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의 연구성과
11월의 IBS 연구성과
1. 발전성능 10배 높이는 연료전지 촉매 개발

▲ 탄소다공체 위 백금과 철 합금 촉매(좌)와 도파민을 도포한 모습(중,우)
최근 화석연료의 환경오염 유발과 자원고갈 우려로, 이를 대체할 차세대 동력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 중 화석연료가 갖는 단점으로부터 자유로운 수소연료전지는, 차량의 동력원을 시작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전세계 완성차 판매 1위 업체(2015년 11월 기준) 토요타는 지난해 12월 일본을 시작으로 올해 미국에서 미래를 뜻하는 수소연료전지차량 ‘미라이’를 출시,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수소연료전지는 백금 촉매가 들어간 탄소다공체 전극과 고분자 전해질로 구성된다. 연료원인 수소가 연료극에서 전자를 내놓게 되는데, 이때 전류가 발생한다. 그리고 전류를 방출한 수소(정확히는 수소이온)는 환원극에서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는데 반응의 부산물로는 순수한 물만 생성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이와 같이 이상적인 동력원인 수소연료전지는 백금 촉매가 발전효율을 결정짓는 핵심소재이다. 하지만 고열의 구동환경에서 쉽게 변형되어,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또한 고가인 백금은 전지의 제작단가를 높이기 때문에, 백금 함량은 낮추고 발전효율은 높이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IBS 나노입자 연구단(단장 현택환)의 연구진이, 수소연료전지의 나노합금촉매 연구성과를 12월 4일 미국화학회지(JACS) 온라인판에 게재하였다. 연구팀은 백금과 철 나노입자를 이용해 합금을 만드는 방법으로, 백금의 구성 비율을 기존 대비 50% 낮추었다. 또한 얇은 탄소원자막을 입혀, 고열에서 백금과 철 나노입자의 팽창을 억제하였다. 이와 동시에 촉매들끼리 뭉쳐지는 현상을 원천 차단했다. 그 결과 현재 상용 중인 수소연료전지의 10배가량인 1.6 mA/g의 성능을 보였으며, 제품 수명에 가까운 10,000회의 가속화 구동실험에도 성능저하가 없었다. 실제 상용화 단계의 연료전지 시스템에서는 연속 100시간 구동에 단 3.4%의 성능 저하만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저비용, 고성능, 고안정성의 촉매 특성을 모두 만족 시키는 획기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써 수소연료전지 차량의 보급 확대와 향후 연료전지 기반 사업의 획기적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 나노기술 접목한 '다기능 내시경 시스템' 개발

▲ 그래핀 복합체(우상)가 부착된 내시경(좌)과 나노치료입자(우하)
최근 국민들의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대장암 발병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는 전체암환자 100명 중 13명으로, 암종별 발병률은 전체 3위(2012년 기준)이다.
이러한 대장암은 내시경을 이용한 검사법으로 검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시경은 체내 질병의 가시적인 진단과 조직검사 및 병변제거 등의 간단한 시술을 위해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가시적인 관찰에 그칠 수 있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까지는 부수적인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내시경의 좁은 전면에 이미 여러 장치들이 몰려있어, 추가적인 기능 구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IBS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팀은 내시경에 그래핀 복합체를 접목하고, 나노치료입자를 고안하는 방법으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였다. 특히, 이번 연구는 차세대 나노물질로 각광받고 있는 그래핀을 의료기기에 활용하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연구진은 그래핀과 은 나노와이어 복합체에 산화이리듐을 전기화학 증착하여 그래핀 복합체를 개발하였다. 이 장치는 투명소자로 내시경 렌즈 위에 부착이 가능하다. 또한 물리적·화학적 성질도 우수하다. 이를 활용하여 조직검사 시 필요한 임피던스와 산성도 정보를 즉시 얻어 주변 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함으로써 대장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다. 고온·고압의 상태에서도 그 기능을 유지하기 때문에 수술 전 필수적인 살균과정에서도 기계적인 변형이 없다. 또한 고주파 열치료 등이 필요한 실제 수술과정에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로 함께 개발된 나노치료입자는 외부에 항체를 도포해, 특정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특성을 갖는다. 게다가 입자 내부에는 형광물질이 있어, 형광영상을 이용하면 대장암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금 나노막대와 항생제를 함유한 온도 민감성 고분자는 내시경의 빛에 반응해 주변조직의 피해 없이 암세포만을 골라 치료할 수 있다.
그래핀 복합체와 나노치료입자를 이용한 대장 내시경 시스템은 기존의 대장 내시경 대비 진단 정확성이 높고, 치료 시간까지 단축시켜 향 후 대장암 치료의 핵심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들은 향후 임상을 거친 뒤 로봇 수술에 접목되어 다양한 치료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3. 1mm 벌레에서 건강한 노년의 힌트를 얻다

▲ 예쁜꼬마선충의 순간최고운동속도와 수명 관계도
의학의 발전과 함께 인류의 수명은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수명의 연장이 곧 건강한 노화의 연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명의 양보다 수명의 질이 더욱 중요하며 따라서 건강한 노화를 유도하고자 하는 연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은 오랫동안 식물의 노화와 생애주기 연구를 수행하면서 노화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질적 차원의 생리적 기능 변화 및 조절에 초점을 맞추어 왔으며, 이러한 연구 아이디어를 동물 노화연구에도 응용하여 노화과정에서의 건강성 변화와 삶의 질적 차원에서의 조절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러던 중 연구진이 예쁜꼬마선충의 노화에 따른 운동성 저하를 측정해 남은 건강수명을 예측하는 지표를 개발했다. 건강수명이란 일반적 수명, 즉 살아있는 기간이 아닌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의미한다.
예쁜꼬마선충은 1mm의 선형동물로 다세포 생물 중 최초로 유전체 해독이 완성된 생물이다. 세포수가 1,000여개로 적고 생애주기가 짧아 유전학에 중요 모델 실험동물이다. 연구진은 그간 식물의 생애주기를 연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강함에 대한 새로운 연구에 도전한 것이다.
연구진은 사람의 신체능력 측정에 쓰이는 기술인 SPPB(Short Physical Performance Battery) 테스트를 응용해 예쁜꼬마선충 운동성 변화를 측정했다. 이는 순간최고운동속도 감소를 이용해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의 쇠퇴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특정 주기가 있는 예쁜꼬마선충의 움직임을 일정 온도와 습도 조건에서 CCD 카메라를 이용해 매 24시간마다 30초당 초당 30프레임의 속도로 촬영하고 가장 빠른 속도를 추출하는 기법을 적용했다.
연구진은 선충의 순간최고운동속도가 성체가 된 후 6일째부터 예외 없이 느려지는 것을 관찰하여, 순간최고운동속도가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 저하의 지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9일째 순간최고운동속도가 남은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9일째 순간최고운동속도가 빠른 그룹(초당 0.22 밀리미터 이상 이동)과 그보다 느린 그룹의 평균 수명이 각각 약 23일과 17일 가량으로 35% 가량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선충의 순간최고운동속도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일정 수치를 유지하다가 한 번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 회복하지 못했다. 마치 탄성을 잃어버린 용수철처럼 운동능력이 감소하는 것이다.
특히 순간최고운동속도는 평균이동속도나 인두 부분의 움직임 횟수 같은 기존 운동성 지표보다 수명과의 연관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어 선충의 고유한 유전적 운동능력 평가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연구진은 장수 조절 유전자인 인슐린 수용체(인슐린 수용체(DAF-2) 유전자의 기능이 수명 증가 뿐 아니라 운동능력 향상에도 기여함을 확인했다. 이는 인슐린 신호전달 체계의 조절이 건강한 수명 연장을 가능케 한다는 의미이다. 남홍길 단장(DGIST 뉴 바이올로지 전공 펠로 교수)은 "건강한 수명 연장을 가능케 하는 인슐린 신호전달 체계는 예쁜꼬마선충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진화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어 향후 사람의 건강한 노화를 위한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운동능력의 저하는 근육세포 내 에너지 생성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형태 및 기능 유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제1저자인 함정훈 연구위원은 "본 연구결과는 노화에 따른 운동능력 저하를 조절해 건강한 노화를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를 발굴하고 노화 진행과정을 이해하는 연구에 핵심적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1.47)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으며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단장 남홍길) 연구팀과 미국 프리스턴 대학교 콜린 머피(Coleen T. Murphy)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일궈낸 성과이다.
4. 중성자 마법수 126인 오스뮴(Os)의 생성 단면적 측정 세계최초 성공

▲ Nuclear chart상의 '중성자 마법수 126'과 희귀동위원소 202OS 생성
원소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인 원자핵, 그리고 주위를 도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각 원소는 양성자의 개수에 따라 원자번호가 매겨지며 고유의 성질을 갖게 되는데, 양성자의 개수는 같으며 중성자의 개수가 다른 원자를 동위원소(isotope)라고 한다.
이 때 양성자나 중성자의 수가 8, 20, 28, 50, 82, 126과 일치하는 경우 원자핵은 양성자나 중성자의 수가 이와는 다른 주변의 원자핵보다 상대적으로 안정한 성질을 갖게 된다. 이들 수를 양성자나 중성자의 '마법수'라고 부른다.
자연계에는 원자번호 1번 수소(H)부터 92번의 우라늄(U)까지 천연원소가 안정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론으로 추정하고 있는 일부의 인공원소만을 입자가속기 등의 실험장치를 이용해 재현하고 있다. 이는 인공원소가 불안정하고 반감기가 짧은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학계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철(Fe:원자번호 26)보다 무거운 원소의 절반이, 초신성 폭발과 같은 고온·고중성자 밀도의 환경에서 'r과정(Rapid Process)'을 거쳐 합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r과정은 원자핵이 주변을 떠도는 중성자를 흡수해 중성자 과잉핵이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때 일부 중성자들이 베타선을 방출하는 베타 붕괴 후 양성자로 변환되고, 기존의 원자핵에 이 양성자가 더해져 금(Au:원자번호 79), 우라늄과 같은 중(重)원소가 생성된다.
현재까지 일부의 인공원소는 다핵자 이행반응을 입자가속기로 구현해 만들 수 있었다. 가속한 입사핵을 정지한 표적핵에 충돌 시키는 순간, 주변의 양성자 또는 중성자를 붙이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실험법으로 중성자 마법수를 갖는 중성자 희귀동위원소를 만들 수도 있는데, 그 유효성은 실험적 한계로 인해 그 동안 검증이 힘들었다.
이에 연구진은 핵자당 800만 전자볼트로 가속시킨 크세논(Xe:원자번호 54번) 입사핵을 백금(Pt:원자번호 78번) 표적핵에 충돌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 결과 중성자 마법수 126인 희귀동위원소 202OS(오스뮴의 동위원소)를 생성하고, 프랑스 GANIL연구소의 VAMOS++ 첨단 검출기를 동원해, 그 단면적의 측정에 성공하였다.
본 연구는 이론으로만 존재할 것으로 여겨진 중성자 마법수 126의 희귀동위원소를 추가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성과는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의 제작 시 세계 최고의 입자가속기 설립을 위해 활용된다. 이 밖에 미제로 남아있는 새로운 원자핵 생성과 우주탄생의 근원을 밝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사업단(RISP/IBS)이 서울대, 일본 고에너지 가속기 연구기구(KEK) 소립자 원자핵 연구소(IPNS)의 단수명핵그룹, 오사카대학, 프랑스 GANIL 국립 연구소, Orsay 핵물리 연구소(IPN), 이탈리아의 토리노 대학, Legnaro 국립 연구소, Padova 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물리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지난 10월23일 게재됐다.
5. 그래핀 나노주름 제어로 반도체 특성 구현

▲ 그래핀 나노주름의 주사터널링현미경 이미지 및 실험 모식도
IBS 연구진은 국·내외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통해 그래핀의 물리적 변경으로 반도체 성질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그래핀은 탄소원자가 벌집구조로 배치된 2차원 도체물질로, 전하이동도는 실리콘의 100배, 강도는 다이아몬드의 2배나 되어, 차세대 전자 소자 물질로 각광 받아 왔다. 이번에 연구진은 그래핀 나노주름의 구조 제어만으로 그래핀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려 반도체화 하는데 성공하였다.
기존에는 그래핀 제작 시 탄소원자 이외의 원자를 첨가하는 화학적 합성법으로 그래핀의 반도체화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 경우 그래핀의 우수한 물성이 저하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그래핀 표면에 일정한 주름이 분포해 있다는 것에 착안해 그래핀 나노주름의 너비를 조정하는 물리적 제어법으로 본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래핀은 일반적으로 초기반응물인 아세틸렌(C2H2)을 사용해 화학기상증착법으로 제작되며, 이때 생성된 그래핀 표면에는 수십 나노미터(10^-9, nm) 너비의 물결무늬 주름이 분포한다.
하지만 증착 시 초고속 냉각을 하게 되면, 나노주름의 너비가 5 nm 이하 인 그래핀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한 면의 그래핀은 조작된 나노주름 때문에, 기판과 전자소재사이의 상호작으로 소재 고유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기판간섭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서로 접촉한 두 물체의 접촉면에 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접촉저항으로 인한 전압의 손실이 없는 구조적 특성을 보인다.
그 이유는 5nm 이하의 나노주름은 기판과의 상호작용이 없어 전자구속효과를 갖게 되고,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1차원 주름 구조 내에서 양자화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도체-반도체-도체 형태의 그래핀 구현이 가능해져, 전압의 변동은 없고 전도 속도는 끌어올린 그래핀 소재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연구팀은 합성된 그래핀 나노주름의 너비를 주사터널링현미경의 미세 탐침을 이용해 조정하는 방법으로 그래핀 나노주름의 밴드갭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밝혔다.
본 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임현섭 박사는 "기존의 화학적 방법이 그래핀의 전도성을 저하 시키는데 비해, 본 연구의 물리적 제어는 그래핀의 우수한 전도성을 유지한 채 반도체로의 이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며 "그래핀의 전기적 성질을 조절하는 방법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단장 로드니 루오프), 루오프 단장, 임현섭 연구위원, 이화학연구소 (RIKEN, 일본) 김유수 종신 주임연구원, 그리고 울산대학교(총장 오연천) 화학과 정재훈 교수가 공동 수행하였으며, 지난 10월 23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1.470)에 온라인 게재되었다.
6. DNA 사용 없이 농작물 유전자 교정 성공
올해 초 미국 FDA는 특별한 감자와 사과의 판매를 승인했다. 상온에 오래 두어도 색이 그대로인 감자와 사과다.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 산화작용에 인한 갈색화 현상을 제거한 것이다. 이 두 농작물은 즉시 유전자 변형 식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규제 논란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발표 후, 미국에서는 여전히 이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그동안 각국은 'DNA'를 기준으로 GMO에 엄격한 규제를 유지했다. 혁명이라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방식은 DNA 형태로 식물세포에 도입했기 때문에 DNA 조각이 식물 유전자에 삽입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GMO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교정 방식이 등장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그대로 이용하지만, 외부 DNA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 유전체 교정을 하는 방식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를 자르는 Cas9 단백질과 유전자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가이드 RNA(gRNA)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DNA 형태로 식물세포에 전달했다. 그 결과 유전자 교정 식물은 GMO로 간주되었다.
반면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DNA형태가 아닌 Cas9 단백질과 가이드RNA를 섞어 혼합체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식물세포에 적용한 것이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기능하는 DNA 방식에 비해 이 방식은 과정이 더욱 까다롭고 어려워 그동안 세계 다수의 연구자들은 DNA 조합 방식을 사용하였다. 그러던 중 IBS 유전체교정연구단(단장 김진수)과 최성화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DNA 사용 없이 농작물에 유전체 교정에 성공한 것이다.

▲ DNA를 사용하지 않는 식물 유전체 교정 기술은 향후 종자 산업은 물론 세계인의 먹거리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 이미지는 연구진이 성공한 상추의 유전자 교정 실험과정의 모식도
본 연구에서 상추는 식물 호르몬 신호 전달에, 담배는 식물 호르몬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교정했다. 상추는 식물 생장·발달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교정해 스트레스에 강한 성질을 가질 것으로 기대되며 추가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Cas9 단백질과 가이드 RNA를 사용해 만든 식물체는 외부 유전자가 삽입되지 않을뿐더러 자연적 변이와 구별할 수 없는 작은 변이만을 갖고 있어 외부 유전자가 삽입된 GMO와 다르다"고 설명한다. GMO 규제로 발목이 묶여 있었던 많은 연구들에 새로운 해결방법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DNA를 사용하지 않는 식물 유전체 교정 기술은 종자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사능 또는 화학물질을 사용한 기존 육성법은 식물 종자에 무작위적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후 우연히 만들어진 우수 종자를 골라내는 방식이다. 반면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를 맞춤 교정하므로 빠르고 정확해 농작물 육종 기술의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소수의 다국적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종자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로 예상된다.
김진수 단장은 "개발된 기술은 상추와 토마토에 당장 적용할 수 있고, 다른 농작물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향후 세계인의 먹거리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IF 41.51)誌3)에 10월 20일 오전 00시(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되었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서울대 화학부 교수)과 농촌진흥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에서 지원받은 차세대융합기술원 최성화 센터장(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공동연구로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