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의 연구성과
1월의 IBS 연구성과
1. 모트 절연체를 이용한 차세대 소자 개발 가능성 열어

▲ 주사터널링 현미경으로 이황화탄탈에 전압펄스를 가하기 전(上)과 후(下)의 깨진 전하밀도파
IBS 원자제어저차원전자계 연구단(단장 염한웅)이 모트 절연체의 금속-절연체 상전이를 이용한 초고속 나노소자 기반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상전이 조작은 차세대 메모리로 유망한 P램 제조의 핵심 기술이다. 이번에 고안된 기술은 기존보다 약 1천배 빠른 속도로 1천분의 1 수준의 미세한 범위까지 상전이가 가능해, 초고속·고집적·고용량 P램 제조의 가능성을 열었다.
물질은 전류가 흐르는 정도에 따라 도체와 부도체(절연체)로 나뉜다. 대표적인 도체는 금속이 있으며, 금속결합으로 자유전자가 있어 전류가 흐르기 쉽다. 반면 부도체는 나무, 고무, 유리 등의 금속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질로, 공유결합이나 이온결합을 하며 자유전자가 없어 전류가 흐르기 어렵다. 이에 연구진은 특정 부도체에 아주 미세한 전압펄스를 가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도체와 부도체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는데 성공하였다.
본연구단은 일반적인 부도체와는 달리 자유전자가 있으나, 전자 간 척력으로 인해 전자가 고립되어 부도체 성질을 보이는 모트절연체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그 중에서도 부도체에서 도체로의 상전이가 증명된 이황화탄탈(1T-TaS2)을 실험 소재로 채택했다. 이황화탄탈은 극저온상태(4.3 K)에서 결맞음 전하밀도파4)를 갖는 모트절연체이다. 전하밀도파가 결맞음 상태에 있으면 전자가 일정간격을 두고 고립되어 모트절연체가 된다. 최근 광자를 외부 자극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전하밀도파의 결을 깨고 전하가 흐를 수 있는 상태, 즉 도체로의 상전이 성공이 보고되었다. 반응시간은 피코(p, 10의 마이너스 12승)초 이하로, 기존의 상전이 메모리 물질들의 상전이 조작 보다 평균적으로 1000배 이상 빠른 상전이가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경우 적용 범위가 수 마이크로(μ, 10의 마이너스 6승)미터로 넓고, 복잡한 광학 장비가 함께 필요하다는 점에서 해당기술의 상용화가 힘들었다.
이에 IBS 연구진은 주사터널링현미경(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을 이용해 기존 실험의 한계를 극복했다. 광자 대신 STM의 미세한 탐침으로부터 나오는 전압펄스로 이황화탄탈의 결맞음 전하밀도파를 깨, 나노미터 영역의 상 전이에 성공했다. 반복적인 실험에서도 이황화탄탈의 결정구조와 성질은 고스란히 유지(가역성)됐고 전이된 상태는 장시간 유지(비휘발성)돼 정보기록에 용이함을 증명해 보였다. 그렇지만 이번의 경우에도 극저온(4.3 K)과 초고진공이라는 환경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므로, 상온에서 이황화탄탈과 같은 성질을 갖는 소재를 찾는 것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이번 연구성과는 상전이 적용 범위와 반응 시간을 고려할 경우, 향후 P램(PRAM: Phase-change Random-access Memory)의 핵심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모트절연체 상전이를 이용한 고속소자 개발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되었다.
2. miRNA 생성의 열쇠, 드로셔 단백질의 3차원 구조 밝혔다.

▲ 좌). 드로셔-DGCR8 복합체와 마이크로RNA 1차 전구체의 모델, 우). 다이서와 이중 나선 RNA의 모델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 DNA·RNA 등이 어떤 방식으로 세포 내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그 단백질들은 세포와 유기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며 미래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RNA연구단 연구팀은 마이크로RNA(이하 miRNA) 생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드로셔(DROSHA)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miRNA 생성 초기 드로셔를 통한 절단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miRNA는 RNA 연구 초반 크게 빛을 보지 못한 꼬마 RNA였다. 일반 RNA와 달리 단백질을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잠시 존재하고 사라지는 RNA로 여겨졌다. 하지만 유전자 발현과정을 조절하여 세포의 성장과 사멸에 관여하는 '세포 속 경찰'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miRNA의 생성과 작동방식은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연구영역으로 떠올랐다. miRNA의 생성과 작동 경로를 이해하면 유전자 변이나 이상발현으로 발생하는 질병을 고칠 수 있는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RNA연구단을 이끄는 김빛내리 단장은 miRNA 연구의 세계적 선구자다. 김 단장은 지난 6월 CELL을 통해 miRNA 1차 전구체를 절단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1개의 드로셔 단백질과 2개의 DGCR8 분자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기능과 구성을 밝힌 것이다. 이후 6개월 만에, RNA연구단은 엑스선결정학 방법을 이용해 드로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2003년 드로셔 발견 이래 약 12년 만에 김 단장이 처음으로 그 구조를 규명해 낸 것이다.
연구팀은 드로셔 단백질의 3차원 모델링을 통해 마이크로프로세서 중 드로셔의 돌출부가 miRNA 1차 전구체의 하단 분기점에 끼워져 분기점을 인식하고 정확한 위치를 절단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지난 6월 연구에서 드로셔가 1차 전구체를 정확한 길이로 절단해냄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그 구체적인 작동원리를 알아낸 것이다. 또한 드로셔 분자가 DGCR8 분자 2개와 결합하는 위치를 명확히 규명,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구성방식을 밝혀냈다.
연구팀이 사용한 엑스선결정학 방법은 단백질의 구조를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엑스선결정학 방법은 단백질에 엑스선을 쬐어 얻어낸 고유의 회절 패턴을 겹겹이 쌓아 그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마치 특정 단백질이 갖는 공간적 특성을 3차원 좌표에 그려내는 것과 같다. 단백질의 구조를 알아내 그 고유 역할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지만, 단백질 결정을 만드는 과정이 매우 까다로운 것이 난점이다. 연구팀은 드로셔와 그 파트너 단백질인 DGCR8 C-말단 부분을 함께 발현시켜 순수한 단백질 결정을 얻어내는 데 성공, 이를 엑스선결정학 방법으로 분석해 이번 연구결과를 얻어냈다.
또한 연구팀은 드로셔 단백질의 3차원 구조가 miRNA 2차 전구체의 절단에 관여하는 다이서 단백질과 유사함을 확인했다. 드로셔와 다이서는 각각 절단하는 RNA 구조의 길이가 서로 다르고 아미노산 서열의 유사성이 크지 않은 이유로 각자 독립적으로 진화했을 것이라는 학설이 제시됐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드로셔와 다이서가 공통 조상 단백질로부터 진화했을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이번 연구결과는 miRNA 생성과정의 이해를 한층 확장한 것으로, 향후 miRNA를 이용한 신약 개발 등 응용 연구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빛내리 단장은 "이번 연구는 지난 6월 셀 논문을 통해 드로셔-DGCR8 복합체 기능과 구성을 밝힌 데서 더 나아가 드로셔의 구조를 밝히는데 성공했다"며 "연속성 있는 연구가 가능한 환경에서 이뤄낸 쾌거"라고 밝혔다.
우재성 연구위원은 "단백질 구조는 그 자체가 하나의 발견이기도 하지만, 생물학자에게는 소중한 데이터이자 더 큰 발견을 위한 교두보"라며 "이 구조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생화학·생물리학 연구들을 디자인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정보를 지닌 구조들을 정확하게 풀기 위한 연구들을 디자인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성철 연구위원은 "앞으로 RNA와 결합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구조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구조를 통해 miRNA 1차 전사체의 절단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 셀(Cell, IF 33.116)誌 12월 31일자(한국시각 1.1. 새벽 2시) 온라인에 소개됐다.
3.초고심도 고해상도 이미징 기술로 질병 조기진단의 길을 열다

▲ a: CASS 현미경의 개략도, b: 시분해 측정 결과 얻은 이미지, c: CASS 현미경 이미지
최근 수십 년 동안 광학 현미경은 더 작은 물체를 더 깨끗하게 보기 위해 수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아직 실험실 환경에서 벗어나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임상에서 사용하려면 시료가 생체 내에 있는 상태에서 관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현미경으로 얻은 광학이미지의 심도가 얕다. 이 때문에 생체 내 관찰에 현미경을 사용하면 암과 같은 병변을 조기 진단하거나 다양한 바이오 센싱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도 아직 임상 활용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생체조직이 광학적으로 불투명 하기 때문이다. 이는 빛과 같은 파동이 생체 조직과 같은 산란 매질(scattering medium)을 지나갈 때 다중 산란(multiple light scattering)을 겪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관찰 대상이 깊은 곳에 있을수록 물체의 시각 정보를 담은 단일 산란파(singlescattering wave)의 세기는 크게 줄어든다. 단일 산란파는 관찰하려는 대상의 표면에서만 산란이 일어나고 매질을 통과하는 동안 산란이 일어나지 않은 파동으로, 관찰 대상에서 산란된 단일 산란파가 충분히 강해야 물체를 명확히 볼 수 있다. 쉽게 비유하자면 안개가 자욱하게 낀 상태에서는 멀리 떨어진 물체를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체에서 산란된 빛이 눈에 도달해야 물체를 볼 수 있는데 안개 속의 무수한 물방울들이 여러 차례의 산란을 일으켜 우리 눈에 물체에서 산란된 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의 세포 내부의 구조를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고해상도 이미징의 작동 깊이는 불과 몇 백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했다.
IBS의 분자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은 최근 연구를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결맞음 탄성 산란'을 이용한 새로운 초고심도 이미징 방법으로, 이 방법을 적용한 현미경은 CASS(Collective accumulation of singlescattering)현미경이라 명명됐다.
CASS 현미경은 단일 산란파의 두 가지 고유 성질을 이용하여 복잡한 산란 신호로부터 대상 물체에서 반사된 단일 산란파를 선택적으로 추출함으로써 이미지 정보를 획득한다. 요컨대, 안개속 물방울에서 산란된 빛만 골라서 제거하면 물체에서 산란된 빛만 남아 짙은 안개 속에서도 물체를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용하는 두 가지 성질은 다음과 같다. 우선, 단일 산란파의 경우 반사된 빛이 카메라에 도달하는 시간이 대상 물체의 깊이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 다중 산란파는 임의의 방향으로 산란되며, 다양한 경로를 거쳐 임의의 시간에 카메라에 도달하게 된다. 따라서 관찰 대상의 깊이를 고려하여 카메라에 특정 시점에 도달한 빛만을 추출함으로써 단일 산란 성분만 남기고 다중 산란 성분을제거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을 '시분해 측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단일 산란파와 같은 시간에 도달하는 다중 산란파가 여전히 존재하므로, 시분해 측정 만으로는 이미징 가능 깊이를 충분히 늘릴 수 없다. 따라서 추가적인 방법이 필요한데, 바로 단일 산란파만 지니는 수평 방향 운동량 보존 법칙을 이용하는 것이다.
설명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그림 2b와 같이 1차원 회절 격자구조의 물체를 고려해 보자. 이는 임의의 물체의 이미지를 푸리에 변환을 통해 2차원 회절격자 구조들의 중첩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이용한 것으로, 이러한 단순화는 실제 물체에서 산란되는 형태를 일반화하기에 적합한 방법이다. 이 물체에 평면파를 입사시킬 경우 반사파의 수평방향 운동량은 입사각의 수평방향 운동량에 겪자 구조에 의한 운동량이 더해진다. 따라서 반사파와 입사파 사이의 운동량의 변화량은 입사각에 상관없이 회절격자의 공간주파수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물체의 표면이나 결정구조를 알면 구조의 규칙성으로 인해 반사된 빛에 일정한 특징이 나타나는 것이다. 다중 산란의 경우 이와 같은 상관관계를 지니지 않으므로 입사각을 바꿀 경우 반사 파의 방향이 임의적으로 바뀐다. 연구에서는 단일 산란파의 운동량 보존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 입사각을 바꿔가면서 반사파의 운동량을 맵핑하는 한편, 이 중에서 특히 운동량이 보존되는 성분을 같은 위상으로 더하는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다중 산란파가 만드는 배경 잡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상의 두 가지 특성을 이용하여 구성한 CASS 현미경은 저간섭성 레이저 광원을 이용한 간섭 현미경을 구성한 후, 공간광변조기를 이용하여 대상 물체에 입사되는 빛의 입사각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일반적인 고심도에서 획득한시분해 이미지의 결과를 보면, 다중 산란파가 단일 산란파보다 훨씬 세기 때문에 시분해 측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정보를 얻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를 입사각을 바꿔가며 2500장의 이미지를 촬영하여 단일산란성분을 추출한 결과, 깨끗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CASS 현미경은 지금까지 개발된 현미경 중 1마이크로미터의 해상도로 볼 수 있는 심도가 가장 깊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광학 분야에서 영향력이 가장 높은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출판됐다.
이번 연구 성과를 활용하면 정밀성이 크게 향상된 의료 영상 장비나 진단 장비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암 치료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초기 단계의 암세포는 생체조직 표면으로부터 1mm 이상의 깊이에서 형성되며, 이때 크기가 수 마이크로미터 수준인 세포핵의 크기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의료 영상방법으로는 관찰이 불가능하며, 암세포가 덩어리를 이루어 크게 자라 용종 등의 형태로 나타날 때에 이르러서야 알아챌 수 있었다. 또한 진단된 암세포를 치료 하는 과정에서 전이된 작은 암세포 조직을 발견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어왔다. CASS현미경을 발전시키면 이러한 초기 단계의 암세포 진단 및 치료에 있어서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