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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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를 움직이는 사람들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 연구자 4인방의 두 마리 토끼잡이 도전기

"세계 최고의 중이온 가속기 구축과 기술자립"

초전도선형가속기팀은 하던 일, 지내던 지역, 합류한 이유 등이 모두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정진하고 있다.

▲ 초전도선형가속기팀은 하던 일, 지내던 지역, 합류한 이유 등이 모두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정진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4,604억 원이 투입되는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이 중이온가속기의 제작을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RISP)이 맡고 있다. 사업단이 구축중인 중이온가속기는 빔에너지 200MeV/u, 빔출력 400kW급의 희귀동위원소 가속기로 현재는 물론 차세대 가속기중에서도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여기에는 특히 초전도 가속관이 사용되는데 이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현재 전 세계 6개국뿐이고 IBS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단이 국산화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원대한 목표와 함께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작되는 만큼 완공까지는 수많은 어려움이 잠재되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업의 중반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사업단을 꾸려나가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IBS를 찾았다. 어떻게 사업단에 합류하게 되었으며 사업에 대한 느낌은 어떠한지, 그리고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에 대해 질문해봤다. 이 날 인터뷰에는 중이온가속기사업단 가속기부 초전도선형가속기(SCL)팀 정회찬, 박건태, 차혁진, 현명욱 4명이 참여해 어렵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놨다.

국내·외에서 모여든 인재들

정회찬 박사

▲ 정회찬 박사

지금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고 있지만, 이들 네 명은 각각 다른 이유로 사업단에 합류했고 다른 성향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정회찬 박사는 좀 더 자유로운 연구를 하기 위해 사업단에 합류했다. 방산업체에서 개발을 담당해 오던 정 박사는 짧은 프로젝트 기간과 비교적 자유롭지 못한 연구 스타일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때마침 IBS 중이온가속기사업단에서에서 연구 인력을 모집하는 것을 보고 합류를 결심했다. 연구의 재미와 자유를 찾아 날아든 셈이다.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에 사용될 4종의 초전도 가속관 중 HWR(Half Wave Resonators) 가속관을 개발하고 있는 박건태 박사는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에서 학위를 마치고 곧바로 합류한 사례다. 아르곤 국립연구소는 유명한 아르곤 직렬 선형가속기(Argonne Tandem Linear Accelerator System)와 양성자 입자가속기인 첨단 양성자 선원(Advanced Photon Source)이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의 경험이 사업단에 큰 재산이 되고 있다.

박건태 박사

▲ 박건태 박사

박 박사는 "중이온가속기는 기존에 하던 연구와 조금은 다른 일"이라며 이번 연구는 "입자를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가속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짜내야 하는 아이디어들과,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생각의 과정들이 재미있어 합류했다고 밝혔다. 초전도 가속관의 다른 한 종류인 SSR1(Singe Spoke Resonator 1) 가속관을 개발 중인 차혁진 박사는 어떨까? 차 박사는 가속관 개발을 위해 최근 캐나다에 있는 국립가속기연구소(TRIUMF)으로 1년간 연수를 다녀왔다. 광주과학기술원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입자를 가속하는 연구를 하다가 초전도 가속기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이 일에서 보람을 찾고 싶어 2012년 10월에 합류했다.

끝으로 수많은 이론을 정리해 현실로 탄생시키는 가속관 기계 설계를 맡은 현명욱 연구원은 국가 출연연 출신으로 KIST 인지로봇 사업단을 거쳤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도 일했던 경험이 있으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중이온가속기를 직접 설계해 보고자 사업단에 뛰어들었다.

이렇듯 모두 기존의 하던 일, 지내던 지역, 합류한 이유 등이 모두 다르지만, 지금은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정진하고 있다.

사업 성공의 키워드는 사람 그리고 재미

그렇다면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이 성공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거기에는 수많은 조건이 있겠지만 4인방은 주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차혁진 박사

▲ 차혁진 박사

현재 사업단은 사업 초기와 비교해 1.5배 정도 인력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지속해서 인력을 채용하려 했고 실제로 많이 해 왔다고 한다. 처음엔 통합해서 하던 일을 세분화해서 하고 있고 덕분에 업무도 전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인력이 늘면서 세부 과제들이 정리되고 느낌"이라고 현명욱 연구원이 답했다. 초전도선형가속기(SCL)팀도 이제 15명 정도가 되었다. 이제 어느 정도 인력 충원이 완료된 것일까? 4인방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구축인력을 포함해서 SCL 팀만 100명 정도 되면 무리 없이 잘 돌아갈 것 같다"고 욕심을 부렸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아직도 인력이 모자라는 곳은 사업단 곳곳에 있다. 그리고 점점 더 바빠지는 업무도 인력 충원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시간과 비용에 대해서도 약간의 우려를 내비쳤다. 이들은 앞서 이야기한 4,000억 원을 넘는 예산도 해외에서 구축하고 있는 타 시설과 비교하면 절대 금액 자체가 여유가 없고 여기에 초전도 가속관 기술자립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업인 만큼 시행착오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도 어느 정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공론이다. 밖에서 보는 것만큼 녹록치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는 분명 있다. 일단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연구원들에게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전공자가 많이 참여하고 있어 다양한 학문이나 이론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좋다. 다양한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하고 많은 인맥을 쌓아 국제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박건태 박사는 "가속기 분야는 서로 경쟁하는 장이라고 하기보다는 하나의 커뮤니티 모두가 서로 교류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현명욱 연구원

▲ 현명욱 연구원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함께 모여서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차혁진 박사는 "업무 부분에서는 단합보다 부딪히는 일이 많다"며 "예전에는 함께 등산을 가거나 운동을 하면서 단합이 이뤄졌으나 지금을 어려워졌다"고 아쉬워했다. 기존의 문화체육의 날이 폐지되면서 자연스레 어울림의 장을 마련하기 어려워졌다.

끝으로 4인방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더니 너도나도 "사업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떤 것이 잘되는 사업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일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다소 의아한 대답이 돌아왔다. 정회찬 박사는 "아무리 가속기 구축이 잘 마무리되고 사업단의 목표가 달성돼도 거기에 참여한 개인이 재미없게 느낀다면 실패한 사업"이라고 평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RISP는 어떻게 사람이 즐거운 성공적인 사업을 만들어나갈까? 기대감을 안고 질타보다는 조용한 성원을 담아 응원하면서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