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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은 알고 있다! 제2의 게놈 마이크로바이옴과 프로바이오틱스 이야기

흠흠…. 미안하지만 잠시 똥 이야기를 하겠다. 잠깐만! 얼굴을 찌푸리며 이 페이지를 벗어나지 말아 달라. 똥이 돈 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세상에는 사람의 ‘대변’에 값을 치러주는 곳이 있다. 2012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비영리기관 ‘오픈바이옴(OpenBiome)’은 건강한 대변을 기증하는 이에게 한 번에 40 달러를 준다. 일주일에 서너 번, 꾸준히 대변을 기증하면 1년 동안 우리 돈으로 1천 만 원이 넘게 받을 수도 있다. 이쯤 되면 황금 똥이 황금이 되는 솔깃한 이야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변을 기증할 수 있는 조건은 까다롭다. 기본적으로 건강하고 지나치게 마르거나 뚱뚱하지 않으며 최근에 항생제를 복용한 적이 없고 알레르기나 자가면역 질환 또는 대사증후군과 같은 병을 앓은 적이 없는 사람이 대변을 기증할 수 있다. 보통 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 100명 중 4~5명만이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한다.

이러한 ‘대변 은행’1)은 미국에 만도 한 곳이 더 있고 2016년 영국과 네덜란드2)에도 설립되었다. 최근엔 우리나라에도 이곳저곳에서 설립 소식이 들려온다. 이들 대변 은행에서는 조건에 부합하는 ‘건강한 대변’ 기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다만 안타깝게도 오픈바이옴을 제외한 대변 은행에서는 기증자에게 현금으로 보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참으로 놀랍다. 대변이란 인체가 음식을 먹고 소화시켜 영양소를 얻고 난 뒤에 남는 찌꺼기가 아닌가. 냄새나고 더러워 ‘처리’해버려야 하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뭘 하려고 ‘기증’ 씩이나 받겠다는 것일까? 도대체 왜?


▲ 오픈바이옴 홈페이지 (출처. www.openbiome.org)

사람을 살리는 ‘대변’ 속 미생물의 힘

답은 대변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 무리에 있다. 우리 몸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체세포 수의 10배(인간의 체세포가 평균 10조 개라면, 미생물 수는 100조 개 정도로 추정된다)나 되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원시세균 등의 미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이를 한데 뭉뚱그리면 1~1.5kg 정도나 되고, 유전정보는 사람의 100배나 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생물들은 입, 코, 귀, 전신의 피부, 생식기, 겨드랑이, 장 등 다양한 곳에 살고 있지만 위장관, 특히 대장에 가장 다양한 종류가 가장 많이 살고 있다. 대변에는 대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 포함되어 배출되는데, 대변에서 수분을 뺀 나머지의 40% 정도가 미생물이다.
우리 몸 곳곳에 터를 잡고 사는 미생물 집단을 상재미생물총(indigenous microbiota)이라고 하고 이들의 유전정보 전체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최근 인체의 다양한 생명현상 또는 질병과 상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매우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로 밝힌 우리 몸의 마이크로바이옴 조성 지도.
같은 사람이라도 부위에 따라 미생물 조성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네이처 리뷰)

그 시작은 2006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제프리 고든 박사의 ‘무균 쥐 실험’이었다. 고든 박사는 체내에 미생물이 없는 무균 쥐에게 뚱뚱한 쥐와 마른 쥐의 대변을 각각 주입해 관찰해 보았다. 그랬더니 같은 양의 먹이를 먹어도 뚱뚱한 쥐의 대변이 주입된 쥐의 체중이 마른 쥐의 대변이 주입된 쥐보다 2배나 더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장내 미생물이 소화와 영양 흡수를 도울 뿐 아니라 비만과 같은 질병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지에 실려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장내 미생물총에 대한 연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고 지금까지 미생물총이 비만,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은 물론 아토피,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면역 질환, 우울증, 자폐증과 같은 정신질환3),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 암, 골다공증, 노화 등 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4)


▲ 제프리 고든 박사는 후속 연구로 쌍둥이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무균쥐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 쌍둥이 중 뚱뚱한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식받은 쥐는 뚱뚱해지고 마른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식받은 쥐는 날씬해졌다. 두 쥐의 먹이는 같았다.
연구 결과는 2014년 학술지 <셀(Cell)>지에 실렸다. (출처. <셀(Cell)>)

그 결과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 게놈(genome)으로도 설명하지 못하는 인체와 질병에 대한 다양한 수수께끼를 풀 열쇠로 기대되면서, ‘제2의 게놈’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국제인간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International Human Microbiome Consortium, IHMC)(2007)’, ‘지구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Earth Microbiome Project, EMP)’ 등을 결성해 그 비밀을 풀어가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사람 똥은?

그렇다면 ‘대변 은행’이 애타게 찾는 ‘건강한 대변’이란 어떤 것일까? 풍부하고도 다양한 미생물이 균형을 이루며 존재하는 대변을 말한다.

미생물총은 사람마다 그 분포나 구성하는 미생물의 종류, 각 미생물의 숫자가 다 다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치 지문처럼 일란성 쌍둥이조차 같지 않다고 한다. 개개인이 가진 미생물총의 다양성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태아의 장 내부에는 미생물이 전혀 없지만 태어날 때 산도를 통과하면서 처음 미생물과 접촉하게 되고5), 모유수유를 통해 다양한 미생물과의 공생을 시작한다. 이후 식이습관, 나이, 항생제 등과 같은 약물, 스트레스, 질병 등에 따라 우리 몸의 어떤 미생물은 번성을 하고, 또 어떤 미생물은 쇠퇴를 하면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이 때 관건은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유익균과 질병을 일으키는 유해균, 때에 따라 유익균이 되기도 하고 유해균이 되기도 하는 대부분의 미생물(중간균)이 이루는 비율이다.6) 건강한 장에서는 다양하고도 풍부한 미생물이 함께 존재하며 그 중 유익균이나 중간균이 수적으로 월등히 많아7)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장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대변 은행이 원하는 ‘황금 똥’이다.

대변 은행은 건강한 대변을 모아서 장내미생물과 관련이 큰 질병 치료에 사용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감염으로 인한 만성 설사 치료다. 심각한 감염병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대량으로 투여하면 병원균도 죽이지만 대장에 기거하는 유익균들까지 모두 죽여버린다. 이렇게 황폐해진 장내 환경에 항생제 내성균만이 살아남아 지나치게 증식하면 환자는 속수무책으로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은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균으로 감염되면 시도 때도 없이 설사를 일으켜 심할 경우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그런데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증 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용해 두어 번 대변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s)을 했더니 환자의 90%가 단 며칠 안에 완치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현재는 이 병증을 치료하는 용도로만 대변이식이 허가된 상태다. 이를 위해서는 식염수를 섞어 믹서로 간 대변 용액을 환자의 코나 직장을 통해 대장에 주입하는 이식 방법을 쓰는데, 최근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에서는 건강한 사람의 대변 분말을 대장까지 도달 가능한 캡슐에 넣어 삼키는 투여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 클로스트리듐 디피실균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즈)

이쯤에서 이맛살을 찌푸리고 비위 상한다는 표정을 짓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지금은 허용되지 않지만, 언젠가 질병 치료를 위해 누군가의 대변을 몸에 넣거나 삼켜야 한다면 흔쾌히 할 수 있을까? 좀 더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이를테면 약 같은 형태로 섭취할 수는 없는 걸까? 안타깝게도 아직 대변을 약의 형태로 쓰는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대변 속 미생물은 너무 다양한 데다 상호작용이 복잡하고 정확한 매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아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토되는 방안 중 하나가 해로운 균을 제거하고 안전한 균만 선별해 이식하는 것이다.

IBS 면역미생물공생연구단에서는 안전한 균 중에서 임상적으로 활용 가능한 것을 찾고 있다. 무균 생쥐에 단일 박테리아를 이식하여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관찰함으로서 각종 질환과 미생물이 주고받는 영향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무균 생쥐는 장내 공생 세균을 비롯해 체내에서 미생물이 살지 않는 생쥐로 무균 환경에서 사육된 생쥐를 말한다. 연구팀이 포스텍 내 생명공학센터에 구축한 무균 생쥐 실험시설은 국내 최초며, 무균 생쥐 뿐만 아니라 무항원 생쥐도 사육해 실험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알레르기와 같은 면역과민성 질환에는 과도한 면역력을 누그러뜨리는 미생물을, 암과 같은 질환에는 면역력을 증강하는 미생물을 처방할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약이 아니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대변 이식의 심리적 불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변이식 DIY는 꿈도 꾸지 말 것. 오히려 감염 등으로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런 질병이 없는 사람은 대변 이식까지 해 가면서 장내 미생물총 관리를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간편하게 장내 미생물총 관리를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최근 크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프로바이오틱스란 ‘충분한 양을 투여할 때 숙주의 건강에 유익한, 살아있는 미생물’이라고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를 건강기능식품의 형태로 판매하는 회사들은 항생제 남용과 균형 잃은 식생활, 스트레스 등으로 장 건강을 위협받는 현대인들에게 유익균을 보충하여 질병 예방과 치료,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을 맹신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살아있는 미생물’이어야 하고 효과를 볼 수 있는 ‘충분한 양’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지 않다. 또한 소수(몇 백억 단위라고 해도 몇 백 조 단위의 상재미생물총의 입장에서 보면 많지 않다)의 유익균들이 강한 산성 소화액을 뚫고 대장까지 무사히 살아 도착해 텃세를 부리는 기존 미생물들의 자리를 비집고 안착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장내 미생물들의 균형을 개선하기에는 현재 제품으로 개발되어 있는 유익균들의 종류가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약점도 있다.(배양하기 쉬운 유산균 종류가 거의 대부분이다)


▲ 유익균이 풍부한 발효식품들. 김치(유산균), 메주-된장(누룩균), 치즈(유산균), 요거트(비피더스균).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즈, 플리커, 픽사베이)

프로바이오틱스가 아직 ‘약’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미생물이 약품으로 개발되려면 반드시 인체에 안전하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한데, 이 안전성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인체독성을 가지고 있어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조차 위험성을 지적받는 실정이다. 의학저널 <랜싯(Lancet)>에는 유산균 복합물질이 급성 췌장염 환자의 질환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게재된 바 있다. 의학저널 <랜싯(Lancet)>에는 급성 췌장염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유산균 복합물질이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도 있다. 또한 미생물이 인체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은 매우 복잡하고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개인적인 특성이 상당히 작용하기 때문에 약으로 처방해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 소재를 찾기가 힘들다.

다만 ‘살아있는’ 프로바이오틱스를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올리고당, 당알코올, 수용성식이섬유 등)와 함께8) ‘상당량’, ‘꾸준히’ 복용하면 장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를 따지기 전에 내 몸에 기거하는 100조나 되는 동거균들을 떠올려보고, 그들이 사는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먼저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장내 미생물들에게는 폭탄이나 다름없는 항생제를 좀 더 신중히 사용하고 신선한 채소와 발효식품으로 구성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이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며, blog.naver.com/ibs_official/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2015년 3월에는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어드밴싱바이오(AdvancingBio)’라는 대변은행이 설립되었다.

2) 2016년 초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와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 의료센터도 대변 은행을 설립했다.

3) 뇌- 위장관의 긴밀한 상관관계에 대한 통찰은 이미 1980년대에 뇌-장(관)축(brain-gut axis)란 말을 만들어냈다. 뇌장(관)축은 중추신경계 안의 감정이나 인지를 담당하는 부위와 위장관 안의 감각, 운동 등 실제 기능을 나타내는 부위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4) 2013년 <사이언스>지는 장내 미생물총이 암, 당뇨, 비만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을 ‘10대 과학 뉴스’의 하나로 꼽았다.

5)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나 장내 미생물총이 부족한 아이에게 산모의 질내 미생물을 채취해 멸균거즈로 이식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6) 대표적인 유익균으로는 비피더스균과 유산균, 고초균 등이 있고 중간균으로는 박테로이데스, 장구균, 유해균으로는 웰치균, 식중독균, 포도상구균 등이 있다.

7) 보통 유익균과 중간균을 합쳐 85% 이상을 차지해야 건강한 균형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8) 프리바이오틱스와 프로바이오틱스를 함께 신바이오틱스(Synbiotics)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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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8-07-24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