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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물질 기본 단위 원자로 여는 무한의 가능성
작성자 대외협력실 등록일 2017-10-13 조회 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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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기본 단위 원자로 여는 무한의 가능성

- 최태영 연구위원(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에 구축된 전자터널현미경 앞에선 최태영 연구위원(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지난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는 원자 1개로 1비트를 구현하는 획기적인 연구결과가 실렸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현재까지 전 세계 영화관에서 상영한 영화를 USB 메모리칩 한 개에 넣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저장 매체를 구현할 수 있다. 해당 연구에는 한국인 연구자로는 유일하게 공동저자, 제1저자로 최태영 박사가 참여했다.


▲ 최태영 연구위원(왼쪽 상단 3번째)이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연구단장(가운데)을 비롯한 연구단 일원들과 함께 연구단의 출범을 축하하고 있다.
(2017년 7월)

이번 인터뷰에서는 단원자 단위의 로직(Logic) 메모리 분야에서 수 십 년째 독보적인 선두를 지켜온 IBM의 알마덴 연구소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최태영 연구위원(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을 조명한다.

1.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에서의 역할과 연구 분야를 간략히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연구단은 단원자, 분자 단위 물질의 양자역학적인 특성을 규명하고, 이를 활용해 양자센서, 양자정보처리 등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고주파와 광학을 연동하여 표면 위의 원자들을 양자역학적으로 조작/조절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특성화된 그룹의 연구팀을 꾸려서 연구를 진행 중 입니다.

2.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이 올해 말 센터 착공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장비들이 들어오고 어떤 연구들을 해나갈 수 있게 되는지요?
연구단이 되도록 빨리 본격적인 연구 진행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일단 상용화된 주사터널현미경 장비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장비들은 극저온, 초진공 그리고 큰 자기장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원자의 양자상태를 조작하는 데 쓰일 고주파 발생기, 고주파 네트워크 분석기, 임의 파형 발생기 등이 추가로 위 주사터널현미경과 연동될 예정입니다. 이들을 이용하여 단원자의 양자상태의 조작을 연구의 우선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또한 IBM에서의 경험을 살려 일부 자체 디자인한 주사터널현미경들을 주문제작 중에 있습니다.

우주 사진에 매료되어 물리학자의 길로

최 연구위원은 어렸을 적 백과사전에서 본 우주 사진에 매료되어서, 막연하게 물리학자의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초·중·고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은 줄곧 물리학자였을 정도로 과학을, 특히 물리를 좋아했다. 1996년 고등학교 3학년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최 연구위원에게 담임선생님과 부모님은 과학자의 길이 쉽지 않음을 들어 의대 진학을 권유했지만, 결국 그가 원하던 물리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학년을 거듭하며, 여느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친하게 지내던 동기와 선후배 몇몇이 의대로 재진학하는 모습을 보며 점점 작아져만 가는 이공계의 위상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러던 중 생물학의 문제들을 물리학을 이용해서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들이 등장했고 이에 매료된 최 연구위원은 물리학 공부를 계속했다.

군대를 다녀온 그는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자 유학길에 올랐고 2004년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생물물리학에 흠뻑 빠져있던 당시, 6개월 간 이 분야의 권위자인 랄프 분트슈(Ralf Bundschuh) 교수의 연구실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관련 이론을 연구했다. 최 연구위원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생물학 용어들과 복잡한 단백질들의 상호작용을 공부하는데 낯설어 굉장히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생물물리학 이론에서 고체물리실험으로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두 번의 갈림길에서 선택한 진로

오하이오주립대학교는 전통적으로 고체물리실험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마침 IBM에서 주사터널현미경으로 나노구조를 연구하던 제이 굽타(Jay Gupta) 박사가 오하이오 주립대에 신규 교수로 부임했다. 최 연구위원은 그 당시 제이 굽타교수님을 만난 것이 현재의 커리어를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한다. “바닥부터 다시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신규로 부임한 굽타 교수님께 연락을 했습니다. 그렇게 텅 빈 실험실에서 본격적인 박사과정을 시작했어요. 초기에는 구체적인 연구 내용도 모른 채 거의 1년 반 동안을 공작실에서 살다시피 지냈죠. 선반, 밀링, 드릴 등 생소하기만 했던 장비를 다루면서, 실험에 쓰이는 기구들까지 직접 가공했어요. 매일 저녁 손에 묻은 기름때가 지지 않아 몇 번씩 손을 씻던 때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최태영 연구위원은 박사과정 내내 주사터널현미경을 이용한 연구를 진행했다. 물질 표면의 단원자나 분자의 전자기적 특성을 연구하고, 나노미터 크기의 트랜지스터나 메모리 장비를 구현하는 연구에 몰두했다. 2010년 지도교수였던 굽타 교수의 소개를 받아, IBM에서 연구원이자 STM 그룹리더를 했던 안드레아스 하인리히(Andreas Heinrich) 단장을 만나 IBM 실험실에서 한 달 여간 공동연구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이것이 하인리히 단장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이다.

박사 학위 취득이 가까워 오면서, 다시 한 번 진로를 결정할 시기를 맞았다. 두 갈래의 진로가 있었다. 하나는 한국이나 미국의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사후 연구원을 하면서 계속 연구원으로 남는 것이다. “저는 계속 연구를 하고 싶었어요. 뭔가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하고 싶었죠. 당시, 양자컴퓨팅이라는 아주 어려운 연구분야가 서서히 관심을 받을 때였습니다. 특히, 양자광학을 정말 배우고 싶었어요.” 최 연구위원은 진공 상태에서 고정된 원자들과 광학을 이용해 양자컴퓨팅을 구현하는 ‘최고의 그룹’인 메릴랜드대 Chris Monroe 교수의 실험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시작했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아내와 함께 간소한 짐을 모두 차에 싣고, 6시간 정도 운전해 워싱턴 DC에 있는 메릴랜드대학교로 이사했어요. 저에겐 정말 생소한 연구와 환경이었죠. 다행히도, 아내 역시 같은 메릴랜드대학교의 자성물질의 성장을 연구하는 이치로 타케우치(Ichiro Takeuchi) 교수님 밑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멀리 떨어지지 않고 같은 학교에서 연구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었어요. 아내와 저는 운전하는 내내 어떤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될지, 연구 환경은 어떨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힘들었습니다.”

힘든 유학생활에서 얻은 세 가지 자산


▲ 메릴랜드대학교 양자광학그룹, 최태영 연구위원은 이곳에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첫 번째 박사후 연구원 생활을 했다.
(2013년 7월)

최 연구위원은 박사 과정을 시작한지 6년 6개월 만인 2011년 3월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박사후 연구원 생활은 이전과는 또 다르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하고, 실험방법론도 고체실험이 아닌 광학실험이라 전혀 다른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박사후 연구원이면 본인 연구는 물론이고 대학원생과 학부생들까지 잘 지도해야 하죠. 원하는 실험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물리적인 지식을 갖추고, 책임감도 가져야 하는 위치였죠.” 그룹 회의를 하면 서로의 실험진행상황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정답을 찾을 때까지 토의하는 연구환경이 낯설었다. 박사후 연구원 기간 동안은 거의 매일을 새벽 늦은 시간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2년 정도 지난 후, 레이저를 이용해 5개의 양자정보를 양자얽힘상태로 조작하는데 성공했고, 관련 내용이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에 게재됐다.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었지만 이 모든 것을 단번에 보상받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다시 한 번 똑같은 기로에서도 주저 없이 같은 실험실을 택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3년 동안의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활을 돌이켜 보며 크게 세 가지의 소중한 재산을 얻었다고 한다. 첫째, 양자역학을 제대로 공부하며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양자컴퓨팅, 양자 얽힘을 직접 실험으로 접해보았다는 소중한 경험, 둘째, 훌륭한 성과를 위해서는 훌륭한 동료들이 필요하고, 그 동료들과 같이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 셋째, 고체실험과 광학실험을 모두 경험했기에 물리를 보는 안목의 확장을 꼽았다.

IBM에서 IBS까지

첫 번째 박사후 연구원 경력 이후에, 최 연구위원은 한국과 미국의 회사 및 교수직에 지원했고, IBM의 연구원이던 하인리히 단장과 연락이 닿았다. 하인리히 단장과의 두 번째 인연으로 IBM에서 박사후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다.


▲ IBM 알마덴 연구소의 네이처 연구성과 주역들.
(2016년 7월)

당시 하인리히 단장이 연구를 주도하던 IBM 알마덴 연구소 실험실에서는 표면 위에 있는 단원자의 스핀을 어떻게 하면 양자역학적인 상태로 조절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최 연구위원은 메릴랜드대에서의 박사후 연구원 생활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찼다. 더군다나 주사터널현미경과 양자광학의 융합을 성공한 그룹이 거의 없던 시기였기에 새로운 실험접근방법에 그가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직감했다. 결국 그는 완벽한 실험기구를 갖추고 있던 IBM 알마덴 연구소의 실험실에서 훌륭한 연구동료들과 함께 물질 표면 위의 단원자로부터 전자스핀공명 신호를 보았다. 이것은 물질의 양자역학적인 조절・조작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연구결과는 「사이언스(Science)」에 소개 되었다. 6개월 뒤, 후속연구로 이 단원자들의 상호작용이 자기쌍극자라는 것을 밝혔으며 원자수준의 양자센서를 최초로 구현해내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ology)」에 게재했다. 두 가지 연구결과가 바탕이 되어 이화여대에 조교수이자 IBS의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의 연구위원이 될 수 있었다.

어떠한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를

최태영 연구위원은 올해부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물리학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그는 학생들 앞에서 매번 긴장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낀다고 표현했다. “학생들의 표정을 살펴보면 강의 내용이 어려울 때 금방 눈치 챌 수 있어요.” 그럴 땐 어떻게 해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을까하는 긴장감에 사로잡힌다고 말했다. 반대로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보이면, 진심으로 기쁘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항상 학생들의 입장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를 들거나, 물리이론들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어요.” 이 밖에 강의 중간 매 10분마다 강의를 멈추고 학생들이 질문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가진 모든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기초과학연구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 오랜 시간과 훈련과정이 필요하고, 성공보다 실패에 익숙해져 이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어서 실험에 성공하고 만끽하는 극도의 흥분감, 예를 들어 지구상에서 어떤 것을 가장 처음 발견하거나 측정하고 느낀 자긍심을 마음속에 품고 연구자의 길을 걸으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아이들이 기초과학연구자로서의 길을 원한다면, 무조건 응원하겠다는 최 연구위원은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어떤 것이라도 당연하다고 여기지 마라. 항상 알 때까지 사람들에게 질문해라. 다른 사람들과 협동해 문제해결을 해라. 논리적이고 단계별로 생각하는 훈련을 하라”는 경험에서 묻어난 말들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IBS 대외협력실 김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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