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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반응 중 순식간에 사라지는 중간체, 카메라로 사진 찍듯 잡아낸다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화학 반응 중 순식간에 사라지는 중간체, 카메라로 사진 찍듯 잡아낸다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3-10-23 조회 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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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반응 중 순식간에 사라지는 중간체, 카메라로 사진 찍듯 잡아낸다

정회민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이 화학 반응 도중 빠르게 생성됐다가 사라지는 중간체의 모습을 잡아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연구단은 탄화수소를 질소화합물로 변환시키는 화학반응에서 생겼다가 사라지는 '전이금속-나이트렌' 중간체 구조와 반응성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질소화합물은 의약품의 약 90%에 포함될 정도로 생리 활성에 중요한 분자다. 제약뿐만 아니라 소재, 재료 분야에서도 중요한 골격이 된다. 화학자들이 석유, 천연가스 등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질소화합물로 바꾸는 아민화 반응(질소화 반응)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촉매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2018년 다이옥사졸론(아마이드 골격 합성에 쓰이는 시약)과 전이금속(이리듐) 촉매를 활용하여 탄화수소로부터 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락탐을 합성하는 촉매반응을 개발한 바 있다. 당시 아민화 반응을 유발하는 핵심 중간체가 바로 전이금속-나이트렌이라는 분석을 내놓았고, 이후 세계 120여 개 연구팀이 다이옥사졸론 시약을 활용한 아민화 반응 연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계산화학적으로 구조를 파악할 뿐, 전이금속-나이트렌 중간체의 모습을 직접 관찰한 적은 없었다.

대부분 촉매반응은 용액 상태에서 이뤄진다. 용액 내 분자들은 끊임없이 다른 분자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전이금속-나이트렌과 같이 빠르게 반응하고 사라지는 중간체를 규명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체상태의 시료에 빛을 쬐며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구조 변화를 단결정 엑스선 회절 분석을 통해 관찰하는 광 결정학 분석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결과, 고체 시료에서 화학 결합이 끊어지며 중간체가 생성되고, 중간체가 다시 다른 물질과 반응해 새로운 화학 결합을 형성하는 전 과정을 마치 카메라가 사진을 찍듯이 포착했다는 의미다.

제 1저자인 정회민 연구원은 “촉매 화학반응이 진행되며 어떤 촉매 중간체를 거쳐 가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반응의 진행 경로를 면밀히 이해하는 동시에 더욱 효율이 높은 차세대 촉매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에게 연구의 성과와 배경, 전망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이하는 일문일답.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기초과학연구원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박사후연구원 정회민입니다. 올해(2023년) 2월에 KAIST 화학과에서 장석복 연구단장님 지도하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또한, 같은 학과 백무현 부연구단장님께도 공동으로 지도를 받았습니다

Q. 소속 연구단인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자들을 더욱 가치 있는 물질로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석유와 같은 자연계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탄화수소 자원을 의약품이나 차세대 재료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촉매 반응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단은 2012년 12월 장석복 연구단장님의 연구 착수 이래로 10년 이상 지속되어 왔고, 백무현, 홍승우 부연구단장님 리더십 아래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장석복 단장님 그룹은 앞서 말씀드린 탄화수소 활성화 촉매 반응 개발 및 메커니즘 연구를 진행 중이고, 백무현 부단장님 그룹은 화학 반응의 시뮬레이션(전산모사)를 기반으로 신개념 촉매 및 반응 조절 원리를 탐색 중입니다. 홍승우 부단장님 그룹에서는 촉매 반응 개발과 더불어 의약화학에 적용 가능한 반응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장석복 단장님 그룹에서는 주로 탄화수소 물질에 질소 작용기를 도입하는 촉매 반응 연구를 진행 중인데, 주로 전이금속 촉매와 다이옥사졸론이라는 질소 작용기 전구체를 활용하여 이를 가능케 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Q. 정 연구원님의 중점 연구 분야가 궁금합니다.

저는 탄화수소 원료물질에 아마이드 작용기를 도입시키는 촉매반응을 개발함과 동시에 촉매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반응 메커니즘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장석복 단장님 그룹에서는 주로 반응 개발과 실험적인 메커니즘 연구를 수행하였고, 백무현 부단장님 그룹에서는 개발한 반응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촉매 반응의 기작(메커니즘)을 연구하거나 개선할 방향을 찾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두 그룹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인 반응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반응성과 선택성을 가지는 촉매 반응을 개발하는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였습니다.

Q.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원에 입학한 2018년은 이리듐 촉매와 다이옥사졸론 시약을 활용하여 의약품의 원료 물질인 감마-락탐을 손쉽게 합성하는 연구가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시점이었습니다. 당시에도 해당 촉매 반응을 일으키는 핵심 중간체인 이리듐-아실나이트렌 화합물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해당 중간체의 높은 반응성으로 인해 직접 그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이었습니다. 저도 대학원 입학 이후 초반에는 다이옥사졸론과 다양한 루테늄, 로듐과 같은 다양한 전이금속 촉매와의 반응성을 관찰하며 더 선택성이나 반응성이 높은 탄화수소의 아미노화 반응을 개발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 반응을 일으키는 촉매반응의 중간체인 전이금속-나이트렌 화합물을 직접 관찰하여 그 성질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면 더욱 효율이 좋은 촉매반응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Q. 언제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사실 해당 중간체의 검출을 위해 연구단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용액상에서 전이금속-나이트렌을 분광학적으로 검출하고자 하는 노력도 있었고, 계산화학에 기반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이금속-나이트렌 중간체의 성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지기도 하였지만, 직접적으로 해당 중간체를 검출하는 것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광결정학을 통해 불안정한 중간체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는 보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금까지 연구단에서는 한 번도 수행하지 않은 접근 방식이기 때문에 해당 방법을 활용하면 중간체 검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Q.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특히 2023년에는 탄화수소에 질소 작용기를 도입하는 아민화 촉매 반응의 핵심 중간체를 규명한 성과를 내어 사이언스지에 게재하기도 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연구단에서는 전이금속-나이트렌 중간체가 탄화수소 아미노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일 것이라고 예상한 바가 있었지만, 해당 중간체를 실제로 관찰한 것은 이번 성과를 통해 처음 이루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촉매반응은 용액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이금속-나이트렌과 같이 빠르게 반응하고 사라지는 중간체를 규명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체상태의 시료에 빛을 쬐며 원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구조 변화를 단결정 엑스선(X-ray) 회절 분석을 통해 관찰하는 광 결정학 분석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었습니다.

해당 실험을 위해 빛에 반응하는 로듐(Rh) 기반 촉매를 새롭게 고안하였는데요, 이 촉매와 다이옥사졸론이 결합한 복합체는 빛을 받으면 탄화수소에 아민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이금속-나이트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포항 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을 활용한 광 결정학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관찰된 적 없는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의 구조와 성질을 세계 최초로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가 다른 분자와 반응하는 과정도 광 결정학으로 분석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고체 시료에서 화학 결합이 끊어지며 중간체가 생성되고, 중간체가 다시 다른 물질과 반응해 새로운 화학 결합을 형성하는 전 과정을 마치 카메라가 사진을 찍듯이 포착했다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Q. 광 결정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광결정학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빛 광(光)과 결정학의 조합으로 영문으로는 ‘photocrystallography’라고 합니다. 엑스선 결정학의 경우 결정 시료(crystal)에 엑스선을 조사하여 나타나는 회절 패턴을 분석함으로 분자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하는 방법입니다. 이에 더하여, 결정을 이루는 분자들이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본 경우에는 엑스선이 아닌 다른 빛)으로 인해 화학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는데, 이렇게 외부 빛에 따른 변화를 원자 단위에서 실험적으로 관찰하거나 추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광결정학(photocrystallography)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실험실 수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로 엑스선 회절 실험을 진행하면, 몇 시간에서 하루를 넘어갈 때도 있기 때문에, 광결정학 분석을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러한 점은 방사광 가속기의 활용을 통해 보완이 가능해집니다. 가속기에서는 회절 데이터 수집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고(수 초 ~ 분 단위) 강한 엑스선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소개해 드린 연구도 포항 가속기 연구소에서 단결정 엑스선 회절 실험을 진행하였으며, 해외에서의 많은 광결정학 분석도 여러 방사광 가속에서 수행되고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이 두 가지 중에 결정학(crystallography)과 그와 관련된 엑스선 회절 분석법에 대한 소개가 필요합니다. 결정학은 일반적으로 임의로 정의될 수 있는 격자 구조의 반복성과 대칭성을 다루는 분야인데, 그 반복과 대칭에 관한 정보를 실험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물리적 현상이 회절입니다. 분자들이 옹스트롬(Angstrom=0.1나노미터) 단위로 반복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결정 시료에 대해, 역시 옹스트롬 단위 파장에 해당되는 엑스선 조사하는 엑스선 회절 분석법을 이용하면, 맨눈으로 관찰할 수 없었던 원자 단위의 여러 가지 정보, 예컨대 원자간 거리, 각도나 위치, 금속 원자의 주위 배위 환경 등을 세세히 알 수 있습니다. 엑스선을 쬐어준다고 하면 병원에서 흔히 진행하는 뼈의 골격 구조를 알기 위한 엑스레이 검사가 떠오르실 것 같은데요, 궁극적인 맥락은 이와 유사한 것이 맞습니다. 다만, 그 대상과 목적이 화합물의 시료와 그 구조를 규명하기 위한 것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Q. 연구를 수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어떻게 해결했나요?

아무래도 가속기와 같은 연구 자원이 한정된 빔타임을 여러 연구자가 공동으로 배정받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정된 빔타임 시간에 최대한 효율적인 작업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또한, 정해진 빔타임 시간까지 광결정학 실험에 적합한 시료를 준비한다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연구단의 김동욱 박사님께서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한 실험을 이전에도 진행하시던 분이었기 때문에 광결정학 실험을 위한 셋팅 부분에서는 큰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광결정학 실험에 적합한 시료를 찾아 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이었는데, 가속기 빔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실험이 가능할 것 같은 시료들을 최대한 준비하여 광결정학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거듭된 실패 끝에 로듐 복합체의 구조를 보완해 가며 2022년 11월에 로듐-아실나이트렌의 구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동료 연구자분들과 주변 교수님들께서 많은 조언을 해 주셨고, 빔타임 시간 공유 등과 같은 현실적인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Q. 연구 성과를 활용하면 어떤 차세대 촉매를 개발할 수 있나요? 아민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 모습을 포착한 것이 앞으로 일상생활에 어떻게 변화를 줄지 궁금합니다.

본 연구가 가지는 의의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는, 기존에 관찰하기 어려웠던 반응성이 높은 중간체를 고체상태에서 관찰해 내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촉매 반응의 핵심 중간체의 구조를 규명해 내 향후 반응이 일어나는 기작을 설명할 때, 큰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해당 실험에서 이해한 로듐-나이트렌 중간체의 반응 성질을 이해함으로 기존에 관찰하지 못한 새로운 반응을 개발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두 번째로는, 반응물질에서 생성물이 생기는 전 과정을 단계별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촉매화학 분야에서 빠르게 일어나는 반응 과정에 대해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을 단계별로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로 이어진다면, 촉매 반응 개발 과정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 1] 아민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 포착
[그림 1] 아민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 포착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유용 물질인 질소화합물을 생성하는 아민화 반응 도중 생성되는 중간체 ‘전이금속-나이트렌’의 구조와 성질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Q. 앞으로 어떤 연구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앞으로도 촉매화학 분야에서의 난제로 손꼽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최근 들어 대두되고 있는 에너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와 같은 온실가스를 고부가가치 물질로 전환시키는 연구가 중요합니다. 또한, 플라스틱과 같이 잘 썩지 않는 물질을 다시 원료 물질로 되돌리는 연구 역시 환경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촉매화학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여 환경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Q. 추후 연구에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성과도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것이었는데, 특히, 결정구조해석을 담당하신 김동욱 연구위원의 도움이 가장 든든한 지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추후에도 좋은 동료 연구자를 만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해당 연구의 방향성이나 방법론은 사실 2019년 정도에 정립하여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하지만 본 연구 결과가 세상에 공개되기까지는 4년이라는 꽤나 긴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긴 호흡의 연구를 수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큰 임팩트를 주는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장, 부단장님과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순수하게 우리나라의 자원을 가지고 이러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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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