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호
왼쪽 화살표 버튼 IBS를 움직이는 사람들 오른쪽 화살표 버튼
facebook blog kakaotalk

IBS를 움직이는 사람들

IBS RNA 연구단 임재철 연구원

수의대 출신 연구원의 "연구가 좋았어요"
임상보다 실험! 수의학도,
R&D 연구원으로 거듭나다

기초과학에서 의학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임재철 연구원(우측)은 수의학과 출신의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 "기초과학에서 의학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임재철 연구원(우측)은 수의학과 출신의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분자생물학 분야 최고의 학술지인 셀(Cell)에 IBS RNA연구단(단장 김빛내리)의 논문이 실렸다. 세포 안에 있는 전령RNA의 분해과정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연구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지난해 3월 발표했던 '꼬리서열분석법(TAIL-seq)'을 이용해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꼬리서열분석법 역시 RNA연구단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이 두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 중 한 명인 임재철 연구원은 아직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이었다.

수의학도에서 기초과학 연구원이 되기까지

RNA연구단이 위치한 서울대에서 만난 임재철 연구원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 전공으로 생명과학을 선택한 것이다.

"원래 기초과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에 입학할 때 생명과학이나 다른 기초과학 전공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알게 모르게 수의사이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05학번 입학 당시, 한 화학 교수님께서 수의대에서도 기초과학을 연구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신 영향도 있고요."

임 연구원의 아버지는 내심 아들이 자신의 뒤를 잇길 바라지 않으셨을까. 재미있게도 임 연구원의 남동생 역시 현재 수의대에 다니고 있다. 삼부자가 모두 수의학을 전공한 것이다. 임 연구원은 "졸업을 앞둔 남동생이 아버지의 길을 이을 예정이라, 상대적으로 심적 부담이 적었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도 그가 원하는 연구를 계속 하도록 지원해 주었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수의학을 전공하면서 기초과학을 연구한다면 분명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입학 이후에도 기초과학분야 연구에 대해 꿈을 계속 키워왔다. 그는 수의대에서 임상을 하면서 재미있기도 했지만 원래부터 하고 싶던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임 연구원은 수의대 본과 1학년 때부터 실험실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모교 수의대에도 실험실이 있긴 했지만, 마음이 가는 실험실을 찾지 못해서 다른 학교의 실험실을 알아보고 다녔다. 그러다 기초과학, 기초생물학을 하는 실험실을 돌면서 인턴 경험을 쌓았다.

세포를 키우고 시약을 처리하는 등 세포 컬쳐하는 모습.

▲ 세포를 키우고 시약을 처리하는 등 세포 컬쳐하는 모습.

"RNA연구단이 다섯 번째로 오게 된 곳이에요. 처음에는 인맥이 닿는 실험실을 알아보는 것이 편해서 모교 수의대 출신의 교수님들이 계신 이대, 포항공대에 갔어요. 그러다 의대 쪽은 어떨지 궁금해서 서울대 의대 실험실도 한 번 가보고,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한 교수님 방도 한 번 가보고. 인맥을 통해서, 혹은 인턴프로그램을 통해서 들어가게 된 실험실은 다들 각각의 장점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지금 있는 RNA연구단이 마음에 들어서 머물게 됐습니다."

바쁜 수의대의 본과 생활 중에도 계속해서 실험실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까. 임 연구원은 학부 때 '결과'보다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과정'이 궁금했다고 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중간 과정 없이 무조건 외워야 하는 상황이 힘들고 지겨울 때가 있었다"며 "대학원에서 학부 때보다 좀 더 자유롭게 연구에 매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IBS연구단에서 연구 범위를 확장하다

임 연구원이 학부 졸업 후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대학원에 입학한 것은 2011년이다. 당시 그는 실험실에서 마이크로RNA(miRNA)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다 1년 후, 현재 RNA연구단장인 김빛내리 교수가 IBS연구단을 신청하면서 자연스럽게 IBS 연구단에 속하게 됐다.

"IBS 연구단에 속한 이후, 연구 범위가 좀 더 넓어졌어요. 1, 2학년 때는 miRNA의 조절 과정을 연구했는데, 이 연구를 좀 더 확장해서 2013~2014년에는 일반적인, 다른 RNA들에게 다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2014년 초에 발표된 논문이 miRNA보다 더 긴 RNA인 전령RNA를 목표로 삼고 연구한 것입니다."

IBS 연구단에 소속되면서 좋아진 점을 묻자, '기존보다 연구비 사정이 좋아진 것'을 일 순위로 꼽았다. 기존에 하기 힘들었던 연구도 해보고, 각종 장비도 직접 실험실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마침 인터뷰 며칠 전에 김두철 IBS 원장이 서울대에 들러 3개의 IBS 연구단을 둘러보고 갔다고. 당시 신진 연구자들과 대화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많은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임 연구원은 IBS 연구단이 된 이후 좋아진 점으로 연구비는 물론 인건비도 상승한 점, 연구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IBS 연구단은 연구교수를 포함해 3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의학까지 아우를 수 있는 연구 하고파

임재철 연구원은 '결과'보다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과정'이 궁금했다고 한다.

▲ 임재철 연구원은 '결과'보다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과정'이 궁금했다고 한다.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딱히 답하지 않았다. 임 연구원은 "굳이 말하자면 기존에 사용하던 연구실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공간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 정도"라며 "하지만 견딜 만한 수준이고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인다.

아직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임 연구원의 목표는 일차적으로 '졸업'이다. 임 연구원은 현재 대학원 4년 차, 군대 문제도 아직 남아 있다. 현재 그는 대체복무의 한 형태인 전문연구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보통 실험실에서는 졸업까지 5~7년 정도 걸리고, 전문연구요원은 6년째가 돼야 끝이 난다.

"졸업한 이후에는 더 배우고 싶은 것을 하러 외국에 나갈 계획입니다. 미국 쪽을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어요. 제 전공이 수의학이다 보니, 의학적인 것을 좀 더 공부해 보고 싶긴 해요. 지금 하는 연구는 세포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장점도 있지만 실제로 생물에 얼마나 중요한지, 질병에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기초과학에서 의학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