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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지만 겹쳐지지 않는 키랄성 분자, 소리로 분리

한 용액 안에서 키랄성 분자 구분…키랄성 조절 필요한 화학 반응에 응용 기대

똑 닮은 생김새의 쌍둥이들처럼 자연계의 많은 분자들도 자신과 똑 닮은 ‘쌍둥이 분자’가 있다. 쌍둥이 형제의 성격이 서로 다르듯, 쌍둥이 분자 역시 서로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가지곤 한다. 이들 쌍둥이 분자는 용액 안에서도 늘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따로 분리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김기문 단장 연구팀은 소리만을 이용하여 한 용액 안에서 서로 다른 키랄성을 가지는 분자들을 공간적으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 글로벌 학술정보서비스 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는 15일 ‘2022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 명단을 발표했다. 출처: 클래리베이트
▲ 소리로 서로 다른 키랄성을 가지는 분자들을 공간적으로 분리한 모습. 사진 속 붉은색과 푸른색 동심원 물결에는 서로 다른 키랄성 분자들이 격리된 상태다. 기존에는 한 용액 안에서 서로 다른 키랄성 분자들이 따로 구분될 수 없다고 여겨졌지만, IBS 연구진이 이 통념을 깨고 소리를 이용하면 서로 다른 영역에 존재하게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화학에서 키랄성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체분자들은 특정 키랄성을 가지는 분자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대의 키랄성을 가진 분자는 사용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해로운 작용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하지만 키랄성 분자들은 구조적 관점에서만 서로 다를 뿐, 물리‧화학적 성질이 유사하기 때문에 용액 안에서 두 물질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연구진은 소리를 이용해 용액 안에서 키랄성 분자들을 분리하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스피커 위에 페트리 접시를 올려둔 뒤 주파수 100Hz 이하의 소리를 재생하면, 미세한 상하 진동으로 인해 접시 안에는 동심원 모양의 물결이 생긴다. 물결에는 움직이지 않는 마디 부분과, 주기적으로 상하운동을 하는 마루와 골(가장 높은 부분과 가장 낮은 부분)이 있다. 이중 마디는 일종의 ‘가림 막’ 역할을 한다. 마디를 경계로 용액이 서로 섞이지 않고, 구획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산화-환원에 따라 서로 다른 키랄성을 보이는 분자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페릴린 다이이미드(PDI) 분자는 L-페닐알라닌 유도체(LPF) 분자와 결합하면 왼쪽 방향으로 꼬인 고분자를 형성한다. 반면, PDI 분자가 환원되면, 오른쪽 방향으로 꼬인 고분자를 이룬다. 키랄성이 다른 두 분자는 각각 붉은색과 푸른색을 띈다.


▲ 페릴린 다이이미드(PDI) 분자는 산화-환원에 분자들이 쌓이는 방향이 달라진다. 즉, 서로 다른 키랄성을 보인다. 산화된 PDI 분자는 왼쪽 방향으로 꼬인 형태로 붉은 색을 띄는 반면(C), 환원된 PDI 분자는 오른쪽 방향으로 꼬인 형태로 푸른색을 띈다(A). IBS 연구진은 이 특성을 활용해 한 용액 안에서 서로 다른 키랄성을 가진 분자들이 다른 영역에 존재할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 페릴린 다이이미드(PDI) 분자는 산화-환원에 분자들이 쌓이는 방향이 달라진다. 즉, 서로 다른 키랄성을 보인다. 산화된 PDI 분자는 왼쪽 방향으로 꼬인 형태로 붉은 색을 띄는 반면(C), 환원된 PDI 분자는 오른쪽 방향으로 꼬인 형태로 푸른색을 띈다(A). IBS 연구진은 이 특성을 활용해 한 용액 안에서 서로 다른 키랄성을 가진 분자들이 다른 영역에 존재할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연구진은 환원된 PDI/LPF 용액이 담긴 접시에 소리를 재생했다. 공기와 접촉이 활발한 마루 부분에서는 산화 반응이 일어나며 용액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페트리 접시에는 산화된 붉은색과 기존의 푸른색이 번갈아 나타나는 동심원 모양의 색깔 패턴이 나타났다. 서로 다른 키랄성을 가지는 물질이 한 용액 안에서 각각 다른 영역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김기문 단장은 “소리는 에너지가 작아 화학반응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여겨졌지만, 우리 연구진은 지금까지 소리로 산화-환원 반응, 효소 반응 등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특히, 이번 연구의 결과가 의약품 제조 등 키랄성 물질의 분리‧조절이 필요한 여러 화학 반응에서 획기적 도구로 사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11월 16일 화학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켐(Chem)’에 실렸다.

IBS 홍보팀
권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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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