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Art in Science

Exhibition catalog of Art in Science

이것은 나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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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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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 학생 /IBS 혈관연구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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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보여주는 메타포는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변주되어왔다. 북유럽 신화 속 위드그라실은 우주와 생명의 근원이었으며, 성서의 에덴동산에는 선악과와 생명의 나무가 있었고, 한국의 옛 마을에는 서낭당의 고목들이 있었다. 나무는 땅속에 뿌리를 박고 세상으로 줄기를 뻗으며 가지의 끝에서 하늘과 만난다. 나무의 끝에서 하늘이 시작했기에 인류는 나무를 통해 하늘을 꿈꿨다. 곧 중력이 지배하는 수평의 세상에서 나무의 수직축은 땅과 하늘이라는 서로 다른 차원을 연결해주는 통로였다. 마치 잭이 콩나무를 타고 올라 거인의 집에 가는 것처럼 말이다. 도넛의 안쪽은 바깥과 같다. 인간의 소화기관은 입에서 시작되어 식도, 위, 소장, 대장을 거쳐 항문까지 하나의 튜브 형태로 되어있다. 소화기관의 본질은 도넛을 길게 늘어뜨린, 가운데 구멍이 뚫린 원기둥에 불과하다. (곧 도넛과 소화기관은 위상 동형이다.) 따라서 입 안은 몸 밖과 같다. 사람이 섭취한 음식은 소화과정을 거치면서 그 구성요소로 분해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몸 바깥에 위치한다. 바깥의 우주는 안쪽의 우주에 구별되어 있다. 해당 작품은 태어나고 5일 된 마우스의 장간막(장과 우리 몸을 이어주는 얇은 막)의 혈관과 림프관을 염색한 후, 공초점형광현미경을 통해 촬영한 것이다. 혈관은 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역으로 림프관은 장에 도달하면서 분해된 영양분을 흡수한다. 림프관을 통해 몸 바깥의 물질이 몸 안으로 이동한다. 곧 림프관은 안과 밖이라는 서로 다른 우주(위상)를 연결해주는 통로이다. 이를 통해 안과 밖이라는 우주는 연결된 하나의 우주가 된다. 경계는 사라진다. 나무가 ‘위’와 ‘아래’를 연결하듯이 림프관은 ‘안’과 ‘밖’을 연결한다. 누구든 이 작품을 보는 이가 나무를 연상하던, 또는 림프관의 해부학적 구조를 직시하던 이것의 본질은 나무도 림프관도 아니다. 이것은 서로 다른 차원을 연결하는 우주의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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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