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의 연구성과
10월의 IBS 연구성과
1. 나뭇잎 모양 나노구조물로 고성능 음극재료 개발
국내 연구진이 나뭇잎 모양의 이차원 탄소나노구조물을 개발, 각종 에너지 저장·공급 장치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 음극재료의 용량과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의 나노입자연구단 현택환 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중견석좌교수)과 성영은 그룹리더(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나뭇잎 모양의 2차원 탄소나노구조물을 이용해 기존 흑연 소재보다 용량이 3배에 이르면서 안정성도 높은 새로운 리튬이온전지 음극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나뭇잎 모양의 탄소나노구조물을 개발해 흑연보다 용량이 큰 음극재료인 산화주석의 충·방전 시 부피변화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복합나노구조물의 용량은 약 1천㎃h/g으로 흑연 음극(약 372㎃h/g)의 3배에 이르고 300회 충전 및 방전이 진행되는 동안 단 3%의 용량저하만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분간 급속 충·방전에도 20% 용량만이 저하되는 등 우수한 출력을 보였다.
지금까지 리튬이온전지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고용량 음극물질이 연구돼 왔지만 충·방전 시 부피변화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한 나노 입자로 전극 재료를 만들면 부피는 줄지만 늘어난 표면적 때문에 주반응이 아닌 부반응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연구진은 나뭇잎 모양의 이차원 탄소나노구조물에 나노기공(Nanopore)을 넣고, 이 기공 안에 산화주석(SnO₂) 나노입자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위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탄소 내부는 정육면체의 나노기공들이 배열돼 있어 부피가 크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진이 개발한 이차원 구조는 리튬이온 전달에 쉽고 전도성 탄소로 전자 전달도 유리하다. 이는 리튬이온전지에서 충·방전 시간을 짧게 만들어 출력 특성을 높여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기존에 개발하기 어려웠던 ‘이차원구조, 기공구조, 정렬구조’를 하나의 나노소재에 동시에 구현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 음극재료는 ‘고용량·고출력·고안정성’의 전기적 특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고 설명했다.
성영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나노복합구조물에는 산화주석 외에 다른 물질도 삽입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조합의 고성능 음극 물질 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ACS, 9월 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2. 전자 한 개씩 흘려보내는 원자전선 발견
국내연구진이 전자를 하나씩 이동시키는 폭 1㎚의 부도체 인듐원자선을 찾아냈다. 이를 활용하면 현재 더딘 기술 발전을 보이는 양자점을 이용한 단전자 소자 발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전자 소자는 상용화가 이루어질 경우 지금까지의 도체 및 반도체에서 수십 개의 전자가 수행하던 작업을 전자 하나가 대신할 수 있어 전력소비와 발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집적회로의 소형화 역시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도체전선은 한꺼번에 많은 전자를 흘려보내고, 부도체는 전자를 흘려보낼 수 없는 전기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200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전기가 통하는 폴리아세틸렌은 부도체임에도 전자가 흐를 수 있는 전기적 특성을 갖지만, 전자를 하나씩 제어할 수는 없었다.
그런 가운데 IBS 연구진은 영하 150℃ 이하의 저온에서 부도체인 인듐 원자선이 전자를 하나씩, 원하는 방향으로 흘릴 수 있음을 발견했다. 전자 하나를 회로의 스위치로 만들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인듐 원자선은 500℃ 이상의 고온에서 실리콘 표면 위에 인듐을 뿌려 제작한다. 이때 인듐원자는 규칙적으로 실리콘 기판위에 배열하여 사슬처럼 엮인 선폭 1nm이하의 원자전선을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인듐 원자선은 상온에서는 도체이지만 영하 150℃ 이하에서는 부도체의 성질을 갖는다.
인듐 원자선이 부도체가 되는 것은 각 원자사슬의 서로 다른 네 가지 원자구조(A, B, C, D)의 조합이 어떤 순서로 배열하느냐에 따라 방향성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원자사슬 양단 사이에 좁은 경계, 즉 ‘솔리톤’이 생기며 이 솔리톤에 전자 하나가 갇히게 된다.
원자사슬은 구성하는 원자들의 순서를 바꿔주면(A→B→C→D→A의 원자구조를 A→D→C→B→A로) ‘솔리톤’이 방향성을 갖고 이동하게 되어 솔리톤에 갇힌 전자도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무빙워크가 움직이면서 위에 가만히 서 있는 탑승자를 이동시키는 것과 같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찾아낸 ‘1차원 물질에서 방향성을 가진 솔리톤’을 “카이럴 솔리톤”이라고 명명하였다.
기초과학연구원 ‘원자제어 저차원전자계 연구단’의 염한웅 단장과 이성훈 연구위원, 포스텍 김태환 교수, 천상모 박사가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IF 33.611)에 10월 9일에 게재되었다.
3. 배아줄기세포 운명 '단백질 공장' 리보좀에 달렸다
배아줄기세포의 운명을 가르는 비밀이 세포 내 단백질 공장, 리보좀1)에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단백질 합성을 담당하는 리보좀 생산량이 배아줄기세포가 유지되는데 주요 인자임을 밝혀낸 것이다. 이는 세포 내 단백질 합성역량이 세포의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례적인 연구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RNA연구단(단장 김빛내리)은 RNA 간섭 유전자선별 검사(RNAi screen)2)로 배아줄기세포 조절에 중요한 RNA 결합 단백질3)들을 발굴하였다. 그간 RNA 결합 단백질은 단백질 생산에 주요 기능을 담당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결과로 RNA 결합 단백질이 배아줄기세포의 유지와 분화를 조절하는데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추가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배아에서 유래한 배아줄기세포는 우리 몸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세포다. 배아줄기세포가 모든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만능줄기세포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전분화능’이 유지되어야 한다. 연구진은 RNA 간섭으로 16개의 특정 RNA 결합 단백질이 제 기능을 못하면 배아줄기세포가 만능분화력을 잃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발굴한 단백질 중 6개 단백질이 리보좀 생산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에 주목해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실제 배아줄기세포에서는 리보좀 양이 많고, 전반적인 세포 내 단백질 합성이 왕성한 것을 확인했다. 리보좀의 합성량이 배아줄기세포에서 정교하게 조절되는 것이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배아줄기세포가 전분화능을 유지하려면 주요 인자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조절을 해야 한다. 그러다 단백질 합성 기구인 리보좀 자체의 양이 줄어들면 전사인자들 중 분해속도가 빠른 일부 인자들이 영향을 받으면서 전사인자들간 네트워크가 깨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리보좀 감소가 전분화능을 돕는 단백질 공급량 감소로 이어지며 균형을 잃고 전분화능을 잃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도만능줄기세포4) 형성 효율 역시 리보좀 생산량에 따라 활성화됨을 유추할 수 있다. 향후 안정적인 줄기세포 확보와 유지 기술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배아줄기세포 유지나 분화 등 조절기전에 대한 연구는 주로 DNA를 중심으로 특정 유전자 발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연구진은 RNA에 초점을 맞춘 분석을 실시함으로써 줄기세포의 새로운 특성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그간 RNA 결합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 암을 비롯한 다양한 유전질환에 걸리는 사례가 알려졌을 뿐 새로운 역할을 발견하는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RNA 내 리보좀의 생산량 그리고 RNA 결합 단백질이 세포의 운명을 결정짓는 주요 변인이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연구진은 “RNA에 대한 연구는 줄기세포와 암, 뇌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근본적인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공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유전자와 발생(Genes&Development, IF 10.798) 온라인판 10월 1일자에 게재되었다.
논문제목) Role of the small subunit processome in the maintenance of pluripotent stem cells
(제1저자) 유권태, IBS RNA연구단 연구원
(교신저자) 김빛내리 IBS RNA연구단 단장(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1) 리보좀(Ribosome) : 세포 내 단백질 합성기구. DNA로부터 유전정보가 전사된 전령RNA(mRNA)를 주형으로 삼아 짝이 되는 아미노산을 하나씩 중합하여 단백질을 만든다.
2) RNA 간섭 유전자선별검사(RNAi screen) : 작은 RNA로 유전자의 기능을 저해(RNA 간섭효과)함으로써 나타나는 특이현상으로 기능적으로 중요한 유전자를 선별, 발굴하는 기법
3) RNA결합 단백질(RNA binding protein) : DNA에 담긴 유전정보가 전령RNA로 전사된 후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 전령RNA의 변형이나 이동, 전령RNA를 토대로 한 단백질 합성이나 단백질의 분해와 재합성 등의 전사 후 과정에 관여하는데, 줄기세포 분야에서 이에 대한 연구는 미진하다.
4)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 세포분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주입해 분화 이전의 세포로 되돌린 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처럼 전분화능을 가지고 있어 각종 발생학과 재생의학에 필수 연구주제이다.

▲ 리보좀 새합성과 배아줄기세포와의 관계 모식도
(왼쪽) 배아줄기세포가 전분화능을 유지하려면 Nanog, Klf4 같은 주요 전사인자(영문명이 기재된 주황색 도형)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서로를 조절해야 한다.
(가운데) 단백질 합성기구인 리보좀 자체의 합성이 줄어들면 전사인자들 가운데 빨리 분해되는 불안정한 Nanog, Esrrb 같은 일부 전사인자들(영문명이 기재된 회색 도형)이 특히 타격을 입고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전사인자들간 네트워크가 깨지게 된다.
(오른쪽) 결과적으로 리보좀 감소가 전분화능을 유지를 돕는 단백질 공급량 감소로 이어져 배아줄기세포의 전분화능 상실과 다른 세포로의 분화가 가속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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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NA 사용 없이 농작물 유전자 교정 성공
올해 초 미국 FDA는 특별한 감자와 사과의 판매를 승인했다. 상온에 오래 두어도 색이 그대로인 감자와 사과다.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 산화작용에 인한 갈색화 현상을 제거한 것이다. 이 두 농작물은 즉시 유전자 변형 식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규제 논란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발표 후, 미국에서는 여전히 이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그동안 각국은 ‘DNA’를 기준으로 GMO에 엄격한 규제를 유지했다. 혁명이라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방식은 DNA 형태로 식물세포에 도입했기 때문에 DNA 조각이 식물 유전자에 삽입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GMO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교정 방식이 등장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그대로 이용하지만, 외부 DNA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 유전체 교정을 하는 방식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를 자르는 Cas9 단백질과 유전자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가이드 RNA(gRNA)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DNA 형태로 식물세포에 전달했다. 그 결과 유전자 교정 식물은 GMO로 간주되었다.
반면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DNA형태가 아닌 Cas9 단백질과 가이드RNA를 섞어 혼합체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식물세포에 적용한 것이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기능하는 DNA 방식에 비해 이 방식은 과정이 더욱 까다롭고 어려워 그동안 세계 다수의 연구자들은 DNA 조합 방식을 사용하였다. 그러던 중 IBS 유전체교정연구단(단장 김진수)과 최성화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DNA 사용 없이 농작물에 유전체 교정에 성공한 것이다.
본 연구에서 상추는 식물 호르몬 신호 전달에, 담배는 식물 호르몬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교정했다. 상추는 식물 생장·발달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교정해 스트레스에 강한 성질을 가질 것으로 기대되며 추가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Cas9 단백질과 가이드 RNA를 사용해 만든 식물체는 외부 유전자가 삽입되지 않을뿐더러 자연적 변이와 구별할 수 없는 작은 변이만을 갖고 있어 외부 유전자가 삽입된 GMO와 다르다”고 설명한다. GMO 규제로 발목이 묶여 있었던 많은 연구들에 새로운 해결방법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DNA를 사용하지 않는 식물 유전체 교정 기술은 종자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사능 또는 화학물질을 사용한 기존 육성법은 식물 종자에 무작위적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후 우연히 만들어진 우수 종자를 골라내는 방식이다. 반면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를 맞춤 교정하므로 빠르고 정확해 농작물 육종 기술의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소수의 다국적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종자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로 예상된다.
김진수 단장은 “개발된 기술은 상추와 토마토에 당장 적용할 수 있고, 다른 농작물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향후 세계인의 먹거리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IF 41.51)誌3)에 10월 20일 오전 00시(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되었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서울대 화학부 교수)과 농촌진흥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에서 지원받은 차세대융합기술원 최성화 센터장(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공동연구로 수행되었다.
5. 양자점 태양전지 독성 없애고 효율 높여

▲ CISe 화합물 나노입자를 이용한 양자점 태양전지
국내 연구진이 공동연구를 통해 고효율·무독성 양자점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 연구단(단장 현택환)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고려대-KIST 융합대학원 고민재 박사 연구팀은 기존의 독성 중금속 화합물 나노입자 양자점을 새로운 양자점으로 대체하여 무독성 양자점 태양전지 생산에 성공하였다.
양자점 태양전지는 단순한 용액 공정으로 제작이 가능해 기존 태양전지 대비 저렴하게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크기, 모양, 구조에 따른 밴드갭 제어가 용이한 장점을 갖고 있다. 이와 더불어 흡수할 수 있는 광파장대 영역이 넓어 흡광성이 좋고, 이론상 1 광자당 多 전자를 얻을 수 있는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종전까지 개발된 양자점 태양전지는 양산을 위해 극복해야할 과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독성 중금속 화합물이 쓰인다는 것이다. 기존 양자점 태양전지는 카드뮴(Cd), 납(Pb)과 같은 중금속 화합물 나노입자가 광흡수체로 사용되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고, 환경오염이 우려되어 상용화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 전하재결합 방지막 두께의 정교한 제어기술
▲ 무독성 구리-인듐-셀레늄 양자점 태양전지의 전류전압 곡선
이에 두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시작하였고, 친환경 구리(Cu)-인듐(In)-셀레늄(Se)(이하 CISe) 화합물 나노입자를 양자점 광흡수체로 이용하여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로서 향후 양자점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구진은 기존의 카드뮴, 납 기반 양자점에 비해 CISe 양자점 표면과 전해질 계면에서 전하재결합이 활발히 일어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광전극막 코팅 기술을 개발하였다. 양자점 태양전지 전극 내에 있는 다공성 광전극에 기존대비 2배 두께의 황화아연을 덮어 전하재결합 방지막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CISe 화합물 나노입자 양자점에서 생성된 전공과 전자간의 재결합은 약 80% 가량 감소하였다. 또한 광전극 표면과 전해질 계면 사이의 미세한 틈에 갇혀 이산화티타늄 전극으로 흐를 수 없는 전자를 약 33% 줄일 수 있었다. 그 결과 광전변환 효율이 기존 대비 약 40% 증가하였다. CISe 화합물 나노입자 양자점은 1100 nm의 근적외선 영역까지 폭넓은 태양광 파장을 활용할 수 있어, 8.10%의 세계최고 광전변환 효율을 가진 양자점 태양전지를 구현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성과는 다른 종류의 태양전지 및 양자점을 이용한 다양한 광전기화학 기기,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기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민재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의 양자점 태양전지에서 광흡수체로 활용하는 독성 중금속 화합물 나노입자를 무독성 화합물 나노입자로 대체 가능함을 보인 것으로, 양자점 태양전지 상용화를 크게 앞당기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연구성과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ACS Nano (American Chemical Society Nano, IF 12.881) 10월 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6. 반도체소자 성능 높이는 신소재 전자기판 개발

▲ (좌) 화학기상 증착기를 이용한 h-BH 제작 (우) 투과전자현미경(TEM)을 통한 철(Fe) 기판에 증착한 다증층 h-BN 촬영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제품은 크고 작은 전기 회로가 들어있다. 이 전기 회로는 절연 기판 위에 축전기, 저항기, 다이오드 등의 작은 전자소자가 더해져 구성된다. 전하는 절연 기판 표면에 프린팅 된 구리 등의 전선을 타고 각 소자로 이동한다. 특히 아주 얇은 원자층으로 구성된 소자의 경우 전하의 흐름이 기판 간의 상호작용 영향을 많이 받으며, 기판과의 상호작용을 최소화시켜야 전하의 이동속도가 빨라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반도체 소자 구현 시 이산화규소 등의 산화물 기판을 사용하는데, 이 경우 기판과 소재 사이에 강한 상호작용이 발생해 전하의 이동에 제약이 생긴다.
IBS 나노구조물리 연구단(단장 이영희) 연구팀은 전자소재 및 소자의 성능을 손실 없이 구현할 수 있는 2차원 보론 나이트라이드(이하 h-BN) 절연체 기판 개발에 성공했다. 붕소와 질소로 이루어진 h-BN은 육각형(Hexagonal) 벌집구조 모양의 2차원 물질로 부도체의 성질을 띠어 기판과 전자소재 및 소자간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재 및 소자의 성능을 온전히 유지 시킬 수 있는 신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가 가능한 대면적 크기의 h-BN 박막의 추출 기술 개발로 향 후 이를 활용한 차세대 기판과 2차원 전자소자 구현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 (좌) 높은 기계적 강도 / (우) 전하 이동도 수치
▲ 2차원 소자의 도핑 효과 감소
기존의 h-BN은 보라진을 구리 기판 위에 화학기상 증착법으로 증착시켜 제작했으며, 원소비율 제어가 어렵고 두께가 매우 얇아 기판으로 사용이 불가능했다. 이에 연구진은 철 기판을 사용하여, 두꺼우면서 면적이 넓고 결정성이 높은 h-BN 박막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h-BN 박막은 철 기판에서 다른 소재의 기판으로 옮기는 것도 용이해 다양한 구조의 고성능 전자 소자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보라진 : 3개의 NH기와 3개의 BH기가 평면 6각형 고리를 형성하며 결합되어 있는 화합물
* 화학기상 증착법 : 반도체 등의 집적회로(IC) 제조공정에서 열·전기로 원료 가스의 화학 작용을 유도해 웨이퍼 상에 박막을 형성하는 기술
나아가 h-BN 기판에 다수의 이차원 전자 소재를 적용해 소재의 성능 향상을 수치상 검증하였고, 화학기상 증착법으로 형성된 단일층 이셀렌화텅스텐에서는 전하이동도가 이산화규소 산화물 재료 기판 대비 150배 높게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결함이 적고, 전자 소재와 상호 작용이 거의 없는 이상적 기판 소재인 h-BN 박막을 사용하면, 어떤 2차원 물질이라도 소재의 본연의 성능을 살릴 수 있음을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 IF 11.470)에 10월 28일자에 온라인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