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생 고병원성 조류독감, 인체감염 가능성 있다

-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21년 국내 발생 H5N1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

- 세포·오가노이드 실험에서 바이러스 변이가 인체감염 가능성 높임을 입증 -

조류인플루엔자(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인체감염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감염 사례는 아직 없지만, 인접 국가인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에서 발생했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역시 포유류 및 인체감염 가능성이 있음이 확인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 최영기 센터장 연구팀은 2021년 국내에서 발생한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변이로 인해 포유류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 동시에 병원성도 증가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파타고니아의 물범 집단 폐사 등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피해와 더불어 인체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유럽, 북미 및 남미 대륙에서부터 점차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주로 겨울 철새가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재조합을 통해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 일부는 종간장벽을 넘어 인체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20세기에 3차례, 21세기에 1차례의 팬데믹을 일으켰던 바이러스의 일종이기 때문에,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변이 바이러스 출현 여부 및 인체 감염성을 평가하는 연구는 팬데믹 발생 및 전파에 대비하기 위해 필수적인 연구라고 할 수 있다.

IBS 연구진은 2021년 국내 발생한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수용체에 결합하는 부위인 항원성 돌기(헤마글루티닌)에 변이가 발생했음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변이 부위 아미노산만을 치환한 재조합 바이러스를 제작하여 세포 및 동물에서 변이의 영향력을 평가했다. 기존 바이러스와 변이 바이러스의 세포 수용체 결합력을 비교한 결과, 변이 바이러스는 조류의 수용체뿐만 아니라 표유류의 수용체에도 향상된 결합력을 나타냈다. 조류, 포유류 및 인체 유래 세포를 이용한 감염 실험에서도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하여 인체 유래 세포에 대한 향상된 감염성을 보였다.

동물실험 시 조류(닭)에서는 기존 바이러스와 비슷한 증식성 및 병원성을 보였으나, 쥐나 페렛 실험에서는 증식성과 병원성이 모두 높아졌다. 페렛에게 기존 바이러스와 변이 바이러스를 동량으로 혼합해 감염시켰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하게 증식했다. 또한, 직접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 전파가 일어났으며, 전파가 일어난 바이러스는 모두 변이 바이러스임을 확인했다.

이어 연구진은 인체감염 가능성을 평가했다. 인체 유래 기관지 상피세포 오가노이드에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분석한 결과, 변이 바이러스는 인체 유래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감염양상 및 증식성을 보였다. 바이러스에 생긴 변이가 인체감염 가능성을 증가시켰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최영기 센터장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수용체 중 특정 아미노산 치환(변이)으로 인해 포유류 및 인체감염 가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로 변화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변이가 아시아 지역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실험과 대용량 유전체 정보 분석을 통해 규명한 성과”라며 “향후 이들 바이러스를 신속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진단법 개발 및 인체감염에 대비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1월 8일 국제학술지 ‘신종 미생물 및 감염(Emerging Microbes & Infections, IF 13.2)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그림 설명


[그림1]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숙주 세포 수용체 결합 부위
[그림1]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숙주 세포 수용체 결합 부위
(A) 2006년부터 국내에서 분리되었던 H5형 조류인플루엔자 분리주들과 2021년도에 분리된 CT/W811(H5N1)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 수용체 결합 도메인의 아미노산 비교.
(B) 조류인플루엔자 H5형 헤드 도메인 구조는 아미노산 변화에 의해 변경된 HA-193번 부위의 잔기를 표현하며(청보라색=탄소, 빨간색=산소, 파란색=질소), 아스파르트산(D)과 아스파라긴(N)은 각각 노란색과 자홍색으로 강조 표시됨.


[그림 2] 두 변이 바이러스의 수용체 결합 선호도 비교
[그림 2] 두 변이 바이러스의 수용체 결합 선호도 비교
(A) 시알산α2,3 및 α2,6 글리칸에 대한 바이러스의 결합 친화력을 비교하기 위해 CA04(인체유래 인플루엔자), W401/W795(조류유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양성 대조군으로 사용함. HA-193번 부위만을 D또는 N으로 치환한 재조합 바이러스를 비교시 HA-193N 바이러스는 조류형 수용체인 시알산 α2,3에만 결합하는 양상을 보이며, HA-193D 바이러스는 조류형 수용체인 시알산 α2,3 및 인간형 수용체 시알산α2,6 모두에 결합력을 보임.


[그림 3] 두 변이 바이러스의 경쟁적 증식 및 전파
[그림 3] 두 변이 바이러스의 경쟁적 증식 및 전파
(A) HA-193N 및 HA-193D 바이러스를 페렛동물에서의 경쟁적 증식력 비교시험을 위해 동량의 두 바이러스를 페렛에 감염 후 비강 분비물에서의 바이러스 RNA를 qPCR로 정량함. 감염하지 않은 페렛에서도 직접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바이러스 RNA가 검출됨.
(B) HA-193N 및 HA-193D 바이러스를 동량으로 페렛에 감염하였을 때, 감염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HA-193D 바이러스가 우세적으로 증식하였음. 감염하지 않은 페렛에서는 직접 접촉 후 3일째부터 바이러스 RNA가 검출되었고, 검출된 바이러스는 100% HA-193D 바이러스임이 확인됨.


[그림 4] 두 변이 바이러스의 인체 유래 호흡기 세포 감염력 및 증식성 비교
[그림 4] 두 변이 바이러스의 인체 유래 호흡기 세포 감염력 및 증식성 비교
(A) HA-193N 및 HA-193D 바이러스를 인체 기관지 상피세포(HBEpC)의 공기-액체 상호작용(ALI culture) 방식으로 배양한 오가노이드에 감염 후 시알산 α2,3 및 α2,6의 발현에 따른 감염양상(인플루엔자 NP)을 다중표지 형광면역 방법으로 확인함.
(B) 바이러스를 감염한 오가노이드에서 RNA scope 방법을 이용하여 바이러스 RNA(빨간색)를 검출하여 감염양상을 비교함. 오가노이드 세포는 바이러스 감염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멸하여 Mock 대비 두께가 감소하였음을 확인함(H&E staining).


IBS 홍보팀
권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