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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핵 속 세상은 대칭?…미스터리 풀 도구 제시

정밀도 1000배 높인 전기쌍극자모멘트(EDM) 측정 실험 제안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우리가 아는 물리법칙으로 거꾸로 흐르는 세상도 설명할 수 있을까.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 질문은 물리학자들의 오랜 연구주제였다. 물리학의 모든 근본 법칙은 공간이나 시간이 바뀌어도 불변인 형태를 갖고, 이를 대칭이라 한다. 좌우(P)가 바뀌어도, 전하(C)를 바꿔도, 시간(T)을 거꾸로 돌려도 동일한 물리법칙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약한 상호작용에서는 CP대칭이 깨지는 것이 밝혀졌다. 이와 달리 강한 상호작용에서는 CP대칭이 깨지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출처: Pxhere)
▲ 약한 상호작용에서는 CP대칭이 깨지는 것이 밝혀졌다. 이와 달리 강한 상호작용에서는 CP대칭이 깨지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출처: Pxhere)

진리로 여겨지던 이 원칙은 1960년대에 깨져버렸다. 약한 상호작용(약력)이 작용할 때 CP대칭이 깨진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약력은 원자핵의 붕괴를 일으키는 힘으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 가지 기본 힘 중 하나다. 과학자들은 또 다른 기본 힘인 강한 상호작용(강력)에서 CP대칭 깨짐을 증명하기 위해 오랜 연구를 계속해왔지만 현재까지 대칭 깨짐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장 팀은 '약력에서 깨지는 CP대칭이 왜 강력에서는 깨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기 위한 새로운 실험도구를 제안하며, 이 오랜 미스터리를 검증할 실마리를 제시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기본 힘
▲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기본 힘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은 양성자의 전기 쌍극자 모멘트(EDM)를 측정해 강력의 CP대칭 깨짐 여부를 관측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DM은 입자가 가진 기본 성질 중 하나로 전기적인 극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존 연구를 통해 CP대칭이 깨진다면 EDM 값이 0이 아닌 유한한 값을 가진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밝혀졌다.

남은 과제는 실험적으로 EDM 값을 측정하는 일이다. 1950년대부터 세계 각지에서 EDM을 측정하려는 실험들 많이 진행됐지만, 60년이 넘는 시간동안 EDM 값 측정에 실패했다. EDM 값이 0이거나 0에 가까운 아주 작은 값이라 현재 기술로는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실험설비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이 잡음(noise)로 작용해 EDM 신호만을 뚜렷하게 측정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장(왼쪽, 교신저자)과 셀죽 하지오메룰루 연구원의 모습.
▲ 이번 연구를 이끈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장(왼쪽, 교신저자)과 셀죽 하지오메룰루 연구원의 모습.

연구진은 EDM 측정을 위한 기존 장치인 전기장 저장링(storage ring)에 자석을 추가하면 기존 대비 1000배 이상 측정 정밀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뮬레이션 연구로 증명했다. 저장링은 도넛 형태의 원형 가속기 안에 양성자처럼 전하를 띠는 입자들을 넣고 가속하는 장치다. EDM 값에 따라 입자들의 이동 궤도가 달라지고, 이를 토대로 EDM 값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연구진이 제안한 '하이브리드 저장링'은 자석을 도넛 링의 중간 중간에 배치한 구조다. 극성이 반대인 두 종류의 자석(집속자석/확산자석)을 번갈아 배치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 구조에서 입자는 저장링 내부에서 스스로 평균 자기장이 0인 지역을 찾고, 그 지점을 따라 궤도를 조정해 움직였다.

1저자인 셀죽 하지오메룰루 연구원은 "기존 실험은 외부에서 오는 자기장을 차폐하며 내부 자기장을 없애는데 주력했던 반면, 이번 연구는 오히려 자석을 저장링 내부에 넣어 자기장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저장링의 구조. 그림 속 빨간색과 파란색 막대(k1~k4)가 자석을 나타낸다.
▲ 하이브리드 저장링의 구조. 그림 속 빨간색과 파란색 막대(k1~k4)가 자석을 나타낸다.

이번 연구는 60년이 넘도록 풀리지 않은 숙제인 '왜 강력에서만 CP대칭이 성립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열쇠를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현대 입자물리학을 설명하는 표준모형(standard model)은 강력의 CP대칭 깨짐을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다. 향후 실제 실험에 도입해 EDM 값이 0이 아닌 유한한 값을 갖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표준모형 너머(Beyond the Standard Model) 새로운 물리학의 시대가 시작된다.

세메르치디스 단장은 "'세상 만물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표준모형이 탄생하고, 파생기술이 개발되며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며 "인류의 중요한 과학적 발전이 본능적인 호기심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듯, 이 연구 역시 결국 인류를 돕는 방향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3월 5일 미국물리학회(AP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hysical Review Accelerators and Beams'에 실렸다.

IBS 커뮤니케이션팀
권예슬

Center for Axion and Precision Physics Research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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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