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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계 질환 치료물질 개발을 위해 뛴다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심혈관계 질환 치료물질 개발을 위해 뛴다
작성자 대외협력실 등록일 2016-02-25 조회 4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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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혈관계 질환 치료물질 개발을 위해 뛴다 -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이은성 연구위원 -


▲ 이은성 연구위원은 청암 사이언스 펠로십과 티메 케미스트리 저널 어워드를 받은 주목받는 젊은 연구원이다.

포스텍 캠퍼스 깊숙이 자리 잡은 화학관 건물의 한 실험실. 이은성 연구위원(포스텍 화학과 교수)이 검은 고무장갑 한 쌍이 팽팽하게 나온 글러브박스(밀폐공간이 필요한 실험을 위해 실험 상자에 고무장갑을 달아, 실험자가 외부에서 고무장갑에 손을 넣어 밀폐된 상자 속 실험을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실험장비)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에서 연구하던 시절에는 ‘배트케이브(Batcave)’라 이름붙인 실험장비(글러브박스)를 끼고 살았습니다. 하루 중에 아내와 함께 가진 시간보다 글러브박스로 실험하며 보낸 시간이 더 많았어요.”

이 연구위원의 실험장비 애칭인 배트케이브는 영화 배트맨 속 주인공 브루스 웨인의 동굴 비밀기지다. 새로운 것들을 만들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준비하는 공간. 이런 점에서 그의 연구실은 그 자체로 배트케이브와 꼭 닮아 보인다. 모교이기도 한 포스텍에서 자신만의 배트케이브와 함께한 지 3년째가 되어가는 지금. 이 연구위원의 연구 열정과 에피소드,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들어 보았다.

막힌 혈관 뚫어줄 일산화질소를 배달하라

지난해 4월 이 연구위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질소 가스 환경에서 일산화질소를 N-헤테로고리 카벤(N-Heterocyclic Carbene)이란 유기물질과 반응시켜 고체 상태로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해 ‘미국화학회지(JACS)’에 발표했다.


▲ 미국에 있을 때는 배트케이브라는 애칭의 글로브박스에서 아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일산화질소는 산소와 반응하면 대기오염의 주범이 되지만, 우리 몸에는 중요한 물질이다. 혈관 내피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고 소멸되며 혈관 확장, 세포 신호 전달 등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가 들거나 몸이 약해지면 일산화질소 생성능력이 약해져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체내 일산화질소 생성을 돕는 약물에 의존하게 된다. 일산화질소가 심혈관계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자들은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일산화질소는 반응성이 매우 커서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 빠르게 다른 물질로 변질된다. 때문에 고체 물질로 응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전이금속을 이용하면 일산화질소 응집이 용이하지만, 독성 때문에 인체에 사용은 어렵다. 이 연구위원은 유기물인 N-헤테로고리 카벤이 상당히 불안정한 물질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접하고 일산화질소도 고정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N-헤테로고리 카벤은 촉매 안정화에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박사과정에서 계속 접하던 물질이었는데 그 고유의 성질을 연구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죠. 그러던 중 김기문 연구단장님의 연구실에서 20년 된 일산화질소 보관용기(lecture bottle)를 처음 보고,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습니다. 운 좋게도 N-헤테로고리 카벤은 일산화질소를 잘 고정시킬 뿐 아니라, 열에 의해 다시 일산화질소를 방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N-헤테로고리 카벤을 이용해 일산화질소를 응집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위원은 뇌심혈관계 질환 치료물질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상용화 성공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는 “일산화질소는 인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나이가 들면 체내 자연생성이 어려워집니다”라며 “인체에 무해한 자극으로 혈관 내에 일산화질소를 방출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해 임상시험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연구단의 그룹리더인 김원종 교수와의 공동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연구자의 열정과 동기부여의 중요성

이 연구위원은 2013년에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의 연구위원직과 포스텍 교수직을 동시에 제의받았다. 포스텍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밟은 그의 지도교수는 공교롭게도 김기문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이었다. 그가 연구단에 합류해 일산화질소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한 과정에도 김기문 단장의 영향이 컸다.


▲ 후배 연구원들에게는 그들의 연구가 왜 중요한지 등에 대한 동기부여를 중요하게 강조한다.

“1995년 김기문 단장님을 처음 뵙고 20년이 지났는데, 학부 때부터 강조해온 완벽을 추구하는 프로정신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구에 대한 열정은 변함없으신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단장님께 자극받으며 배우고 있습니다.”

연구 열정과 더불어, 이 연구위원은 연구자에게 동기부여(motivation)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원들에게 자신의 연구가 왜 중요하고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흥미롭게도 일산화질소를 N-헤테로고리 카벤으로 고정하는 최근 연구에 3명의 학부생이 참여했는데, 충분한 토론시간을 가지며 연구의 중요성을 공유했다.

“학생들이 일산화질소가 열에 의해 가역적으로 다시 방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들이 먼저 일산화질소 방출 실험을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 때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연구자로서의 열정과 강한 동기부여를 토대로, 연구진은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좋은 연구성과를 낼 수 있었다. 연구에 참여했던 3명의 학부생은 현재 모두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1년 만의 연구 성과, 화려한 수상의 비결은 탄탄한 기초

이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외에서 상복이 터졌다. 지난해 IBS 우수 연구원상, 청암 사이언스 펠로십, 올해 ‘티메 케미스트리 저널 어워드(Thieme Chemistry Journal Award)’ 등을 연달아 수상했다. 그는 “사실 이렇게 상을 받은 것은 2000년 석사 과정 때 지도교수님이 주시는 우수논문상을 받은 이후 처음”이라며 웃었다.

청암 사이언스 펠로십은 국내 기초과학 연구자 중에서 가능성 있는 젊은 과학자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이고, 티메 케미스트리 저널 어워드는 국제적인 학술전문 출판사인 티메(Thieme)에서 화학 분야의 젊고 유능한 연구자에게 주는 상이다. 1년 만에 놀라운 연구 성과를 내며 젊고 유능한 과학자들을 위한 상을 휩쓴 비결은 무엇일까. 이 연구위원은 그간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며 화학 전반에 대한 기초를 다질 수 있었던 점을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포스텍에서의 석사과정 시절 무기 및 초분자화학을 연구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서는 유기금속화학을 연구했다. 그는 “팔라듐 금속을 이용해 탄소-수소 결합을 탄소-불소 결합으로 만드는 연구를 했는데, 이는 당시에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습니다”라며 “이를 통해 기초화학, 특히 유기금속화학의 바탕을 튼실하게 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2009년부터 3년 3개월간 하버드대에서 박사후연구원(postdoc)으로 일했는데, 이때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방사성 동위원소인 ‘불소-18’을 방향족 분자에 도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불소-18은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술(PET) 조영제 제작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그는 “10억분의 1g이라는 극미량의 불소-18을 복잡한 방향족에 도입하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는데, 2년간의 연구 끝에 팔라듐의 유기금속 화합물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성공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성과는 2011년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이후 그는 물이 있는 환경에서도 방향족에 불소-18을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2012년 미국화학회지에 발표했다.

유용한 ‘발현 물질’ 연구로 사회 문제 해결의 실마리 찾고파

이 연구위원은 IBS 복잡계 자기조립연구단에서 발현 물질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발현 물질이란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물질들을 합쳐 만들어졌으나, 각 성질의 합이 아닌 새로운 특성을 갖게 되는 물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세포를 이루고 있는 많은 구성 물질은 하나하나 성질이 다르지만, 그들의 합은 생명이라는 특성을 띠게 된다.

그는 발현물질의 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가 연구하고 있는 N-헤테로고리 화합물 역시 발현물질의 일종이다. 이 연구위원은 일산화질소의 고정과 방출이 가능한 N-헤테로고리 카벤을 활용해 뇌심혈관계 질환의 치료물질을 찾고 있을 뿐 아니라, N-헤테로고리 카벤 기반의 이산화탄소 포집‧방출 기술 개발로 지구온난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다공성 물질에 N-헤테로고리 카벤을 도입한 예는 없었는데, 만약 응용에 성공하면 재사용이 가능한 효율적인 물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과학의 연구결과가 사회에 환원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연구자다. 그는 과학이 우리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앞으로 다가올 노령화 사회에서 노년층 삶의 질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령화 질병인 치매, 혈관 질환 등을 진단할 수 있는 시약과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물질의 합성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방사성 화학을 통해 인체에 무해하면서 일산화질소를 자유자재로 방출해 뇌심혈관계 질환 치료에 큰 역할을 할 신물질을 만드는 것이 연구 목표입니다.”


▲ 이 연구위원은 과학의 연구결과가 사회에 환원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특히 앞으로 다가올 노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질병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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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