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주요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IBS Conferences
사람을 살리는 나노과학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사람을 살리는 나노과학
작성자 대외협력실 등록일 2015-12-01 조회 7708
첨부 jpg 파일명 : thumb.jpg thumb.jpg

사람을 살리는 나노과학 - IBS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연구단장 -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2016년 초 4층 규모의 연구동(硏究棟) 공사가 시작된다. 현재 설계 작업이 한창이다. 100억 원이 훌쩍 넘는 돈이 투입되는 이 연구동은 연세대·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센터이다. 이 연구센터는 IBS 나노의학연구단을 이끌 천진우 교수를 중심으로 협업을 위한 교수들과 미래를 이끌 젊은 연구자들을 위해 사용된다. 교수 1명을 위해 대학이 별도 연구동까지 지어주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연세대가 천 교수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천 교수는 연세대 최초의 IBS 단장이다.


▲ 천진우 나노의학연구단 단장.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연구동에 오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할 겁니다.
잠깐 왔다 가는 사람들도 특별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냥 연구동을 짓는 게 아니라, 연구단의 이념 자체를 담으려고 하다 보니 할 일이 많습니다. 단순히 연구를 하는 건물이 아니라,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연구동에 오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할 겁니다. 잠깐 왔다 가는 사람들도 특별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 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무엇보다 나노의학연구단은 특정한 연구가 아닌 융합 연구를 지향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모 아 진짜 융합을 이루려면, 연구동부터 걸맞게 만 들어야죠.”
지난 11월 1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만 난 천 교수는 “조금 전까지 연구동 설계를 놓고 건축가와 협의를 하다 왔다”고 말했다. 당초 예 정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2016년 초 착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암치료에서 ‘나노스위치’까지 연구


▲ 잉어과 물고기인 '제브라 다니오'를 이용하여 실행한 자성 나노스위치 실험의 개요도.
자성 나노입자가 세포사멸 수용체에 결합한 상태에서 자기장을 지속적으로 걸어주면 세포 외부에서 세포사멸 신호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작용은 세포와 조직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도 일어난다.
© Jinwoo Cheon et al / Nature Materials

천 교수는 10억분의 1m, 즉 1nm(나노미터) 수준의 극미(極微)의 물질을 다루는 ‘나노’ 학계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나노기술은 이미 화학, 재료공학의 영역을 넘어 물리학, 생물학 등 거의 대부분의 과학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천 교수는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천 교수는 “크기가 아주 작은 나노물질은 몸속에서 세포 하나하나에 정밀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신경이나 피부, 혈관 등 각 세포와 작용 하는 다양한 나노물질을 개발하면 수많은 질병 과 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여 년간 천 교수는 나노기술을 응용해 다양한 의학 분야를 개척했다. 나노 암치료제가 대표적 성과다. 산화철처럼 자성(磁性)을 가진 물질을 나노입자로 만들어 사람의 암세포에 주입한 뒤 외부에서 전파를 쏘면 나노입자가 돌면서 열을 낸다. 이 열로 암세포를 태워 죽이는 것이다. 천 교수는 “기존 항암제와 비교할 때 암세포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 효과가 좋다”고 말했 다. 현재의 항암제는 암세포가 있는 부위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암세포는 물론 정상세포도 죽는다. 각종 신체기능도 크게 떨어진다. 방사선 치료 역시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구토를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대체의학 등 일부 분야에서 “암치료를 하지 않아야 더 오래 살 수 있다”거나 “항암 치료는 사람을 죽이는 길”이라는 잘못된 속설까지 등장하고 있다. 천 교수의 나노 암치료제는 이런 문제를 없앨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인 것이다. 천 교수는 최근 사람 몸속의 생체활동을 자극하는 ‘나노스위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전기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것처럼 나노물질을 인체에 넣고, 활동을 조절하면 막힌 혈관을 뚫거나 호르몬 분비도 제어할 수 있다.

“현재는 우울증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뇌질환을 약물로만 치료할 수 있죠. 우울증이나 알츠하이머병은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 치료제로 뚜렷한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울증 치료제는 부작용도 심각하고,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명확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나노물질을 사람의 몸속에 집어넣은 뒤 외부에서 자극을 줘서 움직이거나 회전을 주면 생체 신호를 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이 분비되도록 신경세포를 자극할 수도 있고, 막히거나 끊어진 혈관이 빨리 재생되도록 자극을 줄 수도 있죠. 동물 실험에서는 이미 나노스위치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경우에는 아직 메커니즘이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울증이나 알츠하이머병의 메커니즘만 밝혀지면 이 기술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과학상 그랜드 슬램


▲ 천진우 단장의 나노스위치 실험은 나노입자와 자기장을 이용하여 암 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향후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효과가 좋은 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 환자.
© shutterstock.com

나노의학 분야에서 이룬 성과로 천 교수는 국내의 주요 과학상을 줄줄이 수상했다. 2011년 인촌상, 2012년 청암상을 수상했고, 2015년에는 호암상까지 거머쥐며 국내 과학상 분야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지난 4월 말에는 연간 IBS 연구단장으로 선정되면서, 국내 과학계에 우뚝 섰다. IBS 김두철 원장은 “천 교수가 세계 정상급인 만큼, 나노의학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 분야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금은 세계 정상급의 과학자이지만, 천 교수가 나노의학을 개척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는 연세대 화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신소재 연구가 그의 전공이었지만, 박사 학위과정이 마무리되면서 그는 수많은 갈등을 겪었다.

“주변의 동료들이 취직을 하는데, 전 뜻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지도교수를 찾아가 미국대학에서 취직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죠. 제 연구성과로 취직은 어렵지 않겠지만, 최정상급 대학에 교수로 가기는 쉽지 않겠다는 답을 얻었습니다. 귀국도 고려했지만, 한국 쪽 상황도 만만치 않았어요. IMF 외환위기 시기였거든요. 그래도 계속 두드리다 보니 KAIST에 자리를 얻었습니다.”
KAIST에 부임한 천 교수가 받은 정부 연구비는 고작 1,300만 원이었다. 젊은 교수가 포부를 펼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 웬만한 분석장비 한 대를 사기도 힘든 돈이었다. 하지만, 천 교수는 실험용 플라스크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나노물질 합성에 매달렸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나노’라는 용어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던 때다.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굴하지 않고 연구에만 매달렸다.
2년여를 연구한 끝에 천 교수는 단순히 ‘작은 물질’에 불과했던 나노입자를 별, 비대칭 막대기, 큐브 등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찾아냈다. 이 연구 성과는 저명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천 교수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신임 교수에서, 전 세계 나노학계에서 주목받는 스타 과학자가 됐다. 마치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고 말한 것을 떠올릴 법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천 교수에게는 무엇보다 달콤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거대과학이 중시되는 물리학계에서 일본 과학자들이 ‘연필과 종이’라는 무기로 ‘소립자 물리학’을 완성한 것처럼, 천 교수는 수억 원대의 장비 없이 ‘플라스크와 아이디어’로 나노물질 제어와 나노의학을 개척한 것이다.


▲ 나노스위치가 타깃 DNA에 결합하는지 확인하는 과정.
왼쪽의 U자형 물질이 나노스위치로, 타깃 DNA와 결합해 활성화시키면(가운데) 형광신호가 발생해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Francesco Ricci / University of Rome, Tor Vergata.

“당시 논문 게재를 통해 과학계에서는 1등과 최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죠. 단순히 연구를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비슷비슷한 연구성과만 내도, 교수로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을 수 있죠. 하지만 과학을 시작했다면, 누구보다 훌륭한 연구성과를 내야 한다는 포부를 가져야 합니다.”
천 교수는 2014년과 2015년 국제학술업체 톰슨 로이터로부터 ‘세계 최다 인용 과학자’로 선정되는가 하면, 세계 유수 학술지에 12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하면서 연구의 독창성과 파급 효과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논문 전체 인용횟수가 1만 1000회가 넘는다. 나노화학과 나노의학을 발전시킨 업적으로 미국화학회(ACS) 석학 회원으로 선정된 그는 2009년부터 화학분야 세계 메이저 저널인 <어카운트 오브 케미컬 리서치 (Accounts of Chemical Research)>의 수석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어카운트 오브 케미컬 리서치>는 전세계에 2개의 편집사무실을 두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연세대에 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과학자가 아니라 꾸준함까지 겸비해야 일굴 수 있는 업적들이다.
천 교수가 앞서가는 연구를 중시한다는 증거는 또 있다. “2000년에 빛을 내는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결정인 ‘양자점(量子點)의 형상제어가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6개월 정도 앞선 미국 연구팀이 있는 거예요. 양자점은 디스플레이 분야에 획기적인 소재라는 건 확실했지만, 이미 선점한 미국팀을 따라갈 시간에 차라리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로 하고 양자점 연구를 깨끗이 그만뒀습니다. 첨단을 다투는 과학의 세계에서는 그 격차를 따라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 당시 훨씬 덜 주목을 받았지만, 학문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았던 자성 나노물질과 나노의학 분야에만 매달렸습니다.”

“천진우표 학문 만들겠다”

천 교수가 KAIST에서 연세대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유가 있다. 천 교수는 연세대 출신이지만, KAIST에서 큰 성과를 거두며 예비 스타 과학자가 됐다. 하지만 연세대에는 모교라는 것 이외에도 천 교수가 거부할 수 없는 중요한 장점이 있었다. 바로 의대이다. 천 교수는 과학자이지 의사가 아니다. 그런데, 천 교수가 개척한 나노의학분야는 의학자들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은 사람에게 적용하기 힘들지만, 언젠가는 꼭 사람에게 사용돼야 할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천 교수는 나노의학을 ‘물질과 생명을 매개하는 융합연구’라고 설명한다.
“저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고, 나노물질을 개발하고 원리를 규명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가 만든 과학이 실제로 쓸모가 있는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의대와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사람과 인체에 대한 전문가들이 제가 개발한 물질과 기술을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나노의학이 추구하는 바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새로 생기는 IBS연구동에도 의대 교수들을 영입할 계획입니다.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다 보면, 나노의학의 발전도 더 빨라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천 교수의 궁극적인 목표는 뭘까? 그는 “천진우표 학문을 만드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세상에 없는 학문을 개척하는 것, 그래서 그 분야에서 천진우라는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뜻이다. 마치 DNA라고 하면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을 떠올리듯이 말이다.
“우연한 발견보다 성실한 태도가 훌륭한 연구성과로 이어집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자들이 알고 있는 얘기죠. 초심을 잃지 않고, 성실한 자세로 정교하게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해 나가겠습니다.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접근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이 주는 답도 찾을 수 있겠죠.”

만족도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콘텐츠담당자
홍보팀 : 임지엽   042-878-8173
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