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주요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IBS Conferences

소파에 누워서 ‘주 5일제도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나’ 생각하는 한가한 주말 오후에도 우리 몸의 세포들은 쉴 수 없다. 밥을 먹고 TV를 볼 때, 심지어 잠을 자는 동안에도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 하나하나는 각자 맡은 일을 쉬지 않고 해낸다.


(그림1) 동물 세포의 내부 구조를 나타낸 그림. 다양한 세포 소기관을 볼 수 있다. 핵(1), 핵막(2), 리보솜(3), 소포(4), 거친면 소포체(5), 골지체(6), 세포 골격(7), 매끈면 소포체(8), 미토콘드리아(9), 액포(10), 세포질(11), 리소좀(12), 중심체(13), 세포막(14) 등이 나타나 있다. (그림 출처 : Kelvinsong / Wikimedia Commons)
(그림1) 동물 세포의 내부 구조를 나타낸 그림. 다양한 세포 소기관을 볼 수 있다. 핵(1), 핵막(2), 리보솜(3), 소포(4), 거친면 소포체(5), 골지체(6), 세포 골격(7), 매끈면 소포체(8), 미토콘드리아(9), 액포(10), 세포질(11), 리소좀(12), 중심체(13), 세포막(14) 등이 나타나 있다. (그림 출처 : Kelvinsong / Wikimedia Commons)


세포는 주 7일, 24시간 쉬지 않는 공장 같다. 공장의 목표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것.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생물화학적인 반응을 조절하는 건 대부분 단백질이기 때문에 세포마다 이 ‘단백질’이란 걸 만들어내기 위해 바쁘게 일한다.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공정은 단백질 설계도를 담고 있는 세포 핵에서 시작된다. 핵에서 설계도를 읽은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단백질을 이루는 조각들을 만들어내는데, 이때 단백질 조각을 만들어내는 ‘소포체’, ‘리보솜’, 그리고 운반 직전의 단백질을 관리하는 ‘골지체’ 같은 세포 소기관을 거친다. 이 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세포 소기관도 따로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바로 그 역할을 한다. 단백질을 잘못 만들어냈거나 더 이상 필요 없어 졌을 때는 ‘리소좀’이란 세포 소기관에서 폐기한다. 그야말로 세포 하나가 정교한 공장처럼 돌아간다.


세포 공장의
모든 과정을 알 순 없다

하지만 위의 설명은 교과서에 나오는 개괄적인 설명일 뿐, 우린 세포 공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주 세세하게 알진 못한다. 2018년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서도 이런 복잡하고도 정교한 세포 공장의 이야기를 담은 표지를 그려냈다.

표지에는 여러 사람들이 DNA와 다양한 세포 소기관 등을 영사기에 넣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람들이 넣은 여러 세포 구조물은 영사기 안에서 합쳐져 하나의 커다란 세포로 비춰진다.


(그림2) 보텀업 세포 생물학을 나타내는 네이처 지의 표지. 인공 세포 소기관을 연구하는 것도 보텀업 세포 생물학에 해당한다. (출처 : Nature)
(그림2) 보텀업 세포 생물학을 나타내는 네이처 지의 표지. 인공 세포 소기관을 연구하는 것도 보텀업 세포 생물학에 해당한다. (출처 : Nature)


이 그림은 세포를 이루는 구성물 하나하나를 연구해 매우 정교해 이해하기 어려웠던 생명 현상을 이해하려는 ‘보텀업 세포 생물학’을 나타낸다. 세포 하나를 통째로 이해하는 대신 소기관과 핵산 등으로 구성 물질을 쪼개어 연구하고 인공으로도 만들어보는 연구 분야다.

네이처는 이 표지를 선보이며 “세포는 완전히 분해될 수 없고, 그러기엔 너무 정교하다”며 “과학자들은 이제 새로운 방식으로 세포를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으로 만드는
‘세포 공장’

인공으로 세포 소기관을 만들어내는 연구도 이런 보텀업 세포 생물학의 일환이다. 세포 전체를 완전히 이해하기 보단 세포막, 미토콘드리아 등으로 쪼개어 각각을 모사해보고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그림3) 리포솜의 모양. 바깥쪽은 친수성 물질(초록색)로, 안쪽은 소수성 물질(노란색)로 이루어져 있다. (출처 : SuperManu/ Wikimedia Commons)
(그림3) 리포솜의 모양. 바깥쪽은 친수성 물질(초록색)로, 안쪽은 소수성 물질(노란색)로 이루어져 있다. (출처 : SuperManu/ Wikimedia Commons)


이렇게 세포의 일부분을 따라 만들어보려는 시도는 수십여 년 전부터 이어졌다. 그 시작은 세포막이었다. 세포막은 마치 비누방울처럼 바깥쪽은 물과 잘 섞이는 ‘친수성’ 물질로, 안쪽은 기름과 잘 섞이는 ‘소수성’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세포막을 따라 만들면 원하는 물질을 이 안에 넣어 세포 사이로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화장품을 만들 때 이런 인공 세포막이 흔히 쓰인다. ‘리포솜 화장품’이라고 적혀있는 제품들이 바로 인공 세포막 기술이 쓰인 것들이다. 콜라겐, 엘라스틴, 히알루론산, 비타민C 같은 물질을 인공 세포막(리포솜)으로 둘러싼 다음 화장품에 넣어 피부 세포 사이로 배달하는 셈이다.

다른 세포 소기관을 따라하려는 시도도 끊이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인공 세포를 만들어 스스로 움직이게 하려면 가장 필요한 건 에너지를 공급하는 소기관 ‘미토콘드리아’다. 이에 2018년, 신관우 서강대 화학과 교수팀이 인공 미토콘드리아를 만들어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5월 28일자에 싣기도 했다.


(그림4) 신관우 서강대 교수팀이 만든 인공 세포의 모습.
(그림4) 신관우 서강대 교수팀이 만든 인공 세포의 모습.


연구팀은 시금치가 지닌 광합성 단백질과 세균이 갖고 있는 광전환 단백질로 인공 미토콘드리아를 만들었다. 그뒤 인공 세포막으로 이 미토콘드리아를 둘러싸 하나의 ‘인공 세포’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 세포는 빛에 반응하면서 움직였고, 한 달 정도 이런 대사 활동을 이어갔다.

신 교수는 인공 미토콘드리아를 만들어낸 이번 연구가 “스스로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성장하는 생명체를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약물 전달에
유용한 ‘엑소좀’

가장 실용성 면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건 ‘약물 전달’ 분야다. 인공 세포 소기관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림5) 엑소좀의 모습과 역할을 나타낸 그림. 엑소좀은 단백질은 물론 지질, 아미노산, 핵산 등을 운반할 수 있다. (출처 : Science(2020), Raghu Kalluri et al.)
(그림5) 엑소좀의 모습과 역할을 나타낸 그림. 엑소좀은 단백질은 물론 지질, 아미노산, 핵산 등을 운반할 수 있다. (출처 : Science(2020), Raghu Kalluri et al.)


대표적인 예가 앞서 말했던 ‘리포솜’이다. 콜라겐이나 히알루론산 같은 물질을 세포 사이로 넣기 위해 인공 리포솜이 쓰이는 것처럼, 특정 세포에게 약물을 전달하기 위해 ‘엑소좀’이 쓰인다.

엑소좀은 세포가 만들어내는 작은 운반체다. 한 세포가 갖고 있던 단백질이나 RNA 같은 생체 물질을 다른 세포에게 주고 싶을 때, 엑소좀으로 포장한 다음 세포 밖으로 내보낸다. 리포솜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엑소좀이 조금 더 복잡하게 생겼다는 점이다. 리포솜은 세포막으로만 둘러싸여 있다면, 엑소좀은 세포막 군데군데 다양한 단백질을 갖고 있다. 단백질의 종류는 엑소좀을 내보내는 세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고, 목적지 세포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쉽게 말해 엑소좀은 정확한 곳에 생체 물질을 배달하는 택배 기사님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과학자들은 이 엑소좀을 활용해 원하는 세포에 원하는 물질을 운반하는 연구를 해오고 있다. 한 예로 탁솔이라고도 불리는 항암 치료제 ‘파클리탁셀’을 들 수 있다. 원하는 세포에만 이 치료제를 전달하면 세포 독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몇 해 전부터 여러 연구팀이 이 항암제를 엑소좀에 넣어 암세포에게만 전달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또는 엑소좀에 원하는 특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 올해 9월, 조윤경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 연구진은 생체 에너지(ATP)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공 엑소좀을 만들어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카탈리시스’에 게재했다. 엑소좀 막과 안쪽에 ATP를 합성해낼 수 있는 효소를 넣어 엑소좀이 ATP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림6) IBS 연구팀이 만든 인공 엑소좀 ‘FEx-1’. 인공 세포소기관으로 ATP를 생산해 저산소 조건에 있는 세포까지 에너지를 공급한다. (출처 :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림6) IBS 연구팀이 만든 인공 엑소좀 ‘FEx-1’. 인공 세포소기관으로 ATP를 생산해 저산소 조건에 있는 세포까지 에너지를 공급한다. (출처 :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엑소좀이 ATP를 만들어내게 되면 에너지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암세포 깊숙한 곳까지 ATP를 전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암세포가 덩어리로 자라나면 세포 수가 빠르게 늘어나며 산소가 부족한 세포들이 생겨나는데, 여기에 ATP를 만들어내는 엑소좀을 전달하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실제로 연구진은 인공 엑소좀을 유방암 조직 스페로이드에 처리해 봤다. 그 결과 인공 엑소좀이 암 조직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인공 엑소좀이 저산소증으로 손상된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나노 알약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연구를 이끈 조윤경 그룹리더는 “인공 엑소좀을 통해 살아있는 세포에 보다 효율적인 물질 전달 방법을 제시했다”며 “향후 엑소좀의 내부와 표면에 부가적인 기능을 탑재한 인공 세포 소기관을 만드는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포스트에 게재되며, https://post.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만족도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콘텐츠담당자
홍보팀 : 임지엽   042-878-8173
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