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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이드 없이는 하루도 못살아!

- 발견! 생활 속 콜로이드 대탐구 -

아침에 일어나 클렌징폼(Cleansing Foam)으로 세수를 하고 향 좋은 로션을 바른다. 바른 토스트에 우유 한 잔을 마시고 서둘러 집을 나선다. 하늘이 미세먼지로 뿌옇다.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출근해 업무를 처리한다. 점심으로 새로 생긴 식당에서 도토리묵밥을 먹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콘 하나를 핥으며 사무실로 돌아온다. 앗! 책상에 앉다가 모서리에 손등을 긁혔다. 눈물을 머금고 상처 난 피부에 습윤 밴드를 붙이며 포장지를 바라보다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하이드로콜로이드? 하이드로는 수분이란 말 같고…. 콜로이드? 콜로이드가 뭐지?

놀랍게도 위의 글 중 밑줄 그어진 낱말이 모두 콜로이드(Colloid)다. 미세먼지와 도토리묵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미세먼지는 말 그대로 아주 작은 먼지 입자가 공기 중에 섞여있는 것이다. 도토리묵은 아주 고운 도토리가루(탄수화물 입자)와 물을 섞어 열을 가해 굳힌 음식이다. 공통점을 떠올리기 쉽지 않지만 아주 작은 입자들과 다른 물질이 섞여 있는 상태 정도로 유추할 수 있다.

분자의 지름이 1nm보다 작은 소금이나 설탕을 물에 넣으면 금세 녹아버린다. 소금이나 설탕 분자가 물 분자 사이사이에 끼여 들어가 모습을 감추는 것이다. 콜로이드는 1nm~1,000nm(1㎛) 정도 크기의 입자가 다른 물질 속에 골고루 섞여 있는 것을 말한다. 입자의 크기가 작지 않기 때문에 녹지도 않고 분자 사이에 껴 들어갈 수도 없다. 입자들이 분산된 상태라 분산계(dispersion system)라고도 부른다.

콜로이드라는 말은 1861년 영국의 토마스 그레이엄(Thomas Graham)이 처음 사용했다. 그레이엄은 물질이 퍼져나가는 성질, 확산(diffusion)을 연구하던 중 소금물처럼 확산이 잘 되는 물질과 젤라틴처럼 그렇지 않은 물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확산이 잘되는 물질과 아교처럼 끈적끈적한 물질을 결정의 특징으로 구분했다. 결정성이 커 확산이 잘되는 물질은 결정질(結晶質, crystalloid)이라 부르고, 확산이 잘 안 되는 물질은 비결정질이자 교질(膠質, colloid)이라고 불렀다. 이후 여러 실험을 통해 확산과 결정성의 상관관계가 반드시 성립하지 않음이 밝혀졌고 콜로이드는 입자의 크기로 정의되었다.

고체도, 액체도, 기체도 아닌 물질

우리는 학교에서 물질이 세 가지 상태를 가진다고 배웠다. 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 셋 중 하나의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콜로이드는 이 셋 중 그 무엇도 아니다.

입자(분산질)에 따라, 어떤 물질(분산매)에 섞여있는가에 따라 콜로이드는 다양한 상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액체 콜로이드 입자를 액체에 섞은 것은 에멀션(emulsion)이라고 한다. 에멀션? 그렇다. 로션 병에 적혀있는 바로 그 단어다. 기름은 보통 물에 섞이지 않고 뜨지만 기름방울을 쪼개면 물과 섞여 에멀션(유화액이라고도 한다)이 된다. 에멀션 상태가 유지되려면 기름 입자가 뭉쳐 물에 떠선 안 된다. 이를 위해 계면활성제를 넣는다. 계면활성제는 양 끝이 반대의 특징을 가진 분자들로 이뤄져 있다. 한 쪽은 물을 끌어당기고 다른 한 쪽은 기름을 끌어당긴다. 기름, 물과 계면활성제를 함께 넣고 잘 저으면 기름을 끌어당기는 쪽이 잘게 부서진 기름을 둘러싼다. 물속에서 기름방울 모양이 유지되는 이유다.

 


▲ 계면활성제 분자는 올챙이처럼 둥근 머리에 긴 꼬리를 가졌다. 머리가 물을 끌어당기는 친수성 부분이고, 꼬리가 기름을 끌어당기는 소수성 부분이다. (a)는 계면활성제의 친수성 머리 부분이 밖으로, 소수성 꼬리 부분이 안으로 향하며 기름 입자를 둘러싸고 물속에 분산되어 있는 상태의 그림, (b)는 반대로 계면활성제의 소수성 꼬리 부분이 밖으로, 친수성 머리 부분이 안으로 향하고 물 입자를 둘러싸고 기름에 분산되어 있는 상태의 그림.
출처: https://basicmedicalkey.com

 

마요네즈도 대표적인 에멀션이다. 기름, 식초, 물, 달걀노른자를 한데 넣고 같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젓다보면 마요네즈가 된다. 계면활성제 역할은 달걀노른자에 들어있는 레시틴 단백질이 담당한다. 우유도 에멀션이다. 우유를 현미경으로 보면 물속에 유지방 덩어리와 단백질 분자가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액체 입자를 기체에 섞으면 거품 콜로이드가 된다. 클렌징폼, 생크림, 면도크림, 맥주 거품, 카푸치노 거품 등이 있다. 고체 입자를 액체에 섞으면 졸(sol) 콜로이드가 된다. 커피, 잉크, 페인트, 혈액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졸을 가열하거나 냉각하면 고체처럼 굳는데 겔(gel) 또는 젤 콜로이드라고 한다. 가수 아이유도 초등학생들도 열광하는 장난감 슬라임과 액체괴물도 젤 콜로이드다. 젤리, 잼, 묵, 한천처럼 탱글탱글 질감을 가지기도 한다.

콜로이드 상태인 보석도 있다. 영롱한 오색 빛을 뿜어내는 오팔은 젤 콜로이드다. 나노 크기의 동글동글한 규산(SiO2) 입자가 규칙적으로 차곡차곡 쌓여있는 구조다. 말랑말랑하진 않지만 10% 내외의 수분을 품고 있다. 도시락용 김 포장지 속에 들어있는 알갱이도 실리카겔(Silica gel, 규산을 실리카라고도 부른다)이다. 실리카겔과 오팔이 실은 아주 비슷한 물질인 것이다.

스티로폼은 기체 입자를 고체에 분산시킨 콜로이드다. 초음파가습기를 틀면 뿜어져 나오는 물 입자, 헤어스프레이 내용물, 안개 등은 에어로졸 콜로이드다. 미세먼지도 고체 에어로졸 형태의 콜로이드다. 금 미립자를 유리에 분산해 만드는 루비유리는 고체 입자가 고체에 분산된 고체 졸 콜로이드다.

 


▲ 콜로이드의 세계는 참 다양하다. 맨 왼쪽부터 액체괴물, 오팔로 만든 목걸이 펜던트, 루비유리로 만든 골동품 유리주전자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재미있거나 쓸모 있거나, 콜로이드의 성질

콜로이드 입자는 기본적으로 다른 물질 속에 둥둥 떠 섞여있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계속 떠 있을까? 주된 이유는 정전기적 반발 때문이다. 콜로이드 입자는 원래 전기적으로 중성이지만 다른 물질 속에 퍼지면서 전하를 띄는 이온을 끌어당긴다. (+), (–) 중 한 가지 이온을 끌어당겨 입자를 둘러싸면 콜로이드 입자끼리는 같은 극성을 띄게 된다. 그 결과 서로를 밀어내게 된다. 자석이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전해질처럼 이온을 중화하는 물질을 넣으면 콜로이드 입자는 서로 엉겨 붙어 가라앉는다.

 


▲ 콜로이드에 전해질을 넣으면 입자가 뭉쳐 가라앉는다. 친수기를 가진 콜로이드(+콜로이드)에 다량의 전해질을 가하면 침전물이 생기는 현상을 염석(두부 만들 때 간수를 섞는 원리), 소수기를 가진 콜로이드(-콜로이드)에 소량의 전해질을 가하면 침전물이 생기는 현상을 엉김(강물에 떠다니던 진흙이 바닷물을 만나 삼각주가 되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럼 나노~마이크로 크기의 입자가 둥둥 떠다니는 물질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콜로이드 입자는 브라운 운동을 한다. 1827년 영국의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Robert Brown)이 발견해 그의 이름을 땄다. 브라운은 물 위에 뜬 꽃가루 입자가 물 분자와 부딪히며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관찰했다. 콜로이드 입자도 꽃가루 입자와 비슷하게 운동한다. 우유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유지방 입자와 단백질 분자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콜로이드의 입자의 크기는 투과하는 성질에도 영향을 끼친다. 성긴 구멍이 뚫려있는 거름종이는 쉽게 통과하지만 더 작은 구멍이 뚫린 반투막은 통과하지 못한다. 셀로판(셀룰로오스막), 달걀의 속껍질, 방광막, 물고기 부레 등이 해당한다. 콜로이드가 반투막을 통과하지 못하는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 인공투석이다. 신장이 망가진 사람들의 혈액을 반투막에 통과시켜 적혈구나 백혈구는 남기고 노폐물만 빠져나가게 하는 원리다.

 


▲ 안개 낀 날, 빛기둥을 이루며 뻗어나가는 등대불빛(출처:Pixabay)

콜로이드 성질이 만들어낸 신기한 자연현상도 있다. 안개 낀 날 등대를 본 적 있는가? 등대의 불빛이 빛기둥을 이루며 멀리 뻗어나가는 것을 보았다면 콜로이드의 틴들현상을 목격한 것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J. 틴들(John Tyndall)은 빛이 빛의 파장과 비슷하거나 큰 입자와 부딪치면 산란한다는 성질을 발견했다. 빛이 콜로이드 입자와 부딪히며 산란하며 궤적을 남기는 것이다. 흐린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리는 신비로운 장면 덕에 틴들현상은 하늘 위의 특수효과라 불리기도 한다.

콜로이드를 조립하는 새로운 방법

따로따로 움직이는 콜로이드 입자를 원하는 대로 쌓고 조립할 수 있다면 어떨까? 콜로이드 입자는 1000분의 1mm보다 작으니 맨눈으로는 볼 수도 없다. 아무리 예리하고 섬세한 핀셋으로도 잡을 수 없다. 콜로이드 입자를 조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에는 광학집게(Optical tweezer)를 사용해 입자 하나하나를 고정해야 했다. 광학집게는 브라운 운동 중인 콜로이드 입자에 레이저를 쏴서 빛에 가두는 원리의 도구다. 콜로이드 입자 10개를 조립하려면 광학집게도 10개가 필요했고 100개를 조립하려면 100개가 필요했다. 입자 수만큼 광학집게를 써서 잡고 있지 않으면 콜로이드 입자가 만든 구조가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최근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이 내놓은 획기적인 방법은 기존과 다르다. 먼저 콜로이드 입자를 하나씩 광학집게로 끌어오고, 그동안 광학집게로 콜로이드 구조의 모서리 부분만 잡아 유지하는 방식이다. 구조물의 특징점만 파악하면 되니 광학집게를 5분의 1정도만 사용해도 된다. 콜로이드 입자의 위치를 하나하나 컴퓨터에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이렇다. 매끈한 평면에 콜로이드 방울을 떨어뜨려 살짝 기울여 흐르게 하면, 콜로이드 입자 한 겹의 막이 생긴다. 여기에 콜로이드를 올리면 밑에 한 겹으로 깔린 콜로이드입자들이 만든 옴폭한 부분에 움직이려는 콜로이드 입자가 끼워진다. 마치 달걀판 위에 달걀이 고정되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안정된 콜로이드는 광학집게로 양 끝이나 귀퉁이만을 집어도 흐트러지지 않고 제 모양을 유지하게 된다.

콜로이드를 조립하고 조종하는 것은 화학계의 큰 관심사다. 연구단은 콜로이드 수준의 아주 작고 정밀한 반도체나 소자를 만드는 데 유용한 기술이 될 거라 전망한다.

 


▲ 연구진은 비트맵과 벡터 이미지 개념의 차이를 활용해 콜로이드 조립 방식을 고안했다. 비트맵 이미지는 그림(a)에서 보이는 것처럼 한 픽셀이 색과 위치 정보를 가진다. 반면 벡터 이미지는 그림(b)처럼 최소한의 점에서 함수 정보를 입력해 경계가 매끄럽다. 기존 방식은 그림 (c, e)처럼 하나의 콜로이드에 하나의 광학집게가 필요했던 반면 연구진이 고안한 방법은 그림 (d, f)처럼 구조의 특징을 파악해 콜로이드를 조립할 수 있다.

커피 잔 밑에 감춰진 과학적 발견, ‘커피링 효과’


▲ (위)나노입자를 포함한 액체가 마르면서 입자가 쌓이는 원리를 설명한 그림.
▼ (아래)이러한 원리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커피 자국, 증발 리소그래피, 불균일한 코팅.
출처: http://www.lgoehring.com

콜로이드가 가지는 특성 중에는 ‘커피링 효과’라는 것이 있다. 커피도 미세한 분말이 뜨거운 물에 섞여있는 콜로이드다. 커피를 마시다가 흘리면 컵 바닥면을 따라 둥글게 자국이 생긴다. 커피가 마른 자국을 유심히 보면 테두리가 유독 진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이유를 연구해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논문을 올린 연구팀이 둘이나 있다.

1997년 시카고대 연구팀은 액체 방울이 증발할 때 중심과 가장자리의 마르는 속도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커피링 효과가 생기는 원인을 밝혔다. 액체는 표면적이 넓을수록 빨리 증발한다. 바닥에 떨어진 볼록한 액체방울은 중앙 부분의 표면적이 가장 작고, 가장자리의 표면적이 가장 크다. 결국 액체는 가장자리에서 더 빠른 속도로 증발하고, 방울 중앙의 액체 분자는 가장자리 분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가장자리 쪽으로 천천히 흐르게 된다. 액체 방울이 증발하면 섞여 있던 콜로이드 입자는 액체 분자와 함께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흐르다가 가장자리에 이르러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쌓이게 되는 것이다. 2011년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은 콜로이드 입자를 공 모양이 아니라 타원 모양으로 만들면 액체방울 바깥쪽에 쌓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해 네이처지 표지를 장식했다.

 


▲ The Coffee Ring Effect - Intriguing Microscopic Video

커피 자국 마르는 모양 따위가 뭐가 중요하기에 세계적인 학술지에 두 번이나 실린 걸까? 잉크나 페인트가 콜로이드라는 데 힌트가 있다. 잉크나 페인트 같은 콜로이드는 자동차 도료부터 잉크젯 프린팅, 첨단 소자 코팅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다. 문제는 커피링 효과 때문에 균일한 코팅이 어렵다는 점이다. 두껍게 코팅된 곳은 마르면서 균열이 생기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화학물질을 개발했지만 대부분 유독성이 있다는 문제가 뒤따랐다. 두 논문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숨어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관심이 두 논문에 쏠릴 수밖에 없다.

매일 우리가 마시는 콜로이드 물질, 커피에는 재미있는 과학적 원리가 숨겨져 있었다. 이 포스트를 접한 독자라면 커피 자국을 보고 콜로이드 입자와 커피링 효과를 잊지 않으리라 믿는다. 주변을 둘러보시라. 존재감을 내뿜는 다양한 콜로이드가 독자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며, blog.naver.com/ibs_official/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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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7-11-15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