구소에서 담당하는 구조였다. 북한도 기초과학을 더 지원했을 거라는 이미지는 북한이 소련을 모방하고 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듯하다. 1940년대와 전쟁시기까지는 소련의 지원이 북한에게 절대적이었고 국가 시스템 설계하는 데 소련식을 많이 모방하긴 했다. 하지만 북한의 자주적 지향성은 건국 직후부터, 혹은 전쟁 직후부터 강하게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북한 과학기술계도 처음에는 소련 시스템을 참고하긴 했지만 곧바로 현실에 맞게 변형하기 시작하였고 1950년대 말부터는 독자 노선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북한 과학기술계의 핵심 기관인 ‘(국가)과학원’은 1952년 12월에 개원하자마자 소련 시스템과 달리 ‘공학연구소’를 과학원 산하 연구소로 설치하였다.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구분한다는 소련 시스템과 달리 연구인력과 연구시설의 부족 그리고 생산현장에 맞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요구에 맞추어 ‘과학원’ 산하에 생산현장의 요구에 맞는 연구를 수행하도록 ‘공학연구소’를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1958년에는 연구실에서 수행하던 과학연구사업과 생산현장에서 수행하던 기술지원사업을 구분하던 방식을 버리고 생산현장에서 과학연구사업과 기술지원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현지연구사업’을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현장 중심’의 기술혁신 시스템이 자리잡기 시작하여 30%를 넘어서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지원할 수 있었다. 현장 중심의 과학기술 전통은 북한 과학기술계가 연료, 원료, 기술, 인력의 ‘자립’을 강조하는 특성을 지니게 했고 이는 1960년대 정치 이데올로기로 구체화된 ‘주체’라는 개념과 결합하여 ‘주체과학’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과학기술계의 자립노선이 형성된 것이다. 이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 ‘과학기술과 경제의 일체화’ 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정리되었다. 생산현장과 동떨어진 연구가 아니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과학기술 연구를 수행하라는 정책을 강조한 것이었다. 생산현장에 ‘현지연구기지’를 만들어 과학연구와 기술지원을 동시에 추진하던 것을 넘어, 연구소 안에 ‘상품 생산공장’을 만들어 연구와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라는 취지 였다. ▲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 전경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김정은 시기에 접어들어, ‘일체화’ 개념은 더 넓어져 ‘교육과 과학연구, 생산의 일체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북한식 ‘산학연’ 협동 정책이 등장한 것이다. 북한 최고의 종합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안에 ‘첨단기술개발원’과 ‘미래과학기술원’을 만들어 첨단 연구 결과를 상품으로 직접 연결시키면서 그 과정을 통해 교육도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생산현장의 정보화, 과학화, 자동화를 통해 새로운 기술혁신체계를 만들고 싶은 북한 지도부는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두 종합대학을 앞세워 모범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북한은 소련과 달리, 기초과학보다 현장 밀착형 과학기술의 발달에 더 큰 관심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 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0.04.01
  • 캐럿보다 가치 있는 나노 다이아몬드의 세계 캐럿보다 가치 있는 나노 다이아몬드의 세계 캐럿보다 가치 있는 나노 다이아몬드의 세계 지난 해 11월, 희대의 보석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유럽 최고의 보석 박물관으로 알려진 독일 드레스덴 그뤼네게뵐베 박물관에 도둑이 들어 무려 1조 원어치의 보석을 훔쳐 간 것이다. 독일 경찰이 공개한 도난품은 박물관을 대표하는 값비싼 다이아몬드 장신구들이라 화제가 됐다. ▲ ⓒpixabay 다이아몬드는 희귀함과 특유의 번쩍거리는 광채 덕에 비단 도둑들에게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모든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 ‘보석의 왕’ 으로 군림해 왔다. 과거에는 권력이나 막대한 부를 가진 왕족과 귀족들만이 가질 수 있는 보석이었다. 1940년대 들어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차례로 발견되고, 세공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이아몬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 맨틀 내부에서 생성되는 천연 다이아몬드부터 합성 다이아몬드까지 ”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만으로 이루어진 물질이다. 탄소는 지구에서 흔한 물질인데, 다이아몬드는 왜 희귀한 걸까. 우리가 사는 지표 부근은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가 형성되려면 5~6만 기압과 1300~1800℃에 이르는 극한 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은 지구 내부의 50~250km 부근(맨틀)에서나 가능하다. 엄청난 압력과 높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탄소 원자로부터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수 있다. ▲ 세공하기 전 다이아몬드 원석의 모습 ⓒPetra Diamonds 이렇게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는 암석에 박혀 화산 활동으로 마그마가 급격하게 폭발할 때 함께 땅 위로 올라온다. 대표적인 암석이 ‘킴벌라이트’다. 이 킴벌라이트를 채굴해 다이아몬드를 찾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와나 등의 아프리카 여러 국가, 러시아, 캐나다 등이 다이아몬드 산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보석으로 쓰일 만큼 질이 좋은 다이아몬드는 드물다. 불순물이 많고 크기가 작은 대부분의 다이아몬드는 공업용으로 사용된다. 매년 채굴되는 다이아몬드의 80%가 보석이 아닌 공업용으로 쓰인다. 다이아몬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광물 중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경도가 가장 크다). 다이아몬드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건 다이아몬드밖에 없다는 말이 유명한 이유다. 바로 이 특성 덕분에 다이아몬드는 단단한 암석이나 콘크리트, 금속 등 거의 모든 물질을 깎고 자르거나 다듬는 연마재로 사용된다. 또 열전도율이 뛰어나 반도체나 광통신 소자에서 열 방출을 돕는 열방산체(thermal spreader)로도 쓰인다. ▲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다이아몬드 블레이드. 콘크리트나 대리석은 물론 거의 모든 물질을 자르고 다듬는 데 다이아몬드가 사용된다. ⓒWikimedia Commons 공업용 다이아몬드의 수요가 높아지자 1953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화학자인 트레이시 홀은 다이아몬드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 하다. 지구 내부 맨틀에서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조건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주면 된다. 준비물은 흑연이다. ▲ 다이아몬드(왼)와 흑연(오)의 결정 구조. 모두 같은 탄소 원자로 이루어졌지만 결합이 달라 서로 다른 구조를 이루고 있다 ⓒWikimedia Commons 흑연과 탄소는 모두 탄소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이지만 구조가 다른 ‘동소체’다. 흑연은 탄소 원자가 다른 탄소 원자 3개와 결합한 얇은 판 모양의 구조를 하고 있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하나의 탄소 원자가 다른 4개의 탄소와 결합해 정사면체 구조를 이루고, 이 정사면체들이 3차원으로 견고하게 연결돼 있다. 흑연 덩어리를 기계에 넣고 1~2시간 동안 5만 기압, 1500℃ 이상의 고온 고압을 가하면 다이아몬드가 된다. 물론 천연 다이아몬드처럼 커다란 원석을 얻을 수는 없고, 흑연 덩어리 안에 촘촘하게 박힌 작은 알갱이 형태로 생성된다. 이렇게 얻은 인공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같은 성질을 지니고, 값도 더 싸다. 최근에는 화학기상증착(Chemical Vapor Deposition)이라는 방법으로 다이아몬드를 합성하기도 한다. 먼저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 결정을 진공 상태의 합성 용기에 넣는다. 이 결정은 큰 다이아몬드를 만들기 위한 ‘씨앗’ 역할을 한다. 여기에 메탄과 수소 기체를 주입한 뒤, 온도를 3000℃까지 올려 플라스마 상태로 만든다. 이때 메탄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많은 양의 탄소 원자가 다이아몬드 결정에 결합해 다이아몬드로 자란다. 2018년 5월 영국 카디프대학교의 올리버 윌리엄스 교수는 이 방법을 사용하면 시간당 0.006mm의 속도로 다이아몬드 결정이 생성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주일 만에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는 속도다. “ 나노 다이아몬드 세계에서는 다이아몬드도 구부러진다 ” 장점이 많은 다이아몬드에게도 약점은 있다. 바로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다이아몬드는 깨지거나 부서질 수는 있지만 구부러지지는 않는다. 0.1~1%만 잡아당겨도 쉽게 깨진다. 그런데 2018년 4월 20일자 <사이언스>지에 이를 완전히 뒤집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나노 세계에서는 다이아몬드도 탄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펑 딩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그룹리더 팀은 홍콩시립대, 난양공대, MIT와 함께 다이아몬드의 탄성을 연구했다. 우선 펑 딩 교수팀은 다이아몬드의 결정구조 분석을 통해 다이아몬드의 탄성력이 부족한 이유가 결정 구조 안의 결함 때문임을 알아냈다. 대부분의 다이아몬드는 결정 구조 안에 결함을 가지는데, 이들 결함에 충격이 모이면 쉽게 금이 가고 깨지게 된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함 없이 깨끗한 다이아몬드 결정은 최대 12%까지 늘려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 나노 크기의 다이아몬드에 힘을 줘서 휘어지도록 만들고 촬영(위). 다이아몬드가 이론적으로 얼마까지 늘어날 수 있는지 계산(아래). ⓒScience 나노 크기의 다이아몬드에 힘을 줘서 휘어지도록 만들고 이를 촬영했다(위). 펑 딩 교수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이아몬드가 이론적으로 얼마까지 늘어날 수 있는지 계산했다(아래). ⓒScience 이를 실제로 확인해보기 위해 홍콩시립대 연구팀은 화학기상증착법으로 300nm 길이의 바늘 모양 나노 다이아몬드를 합성했다. 수 mm 크기의 일반 다이아몬드에 비해 1만 배 정도 작은 크기다. 이 나노 다이아몬드는 결함이 없는 순수한 다이아몬드 결정이었다. 연구팀은 나노 다이아몬드를 누르면서 이 과정을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나노 다이아몬드는 약 30도까지 휘면서 최대 9%까지 늘어났다가 되돌아왔다. 이론적으로 계산한 다이아몬드의 탄성력에 근접한 결과다. 펑 딩 교수는 “100% 이상 늘어나는 고분자나 고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재료보다 탄성력이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견고하면서도 유연한 초미세 다이아몬드 바늘은 유전자나 약물을 세포로 옮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탄성을 가진 다이아몬드 재료는 유연한 미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펑 딩 교수는 “다이아몬드가 탄성까지 가지면 세상을 바꾸는 재료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 0.5nm 두께의 세상에서 가장 얇은 다이아몬드 합성 ” 나노 다이아몬드의 신비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9년 12월에는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의 로드니 루오프 단장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얇은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 성공 했다. 그래핀은 흑연처럼 탄소 원자가 주변 탄소원자 3개와 결합해 육각형 벌집 모양을 이룬 평면 소재다. 강도가 높고, 열과 전기를 잘 전달하며 2차원 평면 구조이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휘어진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그래핀의 구조에 변화를 주어 얇은 초박막 다이아몬드(다이아메인)를 합성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높은 압력을 가해야만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고, 변화시키더라도 압력이 낮아지면 다시 그래핀으로 돌아가서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 연구팀이 개발한 초박형 다이아몬드의 구조. 불소화 과정을 통해 합성했다는 의미에서 연구팀은 이 다이아몬드를 'F-다이아메인'으로 이름 붙였다 ⓒIBS 연구팀은 상온·대기압 조건에서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다이아메인을 합성했다. 구리니켈(CuNi) 합금 기판 위에 2개의 그래핀이 쌓인 이중층 그래핀을 만든 뒤, 화학기상증착법을 이용해 불소 기체를 주입했다. 주입된 불소는 그래핀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3개의 다른 탄소 원자와 결합하고 있던 탄소를 4개의 원자와 결합하도록 만들었다. 2차원 필름 형태의 다이아몬드를 얻은 것이다. 연구팀이 만든 다이아몬드의 두께는 0.5nm에 불과했다. ▲ 구리니켈 기판 위 이중층 그래핀(왼)과 F-다이아메인의 투과전자현미경(TEM) 이미지. ⓒIBS 2차원 평면 형태의 다이아몬드는 반도체 소자, 전기, 기계, 화학 등에서 폭넓게 이용될 수 있다.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다이아몬드의 우수한 성질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 “향후 전기적·기계적 특성까지 조절 가능한 다이아몬드 필름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12월 10일자에 게재됐다. 다이아몬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세계에서도 찬란한 잠재력을 빛내고 있다. 최고의 보석을 넘어 최강의 재료가 될 다이아몬드의 무궁무진한 변신을 기대해 본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 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0.01.10
  • 이상한 빛, 나쁜 빛, 좋은 빛 이상한 빛, 나쁜 빛, 좋은 빛 이상한 빛, 나쁜 빛, 좋은 빛 이 글의 제목에는 “빛” 이란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습니다. 이미 눈치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10여 년 전 인기를 끌었던 한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순서가 거꾸로 바뀌었지만요. 빛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매일 빛을 보고 느끼고 빛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그렇지만 누군가 빛의 정체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선뜻 바로 대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상한 빛" 빛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설명은 19세기 전자기학을 수립한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 - 1879)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그 당시 알려진 전기학과 자기학을 집대성해 전자기학을 완성하고 전자기파를 이론적으로 예측한 맥스웰은 빛도 전자기파의 한 식구임을 알아냅니다. 전기학과 자기학에 이어 광학까지 하나의 이론적 틀 내로 통합된 것이지요. ▲ [그림 1] 전자기파 스펙트럼 (출처: Wikipedia, @CC BY-SA 3.0) 전자기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같은 위상으로 진동하며 진공을 초속 299,792,458 m로 날아가는 횡파입니다. 전자기파는 전기장(그리고 자기장)이 한 번 진동하며 나아가는 거리인 파장으로 분류하는데 빛의 파장은 약 380~780 nm 정도에 걸쳐 있습니다([그림 1] 참조). 1 이를 전기장이 1초에 진동하는 횟수인 진동수로 환산하면 약 (4~7)ⅹ1014 Hz나 됩니다. 2 가시광선을 기준으로 파장이 긴 쪽으로는 적외선, 마이크로파, 라디오파, 전파 등이 이어지고 파장이 짧은 영역에는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이 있습니다. 빛에 대해 이해는 맥스웰의 전자기파 이론으로 완벽히 끝났다고 생각했던 20세기 초, 빛의 정체에 대한 관점에 근본적인 전환 이 생깁니다. 위에 언급한 빛의 속도는 우주에 존재하는 속도의 상한선으로서 특수상대성이론이 탄생하는 기반이 됩니다. 또한 미시세계를 다루는 학문인 양자물리학은 빛 에너지가 양자화(quantization)되어 있음을 알려줍니다. 즉 빛에너지는 빛알(광자, photon)이라는 최소 덩어리 단위로만 전달된다는 것이지요. 빛알 하나의 에너지는 전자기파의 진동수에 비례하고 파장에 반비례합니다. 가시광선 중에서도 파장이 짧은 파란색 빛알의 에너지가 더 크고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순으로 갈수록 빛알의 에너지가 더 커집니다. 이로서 빛은 20세기의 과학자들 앞에 자신의 이상한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간섭이나 회절(에돌이)같은 친숙한 현상들은 빛이 파동임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알려주지만 정밀한 검출기에 자신을 드러내는 빛은 에너지를 알갱이, 즉 입자의 형태로 나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입자-파동 이중성은 비단 빛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닙니다. 전자와 같은 기본 입자들도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수백 개의 원자로 구성된 거대 분자들 역시 정교한 실험을 통해 파동의 간섭 현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 아니 그 둘 다의 모습을 띤 이중적인 빛은 우리에게 정말 ‘이상한 놈’ 이죠. 1) 거리의 단위인 nm는 nanometer(나노미터)의 약자로 10억분의 1미터를 의미합니다. 2) 진동수의 단위인 Hz(헤르츠)는 전자기파의 존재를 실험으로 확인한 독일 물리학자 하인리히 루돌프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 1857 - 1894)를 기념하기 위해 붙인 것으로서 1초에 1회 진동하면 1 Hz가 됩니다. "나쁜 빛" 지구의 생명에게 우주는 그야말로 적대적 환경입니다. 우주는 완벽한 진공에 가깝고 영하 약 270도 정도의 극저온의 세계일 뿐 아니라 생체 조직에 치명적 위해를 가하는 것들이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공간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이 우주 유영 때 입는 거대한 우주복은 이런 환경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태양이 뿜어내는 강력한 하전 입자들의 흐름인 태양풍을 포함하는 우주선(cosmic rays)도 생명에는 치명적이지만 전자기파에서 빛알의 에너지가 높은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역시 인체에 유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행히 지구는 이들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할 수 있는 천연의 장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액체상태를 유지하는 지구의 외핵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지는 지구 자기장은 전하를 띤 우주선의 방향을 틀어 밴 앨런대로 몰아내고 단파장 자외선과 엑스선, 감마선 등은 지구의 대기가 전리작용 등을 통해 막아줍니다. 특히 성층권에 존재하는 오존층은 단파장 자외선을 흡수해 지구 생명체가 지상에서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런 천연 보호막들이 없었다면 지구는 화성과 같은 볼모지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외선 중 에너지가 가장 센 단파장의 UV-C는 오존층에 모두 흡수되지만 중간 파장의 UV-B는오존층을 뚫고 일부가 내려와 백내장을 유발하거나 피부에 홍반을 만드는 등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파장이 짧을수록 자외선 빛알이 나르는 에너지 덩어리가 커지기 때문에 생체조직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우리가 한여름에 선크림을 발라 자외선을 차단하는 건 이 때문이죠. 가시광선 대역에서도 빛알의 에너지가 가장 센 청색 빛이 말썽을 부리는 경우 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중 액정표시장치(LCD)는 청색 발광다이오드(LED)에 파장변환 물질인 형광체나 양자점(quantum dot)를 코팅해 백색광을 구현한 광원을 사용합니다. 4 청색 LED가 내는 발광 스펙트럼의 중심 파장은 약 450 nm인데 이 빛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취침 전에 디스플레이를 장시간 활용하면 충분한 숙면을 취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전자기파 중 일부는 사람이나 다른 생명에 끼치는 영향에 따라 ‘나쁜 빛’ 취급을 받고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정말 나쁜 빛이기만 한 것일까요? 3) 생물학적 영향에 따라 자외선을 파장이 긴 UV-A, 중간 파장의 UV-B, 그리고 파장이 짧은 UV-C로 구분합니다. 4) https://blog.naver.com/jh_ko/221490713384 : “양자점 디스플레이의 진면목” "좋은 빛" 빛은 지구에 빌붙어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의 근원입니다. 식물들의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영양분은 다양한 동식물로 순환되면서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근본 바탕이 됩니다. 생태계뿐 아니라 대기와 해류의 순환, 자연의 역동적인 변화도 궁극적으로는 태양에서 지구로 공급되는 빛에너지에 기인합니다. 지구라는 별에 얹혀 있는 생명체는 모두 태양에 빚지고 의존하며 살고 있는 셈이지요. 빛은 또한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강력한 수단 입니다. 사람의 눈이 태양의 발광 스펙트럼 중 가장 강한 세기를 가진 가시광선 대역을 보도록 진화해 온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가장 강한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빛을 반사하는 물체, 포식자, 혹은 먹이의 움직움직임을 잘 포착해서 살아남고 번성할 수 있었겠지요. 오늘날에도 사람의 눈은 가시광선만을 볼 수 있지만 과학자들이 발명한 다양한 과학적 도구는 인간에게 전자기파 전체를 “볼” 수 있는, 그리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가령 지상과 우주 공간에 설치된 다양한 천체 망원경들은 자신들이 볼 수 있는 전자기파 대역을 측정해 우주의 이야기를 천문학자들에게 들려줍니다. 이런 다양한 “눈”으로 바라본 우주의 모습은 사람의 눈을 통해 보는 가시광선의 우주에 비해 훨씬 더 풍부하고 다채롭습니다. 천문학자들에게는 다양한 눈을 제공해 주는 전자기파가 인류 문명에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무선 통신의 핵심이 됩니다. 각종 방송통신용 전파나 휴대전화의 신호뿐 아니라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 우리는 전자기파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신체에는 유해한 자외선의 강한 에너지도 살균 작용을 포함한 다양한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외선보다 에너지가 훨씬 더 센 엑스선은 의료 진단의 필수품으로, 혹은 방사광가속기에서 물질의 비밀을 파헤치는 첨병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나쁜 전자기파, “나쁜 빛”은 없는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다방면에서 사용되고 있는 빛의 기술, 광기술이 요즘에는 유전학(genetics) 의 분야에서도 맹활약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2년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인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이 해조류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은 후 광유전학(optogenetics)이 본격적인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광유전학에서는 특정 세포처럼 생체 조직 내 원하는 대상에 빛을 느끼는 센서를 달고 빛을 이용해 이를 제어함으로써 생체 조직에 대한 새로운 조절의 가능성을 탐색한다고 합니다. 5 ▲ [그림 2]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이 발표한 Optobody 기술 5) http://scienceon.hani.co.kr/122269 : “‘신의 리모컨’ 광유전학, 뇌의 판도라 상자를 열까”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6 에서는 최근 면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항체의 조각에 청색 빛을 쪼여서 비활성화 상태를 활성화 상태로 바꾸는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7 녹색형광단백질을 인지하는 항체 조각이 빛 에너지를 받아 서로 결합해 활성화 상태로 바뀌면서 미토콘드리아에 있던 녹색형광단백질에 결합하는 과정을 확인한 것이지요([그림 2] 참조). 이 활성화된 항체를 이용해 세포 이동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억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기존에 화학적 방법으로 제어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시간 내에 빛을 이용해 항체 활성을 조절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 [그림 3]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이 발표한 빛을 이용한 뇌 유전자 발현 기술 6)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0901/selectBoardArticle.do?nttId=13406 : “광유전학, 빛으로 뇌의 비밀 풀고 새로운 치료법 찾는다” 7)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0511/selectBoardArticle.do?nttId=17749 동일 연구단은 2019년 초에도 빛을 이용해 살아 있는 쥐의 뇌 속 유전자 발현을 제어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8 연구팀은 직접 설계한 유전자 재조합 효소를 생쥐의 뇌의 해마에 주입한 후에 생쥐의 머리에 청색 LED를 부착해 빛을 쪼여주었다고 합니다. 비활성화 상태로 나누어져 있던 효소는 빛에너지의 도움으로 결합하며 활성화 상태로 바뀌었고 연구팀은 이 효소에 의해 발현된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3] 참조). 이를 생쥐의 뇌 속 다른 부위에 심어서 쥐의 물체 탐색 능력을 제어했던 결과도 같이 얻었다고 합니다. 뇌의 빛에 대한 투과도가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뇌 속에 침투한 희미한 빛을 이용해 단백질을 활성화시켰다는 게 매우 놀랍습니다. 화학적 방법을 사용하거나 뇌 속에 무엇인가 삽입하는 침습적 방법에 비해 빛을 이용한다면 그에 반응하는 부위만을 정확한 시간에 제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인류에게는 아직 미지의 영역인 뇌의 비밀을 밝히는데 광유전학이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 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흥미를 끌려고 흡사 좋은 빛, 나쁜 빛, 이상한 빛이 존재하는 것처럼 제목을 달았으나 빛은 그냥 빛일 뿐입니다. 빛과 전자기파의 본성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은 20세기부터입니다. 디스플레이나 광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삶을 바꾸고 IT 문명의 혁신에 기여한 광기술은 이제 유전학과 같은 새로운 분야로도 활용의 폭을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우주의 초기부터 존재해 왔던 빛은 현재도 우리와 함께 있고 몇 세기 후에도 우리 주위에 있을 것이며 인류의 문명이 사라진 머나먼 미래에도 이 우주를 가득 채우며 존재할 것입니다. 인류는 그런 빛에 기댄 기술, 즉 광기술을 이용해 어떤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이며 환경 문제 등 당면한 위기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요? 8)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0511/selectBoardArticle.do?nttId=16668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 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9.12.17
  • 근육통 풀어주는 초음파가 우울증도 잡는다 근육통 풀어주는 초음파가 우울증도 잡는다 근육통 풀어주는 초음파가 우울증도 잡는다 “ 들을 수 없는 그 소리, 초음파의 활용 ▲ 박쥐는 초음파를 활용해 어둠 속에서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고 잘 날 수 있다. (출처: F. C. Robiller) 잔잔한 호수에 돌을 하나 던지면 동심원 모양의 물결이 퍼져 나간다. 이런 파동현상은 물리학에서 숱하게 접할 수 있는데, 인류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 문명의 이기로도 응용된다. 방송 및 통신에 널리 활용되는 전자기파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전자기파 못지않게 중요하게 응용되는 파동이 또 있다. 바로 초음파다. 소리의 파동을 뜻하는 음파는 공기를 통해 전달돼 사람의 고막을 진동시켜 우리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인간이 모든 음파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진동수, 즉 주파수 영역은 대략 20~2만Hz(헤르츠)다. 이보다 높은 진동수를 지닌 음파가 초음파다. “ 박쥐의 '눈'이 인류의 이기가 되기까지 사람과 달리 일부 동물은 초음파를 감지해 활용한다. 박쥐, 돌고래, 나방 등이 대표적이다. 가령, 야간에 주로 활동하거나 캄캄한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는 시력이 퇴화하여 거의 보지 못하지만 3만~6만Hz의 초음파를 이용해 지형지물을 식별하고, 먹이를 찾아낸다. 초음파가 물체에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시간을 토대로 물체와의 거리를 감지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생존 전략은 인간이 각종 장비와 기술에 초음파를 활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인류가 초음파를 활용한지는 약 100년이 흘렀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랑주뱅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초음파를 이용한 수중 탐지기를 개발한 것이 그 시초다. '소나(Sound Navigation and Ranging·SONAR)'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 탐지장치는 오늘날 군사적 목적뿐 아니라 물속 어류탐지, 해저 지형지물 파악 등으로 널리 이용하고 있다. ▲ 해저 지형 지물 파악에 활용되는 수중 음파 탐지 장치도 초음파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출처: Wikimedia) 공중에서 통신 등에 널리 사용되는 전자기파 대신에 수중에서는 초음파가 사용되는 이유는 서로 다른 파동의 속성 때문이다. 전자기파는 매질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파되므로 진공이나 대기 중에서 멀리 나아갈 수 있지만 수중에서 전파되면 물에 흡수되어 급격히 감쇄되어 버린다. 반면에 매질의 미세한 진동에 의해 전파되는 음파는 수중에서 전파속도가 더 빠르고 멀리 나아갈 수 있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가령, 음파는 대기 중에서 초당 약 340m의 속도로 전달되고, 바닷물에서는 초속 약 1530m로 움직인다. 초음파는 액체뿐 아니라 고체에서도 잘 전파된다. 이 때문에 각종 비파괴검사에 활용하기도 한다. 초음파를 제품의 한 쪽에서 넣고 다른 면에서 반사되어 오는 초음파를 수신하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의 기공, 균열, 결함 등을 파악할 수 있다. “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방법 ▲ 초음파 비파괴 검사로 항공기 엔진을 점거하는 모습. (출처: Wikimedia)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여러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압전효과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압전효과는 물체에 기계적인 압력을 가하면 전압이 발생하고, 역으로 전압을 가하면 기계적인 변형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초음파 진동자에 전압을 가하면 압전효과에 의해 전기적 파동이 물리적 파동으로 변환되며 초음파를 발생시킨다. 반대로 물리적 진동 신호를 전기적 신호를 바꾸는 과정을 통해 초음파를 수신한다. 매질을 진동시키는 초음파의 특성을 이용한 생활용품도 여러 가지가 있다. 겨울철에 실내 습도 조절을 위해 쓰이는 초음파 가습기는 전기신호를 통해 물속에 놓인 진동자로 초음파를 발생시키고, 물에 일어나는 진동으로 미세한 물방울을 뿜어낸다. 안경이나 귀금속 판매점에서 볼 수 있는 초음파 세척기는 초음파로 안경 등을 빠르게 진동시켜서 표면에 붙어있는 때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또한 초음파를 강하게 진동시켰을 때 발생하는 마찰열 또는 국지적으로 집중된 초음파 에너지를 이용하면 세포나 병원균 또는 물체를 파괴할 수도 있다. 초음파를 사용해 공작물을 연마하고 절삭, 천공 작업 등을 하는 초음파 가공법과 초음파의 마찰열에 의해 금속을 접착시키는 초음파 용접 등이 산업현장에서 자주 사용된다. 또한 병원에서는 방광이나 신장결석, 담석 등을 제거할 때 초음파로 결석을 잘게 잘라 체외로 배출시키는 초음파 파쇄법이 치료수단으로 사용된다. “ 병원의 필수 진단기기, 초음파 스캐너 ▲ 초음파 영상진단장치(출처: Mj-bird) 초음파가 의학적으로 활용되는 또 다른 분야로는 초음파 진단이 있다. 이 역시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졌다. 1938년 오스트리아의 신경학자 두시크가 뇌의 안쪽을 진단하는 초음파 진단법을 최초로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50년대에는 초음파 스캐너가 개발되어 인체의 장기 검사나 진단에 활용됐지만, 처음에는 환자나 환부를 물속에 담그고 초음파 진단기가 물통을 따라 움직이는 번거로운 방식이었다. 1957년에 접촉식 초음파 스캐너가 등장하며 더 이상 환자가 물속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졌고, 1980년대에는 실시간으로 초음파 진단 영상을 볼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이 성장했다. 이제는 필수 진단 검사기기가 된 초음파 진단장치는 3차원 영상 구현 등 화질을 더욱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 주파수에 따른 초음파의 구분 초음파가 산란 및 흡수되는 과정에서 초음파의 파동 역시 감쇠된다. 이런 감쇠 현상은 주파수가 높을수록 심해져서 초음파가 깊은 곳까지 도달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진단하고자 하는 장기의 위치와 속성 등에 따라 사용되는 초음파의 주파수 대역이 달라진다. ▲ 초음파는 2만Hz 이상의 음파로, 사람은 들을 수 없다. 진단하고자 하는 장기에 따라 다른 주파수 영역대의 초음파가 필요하다. 갑상선이나 유방 등의 피부 가까이에 위치한 장기의 진단에는 7.5~10MHz, 안과용으로는 7.5 ~12MHz의 높은 주파수의 초음파가 사용된다. 반면 심장 진단에는 2~3MHz, 복부 초음파검사에는 3~5MHz의 낮은 주파수의 초음파가 사용된다. 그리고 진단 목적이 아닌 치료용 초음파 기기, 즉 결석 치료를 위한 초음파 파쇄장치나 세척용 초음파 기기는 수십kHz 수준으로 훨씬 더 낮은 주파수 대역이다. 온열치료용 초음파 기기는 수백kHz 정도 주파수 대역의 초음파가 이용된다. “ 초음파로 우울증까지 치료할 수 있다 ▲ IBS 연구진이 규명한 별세포를 통한 저강도 초음파의 신경조절 메커니즘 최근에는 영상 진단이나 결석 치료를 넘어 뇌질환 치료로도 초음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인지 교세포과학 그룹 연구팀은 최근 저강도 초음파로 신경세포를 조절하는데 성공하고, 그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파킨슨병 등 뇌질환 치료를 위해 기존에는 금속 전극을 뇌 깊숙이 삽입하는 어려운 수술을 진행해야 했다. 연구진은 수술이 필요 없고 안전한 초음파 뇌자극술을 개발하기 위해 저강도 초음파에 의한 신경세포 조절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이 연구에는 500~1000kHz 영역대 의 저강도 초음파가 사용됐다. 연구진이 파킨슨병으로 인해 운동능력이 떨어진 쥐의 뇌에 초음파를 가하자, 쥐의 꼬리 움직임이 회복됐다. 연구진은 뇌의 비신경세포인 별세포에 존재하는 기계수용칼슘채널(TRPA1)이 저강도 초음파 센서 역할을 한다는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이 연구를 발전시키면 초음파를 활용하여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 뇌전증 등 각종 난치성 뇌질환을 더욱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초음파는 우리의 일상생활은 물론 건강을 위해서도 현재도 '열일'중이다. 그리고 이제는 초음파의 센서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이용해 각종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초음파유전학' 시대의 개막도 앞두고 있다. 100여 년 전 시작된 초음파 활용기술은 이처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며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기초과학자들이 만들어낼 100년 뒤 미래의 놀라운 변화를 기대해본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 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9.11.13
  • 2250년 전 이집트 미라에서도 발견된 암 2250년 전 이집트 미라에서도 발견된 암 2250년 전 이집트 미라에서도 발견된 암 “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암(癌) 잡는 치료 변천사 ▲ 약 2250년 전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전립선암의 흔적이 발견됐다. 인류의 역사상 전립선암의 두 번째 오래된 사례로 기록됐다. (출처: Flickr) 2011년 약 2250년 전 고대 이집트의 미라 M1의 사망원인이 국제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이 남성은 40대의 나이에 전립선암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연구진은 지름 1~2mm의 작은 종양을 발견할 수 있는 고해상도 단층촬영(CT)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러시아에서 발견된 2700년 전 왕의 유골에 이어 전립선암의 두 번째 오래된 사례로 기록됐다. 이처럼 암은 고대 이집트의 미라와 콜럼버스 이전 아메리카 대륙의 미라에서도 발견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며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의학의 역사가 곧 암과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국립암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암 유병자는 약 174만 명으로 추산된다.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6%로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암에 대한 확실한 치료가 없다는 점이 암을 두려운 존재로 만든다. “ 점점 더 정교해지는 암 치료 암은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으로 치료한다. 수술과 방사선치료는 국소적인 치료방식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나타난 암 부위를 수술로 도려내거나 방사선으로 태운다. 항암치료는 주사나 약의 형태로 흡수된 치료제가 혈액을 따라 전신을 돌면서 몸 어딘가에 자리 잡은 암세포들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 수술과 방사선 치료는 국소적으로 암을 치료하고, 항암치료는 혈액을 통해 치료제를 보내 약물이 온몸을 돌며 어딘가에 존재하는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출처: Flickr) 과거와 비교해 오늘날의 수술기술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과거에는 접근조차 못하던 부위의 암도 완벽하게 절제할 수 있고, 과거에는 암의 재발을 막을 목적으로 무조건 넓게 잘라냈다면 최근엔 최소 절제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했다. 방사선치료의 경우 3차원 치료 장비의 도입으로 정상 조직에는 손상을 주지 않고 암만 태우는 기술이 향상됐다. 일부 암은 수술이나 항암치료 없이 방사선치료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할 정도다. “ 암 환자의 중요한 선택, 항암치료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보다 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항암치료일 것이다. 항암제는 완치가 어렵고 부작용도 많기 때문이다. 의학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표적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였다. 표적항암제는 암을 유발하는 어떤 특별한 유전자를 차단해서 암의 발생이나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다. 2000년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등장한 ‘글리벡’, 유방암 항암제 '허셉틴' 폐암의 '이레사'나 '타세바' 등이 사례다. 표적항암제는 특별한 유전자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덜하고, 일반 항암제보다 효과가 높다는 장점은 있지만, 마찬가지로 암을 완치시키기는 어렵다. 면역항암제, 즉 '면역관문억제제'는 4기 암을 완치한 사례도 나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미 카터 前 미국 대통령이 악성 흑생종의 뇌 전이로 암 말기 상태에 있었는데, '키트루다'라는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 받고 암이 완치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면역항암제는 효과가 있는 경우에는 완치가 될 정도로 극적인 효과를 보이지만,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전혀 듣지 않는 '모 아니면 도' 식의 경향을 보인다. 어떤 경우에 효과를 있는지를 아직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암의 완치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아직까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유효한 약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출처: 위키미디어) “ 암을 이기는 새로운 시각 1 '혈관의 정상화' 이러한 한계 때문에 과학계에선 새로운 시각으로 암을 바라보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은 암세포를 제거하는 기존 치료에서 생각을 전환해, 혈관 자체를 정상화하는 방식의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암세포는 우리 몸 속 세포나 근육과 마찬가지로 혈관을 통해 영양분을 얻는다. 혈관이 암세포에 제대로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는 경우엔, 암세포는 살기 위해 다양한 인자를 분비하며 빠르게 성장한다. 생존을 위해 ‘일탈’을 택하는 셈이다. 혈관 연구단 연구진은 혈관을 정상화시키면 암세포를 건강하게 ‘순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암 혈관 내피세포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TIE2 활성 항체(ABTAA)를 사용해 암 혈관의 구조적‧기능적 이상을 안정적으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제로 암에 걸린 쥐의 암 혈관을 정상화시킨 결과, 종양의 크기가 40% 감소하고, 평균 생존 기간도 42%나 증가함을 확인했다. 암 혈관이 정상화되면서 약물이 암세포에 잘 스며들어 치료 효과가 높아진 것이다. 이와 같은 기술은 현재로썬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패혈증과 녹내장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현재 국내외에서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뇌종양(중점)과 유방암(중점) 폐암 모델생쥐로 TIE2 활성 항체 실험을 한 결과, 뇌종양의 크기가 작아지고, 폐암의 전이 범위와 유방암으로 인한 괴사 범위가 줄어들었다. (출처 : IBS) “ 암을 이기는 새로운 시각 2 '암세포의 생존전략 일기' 몇 년 전 한 드라마에는 '암세포도 생명이잖아요' 라는 대사가 등장했다. 얼토당토않은 소리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생명이라 여겨질 수도 있는 암세포는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똑똑한 수를 쓴다. 일례로, IBS 혈관 연구단 은 암세포가 림프절에 도달하기 위해 몸 속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규명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지난 2월 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림프절은 각종 면역세포가 있는 면역기관이다. 암 세포가 더 살아남기 어려운 공간이라는 의미다. 연구진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과 유방암 모델 생쥐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가 지방산을 에너지로 삼아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대사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암의 림프절 전이 정도는 암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하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지만, 암의 림프절 전이 과정과 기전은 지금까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흑색종과 유방암 모델 생쥐에 지방산 대사를 억제하는 약물을 주입하자 림프절 전이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림프절을 생존전략으로 택한 암세포가 더 이상 연료를 태울 수 없어지게 되자 전이를 진행하지 않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 발견이 추후 림프절 전이를 표적으로 삼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일반 림프절에서 흑색종 암세포가 전이되는 단계별 과정을 촬영한 사진. 지방산화 억제제를 실험군에 투여하자 대조군에 비해 암세포 림프절 전이가 감소함이 확인되었다. (사진 : IBS) “ 암을 이기는 새로운 시각 3 '뿌리부터 암 잡기' 우리의 신체는 줄기세포를 통해 성장과 재생을 반복하는데, 암 조직에도 줄기세포가 있다. 종양근원세포로도 불리는 암 줄기세포는 종양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다. 수술이나 항암치료로 암 조직을 제거하더라도, 암 줄기세포가 살아남으면 재발 확률이 높아진다. 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고, 재발을 막으려면 암 줄기세포를 제거해 암을 뿌리부터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연구진은 암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암 줄기세포만 콕 집어 빛을 밝히는 형광물질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진이 타이니어(TiNIR) 라고 명명한 이 형광물질은 암 줄기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높게 발현되는 HMOX2 라는 단백질을 표적해 생체 환경에서도 탐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 연구진은 이 형광물질이 항암 효능도 있음을 확인했다. 고농도의 타이니어를 폐암 모델 생쥐에게 이틀 간격으로 반복 주사한 결과, 종양의 생장이 억제됨을 확인한 것이다. 약물을 투여 받지 않은 생쥐의 종양 무게는 1.14g인 반면, 타이니어를 주사한 쥐의 종양 무게는 0.16g에 불과했다. ▲ 종양이 유도된 생쥐의 폐에서 타이니어가 종양근원세포를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사진 : IBS) 또 타이니어는 종양 모델 생쥐의 생존율도 크게 높였다. 암 발생 85일 이후 폐암 쥐가 생존할 확률은 거의 없지만, 고농도 타이니어를 주사한 경우 생존율이 70%까지 대폭 증가했다. 타이니어 개발은 암을 뿌리부터 치료할 수 있는 근간 기술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암 줄기세포가 다른 기관으로도 암을 전이시키는데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IBS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암의 전이 능력까지 억제할 수 있는 프로브를 찾아 나설 계획이라 밝혔다. “ 웰컴! 암 완치시대 ▲ 암은 외부에서 어떤 물질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상의 문제로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하며 시작된다. 생활습관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출처: Pixabay) 최근 흥미로운 이름의 암 치료가 등장했다. 바로 '오케스트라 면역치료'다. 여러 악기가 함께 혹은 단독으로 연주하며 아름다운 선율을 이루는 오케스트라처럼 표준치료(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일반 항암제, 표적 항암제, 면역관문억제제 등 모든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단독 혹은 병행 치료하며 암 치료 성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다. 암 전문가들은 이 오케스트라 면역치료가 암 완치시대의 개막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계의 연구현장과 의료 현장에서 암을 정복하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암이라는 병은 외부에서 침입해 들어온 것이 아니라, 건강상의 문제로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암 완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상태를 바로잡는 식사, 운동, 마음, 수면 등 생활습관의 관리가 아닐까.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 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9.10.07
  • SF영화 단골소재인 홀로그램 기술, 어디까지 왔나 SF영화 단골소재인 홀로그램 기술, 어디까지 왔나 SF영화 단골소재인 홀로그램 기술, 어디까지 왔나 공상과학영화 단골소재인 홀로그램 기술 변천사 ※ 본 칼럼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는 마블 역사상 최초로 기술 빌런이 등장한다. ‘미스테리오’는 특수효과를 토대로 스파이더맨에 대적하는 악당으로 등장한다. (출처 : 소니픽처스코리아) 거대한 몸집의 괴물의 손길을 피해 요리조리 날아다니며, 초록색 빛(?)을 뿜어대며 순식간에 공격을 펼친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초반 '미스테리오'는 아이언맨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로 그려진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그의 휘황찬란한 초능력은 모두 가짜였던 것. 미스테리오는 그저 분장과 스턴트 연기에 능한 인물로 특수효과를 바탕으로 스파이더맨에 대적한다. 특히 홀로그램 투사기를 바탕으로 3차원 영상을 허공에 투사하는 과학 기술을 통해 스파이더맨을 옥죈다. 이처럼 공상과학(SF) 영화 속에서 홀로그램 기술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영상을 띄우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영화 속 화려한 기술이 실현되기엔 아직 멀었지만, 이미 홀로그램 기술이 일상 속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지폐나 제품의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홀로그램 스티커부터 좋아하는 가수가 바로 눈앞에서 춤추는 유사 홀로그램 기술까지. 홀로그램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홀로그래피 기술의 시작 ▲ 2차원 공간에 빛의 세기만 전달하는 TV와 다르게 홀로그래피 기술은 3차원 공간에 빛의 세기와 위상 정보를 동시에 전달한다. (출처: Pixabay) 1947년 헝가리의 과학자 데니스 가보르(Dennis Gabor)는 홀로그래피(Holography)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홀로그래피는 그리스어로 전체를 뜻하는 'Holo'와 기록한다는 의미의 'Graphy'를 합친 단어로 말 그대로 '전체를 기록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조금 더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홀로그래피는 빛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두 가지 파동의 특성, 즉 세기와 위상 정보를 동시에 기록하는 기술이다. 이 홀로그래피라는 개념에서 파생된 기술이 홀로그램이다. 빛의 세기 정보만 전달하는 텔레비전이나 빔 프로젝터와 따르게 홀로그램은 3차원 공간에서도 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아날로그 형태의 초기 홀로그램 기술은 빛에 반응하는 광(光)반응 물질이 있는 홀로그램 판에 물체에서 산란된 물체광과 광원에서 나오는 기준광의 간섭 현상을 토대로 빛의 세기와 위상 정보를 저장했다. 이렇게 두 가지 정보가 저장된 홀로그램 판에 기준광을 비추면, 물체의 이미지가 3차원 공간에 형성되는 원리다. 아날로그 홀로그램은 저장된 물체 정보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이미지가 변하는 동영상 형태의 홀로그램 기술을 구현하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디지털 방식의 홀로그램 기술이다. 디지털 홀로그램은 공간광변조기(SLM)을 이용해 홀로그램 판이 아닌 CCD 카메라를 통해 저장된 물체의 세기 및 위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허공에 만들어낼 수 있다. 나노미터 픽셀이 그려내는 '메타 홀로그램' ▲ 홀로그램 기술은 가상현실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로 메타물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메타물질은 더 정교한 고해상도 영상을 만들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출처: Flickr) 최근에는 '메타물질(Metamaterials)' 이라는 새로운 광학 소자를 이용하는 기술도 구현됐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고 사람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나노 구조의 크기와 형태를 바꾸면서 빛의 세기와 위상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기술은 ‘메타홀로그램’이라고 한다. 픽셀 사이즈가 수십~수백nm에 불과한 메타 홀로그램은 매우 높은 화질의 홀로그램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를 포함한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진 역시 홀로그램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재생할 수 있는 메타표면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얻었다. 이미지 생성에 많은 부품이 필요한 기존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두께가 300nm에 불과한 초경량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는데 성공 했다. 또 레이저 등의 결맞음이 있는 빛이 아닌, 태양광과 같은 자연광 아래에서도 선명한 홀로그램 이미지를 띄울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영화 속 홀로그램 기술이 한층 더 실제로 다가온 것이다. ▲ 노준석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교수팀이 개발한 실리콘 기반 메타홀로그램의 모식도. 레이저뿐만 아니라 할로겐 전등, 휴대폰 플래쉬, 자연광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구현한다. (출처: ACS Nano) 홀로그램 기술을 통한 초고속/고해상도 현미경 기술 홀로그램 기술은 앞서 언급한 디스플레이 기술뿐만 아니라 현미경에도 접목되고 있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최원식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살아있는 물고기의 신경망까지도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 을 개발했는데, 여기에 홀로그램 기술이 사용됐다. 모든 생명체는 자라면서 뼈와 조직이 견고해지고, 복잡해진다. 이 때문에 현미경을 이용하더라도 내부를 관찰하기 어렵다. 고심도의 생체 이미지를 얻기 위해 홀로그램 현미경이 등장했지만, 기존 현미경은 빛의 파면이 샘플을 투과하면서 발생하는 파면왜곡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제어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영상 획득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즉, 살아있는 상태로 신체 내부를 관찰하긴 어려웠다는 것이다. ▲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이 개발한 초고속 홀로그램 현미경의 모습. (출처: IBS) 앞서 언급했듯이 홀로그래피 기술은 빛의 세기와 위상을 모두 기록한다. 사물의 깊이 정보 또한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IBS 연구진은 이점에 착안해 새로 개발한 초고속 홀로그램 현미경으로 생체 내부 깊숙한 곳의 이미지 정보를 정교하게 포착 했다. 빛의 세기만 관찰하는 일반 현미경이 초당 10장 정도의 이미지를 획득하던 반면, 초고속 홀로그램 현미경의 경우에는 초당 500장 정도의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형광표지 인자를 사용하지 않고 살아있는 제브라피쉬의 후뇌부에서 고해상도 뇌신경망 영상을 얻는 데 성공했다. ▲ 초고속/고해상도 홀로그램 현미경으로 제브라피시의 신경망을 관찰하는 모습(a).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홀로그램 현미경은 복잡한 구조로 인해 일어나는 파면왜곡을 보정(b)하기 때문에 얽혀있는 미세한 신경계의 섬유구조까지 실시간으로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출처: IBS) IBS 연구팀이 개발한 홀로그래피 기술을 이용한 초고속/고해상도 현미경 기술은 형광 기반의 이미징 기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살아있는 생체를 실시간으로 높은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eeing is believing' 또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동서양의 유명한 어구들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야 비로소 사물의 이치를 바로 깨달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IBS 연구팀이 개발한 초고속 홀로그램 현미경 기술은 살아있는 생명체 속에 있는 수많은 정보들을 밝히 드러내 줄 수 있는 기술로서, 생명체의 숨겨진 신비를 한 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 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9.09.02
  • 현실로 닥친 기후 재앙··· 북극빙하가 사라진다 현실로 닥친 기후 재앙··· 북극빙하가 사라진다 현실로 닥친 기후 재앙··· 북극빙하가 사라진다 "> ▲ 2004년 개봉한 SF재난영화 ‘투모로우’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뉴욕시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인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IMDb 제공) #기후학자 잭 홀 박사는 남극에서 빙하 코어를 탐사하던 조만간 지구 기후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을 감지하고 국제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남극과 북극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돼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빙하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황당한 이야기로 치부된다. 그러나 해수 온도가 13도 가까이 떨어지고 전 세계가 순식간에 얼음으로 뒤덮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한 재난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의 내용이다. TV에서 연휴가 되면 단골로 틀어주는 영화라서 안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의문을 갖는다. “ 지구온난화는 지구평균 온도가 올라가는 것인데 왜 갑자기 전 세계가 얼어붙는걸까. 뭔가 잘못된거 아냐? 라는 생각이다. ” 실제로 '기후변화 의심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겨울만 되면 지구온난화를 조롱하느라 바쁘다. 올해 1월에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전역에 엄청난 폭설과 기록적 한파가 닥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조심하고 집안에 있도록 하라. 미국 많은 지역이 엄청난 폭설과 기록적 한파에 고통받고 있다. 엄청나다. 지금 당장 구닥다리 지구온난화를 조금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라는 트윗을 날렸다. ">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미국 전역에 혹한이 찾아왔을 때 지구온난화를 조롱하는 내용의 트윗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중에서) 평소 '지구온난화는 미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음모'라거나 '연구비를 받아내려는 과학자들의 사기'라고 주장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온난화는 거짓말이라고 비꼰 것이다. 실제로 2017년 6월에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도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2018년 11월에는 13개 연방기관으로 구성된 조사팀이 기후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타격과 인적 피해 등을 경고한 기후변화 보고서까지도 '믿을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라며 묵살해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재미있는 점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과 홍수, 폭우로 시달리는 여름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기후 와 날씨 는 엄연히 다른 개념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겨울이 돼 혹한이 찾아오면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생각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는 엄연히 다른 개념인 기후(climate)와 날씨(weather)를 헷갈리기 때문이다. 이는 기후와 날씨(기상)을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날씨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공기의 상태를 말한다. 공기는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날씨는 시시각각 변할 수 밖에 없다. 반면 기후는 일정 지역이나 전지구적으로 나타나는 장기간의 대기현상을 종합한 상태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 산하 국립환경정보센터는 기후와 기상의 차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날씨는 오늘, 내일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를 알려주며 기후는 옷장에 어떤 옷을 넣어놔야 하는지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도 과학자들이 올 겨울 날씨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나타나는 장기적 차원에서 지구 전체의 기온 변화를 관찰하고 내린 결론이다. "> ▲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는 가뭄, 폭염, 혹한, 잦은 산불 등 각종 이상기후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1월 말 '2018 지구기후특성에 대한 잠정 보고서'를 내놓고 2015~2018년까지 4년 동안 지구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10월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보다 1도 가량 높아 역대 4번째로 더운 한 해로 나타났다. 특히 전 지구 평균기온이 높았던 1위부터 20위까지가 최근 22년 사이에 모두 나타났으며 1~4위까지가 2015, 2016, 2017, 2018년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북극 해빙 면적도 올해 내내 평년보다 적은 상태를 보였으며 지난 1~2월에도 상당히 적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북극 해빙 면적이 가장 클 때는 3월, 가장 적을 때는 9월인데 각각 역대 세 번째, 여섯 번째로 적은 면적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MO 페트리 탈라스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농도는 다시 기록적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현재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 온도는 3~5도까지 상승해 절망적 상황이 될 것" 이라며 "우리는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고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망설여서는 안될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 지구온도 상승 2도 이하로 막아도 북극빙하 사라져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일부에서는 '이미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비관론까지 내놓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 주도로 부산대, 연세대 대기과학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수학·통계학부, 미국 신시내티대 수리과학부가 함께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전 세계 190여 개 국가가 맺은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2도 미만으로 유지하더라도 북극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같은 결과는 수 십개의 기후 모형을 고려해 좀 더 예측 정확도가 높아진 새로운 통계기법을 개발해 내놓은 것으로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7월 9일자에 실렸다. 이번에 새로 개발된 모델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전 대비 기온이 2도 상승했을 때 '9월 북극빙하' 면적이 완전히 녹을 가능성은 28%로 예측됐다. 북극 빙하는 9월에 급격히 녹았다가 3월에 가장 커지기 때문에 9월 북극빙하 면적을 기후 변화의 척도로 본다. 현재와 같은 파리기후협약만으로는 북극빙하가 줄어드는 것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 ▲ 지구온난화로 인한 온도상승이 특정 값에 도달할 때 ‘9월 북극해빙’이 완전히 유실될 확률을 보여주고 있다. (IBS 기후물리연구단 제공) 미래 기후변화를 예측할 때는 과거 대기, 해양, 빙하 등 주요요소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방대한 양의 수식을 바탕으로 한 물리적 이해를 토대로 한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40여 개 이상의 기후 모형들이 활용되는데 이들은 서로 다르게 미래 기후를 예측하고 있다. 수학자, 통계학자, 기후학자들이 모인 연구팀은 '마르코프 연쇄 몬테카를로'(MCMC) 기법을 이용해 기존 31개 기후 모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통계기법을 만들어 냈다. 기존 통계 예측법은 다른 통계기법의 일부 수식을 공유하거나 같은 계산기법을 사용해 상호의존성을 보이지만 이번에 개발된 예측 통계기법은 기존 모형들과 전혀 의존성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통계기법에 따라 분석한 결과 산업혁명 전 대비 전지구 기온상승이 1.5도가 될 경우 북극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확률은 최소 6%, 2도 상승에 이르면 확률이 28%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 북극 지역 의 온도 상승이 가장 가파르다고? 급격한 산업화가 이뤄진 지난 1세게 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는 꾸준히 상승해 왔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한대지역으로 알려진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 북극해를 둘러싼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더 뜨거워진 것이다. 북극 지역 온난화가 급속하게 증가한 현상을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고 한다. 북극 증폭이란 개념은 오래 전에 나왔지만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상태였다. 북극 증폭 개념이 제시된 초창기인 1970년대에는 북극 지역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역적 메커니즘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 지난 67년간 연평균 지표온도 상승 추세. 시베리아, 캐나다, 알래스카 등 북극해 주변 지역의 온난화가 유독 강하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IBS 기후물리 연구단 제공)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같은 온실가스가 대기 중 열을 가둬 지표면의 온도 상승을 유발시키는데 이것은 북극지역에서 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눈과 빙하는 햇빛을 반사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온도 상승으로 사라질 경우 햇빛이 그대로 토양과 해수표면에 도달해 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극지방은 지표면 대기와 상층부 대기 사이에 열에너지 교환이 적어 냉각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극증폭을 유발시킨다는 것인데 특히 표면반사율 하락이 그 핵심이다. 2000년 들어서면서 온실가스가 열대와 중위도 지역 온도를 상승시키고 멕시코 만류와 북대서양 해류가 따뜻한 바닷물을 북극해까지 운반해 북극 근처 해빙을 녹인다는 '원거리 메커니즘'이 제시됐다. 지난해 11월 말 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미국, 호주, 중국 등 국제 공동연구진과 함께 북극 증폭 현상의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북극 증폭 현상이 북극의 지역적 특성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기후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해 주목받았다. ▲ IBS 기후물리연구단은 지역적 요인이 북극 증폭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림은 북극 증폭의 지역적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개념도 (IBS 기후물리연구단 제공) 연구팀은 표면 반사율 감소, 대기 순환, 열대 및 중위도 지역의 온난화, 해류 변화 등 북극권 온난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인을 변수로 해 1951~2017년에 걸친 장기간의 기후 변화를 모의실험했다. 분석 결과 북극 지역 내부 요인만 적용한 경우에도 북극해 지역의 온난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실제 기후상황과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원거리 메커니즘은 북극 증폭에 있어서 제한적 역할만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북극 증폭은 북극 주변 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기후와 온난화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 실제로 북극 지역 바깥쪽의 지구 온난화 현상은 해양의 온도를 증가시켜 따뜻해진 열을 지구 곳곳으로 보내고 이로 인한 북극 지역 빙하의 감소는 지구 전체 해수면 상승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이 때문에 기후학자들은 이 연구가 극지방 빙하와 생태계가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구온난화 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 ▲ 북극빙하가 녹아 내려 더 이상 살 곳이 없어진 북극곰의 모습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픽사베이 제공) 지구온난화는 이처럼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제48차 총회를 열고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지 않을 경우 바닷속 산호의 99%가 사라지고 상당수의 생물들이 절반 이상 사라질 수 있다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4개장 33쪽으로 구성된 이번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도 온난화가 현실화될 경우 전 세계 산호의 99%가 소멸할 뿐만 아니라 10만 5000종의 생물의 상당수가 멸종될 가능성이 커진다. 생물종의 절반 이상 사라지는 절반 멸종률의 경우 2도 상승의 경우 곤충의 18%, 식물 16%, 척추동물 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5도 상승의 경우는 이보다 절반이나 3분의 1 수준인 곤충 6%, 식물 8%, 척추동물 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바닷속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해양 산성화로 인해 어업 및 양식업의 생산량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 2도는 1.5도와 비교해 도시 열섬을 비롯해 여름철 폭염 가능성을 높이고 말라리아, 뎅기열 등 감염성 질병의 확산지역이 넓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북극과 남극의 빙상은 물론 고산지대의 영구동토층도 녹아내려 지구온난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1.5도 지구온난화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과 비교해 최소 45% 줄여야 하며 2050년까지는 '순 제로'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 순 제로 배출이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이다. ▲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 전체가 건조해지면서 수시로 모래폭풍이 불어 사람들이 이 때문에 고통받는 모습이 등장한다. (IMDb 제공)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가져올 미래는 예측불가하다. 영화 '투모로우'에서처럼 전 세계가 얼음으로 뒤덮이게 될지, 아니면 '인터스텔라'에서 나온 것처럼 전 세계가 사막화돼 모래바람에 시달리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명확한 것은 인간이 가속화시키고 있는 지구온난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진행될 경우 인류는 물론 생물의 대멸종을 불러일으키고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처럼 불모의 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기후변화 문제를 정부나 과학자에게 맡겨두거나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없다. 각자 개개인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 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9.07.26
  • 기초과학과 인공지능, 그 상생의 역사를 찾아서 기초과학과 인공지능, 그 상생의 역사를 찾아서 기초과학과 인공지능, 그 상생의 역사를 찾아서 “ 구글 딥마인드, 협력 가능한 새 인공지능 개발 기초과학과 인공지능, 그 상생의 역사를 찾아서 ” 알파고를 만들었던 구글 딥마인드가 또 한건 했습니다. 2016년 인간 최고수보다 바둑을 더 잘 두는 알파고를 세상에 내놓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이번엔 여럿이 함께 하는 게임에서도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새로 개발된 인공지능은 바둑처럼 전체 정보를 이용하는 게임이 아니라, 제한된 정보만 주어지는 1인칭 게임 '퀘이크 3 아레나'로 사람과 대결을 펼쳤습니다. 이 게임은 두 플레이어가 팀을 이뤄 상대 진영의 깃발을 뺏는 방식인데요. 인공지능은 45만 판의 게임을 하면서 스스로 게임방식을 배우고, 고도의 전략을 수립해 인간 플레이어보다 우수한 역량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이 제한된 정보만으로도 스스로 게임의 이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위력을 새삼 확인시켜준 것이지요. ▲ ‘퀘이크 3 아레나’는 두 팀이 5분 동안 격돌해 상대 팀보다 더 많은 깃발을 보유해야 승리한다. 구글 딥마인드는 경기마다 맵의 외형을 바꿔가며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AI는 ‘자신의 거점 방어’나 ‘팀을 꾸려다니기’ 등의 전략을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출처 : Science) 알파고의 대국이 한창이던 2016년을 돌이켜보면, 사람들은 한낱 컴퓨터 프로그램에 패했다는 자괴감과 함께 기계에 지배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지요. 언론에서 소개되는 인공지능을 보면 기술적으로 대단한 것도 있지만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이미 실현된 것도 있지만 일부는 앞으로 될 수도 있는 것과 전혀 불가능한 것이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실체 없는 사기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인류문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필살기라고도 합니다. 무엇이 사실일까요? 당신의 '첫 인공지능'은 무엇이었나요? 그 해답을 얻기 위해 먼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은 어디에서 처음 인공지능을 접하셨나요? 아마 공상과학영화일 겁니다. 인간처럼 감정을 갖고 경험을 통해 지식을 축적하는 인간형 로봇에서부터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두뇌를 복제하여 자의식까지 갖는 인공지능이 가능해졌다고 할 때 만들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런데 인공지능 분야의 선구자인 존 매카시의 말을 빌리자면 어떤 인공지능 시스템도 일단 성공하고 나면 그 누구도 더 이상 인공지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험 답안지를 자동으로 채점하는 시스템도 훌륭한 인공지능이지만, 막상 성공해서 점수뿐만이 아니라 문항별 정답자의 분포와 난이도를 자동으로 제시해주기까지 해도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 현실을 보면 납득이 됩니다. ▲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가졌지만, 총에 맞아도 끄떡없는 사이보그 로봇 ‘터미네이터’는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한 대표적인 인공지능이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인공지능에 대한 정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그 이유는 지능 자체가 딱히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인데요. 원론적으로 정의하자면 "인간 지능의 본질을 규명하고 이를 인공적으로 재현하려는 기술"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기술은 수없이 많이 시도되었지만 방법의 합리성 보다는 그 결과를 접하는 인간이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따라서 평가 되어 왔습니다. 이렇게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가지며 심지어 자의식이 있는 것처럼 판단된다면 그때 사용된 기술은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고, 인간의 사고나 창의력까지는 아니지만 특정 문제를 인간처럼 해결한다면 그때 사용한 기술은 약한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지능이 있는지 어떻게 판별하나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어떤 때는 매우 논리적이어서 지능이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떤 때는 도대체 제 정신인가 의심이 되는 경우도 있지요. 결국 인간도 상대방이 지능이 있는지는 외부에서 보이는 행태로 판별하는 것이지, 그 사람이 실제 지능이 있는지는 모른다는 철학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기반하여 인공지능 시스템이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는 것을 '튜링 테스트'라고 합니다. ▲ 알렌 튜링(왼쪽 사진)이 고안한 튜링 테스트(오른쪽 사진)는 두 명의 사람과 한 대의 인공지능 컴퓨터가 필요하다. 심판역할을 맡은 한 사람은 오직 컴퓨터 채팅으로만 대화를 해야 하며 어느 쪽이 사람이고, 인공지능인지 맞춰야 한다. (출처: 위키백과) 문제해결에 필요한 지식을 구축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이란 용어가 만들어진 이후로 먼저 시도된 것은 지식기반 방법 입니다. 인식, 추론, 학습과 같은 지적 기능을 모방하기 위해선 이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해당 영역의 지식을 기호로 표현하여 저장하고, 이를 논리적인 규칙에 입각해서 처리하며 적절히 변경하는 학습을 통해서 문제를 지능적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IBM의 왓슨이 대표적입니다. 왓슨은 2011년 미국의 퀴즈쇼인 제퍼디(Jeopardy!)에 출연해서 역대 최다 상금수상자와 최장수 우승자를 이긴 인공지능 프로그램입니다. 왓슨은 퀴즈문제를 풀기 위해 위키피디아, 브리태니카는 물론이고, TV나 신문사 사이트의 모든 정보, 유명인들의 블로그 등 다양한 정보를 의미망이라는 형식으로 저장했습니다. 이후 문제가 나오면 왓슨은 문제에 잘 부합되는 정답의 후보를 1000개정도 골라내고 문제의 단서들을 이용해서 단계적으로 후보를 좁혀나간 후 최종적으로 정답을 골라내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 미국 인기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 출연한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7만7140달러(약 9000만 원)의 상금을 획득하며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출처 : AMERICA’s FAVORITE QUIZ SHOW JEOPARDY! 영상 캡처) 왓슨은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슈퍼컴퓨팅 기술은 물론이고 방법의 효율성을 높이는 최적화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또한, 게임은 상대성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의 점수에 따라서 모험을 걸기도 하고 다소 보수적으로 게임을 하는 등 인간이 게임에서 하는 의사결정과정을 모방하여 프로그램을 개선했습니다. 이를 통해 실제 퀴즈대회에서 인간 챔피언들을 누르고 우승한 것이지요. 인간이 퀴즈를 풀 때 수행하는 출제의도 파악이나 경험적인 유추대신에, 체계적으로 정리된 지식을 효율적으로 검색하고 관련 지식을 활용하여 검색과정을 최적화하는 방법으로 인간의 방식을 뛰어 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데이터로부터 자동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반면에 데이터기반 방법론 은 최근에 기계학습이나 데이터마이닝이란 이름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해당 문제의 사례를 데이터로 제공하고 이로부터 귀납적으로 지식을 추출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입니다. 데이터로부터 귀납적으로 모형을 구축하는 것은 전통적인 통계나 확률로 오래 전부터 시도하던 방식이기 때문에 기계학습의 많은 방법들이 이에 기초한 것이 많은데, 통계적인 가정이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하여 신경망과 같은 다소 융통성 있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보통 학습이라고 하면 스스로 깨우치는 걸 상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공지능에서의 기계학습은 그렇게 두루뭉술하지 않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데이터를 분류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함수의 모양을 정하고, 이 함수의 모수를 데이터로부터 추정하는 걸 학습이라고 합니다. x와 y의 값으로 이루어진 데이터로부터 y = f(x)를 만족시키는 f를 찾는 것입니다. ▲ 2016년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국을 펼쳤던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는 다섯 번의 대국 가운데 네 번을 승리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출처: 한국기원) 기계학습을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알파고가 있습니다. 알파고는 바둑에서 다음 수를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결정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입니다. 구글이 알파고를 만든 이유는 바둑을 세상에서 가장 잘 두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일까요? 구글이 하고 싶은 것은 바둑을 두는 과정과 유사한 의학적 치료나 기후예측, 금융투자 등에서 인간 최고수의 직관을 뛰어넘는 기술을 적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확실히 방대한 양의 수치 데이터로부터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문제에는 유용한 기술이 될 것입니다. 의외의 '꿀 케미' 보이는 인공지능과 기초과학 인공지능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요물이 아니라 논리적인 수학과 물리에 근거를 둔 문제해결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기초과학의 결과물이 그 바탕이 됩니다. 예를 들어 딥러닝의 근간이 되는 신경망은 인간의 뇌 신경망 회로를 모방한 것입니다. 인간의 신경세포는 시냅스를 통해 일정 수준을 넘는 전기 자극을 신호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인공 신경망은 이와 같은 인간 뇌의 신경세포가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과 시냅스의 가소성에 입각해서 만든 인공지능 기술인데, 응용수학, 통계학을 비롯해 신경과학 등의 기초과학 연구가 바탕이 됩니다. 기초과학의 발전을 통해 좀 더 효율적인 고성능 인공지능 시스템이 가능할 것 입니다. 또한 그 반대의 역할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기초과학에서 기존의 방법으로 잘 풀리지 않는 문제나, 단순한 방법으로는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를 인공지능의 힘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국내 유일 기초과학 전담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에서도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 기초과학 연구가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고, 인공지능이 기초과학 분야의 난제를 해결해주는 식으로 기초과학과 인공지능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발전해 나가고 있다. IBS 속 인공지능 연구 셋 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이 진행 중인 '솔리톤' 연구는 인공지능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기초연구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솔리톤이란 원자도선의 양단이 서로 다른 위상 상태일 때 그 사이의 경계를 말하는데 위상학적 특성 때문에 외부의 간섭에도 방해받지 않는 안정적인 구조를 갖습니다.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은 1차원 인듐 원자도선에서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솔리톤을 발견했습니다. 세 종류의 카이럴 솔리톤과 솔리톤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함께 조합함으로써 이들 간의 전환을 4진수 연산으로 구현했는데, 이를 활용하여 소자와 컴퓨터를 구현하면 이진법에 기반한 현재의 컴퓨터보다 월등히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뉴로모픽 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솔리톤. 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은 솔리톤 기반의 4진수 연산소자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2진법 기반 기존 정보처리장치에 비해 월등히 많은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출처: IBS) 앞선 연구단이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기반을 닦는 연구를 진행했다면, 실제 연구과정에서 인공지능을 개발한 사례도 있습니다. 바로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이 개발한 인공지능 '케마티카(Chematica)' 입니다. 케마티카는 화학물질을 스스로 합성하고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는 인공지능입니다. 화학계에서 알려진 합성법과 화학 반응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총망라하여 학습한 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계산을 수행하는데요. 케마티카는 기존 알려진 화학물질들을 합성하는 최적의 합성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유용한 합성물을 제조하기도 합니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는 이 연구로 미국 포어사이트 연구소에서 수여하는 파인먼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화학물질 합성 인공지능 ‘케마티카’를 개발한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 (출처: IBS) 한편,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는 데도 인공지능이 쓰입니다. 바로 우주의 약 26.8%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물질(Dark Matter)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서죠. 매 순간 우주는 지구에 수없이 많은 우주선(cosmic ray)을 보냅니다. 연구진이 암흑물질의 후보로 지목한 윔프(WIMP) 입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이 수없이 많은 우주선의 신호 중 '진짜 윔프의 신호' 만을 골라내는 작업 이 필요합니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 은 이 과정에 인공지능을 활용했습니다. 아직까지 존재를 드러낸 적 없는 윔프의 신호를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다른 우주선들의 신호를 배제하도록 학습시킨 것이지요. 이를 이용해 연구진은 데이터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습니다. 맺는 말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단언하건데 현재까지 그 어떤 기술도 인간처럼 자의식을 갖는 인공지능 개발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지식기반 방법으로는 자의식에 도달할 만큼 충분한 지식을 만들기 어렵고, 데이터기반 방법도 이미 짜여진 틀 안에서 최적의 매개변수를 찾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일단 인간 지능에 도달하거나 뛰어넘는 걸 만들고 나면, 그 이후에는 폭발적으로 발전하여 자의식을 갖는 것처럼 보이는 인공지능까지 완성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기초과학 연구들이 험난한 그 길을 평탄케 하는 단서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 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9.06.28
  • 궁극의 치매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궁극의 치매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궁극의 치매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 치매 치료제 개발의 험난한 여정 “ 영화, 드라마 단골 소재가 된 치매 ※ 본 칼럼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최근 들어 치매는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왕왕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치매 환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리라. (출처: 쇼박스, JTBC)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큰 호평을 받았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기억하는가. 주인공역을 맡았던 설경구의 모습에 관객들은 연쇄살인에 대한 잔인함 보다 치매가 만들어낸 삶의 변화에 더 큰 두려움을 표했다. 오늘날 전체 치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와 같은 이상 단백질들이 뇌 속에 쌓이면서 서서히 뇌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을 처음 발견한 독일의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병리학자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ysius Alzheimer)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치매에 대한 인식에 새로운 변화를 준 작품도 있다. 역대급 반전을 선보이며 올해 초 종영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 치매환자인 김혜자 본인의 관점에서 얘기를 풀어나가며 시청자로 하여금 치매의 간접체험을 갖도록 한, 치매가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온 일부임을 느끼게 한 드라마로 기억한다. "마음은 그대론데 몸만 늙는 거야."라는 김혜자의 대사에 담긴 미묘한 깊은 울림이 아직도 선명하게 다가온다. 국내 치매 유병률은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중 10.2%로 약 75만 명에 달한다. 간단히 말하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5년 후인 2024년이면 대한민국은 치매환자 100만 명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추산된다.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전 세계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치매 인구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건 당연지사. 그렇다면, 치매 치료제 개발은 어디까지 와있는 걸까? “ 임상실패율 99.6%, 글로벌 제약회사의 잇따른 치매 치료제 중단 99.6%.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의 임상 실패율 수치다. 1998~2014년 사이에 후보물질 244개를 두고 진행된 413개의 임상시험 중 FDA 품목 허가로 이어진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하다. 항암제 60%, 심혈간질환 45% 등에 비해 치매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 CNN에 방영된 바이오젠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 임상 중단 소식 (출처 : CNN) 올해 3월 전 세계 제약업계에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준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의 다국적 생명과학기업 바이오젠이 일본 에자이와 공동 개발해온 유력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Aducanumab)'의 임상 3상 시험을 중단 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베타'라는 뇌 속 노폐물을 표적으로 하던 가장 유력한 신약후보였고,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의약품 패스트트랙(신속심사)에 선정될 정도로 큰 기대를 받던 신약후보였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2013년 화이자의 포네주맙, 2016년 릴리의 솔라네주맙, 2019년 로슈의 크레네주맙의 임상 실패에 이어, 아두카누맙까지 임상 시험이 중단되자 그간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아밀로이드베타'를 타깃한 치매 치료제 개발 방향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될 정도이다. “ 치매 유력 원인은? 흔들리는 베타아밀로이드 가설 치매치료제 개발을 위한 여정이 잇따른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질병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니, 해결점도 어려운 것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유전적 특징이나 임상경과가 천차만별인 것도 난항을 겪게 만드는 장애물이다. 20년이 넘도록 치매를 유발하는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 것은 '베타아밀로이드' 가설 (뇌 속 플라크가 축적돼 치매가 발병한다는 가설)이다. 뇌 속 타우 단백질도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이 역시 베타아밀로이드 축적과 관련이 있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돼 생기는 플라크가 타우 단백질 인산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베타아밀로이드는 방송에도 하도 자주 등장해서 이제는 일반인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용어가 됐다. ▲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뇌의 아밀로이드 플라크(노란색)가 축적된 모습. (출처: Nature) 사실 정상인의 뇌에도 베타아밀로이드는 소량 만들어진다. 빠르게 분해돼 쌓이지 않을 뿐이다. 반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는 베타아밀로이드가 분해되지 않고 쌓여 엉켜진 이른바 '플라크'가 생긴다. 뇌세포 주변에 이상 물질이 쌓이면서 뇌의 주요 기능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번 발병한 알츠하이머 치매는 현재 의학기술로는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만 가능할 뿐, 완치는 불가능하다.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인데, 베타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의 주요 척도, 즉 바이오마커로도 사용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치매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연구가 신경세포를 죽이고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베타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진행돼 왔는데, 현재 이에 대한 임상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안개 속으로 들어가 버린 상황이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아두카누맙이 치매 치료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지만, 이제는 지난 20년 동안 지속되어온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에 어두운 그림자가 지워진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뇌 속 청소부' 추적해 치매 치료 길 연다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에 따른 치매 치료제 연구가 잇따른 실패를 거듭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치매 연구 접근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그동안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세포 사이에 축적되는 것을 막는 것이 주된 치매 치료제의 기전연구 방향이었다면, 앞으로는 축적이 아니라 배출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이다. 뇌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림프관의 존재가 불과 몇 년 전 밝혀지면서 베타아밀로이드를 뇌 속 림프관을 통해 배출시켜 축적을 만드는 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생겨나고 있다. ▲ 가장 슬픈 병이라는 치매. 하지만 아직 치료제는 물론 근본적인 발병 원인조차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출처: Pixabay) 결국,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시키는 기본 기전은 뇌 속에 노폐물이 비정상으로 쌓이는 것이다. 베타아밀로이드와 같은 단백질이 뭉치지 않든지, 밖으로 배출이 되든지 간에 뇌에 축적되어 이상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뇌가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그런데, 뇌에는 침투한 병원체나 뇌세포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청소부'가 있다. 바로 뇌세포 중 12%를 차지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 미세아교세포가 뇌질환 발병 및 진행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건 비교적 최근이다. 미세아교세포는 '시냅스 가지치기'를 통해 사용하지 않는 시냅스를 없애는데, 오작동으로 인해 정상적인 시냅스까지 과도하게 없애게 되면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이어진다. 뇌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궁극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미세아교세포를 추적‧관찰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해당 세포가 어디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다. 최근 국내 연구진으로부터 의미 있는 성과가 전해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장영태 부연구단장 팀이 미세아교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물질 'CDr20'을 개발하고, 살아있는 동물의 뇌에서 미세아교세포의 활동을 실시간 추적 관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동물에게서 미세아교세포를 관찰하는 유일한 방법은 형질전환생쥐를 활용하는 것뿐이었다. 이는 오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한 것은 물론 임상 연구에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형질전환 없이 간단하게 미세아교세포를 표지할 수 있는 형광물질을 찾아냈다. 연구결과는 지난 4월 화학분야 권위지인 독일응용화학회지 온라인 판에 실렸다. ▲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 생쥐의 뇌 속 미세아교세포를 개발한 CDR20 형광물질로 염색해 관찰한 모습. (출처: IBS) “ IBS-KIST 공동연구팀, 기존 치매치료제 한계 극복하는 새로운 후보 약물 개발도 기존 치매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약물 개발 성과도 나왔다. 알츠하이머 치매환자 뇌에서 과생성되는 가바(GABA)의 양을 줄일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한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이창준 단장은 KIST 치매DTC 융합연구단 박기덕 책임연구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알츠하이며 치매환자에서 발견되는 GABA(포유류의 중추신경계에 생기는 억제성 신호전달물질) 교세포에 초점을 두고, 장기간 투여해도 지속적인 인지개선 효과를 보이는 후보약물을 개발했다. 반응성 성상교세포에서 GABA가 과생성 되면 기억력 저하나 인지 장애를 유발하기 때문에, 기존의 약물들은 가바의 양을 줄여 인지기능을 개선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문제는 기존의 치매약물의 경우 장기간 투여 시 마치 '내성'처럼 생체 내 대체기전이 생긴다는데 있었다. 공동 연구진은 생체 내 주요 역할을 담당하던 기전이 억제되어 기능을 상실하면, 이를 대신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상기전이 작동하기 때문에 가바의 양이 다시 증가하고 인지 장애가 생긴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에 실린 이번 연구는 기존의 치매치료제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물질을 발견 한데 이어 약물 개발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치매치료 후보물질은 기존 치료제와 달리 장기간 투여에도 지속적인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처: IBS) “ WHO 권장 치매예방 가이드가 시사하는 점 궁극의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여정은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반면, 치매는 이미 우리의 현실 속에 다가와 있다. 그런 면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치매 예방 가이드라인'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WHO 차원에서 치매 예방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건 처음이다. ▲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웃으면 복이온다는 말이다. (출처: Pixabay) WHO가 제시한 치매 예방 가이드라인의 4가지 방법은 지극히 일반적이다. 운동, 건강한 식사, 올바른 생활습관 그리고 마지막은 건강관리이다. 그만큼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의 중요성이 치매 예방의 핵심 이라는 얘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WHO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도 치매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고령자가 겪고 있는 우울증은 치매를 유발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원활한 대인관계를 통해 우울증을 예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치매환자 100만 명 시대를 맞이할 우리의 평소 생활습관과 삶의 태도는 어떠한가. WHO에서는 '웰빙 상태란 삶에서의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삶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상태' 로 정의하고 있다. '치료는 의사가 하지만, 예방 관리는 스스로의 몫이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 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9.05.30
  • 가장 똑똑한 컴퓨터는 무슨 일을 할까 가장 똑똑한 컴퓨터는 무슨 일을 할까 가장 똑똑한 컴퓨터는 무슨 일을 할까 IBS 슈퍼컴퓨터 '알레프'야~ ​ 지구를 부탁해! 일반 자동차보다 더 빠르고 잘 달리는 차를 스포츠카라고 부릅니다. 엔진 출력이 좋고, 저항이 적도록 역학적으로 외형을 설계합니다. 스포츠카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초고스펙 스포츠카는 '슈퍼카'로 분류됩니다. 짐승이 그르렁거리는 것 같은 엔진 소리와 100m 밖에서도 특별한 외관은 '슈퍼'라는 별칭이 붙는 이유를 짐작케 합니다. 그렇죠, '슈퍼'는 말 그대로 탈 일반급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 2019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 전시된 페라리 F8 트리뷰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속력을 올리는 데 고작 2.9초 밖에 걸리지 않는 슈퍼카. (출처: Alexander Migl, 위키미디어 커먼스) “ 첫 번째이면서 동시에 무한을 뜻하는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 자동차에게 슈퍼카가 있다면 사람에게는 슈퍼맨(요즘 대세는 아이언맨인듯하지만!)이 있고, 컴퓨터에게는 '슈퍼컴퓨터'가 있습니다. '슈퍼'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어마어마어마어마하게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말합니다. 네, 오늘은 슈퍼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4월 25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 본원에서 'IBS 슈퍼컴퓨터 개통식'이 열렸습니다.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정식으로 소개하고 활용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알레프(ALEPH)는 히브리어의 첫 글자로, 알파벳에서는 A, 숫자는 1을 의미합니다. 수학에서는 '무한∞'을 의미하고요. IBS의 첫 번째 슈퍼컴퓨터이자 알레프를 이용해 계산한 수치 정보를 이용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과학적 이론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담아 이런 이름을 붙였습니다. 알레프는 IBS 기후물리 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을 시작으로 이론물리, 계산 과학등 기초과학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데 본격적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합니다. ▲ IBS 본원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알레프(ALEPH). (출처 : IBS)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플롭스(Flops, 1초에 실행할 수 있는 연산 명령수, 연산속도)라는 단위를 이용해 표현합니다. 다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그냥 플롭스를 쓰지는 않습니다. 미터의 1000배인 킬로미터가 있고, 또 그 1000배인 메가미터(길이 단위에서는 이쯤 되면 천문학 단위라 광년이나 파섹과 같은 특수 단위를 쓰긴 합니다)가 있는 것처럼 플롭스도 1000배 단위로 킬로(10 3 ), 메가(10 6 ), 기가(10 9 ), 테라(10 12 ), 페타(10 15 ) 순으로 단위가 존재합니다. 슈퍼컴퓨터는 10 15 플롭스인 페타플롭스(PF)를 단위로 사용합니다. 1초에 1000조 연산이 가능하단 뜻입니다. 알레프의 연산속도는 1.4377 PF입니다. 이렇게 숫자로 보면 감이 잘 안 오실 텐데요. 76억 지구인 전체가 손에 계산기를 들고 각각 19만 건을 계산하는 양입니다. 단 1초 만에 말이지요. 혼자서 한다면, 1초에 1번 계산을 한다고 쳐도 4558만 9167년이 걸립니다. 참고로 인류도 아니고 포유류가 본격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한 것은 약 1000만~1500만 년 전입니다. 애초에 '슈퍼'라는 명칭이 붙은 컴퓨터의 연산 속도를 사람과 비교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합니다. “ 동시대 컴퓨터 중 최고 성능을 가진 컴퓨터가 '슈퍼컴퓨터'​ 현대에서야 무엇이든 해주는 만능 기계가 됐지만 컴퓨터는 본래 계산을 대신하는 용도로 개발됐습니다. '계산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computare'에서 유래됐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컴퓨터(=계산을 도와주는 도구)의 역사를 찾아보면 기원전부터 사용해왔던 주판이라거나, 17세기에 만들어진 파스칼 계산기 등 재미있고 신기한 다양한 발명품이 등장합니다. 찾아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우리는 '슈퍼'를 이야기하고 싶은 만큼 자잘한 발명품은 다 건너뛰고 본격적으로 컴퓨터의 시대를 시작한 발명품이 등장한 1940년대로 가보겠습니다. ▲ 최초의 컴퓨터(?) 주판. (출처: Dave Fischer, 위키미디어 커먼스)/p> 1939년 세계 최초 전자식 컴퓨터 'ABC(아타나소프 베리 컴퓨터, Atanasoff-Berry Computer)'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전자식 컴퓨터가 등장합니다. 1944년에는 영국에서 '콜로서스(Colossus)'라는 컴퓨터가 개발돼 세계 2차 대전 중 암호를 해독하는 작업에 쓰였습니다. 바야흐로 대 컴퓨터 시대의 서막이 열린 거지요. ▲ 1940~50년대의 얼리어댑터의 필수품(?), 에니악. 무게만 30톤 급의 크고 아름다운 본체를 가졌다. (출처: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스) 이 시대의 컴퓨터 기술의 정점은 1946년에 나타납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의 존 에커트와 존 모클리가 포탄의 탄도를 계산하기 위한 컴퓨터를 개발했습니다. 이름은 에니악(ENIAC, 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 연산속도는 약 5kF(킬로플롭스, 1초에 연산명령을 1000회 수행)으로 당시 사용하던 다른 컴퓨터보다 약 1000배 정도 성능이 좋았습니다. 1944년은 세계2차대전의 막바지였는데, 전쟁 중에는 탄도를 계산하고, 그 뒤에는 1955년까지 수학이나 우주선, 날씨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됐습니다. 진짜로 '슈퍼컴퓨터'라고 불릴만한 컴퓨터는 1964년, 미국의 CDC사가 내놓은 'CDC 6600'입니다. 세이모어 크레이가 설계한 컴퓨터로 1MF(메가플롭스, 1초에 연산명령 100만 회 수행)급 연산속도를 가졌습니다. 이후 세이모어 크레이는 CDC를 떠나 크레이 리서치(Cray research) 사를 설립합니다. 크레이 리서치는 현재에도 슈퍼컴퓨터 제작사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IBS의 알레프 역시 크레이 리서치의 제품을 이용했습니다. 사실 슈퍼컴퓨터라고 불리는 과거 컴퓨터의 성능은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터들과 비교를 하면 지극히 하찮습니다. 에니악의 kF급이나 CDC 6000의 MF급 연산 속도는 감히 비교할 것이 못됩니다. 예를 들면 1988년에 등장한 슈퍼컴퓨터 Cray Y-MP는 1GF(기가플롭스, 1초에 연산 명령을 10억 회 수행)로 연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오늘날 우리가 쓰는 가정용 컴퓨터는 스펙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0기가플롭스(GF, 1초에 연산명령을 10억 회 수행)나 테라플롭스(TF, 1초에 연산명령을 1조 회 수행) 급입니다. 네, 당시의 최고의 컴퓨터라도 시간이 지나 더 좋은 것이 나오면 슈퍼컴퓨터라는 이름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 세계 Top 500대가 진짜 '슈퍼컴퓨터'​ 컴퓨터의 발전 속도는 어마무시하게 빠릅니다. 20세기 중반에야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바뀌는 등 전자 기술의 기반이 닦이기 전이었지만 CPU를 여러 대 사용하는 방식으로 슈퍼 컴퓨터의 성능을 기하급수적으로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전기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다른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2000년대에는 거의 2~3년 마다 '세계에서 가장 계산을 빨리하는 슈퍼컴퓨터'의 이름이 바뀌는 중입니다. 2011년에는 일본의 '게이(京)'가, 2012년에는 미국의 세쿼이어(Sequoia)로, 같은 해 하반기에는 미국의 타이탄(Titan)이…. 뒤를 이어 중국의 톈허-2(天河-2), 선웨이 타이후라이트(神威太湖之光) 미국의 서밋 순으로 슈퍼컴퓨터 세계 1위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 2011년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과 후지쯔가 개발한 슈퍼컴퓨터 '게이(京)'. 세계 최초로 10PF의 벽을 넘었다. (출처: Toshihiro Matsui, 위키미디어 커먼스)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컴퓨터의 연산능력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인 린팩 벤치마크를 이용해 측정합니다. 측정 결과는 TOP500 홈페이지( https://www.top500.org )를 통해 공개가 됩니다. 그리고 보통 500위 랭킹에 드는 컴퓨터를 '슈퍼컴퓨터'라고 지칭하곤 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더 성능이 좋은 컴퓨터가 나오면 더 이상 슈퍼컴퓨터라고 부르기 어려워지는 것을 반영하는 셈입니다. 매년 6월과 11월에 새로운 랭킹이 공개가 되는데요, 현재 올라와 있는 랭킹은 2018년 11월 버전입니다. 여전히 미국의 서밋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시에라(미국),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중국), 텐허-2A(중국), 순으로 이어집니다. 서밋은 지난해 6월 1위에 랭크됐는데, 이 기록이 언제 바뀔지가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 자료 출처: TOP500.org, 단위: 페타플롭스, PF 10위권 순위만 보면 미국이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전체 랭킹을 보면 막상 그렇지도 않습니다. 슈퍼컴퓨터 500대 중 가장 많은 기기를 갖고 있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절반에 가까운 227대가 중국에 있습니다. 한 때 슈퍼컴퓨터를 가장 많이 갖고 있던 나라인 미국은 2016년 이후 중국에게 추월당했습니다. ▲ 자료 출처: TOP500.org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2018년 11월 500위 랭킹 안에 슈퍼컴퓨터 6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장 성능이 뛰어난 것은 13위에 랭크된 누리온으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팅센터에 설치된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입니다. 82, 83위에 나란히 랭크된 누리와 미리는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에 설치된 국가슈퍼컴퓨터 4호기고요. 334, 335위에는 민간기업이 보유한 슈퍼컴퓨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IBS의 알레프는 445위 성능입니다. ▲ 에너지와 첨단 소재를 연구할 목적으로 개발한 미국의 슈퍼컴퓨터 서밋(Summit). 이론적으로 연산속도는 무려 187PF에 달한다. 현재 약 143PF의 성능을 내고 있으며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을 끌어 올리고 있다. (출처: Carlos Jones, 위키미디어 커먼스) “ 인간이 계산하기 불가능한 자료, 슈퍼컴퓨터로 해결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20년 전 일기예보와 지금의 일기예보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강원도 홍천군과 춘천군의 날씨를 별도로 예보하면서 동시에 시간대 별 날씨를 알려줍니다. 이런 예보가 가능한 것은 오랫동안 쌓여온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경향성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한 문장으로 설명했지만 이 안에 담긴 의미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지역, 분 단위로 온도와 습도, 기압, 풍향, 풍속, 강수량 등 각종 기상 요소를 측정한 자료를 수십 년 동안 누적해 쌓은 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맞는 수치 예보 모델을 만들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당장 피부에 와 닿는 예시로 날씨를 들었지만 이런 계산이 필요한 분야는 날씨만이 아닙니다. 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이용해 날씨보다 더 큰 영역인 기후 변화 연구를 진행합니다. 지구 전체를 영역으로 삼아 복합지구시스템모델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과거와 현재, 미래의 기후 변화를 연구할 예정입니다. 이 연구를 토대로 엘리뇨나 몬순 같은 전지구적인 기후 변화의 비밀을 풀고 대륙 빙하 감소나 해수면 상승같은 기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나올 지도 모릅니다. 기후뿐만 아닙니다. 현대 물리학의 핵심 난제를 해결하려는 지하실험 연구단이나 순수물리 이론 연구단도 알레프를 통해 기존 장비로는 불가능했던 연구를 함으로써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동안 풀지 못했던 암호를 풀 수도 있고, 세포 실험 시뮬레이션 같은 생물학 성과를 얻어낼 지도 모릅니다. 1988년 우리나라는 처음 슈퍼컴퓨터 1호기를 도입해 일기예보와 3차원 한반도 지도 제작, 자동차나 항공기 부품 설계, 원자력 발전소 안전성 분석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했습니다. 그 뒤로 차례로 도입한 다른 슈퍼컴퓨터들은 여러 연구자들에게 도움을 준 뒤 일부는 제 역할을 마친 뒤 퇴역을 하고 일부는 여전히 현역으로서 과학자들의 보조 두뇌로 활동하는 중입니다. 이제 막 가동을 시작하는 알레프의 향후 응용 분야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To watch the movie, click the link.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 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9.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