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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원인물질을
암석, 고부가가치 원료로 바꾸는 기초과학

‘연금술이란 물질의 구조를 이해하고 물질을 분해해서 재구성하는 과학기술이다’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첫 대사다. 이 만화는 연금술사인 주인공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만능물질, ‘현자의 돌’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마주치는 위험의 순간마다 주인공은 연금술을 통해 주변 물질을 무기로 바꿔 사용한다.

강철의 연금술사
▲ 강철의 연금술사. 출처 : 위키피디아

만화 속 대사처럼 연금술은 과학이 아니다. 물론 한때 인류는 연금술을 과학이라 믿던 시대가 있었다. 연금술은 만물이 물, 불, 공기, 흙 4가지 원소로 이뤄져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 주장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이 4원소의 적절한 비율로 조합돼 만들어졌고, 각 원소의 비율만 바꾸면 납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믿음은 무려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계속됐다. 진짜 과학에 자리를 내어주기 전까지 말이다.

그런데 21세기 현재, 과학자들은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다른 물질로 바꾸는 연금술을 펼치고 있다. 비록 현자의 돌도 없고, 금같이 값비싼 귀금속은 아니지만 인류에 도움이 되는, 나아가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무기를 연마하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연금술의 재료로 쓰여야 하는 이유

 남극의 얼음 코어로부터 측정된 온도 변화(옅은 파란색), 이산화탄소 변화(짙은 파란색)
▲ 남극의 얼음 코어로부터 측정된 온도 변화(옅은 파란색), 이산화탄소 변화(짙은 파란색)
출처: NOAA(Jouzel et al. 2007; Lüthi et al. 2008)

지구의 역사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할 때마다 지구의 온도는 어김없이 상승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지구로 들어온 에너지 일부를 우주로 다시 빠져나가지 않도록 지구에 가두기 때문이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또 다른 온실가스 중 하나인 수증기의 양을 조절하고 온실효과의 사이즈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기에 중요하다.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직후보다 현재가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출처: Pixabay
▲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직후보다 현재가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출처: Pixabay

그렇다면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일까? 저널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175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대기로 방출한 탄소는 공룡을 멸종으로 이끈 소행성 충돌 직후 발생했던 탄소 배출량보다 더 많다고 한다.

6600만 년 전 지구를 강타한 소행성은 공룡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의 75%를 멸종시켰다. 당시 충격 에너지는 원자폭탄의 수십억 배에 이를 정도였는데 이 폭발로 발생한 지진, 화산폭발, 산불 등 대기 중으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시켰다. 연구진에 따르면 당시 대기 중으로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1,400억t이었다고 추정되는데, 이렇게 방출된 이산화탄소로부터 야기된 온실효과는 지구를 따뜻하게 만들고 수백 년간 해양을 산성화시키며 백악기-고 제3기 대멸종(Cretaceous-Paleogene extinction)에 기여했다.

연구팀은 이처럼 갑작스럽게 닥친 재앙으로 지구의 탄소 순환이 깨지는 사건들을 조명했는데 과거의 이러한 사건들로 발생했을 탄소 배출량보다 1970년대 이후부터 인류가 대기 중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이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과거 탄소 순환을 깨뜨린 사건 때 발생했던 모든 특징이 현재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표면의 온도가 상승하고, 수문학적 순환이 붕괴되고 해양 저산소화와 산성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이미 대규모 멸종의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산화탄소, 금이 될 수 있을까

지구에 존재하는 탄소 중 99.8%는 지하에 존재한다. 지각 위에 존재하는 탄소의 90% 이상은 심해와 해양 퇴적물에 존재하고 대기에는 단지 1.4%만을 포함하고 있으며 대부분 기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로 존재한다. 자연적으로 지하에 있던 탄소를 지상으로 공급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화산이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매년 모든 화산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 보다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양이 무려 40~100배 더 많다고 한다.

A는 대기와 대기로 유입하는 탄소와 유출되는 탄소를 보여준다. 참고로 Org Carbon은 유기탄소이고 MOR은 해령이다. B는 탄소 순환의 균형을 깨뜨린 사건들을 보여준다. Chicxulub은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 사건을 나타낸다. 인간활동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다. 출처: Deep Carbon Observatory
▲ A는 대기와 대기로 유입하는 탄소와 유출되는 탄소를 보여준다. 참고로 Org Carbon은 유기탄소이고 MOR은 해령이다. B는 탄소 순환의 균형을 깨뜨린 사건들을 보여준다. Chicxulub은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 사건을 나타낸다. 인간활동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다. 출처: Deep Carbon Observatory

다행히 5억 년 간 지구는 몇 번의 이례적 사건을 제외하면 균형 잡힌 탄소 순환을 유지해왔고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내뿜어 내는 만큼 다시 지하로 되돌렸다. 규산염 풍화작용은 탄소를 지하로 돌려보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이보다 기여도가 적긴 하지만 생물의 광합성 역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과학자들은 생물의 광합성 원리를 모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려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출처: Pixabay
▲ 과학자들은 생물의 광합성 원리를 모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려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출처: Pixabay

과학자들은 여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나뭇잎을 모방한 ‘인공 나뭇잎’을 개발했다. 이 장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제거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꿔주는 놀라운 기술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햇빛과 이산화탄소, 물을 이용해 화학산업의 원료로 사용되는 탄소화합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공 광합성 장치를 만들어 냈다. 2015년 ‘재료화학 A 저널’(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에 게재될 당시 세계 최고 효율을 가진 인공광합성 장치로 소개되었다.

연구팀은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작동하는 일체형 인공광합성 소자 기술을 개발해 4.23%의 효율로 일산화탄소(CO)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만약 인공광합성 효율을 10%까지 올리고, 100㎢면적에서 하루 6시간씩 가동할 경우 연간 8백만 톤의 일산화탄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일산화탄소의 톤당 가격이 130만 원이 넘는다는 걸 고려했을 때, 태양광만으로 화학 산업에 원료가 되는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만들어 낸 것이니, 가히 납을 금으로 바꾼 연금술처럼 느껴진다.

공기를 흙으로 되돌리는 연금술

동식물이 죽은 후에는 그 안에 내재돼 있던 유기탄소가 땅속으로 매장됨으로써 탄소의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매장된 유기탄소는 수 억 년 동안 지속적으로 압력과 열을 받아 화석연료로 변한다.

그런데 인류는 산업화 이후 땅속에 보관돼 있던 화석연료를 추출해 사용함으로써 탄소의 균형을 깨뜨렸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 속도는 자연에서 이산화탄소를 다시 지하로 되돌려 보내는 지질학적 과정보다 10배 이상 빠르다고 한다.

따라서 대기에 넘쳐나는 이산화탄소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땅속으로 되돌려 보내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바로 탄소포집기술(CCS)이다. 탄소포집기술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속에 저장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이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1996년부터 2014년까지 약 1,5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북해 노르웨이 해역에 저장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일리노이 Decatur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014년부터 4년간 약 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2017년 포항분지의 영일만 심부 저장층에 100톤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데 성공했으나,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인해 이 프로젝트는 일시 중단됐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연구 중이고 특히 이산화탄소를 암석으로 바꾸는 기술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왜냐하면 탄소포집기술의 성공 여부는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고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암석으로 바꾸는 기술을 연마했다. 마치 공기를 흙으로 바꾸는 연금술처럼 말이다.

본래 이산화탄소를 암석으로 바꾸는 광물화 작용(mineralization)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단, 이는 매우 느린 과정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이 속도를 인공적으로 높여 이산화탄소를 암석으로 바꿀 방안을 모색했다.

2016년 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불과 몇 달 만에 이산화탄소를 단단한 암석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식물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와 황화수소를 물에 섞어 화산성 현무암에 주입했는데, 단 몇 달 만에 광물화가 진행됐다. 이는 지질학적으로 이산화탄소가 탄산염광물로 바꾸어 탄소를 고정하는데 수백 년에서 수 천 년이 걸린다는 일반적인 견해를 뒤집는 연구였다.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배출되는 속도에 맞춰 더 빠르게 땅 속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 이산화탄소가 저장된 암석 코어. 현무암 단면에 탄산칼슘 광물화가 잘 보인다. 출처: Annette K. Mortensen.

또한, 2018년 Goldschmidt Conference에서 캐나다 노팅엄트렌트대 이안 파워(Ian Power) 교수 연구팀은 마그네사이트 광물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방법을 알아냈다. 마그네사이트는 탄산마그네슘(MgCO₃)이 주성분인데, 자연적으로 생성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절반이나 줄일 수 있지만 그 과정이 매우 오랜 시간 걸린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연구팀은 자연에서 만들어지려면 수백에서 수천 년 걸리는 마그네사이트를 상온에서 단 72시간 만에 생성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산화탄소를 마그네사이트에 가두는 기술. 출처: 위키미디아 커먼스
▲ 이산화탄소를 마그네사이트에 가두는 기술. 출처: 위키미디아 커먼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땅으로 되돌리는 기술은 탄소를 포집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한계가 있고, 과학자들은 이 방법을 궁극적으로 얼마나 확장시킬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위 기술은 자연에서 발생하는 과정을 인위적으로 단축할 뿐이다.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것이 아닌 단순히 돌멩이로 바꿔 놓을 뿐이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이산화탄소를 없애면서 동시에 이를 유용한 물질로 바꿀 방법은 없을까? 이에 최근 이뤄지는 연구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부가가치가 높은 물질로 변환하는 기술들이 각광받고 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강정구 교수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석유화학산업의 핵심 원료가 되는 ‘에틸렌’으로 바꾸는 촉매를 개발했다. 덕분에 에틸렌 생성효율이 기존 20%에서 최대 80%까지로 높아졌다. 참고로 에틸렌은 석유 화합물로 가공될 수 있어 석유화학공업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로 여겨진다.

구리 촉매에서 이산화탄소가 연료로 전환되는 과정. KAIST 제공
▲ 구리 촉매에서 이산화탄소가 연료로 전환되는 과정. KAIST 제공

에 게재된 이 연구에 따르면 연구팀은 구리 입자 내 '원자의 틈'을 제어하는 기술을 적용해 이산화탄소를 기존의 기술보다 효율적으로 연료로 변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에틸렌으로 변환할 때 구리 촉매를 사용하는데, 이 촉매는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연구팀이 구리 원자 사이의 1nm 미만의 좁은 틈이 촉매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 원리를 적용해 새로운 구조의 촉매를 고안해냈다. 덕분에 이산화탄소를 에틸렌으로 효율적인 변환이 가능해졌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분해 과정의 화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이유는 이산화탄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어서 이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높은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와 산소로 분해시키는 초기 과정에는 수십 기압에 이르는 고압 반응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꾸려면 이산화탄소의 분해 메커니즘을 면밀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분광학적 분석 등 제한적인 증거만 제시됐을 뿐 이산화탄소 분해 과정의 화학적 메커니즘을 원자 수준에서 정확히 밝힌 연구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분해되는 순간을 직접적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연구는 에 게재됐는데, 연구팀은 실제 반응 환경에서 크기가 수 옹스트롬(Å·100억분의 1미터)에 불과한 이산화탄소 분자가 로듐(Rh) 촉매 표면에서 서로 충돌하여 일산화탄소로 분해되는 순간을 처음으로 직접 관찰했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할 수 있는 화학반응의 직접 증거를 제시한 셈이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시키는 연구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일산화탄소 분해 과정 이후 생성된 일산화탄소 분자와 산소 원자. IBS 제공

<강철의 연금술사>의 연금술에서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 있다. 바로 ‘등가 교환의 법칙’이다. 주인공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은 그 무언가의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와 동등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것이 만화 속 연금술에서 말하는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오늘날 지구온난화가 야기한 각종 재앙은 우리가 화석연료를 태우며 번성한 대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는 이미 ‘기초과학’이라고 하는 현자의 돌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능숙하게 해내기만 한다면 이산화탄소도 금처럼 값진 물질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본 콘텐츠는 IBS 공식 포스트에 게재되며, https://post.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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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