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입자의 ‘표정’까지 분석하는 알고리즘 개발

0.1nm 수준 세밀한 눈으로 입자 관찰…신종 바이러스 3차원 구조 분석 등에 활용 기대

단체 사진을 촬영해도 저마다 표정이 다르듯, 같은 나노입자라도 원자 배열에서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 개별 나노입자 하나하나의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여 이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가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은 호주 모나쉬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 ‘3D 싱글(3D SINGLE)’을 개발했다.

3D 싱글 알고리즘을 활용해 얻은 백금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
▲ 3D 싱글 알고리즘을 활용해 얻은 백금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


소재의 물성은 재료를 구성하는 미세한 원자 위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다. 이 때문에 고성능 소재 개발을 위해서는 재료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미증유의 바이러스가 등장한 상황에서는 분석기술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바이러스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해야 진단기술 및 치료제 개발 시 타깃할 부위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 등 분석기술의 발전으로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됐지만, 기존 기술은 동결된 시료에서 얻은 이미지만을 처리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동결 과정에서 단백질 및 재료의 구조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기존 기술은 동일한 구조를 갖는 다량의 입자를 한 번에 동결시켜 여러 각도의 사진을 얻고, 이 데이터를 처리해 입자 하나의 3D 이미지를 얻는 방식이었다.

제1저자인 허준영 연구원은 “여러 입자를 합성해 하나의 입자로 재구성하는 것보다, 하나의 원자를 추적 관찰하는 것이 나노입자의 ‘표정’까지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2020년 나노입자의 전체적 형상을 넘어 원자 배열까지도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20.04, Science). 이번 연구에서는 자체 개발한 ’3D 싱글‘ 알고리즘을 액상 투과전자현미경에 접목해 관찰 성능을 대폭 높였다.

나노재료의 구조분석을 위해 이용된 주요 컴퓨터 공학 기법들.
▲ 나노재료의 구조분석을 위해 이용된 주요 컴퓨터 공학 기법들.


연구진은 관찰하려는 원자만 최대 1.5배 더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또한 기존보다 10배가량 빠른 속도로 3차원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지난 연구에서는 관찰이 어려웠던 크기 2nm 미만의 극미세 입자까지도 추적할 수 있었다.

박정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처럼 기존과 다른 미세한 구조변화까지도 포착하여 분석해 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며 “향후 촉매·디스플레이‧신약 개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소자의 성능개선 및 신물질의 설계‧합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1월 30일자에 실렸다.

IBS 커뮤니케이션팀
권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