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거울상 이성질체, 하나만 골라 만든다원하는 유형만 99% 선택해 합성하는 새로운 촉매 개발 자연에 존재하는 많은 분자들은 자신과 똑 닮은 '쌍둥이 분자'를 가진다. 이들은 구성하는 원소의 종류와 개수가 같아도 서로 완전히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 특히 쌍둥이 분자가 서로를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은 형상을 띈 경우를 '거울상 이성질체(Enantiomer)'라고 한다.
장석복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 팀은 두 유형의 거울상 이성질체 중 한 종류의 분자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또 이 촉매를 토대로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화합물을 의약품의 필수재료인 카이랄 락탐으로 제조하는 데도 성공했다. 거울상 이성질체는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를 거울에 비춰보면 같은 모양이지만, 아무리 회전시켜도 겹칠 수 없다. 거울상 이성질성 또는 카이랄성(Chirality)이라 부르는 이 특성은 의약품 개발에도 매우 중요하다. 한 쪽 유형이 유용한 약물로 활용될지라도, 다른 유형은 독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유럽에서 판매된 약물 '탈리도마이드'는 의약품 개발에 있어 카이랄성 고려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탈리도마이드의 한쪽 거울상 이성질체는 입덧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반대쪽은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었고, 당시 1만 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나는 비극이 벌어졌다.
카이랄성 고려의 중요성은 여러 사례를 통해 재차 확인됐지만, 유용한 이성질체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비대칭반응(asymmetric synthesis)은 아직까지 현대 화학의 난제로 꼽히고 있다. 장석복 단장과 박윤수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연구원은 새로운 촉매를 개발해 이 난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탄화수소화합물을 고부가가치의 감마-락탐 화합물로 전환시키는 이리듐 촉매 개발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개발된 촉매 역시 두 가지 형태의 거울상 이성질체가 선택성 없이 모두 얻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카이랄 다이아민(Chiral Diamine) 골격을 포함한 이리듐 촉매를 개발하고, 개발된 촉매가 99% 이상의 정확도로 거울상을 선택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두 종류의 거울상 이성질체를 각각 왼손과 오른손에 비유했을 때, 왼손잡이성 촉매를 사용한 경우엔 왼손잡이성 감마-락탐을, 오른손잡이성 이리듐 촉매를 사용했을 땐 오른손잡이성 감마-락탐을 제조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계산화학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높은 선택성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락탐의 합성과정에서 카이랄 다이아민 촉매와 탄화수소화합물 사이에 발생하는 수소 결합으로 인해 카이랄성 감마-락탐 형성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석복 단장은 "약효를 갖는 의약품의 핵심 단위만 선택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로 향후 유기합성 및 의약분야 연구로 이어져 부작용을 덜고 효과는 높인 신약개발까지 이어지리라 기대한다"며 "자연계에 풍부한 탄화수소화합물을 재료로 고부가가치 원료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경제적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화학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 2월 19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IBS 커뮤니케이션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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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 for Catalytic Hydrocarbon Functionalization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Publication Reposit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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