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 비밀 풀 중요 단서…디락 ‘상대론적 양자역학’으로 존재 입증

‘다빈치 코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 우리나라에 2008년 번역 출간됐고, 2009년 영화로 개봉됐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만든 반물질(antimatter)을 이용해 바티칸을 폭파시키려는 비밀결사조직의 음모와 이에 맞서는 사람들의 스토리다.


이 소설과 영화로 ‘반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반물질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의 반대 개념이다. 모든 성질은 같지만 전기적 성질만 반대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생성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빅뱅’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한 점에 모여 있던 질량과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생성됐다. 대폭발 직후 쏟아져 나온 입자들이 상호작용을 거쳐 지구와 같은 별이 생겨났다.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사는 우주에는 물질만 존재한다. 반물질은 물질을 만나면 엄청난 에너지(반물질 1g이 물질과 만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인류가 50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를 만드는 대신, 물질과 함께 사리지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존재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론은 근대 물리학 혁명기로 불리는 1920년대 후반 영국의 물리학자 폴 디락(Paul Dirac)에 의해 탄생됐다. 물리학 혁명기답게 아인슈타인이 1916년 상대성이론을 발표했고, 모든 물리학자가 총 동원돼 양자역학이 나왔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디락이 새로운 방정식을 제안한 것.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어떤 물체가 같는 에너지(E)는 질량(m)과 광속의 제곱(c²)이다. 여기에 운동에너지가 더해질 경우, 에너지는 mc²보다 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모두가 양수란 점이다.



그런데 디락 방정식에 대입하면 전자가 음수의 에너지를 갖는 경우가 나온다. E≥mc² 또는 E≤mc²이 된다. 오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를 디락은 “자신의 방정식이 수학적으로 너무 아름다워 결코 틀릴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몰두했다. 그러면서 전자의 전기적 성질에 따른 양전자와 음전자를 주장했다.

그리고 1932년 앤더슨이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입자들인 우주선(cosmic ray)을 관측하는 실험에서 질량이 전자와 같으면서도 양전기를 띤 입자를 발견함으로써, 다락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인정됐다. 반물질이 더 이상 상상 속 물질이 아닌 실존하는 물질로 등장한 순간이다. 또 이로 인해 디락은 193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4일 국제연구진인 힉스입자의 질량 등을 규명하고 4일 뒤인 힉스가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과 같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반물질은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과 전기적 성질만 반대인 물질이다. 우리가 물질이라고 부르는 세계에서는 반물질이라고 하고 있지만, 반물질로 구성된 세계가 있다면 그들의 반물질이 우리 세상의 물질이다.

혹시 예전 영화 중 ‘백투터퓨처’를 기억하는가? 타임머신을 이용한 시간여행 시리즈다. 여기서 주인공들이 지켜야 할 중요한 전제가 있다. 바로 그 시대에 존재하는 자신과 마주쳐서는 안 된다는 것. 영화에서는 이 전제가 깨지는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물질과 반물질을 쉽게 정의해준 사례는 아닐는지.

PS. ‘천사와 악마’ 영화화 이후 반물질 0.25g으로 만든 폭탄 제조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많았나보다. CERN은 처음 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다, 언제부턴가 ‘천사와 악마’와 관련된 내용을 따로 모아 홈페이지(http://angelsanddemons.web.cern.ch/)를 운영하고 있다.

CERN은 실제 1995년 반입자를 만드는데 최초로 성공한 바 있으며, 2010년에는 헬륨4 원자핵의 반물질도 만들어냈다. 또 2010년 6월에는 수소의 반물질을 만들어 1000초 동안 저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