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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짜 연구자’로 거듭나는 곳, IBS를 디딤돌 삼아 꿈을 펼치다!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2-04-27 조회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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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연구자’로 거듭나는 곳, IBS를 디딤돌 삼아 꿈을 펼치다!

분야를 막론하고 오늘날의 과학자라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 ‘연구 환경’을 고심한다.

연구가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 마느냐는 대부분 환경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한국 기초과학 인재들이 연구 환경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선진국 연구기관으로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소신대로, 연구자로서 중요한 시점에 국내 연구기관인 IBS를 선택하고 수년 동안 치열하게 IBS 연구단에서 연구한 뒤 각자의 자리로 독립한 ‘젊은 과학자’들이 있다.

그들을 직접 만나 연구기관으로서 ‘IBS’에 대해 물었다.


김병효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 (전 I BS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위원)
김병효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 (전 I BS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위원)


김성신 한양대 심리뇌과학과 교수 (전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YSF(Young Scientist Fellow))
김성신 한양대 심리뇌과학과 교수 (전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YSF(Young Scientist Fellow))


기초과학은 새로운 자연현상을 발견하고 이해해서, 인류 지식 창고에 보고를 넓히는 학문이다. 장담할 수 없는 시간과 노력, 재원을 투자하다 보면, 연구 결과가 쌓여 어느 날 의도하지 않은 혁신이 일어날 때 비로소 기초과학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10년 전 IBS가 태동할 때는 선진국의 지식과 기술을 모방해 성과가 빨리 드러나는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는 응용연구에 지원이 많이 치우치던 시절이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 탓에 기초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했고,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어떠한 문화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학계에서도 해외 연구 기관이 아닌, 국내에서 연구를 이어가는 연구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유명 연구기관의 자리를 마다하고 IBS에서 둥지를 틀었다가 자리를 옮겨 더 넓은 세상으로 비상하기 시작한 IBS 출신의 두 사람을 만났다.

‘나노입자’라는 정교함에 빠져든 과학자

김병효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전 IBS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위원)의 연구실에 들어서자 벽에 붙은 커다란 포스터 한 장이 눈에 띄었다. 김 교수는 당시 소속돼 있던 IBS 나노물질 연구단과,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 호주 모나쉬대 등이 속한 국제공동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이 연구로 지난해 4월에 ‘사이언스’ 표지를 장식하는 주인공이 됐다. 시선이 닿은 포스터 속 연구 내용부터 소개를 부탁했다.

“표지에 묘사된 입자들은 개성이 각기 다른 입자로 보이지만, 이 입자들은 모두 같은 조건에서 합성한 같은 입자예요. 과거에는 나노입자의 구조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입자는 모두 같은 구조라고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전자현미경으로 백금 나노입자 원자의 입체 배열을 관찰하고 촬영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어요. 전자현미경을 이용해서 입자 구조를 0.02nm(나노미터, 1nm는 10억 분의 1m)까지 관찰할 수 있는 새 분석 기술을 개발했거든요.

그 결과 같은 조건에서 만든 나노입자라도 원자를 보면 배열과 구조가 제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추측만 해오던 나노입자의 미세한 구조와 표면 특성 차이를 처음 눈으로 확인한 거죠.”

이 연구로 나노입자의 원자까지 3차원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같은 입자라도 나노입자는 그 모습이 각기 다른 형태임이 밝혀져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10년 전만 해도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중심이 됐었습니다. 그 다음 단계로는 나노입자의 새로운 물성을 발견하고 개발하고, 새로 찾은 물성을 응용할 방법을 찾는 연구하는 거였고요.

제가 박사 과정 중이던 2012년에는 나노입자가 고유의 영역을 벗어나 물질의 응용 방향을 찾아가는 시점이었어요. 당시 나노입자에서 바이오 분야로 응용을 시도했지만, 생체 독성과 관련된 문제가 발견돼 한계에 부딪히고 있던 시점이기도 했었거든요. 바로 그 절묘한 시기에 IBS 나노물질 연구단이 설립됐지요.

당시 관련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 대부분이 ‘나노입자의 합성’을 공부하던 사람들이지만, 계속해서 응용 방향에 관심을 두고 치열하게 공부하고 연구에 매진하던 때였어요. 이런 상황에서 IBS 연구단만이 지닌 가장 큰 장점 덕분에 기존의 한계를 벗어난 연구가 가능했고, 덕분에 좋은 성과도 낼 수 있었던 거죠.”

김 교수는 IBS 연구위원으로서 재직했던 2016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총 4년 동안(기간 중 2019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14개월은 타 연구과제 참여, 이 기간 제외하면 34개월) 모두 15편의 논문을 SCI급*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중 7편의 논문을 Science, JACS, Advanced Materials 등의 세계 유수의 학술지에 주저자로 발표했다.

*SCI는 Science Citation Index의 약자로, 과학 인용 색인 (지수)이라는 뜻이다. 간단히 말하면 엄격한 기준을 통 과한 세계가 인정하는 국제 과학 저널 목록이라고 생각 하면 된다.


(왼쪽) 2020년 4월 3일에 발행된 ‘사이언스’의 표지. 기사 제목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다양성(Visible variety)’이다. (오른쪽) 위부터 아래로 8개의 입자를 관찰했다. A는 원자가 발견될 확률을 표시한 원자밀도 지도이고, B는 따로 추적한 원자 위치 정보를 지도화한 것이다. C는 연구팀이 계산을 통해 얻은 원자 특성 지수를 표시한 입체 지도다. D는 하나의 입자를 대상으로 특성 입체지도를 여러 평면으로 펼쳐 따로 표시했다.
(왼쪽) 2020년 4월 3일에 발행된 ‘사이언스’의 표지. 기사 제목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다양성(Visible variety)’이다.
(오른쪽) 위부터 아래로 8개의 입자를 관찰했다. A는 원자가 발견될 확률을 표시한 원자밀도 지도이고, B는 따로 추적한 원자 위치 정보를 지도화한 것이다. C는 연구팀이 계산을 통해 얻은 원자 특성 지수를 표시한 입체 지도다. D는 하나의 입자를 대상으로 특성 입체지도를 여러 평면으로 펼쳐 따로 표시했다.


창의적인 연구의 비밀, 협업과 몰입

이야기가 나온 김에 IBS 연구단만의 가장 큰 장점에 대해 물었다. 김 교수는 주저 없이 ‘협업’, ‘협업’ 그리고 또 ‘협업’이라고 강조했다.

“IBS 연구단은 다른 연구기관의 연구실 여럿이 모여 하나를 이룬 것과 같은 규모예요. 덕분에 연구단 내에서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과 통합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이게 IBS 연구단의 가장 큰 장점이죠. 예를 들어 나노입자의 성장 과정과 메커니즘을 분석하면서 나노입자를 전기화학 쪽으로도 써보고, 촉매의 표면 원자 배열을 미세하게 바꿔보고도 싶은데 이걸 혼자 할 순 없거든요. 일반적인 연구실 소속이었다면 연구의 한계에 부딪혀 불가능했겠지만, IBS 연구단이어서 가능했고 덕분에 연구 과정에서 맞닥뜨린 한계를 한 단계씩 뛰어넘을 수 있었어요.”

김 교수는 특히 박사후연구원(Post Doctor·포닥) 시절을 IBS에서 보낸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사후연구원은 정규 임용 전, 그러니 독립된 연구자로 나아가기 전 담금질을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장이 이끄는 초창기부터 연구단에 함께했어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현 단장이신데, 항상 후배와 함께 일하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교수로 임용되기 전, IBS에서 꽤 많은 부분을 트레이닝할 수 있었더라고요. 예를 들어 논문을 쓰고 과제를 해결하는 기초적인 연습은 물론, 후배와 함께 연구하고 교류하면서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연구의 밑그림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리는 건지, 연구의 큰 줄기를 잡는 방법이나 연구리더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까지 단계별로 모두 경험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신임 교수로서의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었죠.”

하지만 아직까지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국내에서 하는 사람들을 향한 학계 시선이 차갑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국내파는 실패한 연구자로 치부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국내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내면 교수로 임용되기 어렵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하지만 이런 소문을 뒤로한 채 김 교수는 박사후연구원으로 주요 연구 활동을 한국(중간에 2년 정도 미국 텍사스대 화학공학과에서 연구)에서 하고도 올해 초 당당히 숭실대학교에 새 둥지를 틀었다. 현실적인 장벽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었는지 물었다.

“사실 유능한 박사후연구원은 대부분 미국에 있어요. 미국에서는 박사과정까지 연구 트레이닝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연구를 주도하거든요. 실제로 미국에서 발표하는 연구 성과는 상당수가 박사후연구원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산점이 전혀 없는 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소 미국과 비슷한 연구 환경에 노출돼야 하는 게 맞죠. 넉넉한 연구비와 연구기관, 함께 연구할 동료 연구자가 있는지 잘 비교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정부출연연을 제외하고 대학 내 다른 연구기관은 학생 중심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IBS 연구단은 박사후연구원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분위기예요. 게다가 의문점이나 질문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이고, 단기 성과가 아닌 호흡이 긴 장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IBS는 국가로부터 큰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어서, 다른 분야의 지원은 거의 어렵다고 봐야 해요. 그리고 연구단장의 권한이 큰 편이므로 연구 단장과의 연구 결이 잘 맞는지 다각도로 살펴보고 결정하는 걸 추천드려요.

다행히 사회 분위기는 슬슬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국내파 박사들이 교수로 임용돼서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거든요. 물론 완벽하게 분위기가 넘어오려면 앞으로 한 10년 정도는 더 필요할 것 같긴 합니다.


김병효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 (전 I BS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위원)


하지만 IBS가 해외 다른 우수 연구기관 만큼이나 다양한 연구 분야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연구 분위기, 첨단 장비와 최고의 인력들까지 우수한 연구기관의 요건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기회가 지금보다 더 많이 생길 거라 믿어요.”

마지막으로 신임 교수로서의 포부와 앞으로의 연구 방향성을 묻자, 김 교수는 “비밀인데…”라며 입을 뗐다.

“IBS는 제게 ‘현실적 전투를 준비하는 사관학교’였어요. 한 기관에서 차분히 단계를 밟으며 교수 임용을 준비할 수 있었지요. 연구 성과는 물론이고, 연구자들 사이에 협업이나 후배들과의 소통의 방법까지도 배우면서요. 그럼 이제 제가 맡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차례잖아요.

저와 함께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은 연구직(자리가 한정적)보다는 취업을 고려하는 비율이 더 높은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이 되는 연구가 무엇 일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현장에서는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원할 테니까요. 기업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그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나 미래와 전망이 있는 분야를 잘 분석해야겠죠. 학교 안에서는 당연히 IBS와 같은 수준의 연구는 진행할 수 없지만, 어떻게 해서든 갖춰진 환경 안에서 학생들의 취업을 잘 도와 줄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어요.”

흩어진 점을 이어 통찰을 얻다

김성신 한양대 심리뇌과학과 교수 (전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YSF(Young Scientist Fellow))


과학적 지식이란, 흩어진 많은 점을 연결해 만들어 낸 새로운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점을 연결해 새로운 지식을 얻으려면 경험의 깊이는 물론, 경험의 너비도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짧은 시간에 여러 분야를 탐독하고 젊은 과학자로 활약하는 연구자는 더욱 궁금하다.

김성신 한양대 심리뇌과학과 교수는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의 영사이언티스트펠로(YSF) 첫 기수 출신이다. 그는 2003년 서울대학교에서 화학공학과·전기컴퓨터공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석사를 두 번(한국에서 1번, 미국에서 1번)이나 경험한 뒤 전공을 바꿔 2013년 미국 남가주대학교(USC,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후연구원 4년 차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행을 결심하고, 2017년 9월부터 성균관대에 속한 IBS 외부 연구단 중 하나인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에 합류했다.

“저는 원래 대학에서 화학전공이었는데, 우연히 의공학(바이오메디컬) 분야를 기웃하다가 인간의 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신경과학)를 공부하게 됐고, 그 뒤로도 미국의 시카고대,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일본의 ATR과 독일의 막스플랑크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등 여러 연구기관을 거치며 다양한 연구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IBS의 YSF과정의 공고를 보게 됐고, 선발돼 3년 동안 IBS에서 연구책임자로 지냈습니다.”

그러다 그는 한양대학교에서 2021학년도에 처음 신설한 학과인 심리뇌과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결과만 보면 탄탄대로 꽃길만 걸었을 것 같은 그의 치열했던 ‘선택의 순간’에 대해 물었다.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 활동을 4년 정도하고 나니, 하고 싶은 연구도 막 떠오르고 이젠 좀 더 안정적인 연구 환경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자리를 알아보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쓰라린 경험도 몇 번 했고요. 그러다 운명처럼 IBS를 만난 거죠.

IBS가 매력적이었던 건, 해외 연구시설보다 잘 갖춰진 탄탄한 장비와 젊은 과학자에게 할당된 연구비 지원이 파격적인 수준이었다는 점이었어요. 심지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지도교수님도 우스갯소리로 본인 자리도 알아봐달라고 하실 정도였으니, 해외 석학에게도 아주 매력적인 자리인 건 확실했죠. 실험하는 연구책임자에게 무려 매년 3억 원씩 5년(3+2)을 지원한다는 조건이었거든요. YSF는 원하는 연구는 어떤 주제든지 마음껏 해도 된다고 한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하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3+2년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어요. 그 사이 뚜렷한 연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연구 압박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IBS에 모인 많은 연구자가 계약직 형태라서 자리가 불안정한 상태이니까 실패 확률이 높은 연구는 시도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또한 동료 연구자가 안정적인 교수 자리를 찾아 떠나는 일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학생, 석사연구원, 박사연구원, 박사후연구원까지 지속적으로 각 과정별 인재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 연구 기간을 다 마치기 전에 원하던 교수직 자리 제안이 와서 옮기게 됐고요.”

‘기억’에 관한 비밀을 푸는 신경과학자

김 교수의 연구 발자취를 듣다보니, 무엇보다 뒤늦게 다시 선택한 연구 분야에서 성과를 이룬 점이 정말 놀라웠다. 그동안 이룬 대표 성과 소개를 부탁했다.

“저는 최첨단 신경과학 장비를 사용해서 인간의 기억과 학습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양한 움직임을 배우고 익혀요. 걷거나 뛰는 것은 물론, 피아노를 치고, 자전거를 타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움직임을 배우고 기억하지요. 그런데 과거에는 완전히 새로운 움직임을 배울 때 우리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밝혀지지 않았었어요.

저희는 실험을 통해 학습자에게 새로운 운동과제를 제시하고 습득하는 과정을 기능성 핵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촬영해 뇌 변화를 관찰하고 마침내 그 부위를 찾아냈어요. 그 결과 우리 뇌에서 쾌락·보상·동기부여를 담당하는 미상핵이 새로운 움직임을 습득하고 습관화되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지요.

이 연구는 파킨슨 증후군과 같이 질병으로 발생하는 운동 장애를 깊이 이해하고 치료 약물이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참고자료가 될 전망입니다. 그런데 저희의 연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효율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뇌를 연구한 결과 뇌 질환 치료법 개발은 물론, 인공지능의 영역까지도 확장했다. 그가 계속 강조하던 ‘융합’과 ‘통찰’이 강조된 순간이다.

“IBS에는 규모가 큰 연구단으로 모여있어서 기초과학에서 풀어야 하는 큰 주제를 도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여기에 연구비 지원이 많고, 연구비 지원이 많으니 함께 연구하는 학생과 연구원들의 수준도 수준급이죠.

특히 제가 있던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에는 온갖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모여있었어요. 제가 앞에서 설명한 연구 논문 아이디어도 옆자리 교수와 이야기하다 우연히 생각난 거예요. 이렇게 특별한 연구 아이디어가 생각났을 때 그 아이디어를 같이 토론할 수 있는 동료 연구자가 있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각 분야의 전문가가 밥 먹다가 생각난 아이디어로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실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곳이었으니까요. 그게 바로 제가 강조한 ‘융합’의 힘이죠.

이 분야가 워낙 빠르게 변하다 보니 일부러 트렌드를 쫓아 연구 분야를 바꾸려고 애쓴 건 아닌데, 분위기를 타고 저 역시도 연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을 만나게 됐어요. 그래서 인공지능이 뇌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공지능과 뇌 과학의 접점엔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생각이 확장된 거죠. 이게 바로 ‘통찰’의 힘 아닐까요?”

시시각각 변하는 분야에 몸담고 있어 마치 대학원생처럼 계속 공부를 이어간다는 김 교수. 마지막으로 앞으로 10년 뒤 스스로에게 바라는 점을 물었다.

“19세기 중반에 사람들이 알던 뇌 과학 관련 지식은 그 수준이 그리스 로마 시대 수준과 별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최근 150년 동안은 뇌 과학 분야와 관련된 새로운 연구, 새로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견되고 있지요.

1990년대에 자기공명영상장치(MRI)가 보급되면서 이 분야의 지식 발전 속도가 빨라졌어요. 그런데 여기에 AI와 같이 데이터를 잘 다루는 도구가 나타나면서 또 한 번 가속이 붙은 거죠. 진짜 몇 년 동안 잠시 그 분야 논문을 안 보면, 연구 흐름을 아예 읽을 수 없겠더라고요. 아마 10년 뒤에는 더 심하겠죠.

지금은 새로운 분야를 겨우 따라잡는 수준이지만 10년 뒤에는 그 분야에서 작은 성과라도 냈으면 좋겠어요. 지금 굉장히 재밌게 인공지능과 뇌 과학 접점에서 창의적인 연구 주제를 찾는 중이거든요. 두 분야에서 전혀 교류가 없었는데 이제 막 만나는 시기 인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10년 뒤에는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발견이 이루어 질 거라 믿어요.”

두 사람은 각자의 행보로 기초과학의 가치를 증명했다. IBS가 지난 10년 동안 뿌린 씨앗이 한국 기초과학계를 탄탄하게 지켜 줄 나무로 자라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계속해서 뿌리를 내린 나무가 더욱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깊은 관심과 아낌없는 조언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신 교수팀은 보상과 동기 부여에 따른 움직임과 관련된 뇌 영역인 미상 핵에서의, 활성화 패턴을 기능성 핵자기공명영상으로 촬영해 이를 분석한 결과를 2020년 미국국립 과학원회보(PNAS)에 보고했다. 운동 과제를 최초로 배우는 초기 상태(Early)에서는 미상핵의 머리 부분이 활성화되지만, 운동 과제를 능숙하게 수행(Late)하게 되면 미상핵의 꼬리 부분이 활성화되는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학습 전후의 차이(Late-Early)를 나타내는 오른쪽 그림에서 학습이 진행됨에 따라 머리 부분의 활성화도는 감소 (파란 영역)하고 꼬리 부분의 활성화도는 증가(빨간 영역)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성신 교수팀은 보상과 동기 부여에 따른 움직임과 관련된 뇌 영역인 미상 핵에서의, 활성화 패턴을 기능성 핵자기공명영상으로 촬영해 이를 분석한 결과를 2020년 미국국립 과학원회보(PNAS)에 보고했다. 운동 과제를 최초로 배우는 초기 상태(Early)에서는 미상핵의 머리 부분이 활성화되지만, 운동 과제를 능숙하게 수행(Late)하게 되면 미상핵의 꼬리 부분이 활성화되는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학습 전후의 차이(Late-Early)를 나타내는 오른쪽 그림에서 학습이 진행됨에 따라 머리 부분의 활성화도는 감소 (파란 영역)하고 꼬리 부분의 활성화도는 증가(빨간 영역)하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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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