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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과학자들의 꿈, 세계를 정조준한다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3-06-09 조회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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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

과학자들의 꿈, 세계를 정조준한다

  • ※편집자 주: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지난 5월 23일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 가속기 저에너지 전체 가속구간에 걸친 빔 시운전에 성공했습니다. 빔 인출 성공을 기념하며 홍승우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의 취임 당시 인터뷰를 재조명합니다.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이 저에너지 가속구간에서 첫 번째 빔 인출에 성공했다.

2009년부터 이어진 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신호다.

중이온가속기는 인간과 우주 근원을 향한 인류의 호기심을 해결하고, 자연을 탐구하기 위한 장치다.

2022년 7월, IBS는 가속기 완성을 앞두고 홍승우 전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를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으로 선임했다.

‘우리’라는 존재에 대한 궁극의 답을 찾는다

10월 12일,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 Rare isotope Accelerator complex for ON-Line experiments)’이 첫 번째 빔 인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라온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ISBB, International Science Business Belt)에 짓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2009년. 13년이나 되는 긴 기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였다. 2022년까지 투입된 비용만 1조5183억 원. 이토록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을들여 라온을 만들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홍 소장에게 물었다.

“인간은 근원에 대한 근본적인 호기심이 있습니다. 근원이 무엇인지 따라 올라가면 결국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이 우주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탐구하게 됩니다.”

지구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는 90여 개나 되지만 이 다양한 원소들이 모두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빅뱅 초기에 수소와 헬륨이 만들어졌고, 비교적 가벼운 원소들은 별 안에서 수소나 헬륨의 핵융합 반응을 거쳐 만들어진다. 그러나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소가만들어지는 과정은 여전히 비밀에 쌓여있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서로 충돌하거나 초신성이 폭발할 때 만들어졌을 것으로추측하지만 명확하게 증명되지는 않았다.

라온은 이 과정을 지상에서 재현해주는 기계 장치다. 수소나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이온으로 만들어 매우 빠르게 가속한 뒤, 표적과 충돌시킨다. 수소나 헬륨보다 무거운 이온을 ‘중이온’이라 하기에 중이온가속기라고 부른다. 가속한 중이온이 표적과 충돌하면 양성자나 중성자가 재배열되면서 별이 폭발할 때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희귀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기에 희귀동위원소 가속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 손으로 만든 장비가 훌륭한 연구성과를 내길 바라며

홍 소장은 라온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사업’의 산 증인이자 전 과정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다. 중이온가속기 개념 설계보고서가 홍 소장의 손끝에서 나왔다.

“저 혼자 한 일이 아닙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가속기나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양성자가속기를 만들 때 참가했던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설계했습니다. 과제 참여자가 200여 명이나 되는 큰 프로젝트였어요.”

홍승우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


홍 소장을 비롯한 과학자들이 가속기 구축 사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 것은 현대 과학에서는 실력 못지 않게 장비도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최근 실험 과학 분야 성과는 얼마나 좋은 장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연구 질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던 과학s자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성장을 멈추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기초과학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과학자들은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아도 전세계 어느 연구소에서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실력을 보일 수 있는 거대 장비가 많지 않았다. 해외에서 세계적인 장비를활용해 뛰어난 성과를 보이던 한국인 과학자가 고국에 돌아와 연구를 하려 해도 장비가 모자라 성장이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과학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한 정부는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과학벨트 내에 대형연구시설로서 가속기 설치를 결정했다.

가속기도 종류는 여러 가지다. 가속시키는 입자와 빔 라인의 형태에 따라 종류와 연구 대상이 달라진다. 과학자마다 각각 연구분야가 다르기에 사용하는 가속기 종류도다르다. 그럼에도 ‘중이온가속기(희귀동위원소 가속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세계 최고가 될 가속기를 만들어야 한다는말에 연구자가 모두 동의했기에 가능했다.

“중국이나 미국, 유럽연합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입니다. 예산도 적고 사용할 수 있는 부지도 작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가속기가 무엇일지 다같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미 해외에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시설이 있다. 예를 들어 유럽입자물리연구 소(CERN, Conseil Européen pour la Recherche Nucléaire)의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 Large Hadron Collider)는 원형 가속기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둘레가 무려 27km. LHC 규모의 가속기를 지으려면 서울시만한 부지가 필요하다. 예산도 수조 원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규모 연구 시설을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손으로 만든 장비가 훌륭한 연구성과를 내길 바라며


그래서 눈을 돌려 선택한 것이 지금의 라온이다. 빔 라인이 일자로 된 선형 가속기로, 희귀동위원소를 찾는데 특화된 가속기다. 가벼운 원소를 가속해 우라늄 같은 타깃에 충돌시키는 ISOL(Isotope Separa-tor On-Line) 방식과 무거운 이온을 가속시키는 IFF(In-Flight Fragmentation)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다른 나라들은 둘 중 한 가지 방식을 선택했다. CERN과 캐나다에서는 ISOL 방식,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IFF 방식 가속기를 가동하고 있다. 라온은 이들과 경쟁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두 방법 모두를 선택했다. 전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런 라온에서 첫 빔을 성공적으로 인출했다는 것은 이 도전에 대한 첫 단추가 성공적으로 끼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 저항을 0으로 만들기 위해 길이 100m 정도의 초전도 가속관을 절대온도 4K로 냉각하면서 빔을 만들고, 만든 빔을 섬세하게 방향 조절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홍 소장은 “국내 업체들이 기술 노하우를 하나하나 쌓아가며 제작했다”며 이들이 가속기 건설의 숨은 주역이라고 고마워했다.

라온의 빔 인출 소식은 국내외 학자들을 설레게 했다. 때마침 첫 빔이 인출된 순간에는 IBS 본원 과학문화센터에서 핵물리과학자 국제학회 ‘EMIS 2022(ElectroMag-netic Isotope Separators and related topics)’의 폐회식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 손으로 만든 장비가 훌륭한 연구성과를 내길 바라며


1. 라온에는 고에너지 가속 구간 SCL 2와 저에너지 가속 구간 SCL 3가 있다. 사진은 SCL 3 가속관의 일부다.  
            2. 빔을 쏘기 위해서는 빔이 지나가는 가속관과 함께 이온 빔을 만들어줄 이온 원(ion source)도 필요하다. 사진은 이온 원으로 여기서만들어진 빔이 가속관을 통과해 표적과 충돌한다.  
            3. 홍 소장은 중이온가속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때부터 관여한 과학자다. 덕분에 라온이 현재 모습이 되기 까지 전 과정을 파악하고 있다.
1. 라온에는 고에너지 가속 구간 SCL 2와 저에너지 가속 구간 SCL 3가 있다. 사진은 SCL 3 가속관의 일부다. 2. 빔을 쏘기 위해서는 빔이 지나가는 가속관과 함께 이온 빔을 만들어줄 이온 원(ion source)도 필요하다. 사진은 이온 원으로 여기서만들어진 빔이 가속관을 통과해 표적과 충돌한다. 3. 홍 소장은 중이온가속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때부터 관여한 과학자다. 덕분에 라온이 현재 모습이 되기 까지 전 과정을 파악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전해진 빔 인출 소식에 학회장에 모여있던 과학자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방문해 현장을 견학했고요.”

임기 내 2단계 사업 시작이 목표

임기 내 2단계 사업 시작이 목표성공적으로 빔을 인출했다고 마냥 기뻐하기는 이르다. 자동차 제작으로 비유하면 이전에 만들어 본적 없는 자동차를 설계도 대로 만든 뒤 처음으로 시동을 걸고 1단 기어에서 저속 주행에 성공한 상태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기어도 바꿔보고 고속 주행도 도전해야한다.

홍 소장의 임기는 3년. 기초과학 연구 기간을 생각하면 길지 않은 임기다. 홍 소장은 임기동안 연구소가 최대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목표를 잡았다.

첫 번째는 빔 인출이었다. 8월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으로 부임하면서 가장 처음 달성해야할 목표로 언급한 것도 빔 인출이었다. 올해 이 단계를 성공해야만 2023년부터 가속기를 운영하며 실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가속기를 사용해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는 일이다. 물론 처음부터 좋은 논문이 나오길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제 갓 빔 인출을 시작했을 뿐이다. 가속 모듈이 총 54개인데 앞쪽에 있는 5개만 사용했다. 54개 전체가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비로소 좋은 실험 논문을 만들 수 있다.

“2023년에는 희귀동위원소를 새로 발견하는 것 같은 큰 논문이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논문은 투고하면 보통 1년 정도 걸리거든요. 초반에는 주요 기능들을 점검하게 될 만큼 처음에는 라온의 성능과 관련된 논문이 주로 출판될 겁니다.”

마지막 목표는 2단계 구축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현재 가속기는 저에너지 구간인 SCL3(SCL, Super Conduction Linac)만 완성됐다. 고에너지 구간인 SCL2를 만들기 시작하려면 최대한 빨리 선행 연구개발(R&D)을 마쳐야 한다. SCL2가 완성이 된 뒤에야 비로소 라온이 세계 최고 가속기로 우뚝 설 수 있다.

중이온가속기연구소 홈페이지에는 홍 소장의 취임사가 올라와 있다. 첫 문장은 프 랑스 화가 폴 고갱의 작품 ‘D’ où Venons Nous. Que Sommes Nous. Où Allons Nous(1897)’을 인용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고 있나.”

예술가나 철학가, 과학자가 아니더라고 누구나 ‘나’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이 의문은 인류가 등장한 이래 현대에 오기까지 인류 문명을 번영시킨 원동력이었다. 라온은 인류가 가진 질문에 답할 새로운 희망이다. 라온이 나아갈 길에 대해 홍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라온은 기초과학자들의 꿈이 현실에서 실현된 모습입니다. 지금은 그 꿈이 단계별로 실현되는 중입니다. 꿈이 실현됐을 때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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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