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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치매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
치매 치료제 개발의 험난한 여정

영화, 드라마 단골 소재가 된 치매

※ 본 칼럼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최근 들어 치매는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왕왕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치매 환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리라. (출처: 쇼박스, JTBC)
▲ 최근 들어 치매는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왕왕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치매 환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리라. (출처: 쇼박스, JTBC)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큰 호평을 받았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기억하는가. 주인공역을 맡았던 설경구의 모습에 관객들은 연쇄살인에 대한 잔인함 보다 치매가 만들어낸 삶의 변화에 더 큰 두려움을 표했다.

오늘날 전체 치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와 같은 이상 단백질들이 뇌 속에 쌓이면서 서서히 뇌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을 처음 발견한 독일의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병리학자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ysius Alzheimer)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치매에 대한 인식에 새로운 변화를 준 작품도 있다. 역대급 반전을 선보이며 올해 초 종영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 치매환자인 김혜자 본인의 관점에서 얘기를 풀어나가며 시청자로 하여금 치매의 간접체험을 갖도록 한, 치매가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온 일부임을 느끼게 한 드라마로 기억한다. "마음은 그대론데 몸만 늙는 거야."라는 김혜자의 대사에 담긴 미묘한 깊은 울림이 아직도 선명하게 다가온다.

국내 치매 유병률은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중 10.2%로 약 75만 명에 달한다. 간단히 말하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5년 후인 2024년이면 대한민국은 치매환자 100만 명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추산된다.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전 세계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치매 인구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건 당연지사.

그렇다면, 치매 치료제 개발은 어디까지 와있는 걸까?

임상실패율 99.6%,
글로벌 제약회사의 잇따른 치매 치료제 중단

99.6%.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의 임상 실패율 수치다.

1998~2014년 사이에 후보물질 244개를 두고 진행된 413개의 임상시험 중 FDA 품목 허가로 이어진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하다. 항암제 60%, 심혈간질환 45% 등에 비해 치매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CNN에 방영된 바이오젠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 임상 중단 소식 (출처 : CNN)
▲ CNN에 방영된 바이오젠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 임상 중단 소식 (출처 : CNN)

올해 3월 전 세계 제약업계에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준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의 다국적 생명과학기업 바이오젠이 일본 에자이와 공동 개발해온 유력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Aducanumab)'의 임상 3상 시험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베타'라는 뇌 속 노폐물을 표적으로 하던 가장 유력한 신약후보였고,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의약품 패스트트랙(신속심사)에 선정될 정도로 큰 기대를 받던 신약후보였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2013년 화이자의 포네주맙, 2016년 릴리의 솔라네주맙, 2019년 로슈의 크레네주맙의 임상 실패에 이어, 아두카누맙까지 임상 시험이 중단되자 그간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아밀로이드베타'를 타깃한 치매 치료제 개발 방향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될 정도이다.

치매 유력 원인은?
흔들리는 베타아밀로이드 가설

치매치료제 개발을 위한 여정이 잇따른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질병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니, 해결점도 어려운 것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유전적 특징이나 임상경과가 천차만별인 것도 난항을 겪게 만드는 장애물이다.

20년이 넘도록 치매를 유발하는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 것은 '베타아밀로이드' 가설(뇌 속 플라크가 축적돼 치매가 발병한다는 가설)이다. 뇌 속 타우 단백질도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이 역시 베타아밀로이드 축적과 관련이 있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돼 생기는 플라크가 타우 단백질 인산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베타아밀로이드는 방송에도 하도 자주 등장해서 이제는 일반인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용어가 됐다.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뇌의 아밀로이드 플라크(노란색)가 축적된 모습. (출처: Nature)
▲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뇌의 아밀로이드 플라크(노란색)가 축적된 모습. (출처: Nature)

사실 정상인의 뇌에도 베타아밀로이드는 소량 만들어진다. 빠르게 분해돼 쌓이지 않을 뿐이다. 반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는 베타아밀로이드가 분해되지 않고 쌓여 엉켜진 이른바 '플라크'가 생긴다. 뇌세포 주변에 이상 물질이 쌓이면서 뇌의 주요 기능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번 발병한 알츠하이머 치매는 현재 의학기술로는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만 가능할 뿐, 완치는 불가능하다.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인데, 베타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의 주요 척도, 즉 바이오마커로도 사용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치매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연구가 신경세포를 죽이고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베타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진행돼 왔는데, 현재 이에 대한 임상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안개 속으로 들어가 버린 상황이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아두카누맙이 치매 치료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지만, 이제는 지난 20년 동안 지속되어온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에 어두운 그림자가 지워진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뇌 속 청소부' 추적해 치매 치료 길 연다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에 따른 치매 치료제 연구가 잇따른 실패를 거듭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치매 연구 접근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그동안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세포 사이에 축적되는 것을 막는 것이 주된 치매 치료제의 기전연구 방향이었다면, 앞으로는 축적이 아니라 배출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이다. 뇌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림프관의 존재가 불과 몇 년 전 밝혀지면서 베타아밀로이드를 뇌 속 림프관을 통해 배출시켜 축적을 만드는 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생겨나고 있다.

가장 슬픈 병이라는 치매. 하지만 아직 치료제는 물론 근본적인 발병 원인조차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출처: Pixabay)
▲ 가장 슬픈 병이라는 치매. 하지만 아직 치료제는 물론 근본적인 발병 원인조차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출처: Pixabay)

결국,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시키는 기본 기전은 뇌 속에 노폐물이 비정상으로 쌓이는 것이다. 베타아밀로이드와 같은 단백질이 뭉치지 않든지, 밖으로 배출이 되든지 간에 뇌에 축적되어 이상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뇌가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그런데, 뇌에는 침투한 병원체나 뇌세포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청소부'가 있다. 바로 뇌세포 중 12%를 차지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 미세아교세포가 뇌질환 발병 및 진행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건 비교적 최근이다.

미세아교세포는 '시냅스 가지치기'를 통해 사용하지 않는 시냅스를 없애는데, 오작동으로 인해 정상적인 시냅스까지 과도하게 없애게 되면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이어진다. 뇌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궁극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미세아교세포를 추적‧관찰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해당 세포가 어디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다.

최근 국내 연구진으로부터 의미 있는 성과가 전해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장영태 부연구단장 팀이 미세아교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물질 'CDr20'을 개발하고, 살아있는 동물의 뇌에서 미세아교세포의 활동을 실시간 추적 관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동물에게서 미세아교세포를 관찰하는 유일한 방법은 형질전환생쥐를 활용하는 것뿐이었다. 이는 오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한 것은 물론 임상 연구에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형질전환 없이 간단하게 미세아교세포를 표지할 수 있는 형광물질을 찾아냈다. 연구결과는 지난 4월 화학분야 권위지인 독일응용화학회지 온라인 판에 실렸다.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 생쥐의 뇌 속 미세아교세포를 개발한 CDR20 형광물질로 염색해 관찰한 모습. (출처: IBS)
▲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 생쥐의 뇌 속 미세아교세포를 개발한 CDR20 형광물질로 염색해 관찰한 모습. (출처: IBS)

IBS-KIST 공동연구팀,
기존 치매치료제 한계 극복하는 새로운 후보 약물 개발도

기존 치매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약물 개발 성과도 나왔다. 알츠하이머 치매환자 뇌에서 과생성되는 가바(GABA)의 양을 줄일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한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이창준 단장은 KIST 치매DTC 융합연구단 박기덕 책임연구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알츠하이며 치매환자에서 발견되는 GABA(포유류의 중추신경계에 생기는 억제성 신호전달물질) 교세포에 초점을 두고, 장기간 투여해도 지속적인 인지개선 효과를 보이는 후보약물을 개발했다.

반응성 성상교세포에서 GABA가 과생성 되면 기억력 저하나 인지 장애를 유발하기 때문에, 기존의 약물들은 가바의 양을 줄여 인지기능을 개선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문제는 기존의 치매약물의 경우 장기간 투여 시 마치 '내성'처럼 생체 내 대체기전이 생긴다는데 있었다.

공동 연구진은 생체 내 주요 역할을 담당하던 기전이 억제되어 기능을 상실하면, 이를 대신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상기전이 작동하기 때문에 가바의 양이 다시 증가하고 인지 장애가 생긴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에 실린 이번 연구는 기존의 치매치료제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물질을 발견한데 이어 약물 개발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치매치료 후보물질은 기존 치료제와 달리 장기간 투여에도 지속적인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처: IBS)
▲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치매치료 후보물질은 기존 치료제와 달리 장기간 투여에도 지속적인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처: IBS)

WHO 권장 치매예방 가이드가 시사하는 점

궁극의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여정은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반면, 치매는 이미 우리의 현실 속에 다가와 있다. 그런 면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치매 예방 가이드라인'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WHO 차원에서 치매 예방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건 처음이다.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웃으면 복이온다는 말이다. (출처: Pixabay)
▲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웃으면 복이온다는 말이다. (출처: Pixabay)

WHO가 제시한 치매 예방 가이드라인의 4가지 방법은 지극히 일반적이다. 운동, 건강한 식사, 올바른 생활습관 그리고 마지막은 건강관리이다. 그만큼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의 중요성이 치매 예방의 핵심이라는 얘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WHO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도 치매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고령자가 겪고 있는 우울증은 치매를 유발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원활한 대인관계를 통해 우울증을 예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치매환자 100만 명 시대를 맞이할 우리의 평소 생활습관과 삶의 태도는 어떠한가. WHO에서는 '웰빙 상태란 삶에서의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삶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치료는 의사가 하지만, 예방 관리는 스스로의 몫이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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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