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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전체 교정 연구단 2기 새롭게 이끌 구본경 신임 연구단장 인터뷰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3-09-26 조회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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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교정 연구단 2기 새롭게 이끌 구본경 신임 연구단장 인터뷰

구본경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

이연주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 행성대기 연구그룹 CI

2023년 8월 31일 기초과학연구원(IBS)는 구본경 유전체 교정 연구단 부연구단장을 연구단장으로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 신임 단장은 2021년 유전체 교정 연구단에 합류한 뒤, 김진수 전임 단장의 사퇴 이후 연구단장 직무대행을 수행해 왔다. 7월 26일, IBS 대전 본원에서 구 단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구 단장의 첫 인상은 신선했다. 유전체 교정 연구단 로고를 인쇄한 검은 집업 후드를 입고 맞이하는 모습이 하마터면 단장실로 안내할 연구원이라고 착각할 뻔했다. “우리 연구단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옷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는 그의 말에 앞으로 연구단을 이끌어갈 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만 45세 젊은 단장, IBS 연구단 이끈다

유전체 교정 연구단은 2014년 신설된 이후 유전체 교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낸 연구단이다. 유전자 가위로 대표되는 유전체 교정 기술은 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FNs), 2세대 탈렌(TALENs)을 거쳐 현재 3세대인 크리스퍼(CRISPR,)로 이어지며 발전해왔다. 초대 단장인 김진수 전 단장은 유전자 가위 분야 세계적인 대가였으므로 김 전 단장이 떠난 공석을 누가 맡게 되느냐는 상당한 관심거리였다. 구 단장은 부단장을 맡은 상태에서 단독 후보로 단장에 지원했고, 이번에 정식으로 선임됐다.
구 단장은 흔히 말하는 우리나라 엘리트 과학자 코스를 거친과학자는 아니다. 스스로를 ‘비과학고’ ‘비서울대’ ‘비유학파’ ‘비미국파’라고 일컫는다. 포스텍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네덜란드 후브레흐트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냈다. 그 뒤 영국 케임브리지 줄기세포연구소 및 오스트리아 분자생물기술연구소에서 그룹리더로서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비주류라고 연구 업적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12회 생명의 신비상 장려상(2018),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장(2021년)을 수상했으며 2022년에는 글로벌 학술정보서비스 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하는 ‘2022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에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 점은 그의 나이다. 한국에서 선정된 63명 과학자 대부분이 구 단장보다 나이가 많다.
“단장 직무대행을 하는 동안 연구단에 있는 과학자들과 많은 대화를 했어요. 연구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해 하는 상황을 다독일 필요도 있었죠.”
기존에 있는 연구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리더만 새로 선임하는 것은 신임 연구단장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일단 기존 연구단을 그대로 이끌어갈 만큼 능력있는 과학자를 찾는 것부터 일이다. IBS는 연구단을 신설할 때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자를 단장으로 선임한다. 기존 연구단을 이어받기에 연구단을 신임 단장의 로드맵에 따라 꾸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신규 연구단은 첫 신설 후 5년 뒤 평가하지만 단장만 새로 선출하면 기존 연구단처럼 단장 선임 3년 후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이전에도 타 연구단에서 공석이 된 연구단장을 추가로 선임하려 했지만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구 단장은 “흐르는 물처럼 다음 단계로 이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장에 지원하게 됐다”며 “리더가 바뀌었어도 유전체 교정 연구단은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고 연구단”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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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단장은 “흐르는 물처럼 다음 단계로 이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장에 지원하게 됐다”며 “리더가 바뀌었어도 유전체 교정 연구단은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고 연구단”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날카롭게 날 세운 가위를 사용할 때가 왔다

구 단장은 유전공학(Genetic Engineering) 전문가다. 구 단장이 뛰어난 학자인 것은 맞지만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 우려에 대해 그는 실제 사용하는 ‘가위’를 예로 들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세대를 거듭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정교해졌다. 원하는 DNA를 정확하게 자르는 3세대 크리스퍼 가위는 물론, 1, 2세대 가위도 보완을 거쳐 새로운 분야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3세대 가위는 RNA와 캐스9(CAS9) 단백질(절단 효소)를 이용해 핵 DNA를 자르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다만 핵이 아닌 다른 세포 소기관에는 RNA를 전달하기 어렵다.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DNA는 3세대 가위를 이용하기 어렵단 의미다. 유전자 가위 연구자들은 이 해답을 1, 2세대 가위에서 찾았다. 3세대가 나오면서 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 기술을 더욱 예리하게 발전시켰다. 유전체 교정 연구단은 가위를 더 정교하게, 더 날카롭게 개선해왔던 셈이다.
“현재 유전자 가위 연구 기술은 굉장히 높은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도 더 정교하게 발전할 겁니다. 또 이렇게 높은 경지에 이른 가위를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연구단 2기를 준비하면서 앞으로의 방향성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이 가위를 발전해 나갈 방향을 모색함과 동시에 어디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찾아보자는 결론을 냈죠.”
첫 번째 방향성의 가능성은 인공지능(AI)에서 찾았다. 딥마인드의 알파고 이후 생물계에도 AI 바람이 불었다. 2018년 딥마인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CASP)에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AI ‘알파폴드1’을 공개했다. 2020년 등장한 알파폴드2는 과학자들이 몇 년 간 구조를 알아내는데 실패했던 박테리아 단백질 구조를 30분 만에 분석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백민경 당시 미국 워싱턴대 박사후연구원(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이 알파폴드2의 성능을 능가하는 AI 로제타폴드를 개발해 2021년 12월, 세계적인 과학전문학술지 ‘사이언스’가 뽑은 2021년의 최고 혁신 연구 성과로 뽑혔다.
구 단장은 유전자 가위에도 AI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절단 효소로 쓸 단백질을 AI가 상황에 맞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석기 때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 좋은 돌을 골라서 썼죠. 청동기로 넘어간 뒤에야 비로소 주물을 이용해 원하는 형태를 직접 만들게 됐습니다. 현재 생물학은 석기에서 청동기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단백질을 원하는 대로 설계하는 시대가 열리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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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다양한 생명체에 유전자 가위를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예정이다.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려면 생물에 따라 맞춤형 적용법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유전자를 자른다고 해도 생쥐의 것을 자를 때와 원숭이의 것을 자를 때 각각 다른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전세계 유전자 가위 연구자들은 연구 분야에 맞게 맞춤형 유전자 가위 사용법을 개발 중이다. 특히 가축이나 곡식 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IBS는 남들은 하지 않는, 과학의 근본이 되는 인간의 호기심 ‘Big Question’ 탐구를 추구하는 연구단입니다. 저희 연구단도 그런 점에서 다양한 생물종을 위한 맞춤형 가위 사용법을 목표로 골랐죠.” 
연구단이 처음으로 선택한 대상은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로 잘 알려진 흰동가리(Amphiprion percula)다. 성별이 고정되지 않아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도전 의욕을 불러 일으켰다. 식용으로 인기가 좋은 참돔이나 돌돔같은 돔류와 같은 공통조상에서 갈라졌다는 점에서도 실용성을 찾을 수 있다. 흰동가리용 유전자 가위 사용 방법 개발과 유전학 연구가 부가가치가 높은 돔 개발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 서울의대, 한국생명공학 연구원과 함께 공동으로 원숭이에 다양한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는 기술을 구축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마지막으로 유전자 가위를 사용할 세포에 대한 연구도 놓치지 않는다. 그동안 유전가 가위 기술은 동물 유전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작하는 역량을 키워왔다. 이 역량을 실용 영역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 연구는 수정란에 유전자 가위를 넣는 식으로 모델 동물을 만들어왔다. 수정란이 많이 나오는 쥐 같은 동물은 쉽지만 난자가 귀한 동물은 이 방법을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정자나, 성체줄기세포에 유전자 가위를 이용할 수 있다면 난자가 귀한 동물도 활용하기 쉬워진다.
“앞으로 유전체 교정 연구단의 연구는 모든 연구의 근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인수공통전염병 바이러스 상당수가 박쥐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자 박쥐를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죠. 그렇다면 박쥐 유전자를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야 합니다. 저희는 앞으로 연구의 주제를 만들 수 있는 근간 기술에 대해 연구해 나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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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구자들이 날개 펼 수 있는 연구단 만들 것


이런 목표를 위해서는 뛰어난 과학자들과 함께해야 한다. 구 단장은 ‘비주류’로서 활동하던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연구단을 이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대와 네덜란드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10년 정도 연구한 뒤 개인 실험실을 꾸릴 수 있었어요. 이전까지는 누군가의 실험실 소속으로 제1저자 논문을 쓰다가 이제는 원하는 연구를 하는 교신저자가 된거죠. 연구자 양성 체계가 좋으면 10년이면 리더급 연구자를 양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저와 유럽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처럼 이름을 대면 알 유명 연구소에 그룹리더로 자리잡았습니다. 유럽에서 배운 양성 체계를 저희 연구단에도 적용하고 싶어요.”
구 단장이 처음부터 한국에 돌아올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개인 연구 자유도가 높은 해외에서 계속 자신의 연구를 하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 한국에 있는 지인 연구자들이 후배들을 도와달라고 요청하면서 마음이 움직였다.
“스타트업에 데스밸리가 있지요? 좋은 아이디어와 상품이어서 버티면 성공할 것이 보이는데, 자금이 부족해서 버티지 못하는 단계요. 막 실험실을 꾸리는 신입 리더급 연구자도 똑같습니다. 초반에 버티지 못하면 금세 뒤쳐져요. 한 번 뒤처지면 다시 따라가기 힘들죠.”
연구 최첨단을 달리는 그룹들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해외에서 이런 그룹들과 경쟁하다 큰 뜻을 품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바로 따라붙지 못한다면 뒤처지기 십상이다. 구 단장은 “해외에서는 원숭이로 연구하는데 한국에서는 원숭이 연구가 불가능해 생쥐로 대체한다면 제대로 된 성과가 나겠냐”며 후속 세대 과학자에게 기회를 주는 연구단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연구단 국제화에도 앞장 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생 때부터 뛰어난 인재를 초청해 키울 계획을 세웠다.
“오스트리아 분자생물기술연구소는 미국의 하버드대, MIT, 예일대처럼 이름만으로 정상급 연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대신 일찍부터 뛰어난 학생을 찜하죠. ‘우리 기관 박사 과정 프로그램이 좋은데 한 번 와볼래?’라며 계속 제안하는 거예요. 그리고 훌륭한 교수진을 섭외하죠. 20년이면 국제화가 되고, 뛰어난 연구소로 발돋움 합니다.”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해외 인턴 학생부터 모집한다. 2022년 4명을 모집했는데 인도와 네덜란드에서 온 학생이 특히 뛰어나단다. 이들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 진학까지 희망했다. 구 단장은 “박사까지 하면 한국에서 살면서 계속 연구하지 않을까요?”라며 앞으로 박사후연구원, 석사 인턴도 적극적으로 활용해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연구단장 급 연구자를 배출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10명 정도 젊은 과학자에게 기회를 주려고 계획 중입니다. 10명이 모두 성공하면 좋겠지만 이 중 3명이라도 10년 후에 저와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한다면 성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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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