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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암 연구도 하고, 일러스트도 그리는 팔방미인 연구자
작성자 대외협력실 등록일 2017-12-13 조회 1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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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연구도 하고, 일러스트도 그리는 팔방미인 연구자

- 혈관 연구단 이충근 연구원 -

지난 8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특별한 리뷰 논문이 실렸다. 모세혈관이 가진 팔색조의 매력을 소개하는 논문이었다. 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은 지난 10년간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쓴 500여 편의 논문을 집대성해 장기별로 달라지는 모세혈관의 특징을 정리해 발표했다. 리뷰 논문에는 화려한 색채의 사진과 다양한 일러스트들이 함께 실려 눈길을 끌었다. 특별한 재주를 가진 모세혈관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건 단연 일러스트였다. 모세혈관의 5가지 형태부터 장기별 모세혈관의 구조까지. 이해가 쏙쏙 되는 일러스트가 없었다면 한 눈에 모세혈관의 특징을 파악하는 일은 어려웠을 터. 일러스트의 주인공은 누구일지 궁금해졌다. 과연 어떤 사람의 손을 거쳐 일러스트가 나온 것일까? 연구도 하고, 일러스트도 그리는 팔방미인 연구자, 혈관 연구단의 이충근 연구원을 만났다.

시간, 노력, 애정을 담아 한 땀, 한 땀 그리는 일러스트

일러스트 그리고 의학 전공은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조합이다. 하지만 이충근 연구원에게 디자인과 일러스트는 낯선 분야가 아니다. 평소에도 예술에 관심이 많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고. “산업디자인 교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등학생 때 반 티셔츠를 직접 디자인했고 대학생 때는 과 행사나 동아리 포스터 등을 도맡아 디자인하곤 했습니다. 밴드 활동 중 기타 회사의 로고를 만들기도 했어요. 아직도 그 회사가 제가 만든 로고를 쓰고 있어요. 일러스트와 관련된 재미있고 특별한 경험이지요. IBS 혈관 연구단의 로고도 제가 그린 거랍니다.”

그는 IBS 연구단에 합류한 이후 본격적으로 과학적인 일러스트를 그렸다. 병원에서 임상 연구를 할 때에는 환자 데이터를 표와 그래프를 중심으로 보여줘 일러스트의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기초 연구를 하다 보니 일러스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분자 간 상호작용, 복잡한 생명현상의 메커니즘, 실험의 과정과 결과를 한 눈에 보여주는 일러스트야말로 약방의 감초임을 알게 되었다. “논문에서 전체 연구를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도식형 이미지(schematic figure)를 접한 뒤 직접 일러스트를 그리게 되었어요. 랩미팅이나 세미나를 할 때 적재적소에 일러스트가 있으면 이해도 쉽고 토론이 훨씬 잘 진전되는 걸 느꼈어요. 제 연구를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백문이 불여일견(百聞- 不如一見)’이라는 문구, 일러스트에 알맞은 말인 거 같습니다.”


혈관 연구단의 이충근 연구원은 암 연구도 하지만 일러스트도 그리는 다재다능한 능력의 소유자다.
▲ 혈관 연구단의 이충근 연구원은 암 연구도 하지만 일러스트도 그리는 다재다능한 능력의 소유자다.

이 연구원의 컴퓨터는 연구와 창작이 동시에 일어나는 공간이다. 사실 그는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유용한 기능들은 모두 독학으로 알아냈다.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켜놓고 이것저것 눌러보면서 스스로 터득했어요. 건축과인 동생 덕에 프로그램에 익숙했다는 점도 기능을 익히는데 한몫했죠.” 여기서 놀라운 사실. 그가 일러스트를 그리는데 사용하는 도구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전부다.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장인이 수를 놓듯 마우스로 다양한 모양을 가진 세포들의 움직임, 모세혈관의 굴곡짐, 세포 주변 환경 등을 표현하는 것이다.

연구 중 짬짬이 시간을 내 그리는 일러스트에는 그의 노력과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연구 내용을 허투루 표현하지 않으려 따로 책과 논문들을 찾아보며 정성을 쏟는다. 기초분야를 다루는 논문일수록, 대중들이 즐겨 읽는 과학잡지일수록 일러스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책임감도 크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그동안 익힌 기능들을 활용해 연구내용을 잘 표현하려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우스 하나만으로 일러스트를 그리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일러스트를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 따로 공부도 하고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연접한 다른 연구 영역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지난 8월 사이언스에 실린 리뷰 페이퍼에 이충근 연구원은 다양한 장기별 모세혈관의 발달을 일러스트로 그렸다. 위는 뼈 조직에서 발달하는 모세혈관의 모습.
▲ 지난 8월 사이언스에 실린 리뷰 페이퍼에 이충근 연구원은 다양한 장기별 모세혈관의 발달을 일러스트로 그렸다. 위는 뼈 조직에서 발달하는 모세혈관의 모습. 논문보기를 클릭하면 이충근 연구원이 그린 다양한 일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 이 연구원은 혈관 연구단의 로고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혈관을 대표하는 붉은색(동맥), 파란색(정맥), 녹색(림프관)의 조합으로 혈관 연구단(Center for Vascualr Research)의 세 알파벳(C, V, R)을 나타냈다. 아울러 삼색을 이용해 각혈관이 조화롭게 관련을 맺으며 심혈관계를 구성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내 꿈은 암 정복

이 연구원이 다루는 연구주제는 ‘암(cancer)’이다. 고등학교 시절, 생물경시대회를 준비하면서 암 관련 분자생물학을 접하면서 암 연구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환자를 직접 곁에서 보면서 연구하고자 의대에 진학했고, 의대 진학 후에도 암을 연구하는 실험실에서 공부했다. 의대 시절 중 해외에서 식견을 넓히고자 텍사스 베일러 대학교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으며, 특성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M. D. 앤더슨 암 센터에 방문하기도 했다. 레지던트 시절 암 정복이라는 글귀를 써, 방에 붙여 놓기도 했다고. 오로지 암을 연구하고자 한 길만 걸어온 셈이다.

최종적으로 종양내과를 선택한 그는 항암과 전이, 재발 등 암과 관련된 여러 분야를 병원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암은 왜 생기는 것인가’, ‘암과 그 주변 환경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등 근원적인 질문에 다다랐다. 다양한 신약 임상시험을 포함한 최신의 항암치료로도 결국 환자의 암이 치료되지 못하고, 말기 암 환자의 삶이 몇 개월 정도의 연장만 되는 현실에 많은 한계를 느꼈다. 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암이 갖고 있는 생물학적인 특징과 그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던 중 당뇨약인 메트포르민의 누적 복용이 위암 절제술을 받은 환자에서 생존율을 높인다는 내용의 논문을 외과 영역 권위있는 학술지 'Annals of Surgery'에 게재해 2015년 대한암학회에서 암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암이 갖고 있는 생물학적 특징과 그 주변환경을 밝혀 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이 연구원은 병원에서 임상 연구를 하던 중
2015년 IBS 혈관 연구단에 합류했다.
그의 목표는 암이 갖고 있는 생물학적 특징과 그 주변환경을 밝혀 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2015년 종양내과 레지던트 수료 후 IBS 혈관 연구단에 합류했다. 암과 주변 미세환경, 구성 세포들과 신생혈관 사이의 관계 등을 보다 자세하게 연구하고자 이 곳으로 결정했다. 환자를 매일 마주하고 바쁘게 돌아가던 병원과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캠퍼스 내 연구실. 성격이 다른 두 공간을 경험한 그는 요즘 기본이 탄탄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한다. “기초연구, 임상연구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중개 연구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제 나름의 기준들을 세워가고 있습니다. 임상 연구와 마찬가지로 기초 연구도 실험 계획을 잘 짜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거시적인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과 미시적인 차원에서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IBS에서 보내는 시간, 미래를 위한 밑거름

올해 3년차 연구원 생활에 접어든 그는 2019년 3월 세브란스 병원으로의 복귀를 앞두고 있다. IBS에서 보낼 시간이 1년 남짓 남은 셈이다. “사실 의대 진학 후 11년가량을 쉼 없이 달려온 것 같습니다. 매번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응급 상황들이 만연해 병원에서는 늘 긴장 상태였어요. 병원과 달리 이곳에서는 좀 더 편안한 상태에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머리 한 구석에는 연구 주제에 관한 생각이 가득합니다. 생활의 패턴과 일상 속 마인드가 달라진 것 같아요. 스트레스의 종류와 심리적인 압박감은 서로 다르지만요(웃음).”

실험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연구에 몰두하는 지금이 병원에 돌아가면 매우 그리울거라는 이충근 연구원. 이 연구원의 꿈은 '암 정복'이다.
▲ 실험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연구에 몰두하는 지금이 병원에 돌아가면 매우 그리울거라는 이충근 연구원. 이 연구원의 꿈은 '암 정복'이다.

암 전문의로서 배경을 가진 그는 암 전이와 림프절에 관련된 연구를 수행중이다. 암 전문의는 연구단 내 그 혼자지만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들이 있어 연구를 수행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라고 말한다. 실험 중 막히거나 무언가 궁금할 때, 실험의 노하우나 구체적인 실험방법을 배우고 끊임없는 토론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여러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것도 큰 이점이다. “혈관 연구단이 갖춘 인프라와 인적 네트워크, 풍족한 지원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쾌적한 KAIST의 캠퍼스와 동고동락하고 있는 연구원들, 자유롭게 실험하고 함께 토론했던 이 환경 자체가 병원으로 돌아가면 굉장히 그리울 것 같아요.”

인터뷰 말미 그는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원동력은 꿈이라고 언급했다. “IBS에서 시간을 보내며 연구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것 같습니다. 어떤 주제에 접근해 계획을 짜고 실험을 설계하는 과정을 수행하며 독립 연구자로서의 기틀을 다지고 있는 거죠. 암 정복이라는 꿈이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저에게는 순수한 열정에 불을 지펴주는 연료이자 지금까지 한 눈 팔지 않게끔 잡아준 길잡이에요. 암 정복을 위해 어떤 길을,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그 꿈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인생 전체에 걸쳐 암 정복을 꼭 이뤄내고 싶어요.”

IBS 대외협력실 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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