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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류 역사의 변곡점, 기후변화를 탐구하다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등록일 2017-09-14 조회 4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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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의 변곡점, 기후변화를 탐구하다

-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단장(부산대 석좌교수) -

팀머만 단장은 기후역학을 연구하는 저명한 기후물리학자로 알려져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 네덜란드 왕립 기상학 연구소, 국제태평양연구센터(IPRC), 독일 킬대학 해양과학연구소(Das Leibniz-lnstitut fur Meereswissenschaften an der Universitat Kiel), 미국 하와이대 등을 거쳤다. 올해 초 하와이대에서 자리를 옮겨 부산대에 둥지를 틀며 IBS에 합류했다. 유연한 사고와 끊임없는 소통, 수평적 문화로 연구단을 이끌고 싶다는 팀머만 단장. 비가 내리는 어느 초여름 야자수가 군데군데 심어져 이국적 풍경을 자아내는 부산대에서 그의 각오와 의지,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선정한 최초의 지구과학 분야 연구단.
기후물리 연구단(IBS Center for Climate Physics, ICCP)의 로고는 독특하다. 카메라의 조리개틀 닮은 로고 중앙에는 연구단 약어인 ICCP가 있고 5개의 영역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비 내리는 구름, 물결, 은행잎, 눈, 결정, 사람 발자국이 ICCP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이다. ICCP를 이끄는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5개의 그림은 각각 대기권, 수권, 생물권, 빙권, 인간생활권을 뜻합니다. 인간생활권을 뜻하는 사람 발자국만 빨간색이고 나머지는 자연적 요소로 파란색이에요. 우리 연구단이 기후변화에 종합직(holistic) 점근법을 취한다는 철학, 정체성, 목표를 상징합니다."

옐니뇨에서 인류 이동까지, 기후변화로 밝혀

팀머만 단장은 최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유럽지구과학연맹(EGU) 총회에서 밀루틴 밀란코비치 메달(Milutin Milankovic Medal)을 수상했다. 밀루틴 밀란코비치는 빙하기 주기와 빙하기 발생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한 세르비아 천문학자로 과거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밀루틴 밀란코비치 메달은 1993년부터 유럽지구과학연맹이 기후변화 및 모델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세계적인 상이다. 그의 아늑한 연구실 창가에 메달이 놓여 있었다.

"지난 15년간 고기후를 연구했습니다. 빙하기가 발생한 이유를 찾고, 북반구와 남반구 간 빙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여러 논문을 썼습니다. 빙하기 주기에 관한 수학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개발하기도 했죠. 현재 이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과거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데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에서 대기와 해양이 결합된 현상인 엘니뇨―남방진동(ENSO)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며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 이후 그는 엘니뇨 현상, 기후변동, 대규모 해양 역학 등에 대해 연구하며 1999년 엘니뇨―남방진동과 온실효과에 대한 연구성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1990년 이후에 발표된 엘니뇨 관련 논문 중 두 번째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이후 팀머만 단장은 네덜란드 왕립 기상학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 시절을 보내며 빙하기와 빙하기 주기에 관한 문제를 탐구했다. 하와이대의 국제태평양연구센터를 거쳐 2001년부터는 독일 킬대학의 해양과학연구소(IFM)에서 연구그룹을 조성해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기후변화의 발생 원리와 예측 가능성을 찾는 데 집중했다. 2004년 이후에는 하와이대 해양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과거의 기후변화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팀머만 단장의 주요 연구분야는 기후변화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이다. 2010년대 이후에는 주로 빙하 동역학, 인류 이동 등에 집중했으며 특히 지난해 〈네이처〉에 기후변화 모델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성해 과거에 인류가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추정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학계와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호모 사피엔스라 불리는 현생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에서 시작했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우리 몸속에는 매우 적기는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도 있어요. 호모사피엔스 선조들이 3만~4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접촉을 했다는 증거죠.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왜 이런 대규모의 인류 이동이 발생했는가?', '왜 인류는 아프리카를 떠났는가?'""

팀머만 단장의 계산 결과에 따르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구 궤도와 축 경사의 장기적 변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팀머만 단장과 그의 팀원들은 천문학적 변화를 기후 모델에 활용해 북아프리카에서 나타나는 2만 년 주기의 식생 변동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다. 거의 매 2만 년마다 녹지 지대(green corridor)가 북아프리카에서 아시아 사이로 퍼져나갔다. 이 녹지 지대를 통해 동물과 호모 사피엔스가 이동했다. 팀머만 단장의 연구는 고인류학, 고고학, 고유전학(paleo-genetics) 분야의 최근 연구를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은 식량 없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자명한 이야기죠. 12만 년 전 발생한 기후변화가 식생의 변화를 일으켰을 것입니다. 컴퓨터 모델링은 식생 변화로 동물의 이주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호모 사피엔스도 이동했다고 예측했습니다. 우리는 시간에 따 른 기후조건의 변화에 대응하는 인류의 이동 경로를 알 수 있는 수치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 팀머만 단장이 지난 4월 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수상한 밀루틴 말란코비치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 남극 빙상과 바다 산성화에 달려 있어

기후연구의 역할은 학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류가 지구온난화로 위기 상황에 당면했기 때문이다. 팀머만 단장은 기후연구가 지닌 사회적 역할과 책무에 대해서도 크게 강조한다. 그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기후변화 보고서의 주요 필자로도 참여했다. 그는 주로 과거 엘니뇨 현상, 과거 몬순의 변화 양상, 지구 시스템 민감도, 빙상과 기후의 상호작용 등과 같이 고기후학 부분(chapter)을 집중적으로 집필했다. IPCC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동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다.

팀머만 단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IPCC 보고서는 국제적인 정책 결정에 기반이 됩니다. 파리기후협정도 IPCC 보고서에 담긴 과학적 내용에 기초하여 이루어졌죠. 우리가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다가올 미래의 기후변화가 완만할지, 심각할지 결정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 우리가 내리는 정책 결정에 따라 미래 기후변화의 정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현재의 수준으로 배출할 경우 2100년까지 전 세계 기온은 약 4℃ 상승할 것이고 해수면은 1m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남극의 빙상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을 모델 시뮬레이션에 반영하면 해수면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한다. 팀머만 단장은 "남극 빙상의 변화가 해수면 상승의 와일드카드"라고 지목했다. 만약 해수면이 2m 높아진다면 김해와 같은 저지대 지역은 홍수에 잠기고 방글라데시나 미국의 동부 해안 등은 수천 평방미터가 넘는 내륙 지역이 물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남극의 빙상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가 우리 연구 분야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산화탄소 배출이 기후변화에 결정적인 이유가 또 있다. 팀머만 단장은 이산화탄소 배출은 해수(바다)의 산성화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흡수되면 바다의 화학적 성질이 바뀌면서 바다의 산성도가 높아진다. 이는 해양 생물의 칼슘화(특히 갑각류가 자신의 껍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칼슘화)를 방해하며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많은 문제가 동반된다.

"현재 전 지구적인 수준에서 바다의 산성화가 발생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만 한국의 서해나 동해 등 지역적 차원에서는 이해가 부족한 편입니다. 한국의 경우 바다 산성화는 어업 및 바다 생태계와 직결돼 해양 식량 자원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 연구단에서는 이 중요한 연구 분야를 다루고자 바다의 산성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구화학자(geochemist)를 채용했고, 이는 해양 식량 자원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매우 연관성이 높은 연구가 될 것입니다."

기후물리 연구단은 최신 기술의 슈퍼컴퓨팅을 통해 5차 IPCC 보고서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남극 빙상 변화나 해수면 상승과 관련된 부분에서 연구성과를 낼 계획이다. 흥미로운 연구 주제도 다룰 계획이라며 팀머만 단장은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연구단 내에 구성될 관측 그룹 중 한 곳은 해양 퇴적물과 동굴의 종유석 샘플을 채취해 분석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난 수십만 년간 한국에서 발생한 기후변화를 재구현하고 이를 유발하는 요인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팀머만 단장은 하와이대 재직 시절에 기후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하와이 현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대화가 중심이 되는 연구공간 꾸미고파

팀머만 단장은 오랜 기간 머물렀던 하와이를 떠나 부산에 정착했다. 정든 하와이를 뒤로하고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을 법한데 그는 활기찬 목소리로 부산에 온 이유를 밝혔다. "현재 미국의 연구 지원 환경은 기초과학보다 응용과학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특히 기후연구와 관련해 해당 연구기관이 속한 지역 사회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항상 묻고 있습니다. 남극이나 북극에서의 문제처럼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가 많은데 말이죠. 기초과학에 아낌없이 지원하는 IBS에서 연구단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라 IBS에 합류하게 됐어요. 폭넓은 아이디어를 다룰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싶었습니다."

팀머만 단장은 '대화'가 중심인 연구단 문화를 도입하고자 한다. 개별 연구 분야를 넘어서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과학자들 간 대화라고 믿기 때문이다. 채도가 높은 색으로 벽면을 칠하거나 소파를 곳곳에 두며 연구단 내 인테리어도 서로 언제든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수평적인 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함이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인 부산은 해양과 대기의 활발한 상호작용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어 해양 연구 수행에 적합한 특징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부산에 소재한 APEC 기후센터. 올 하반기 부산으로 이전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산하 해양위성센터 등 많은 연구 기관들이 부산을 거점으로 활발한 연구를 펼칠 계획이다. 팀머만 단장도 해양 관측, 기후 모델링 부분에서 범부산 협력 연구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연구단 로고에 담긴 연구영역별로 연구 그룹을 꾸릴 계획이다. 각각 지구시스템 역학(기후역학) 그룹, 수문 기후(hydroclimate) 그룹, 고기후학 그룹, 지구시스템 예측(기후모델링 및 예측성 연구) 그룹, 인간-기후 상호작용 연구그룹 총 5개 부분을 구성할 예정이다. 또한 800TFlops(테라플롭스, 1TFlops는 실수 연산을 초당 1조 번 실행할 수 있는 속도) 이상의 슈퍼컴퓨팅 시설을 확보해 기후 연구를 선도할 예정이다.

"한국은 기후 통계나 기후 이론 분야에서는 매우 강한 면이 있지만 슈퍼 컴퓨팅 자원이 부족해 기후 모델링 분야의 발전이 필요합니다. 또한 대기 과학, 해양학 및 지구화학처럼 한국 내 기후 연구 관련 분야들은 서로 분리되어 소통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 기후 연구 추세는 서로 다른 기후요소들을 함께 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저는 ICCP에서는 젊은 과학자들이 넓은 시각을 갖춘 기후 및 지구시스템 역학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대기, 바다, 탄소주기, 지구화학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점근법으로 세계기후연구를 이끌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합니다."

기후물리 연구단은 오는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기후변화와 인류 이동'에 관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고유전학, 식량 안보, 기후 정의(climate justice), 해수면 상승, 물 자원 관리 등 여러 분야에 관련된 전문가들이 함께해 기후 예측이 인류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다룬다.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기후물리 연 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풀어나갈 계획이다.


▲ 오는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리는 국제 콘퍼런스의 포스터.
기후물리 연구단에서 '기후변화와 인류 이동'이란 주제로 개최할 예정이다.

과학과 피아노를 향한 열정, 끝없는 영감의 원천

팀머만 단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클라우스 하셀만 교수는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의 창립자이다. 곁에서 하셀만 교수를 지켜보고 함께 연구하며 그에게서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다른 사람이 아직 질문하지 않은 새로운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 다른 이의 연구결과를 뒤쫓기보다 과학을 이끄는 연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팀머만 단장은 질문하는 힘은 호기심에 있다고 설명한다.

인터뷰 말미에 팀머만 단장이 연구실에 놓인 커다란 피아노로 걸어가 직접 연주를 들려줬다. 아름다운 선율이 귀를 감싸고 금정산 허리에 놓인 안개가 창 너머 보였다. 그의 연주로 연구실이 연주 공간으로 바뀌었다. 팀머만 단장은 연구만큼 피아노 연주를 좋아한다. 그의 피아노 실력을 익히 들어 알고 있다는 말에 겸연쩍게 웃으며 팀머만 단장은 과학과 음악은 자신의 정신적 동력이라 말했다.

"음악은 제 뇌의 다른 영역을 깨워 줍니다. 즉흥 연주를 할 때엔 저 자신조차 설명할 수 없는 상태지만 동시에 매우 편안하고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느낌을 받습니다. 창의력이 발현되는 순간이랄까요? 전 이런 음악적 경험을 어려운 질문에 답을 찾는 과학에 적용합니다. 호기심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고 이 발견으로 주변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음악은 제 뇌의 다른 영역을 깨워 줍니다. 즉흥 연주를 할 때엔 저 자신조차 설명할 수 없는 상태지만 동시에 매우 편안하고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느낌을 받습니다. 창의력이 발현되는 순간이랄까요? 전 이런 음악적 경험을 어려운 질문에 답을 찾는 과학에 적용합니다. 호기심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고 이 발견으로 주변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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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