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렵지만 인류가 알고 있는 우주는 전체 4%에 불과하다. 인류가 모르고 있는 우주는 96%.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다. 우주의 구성 물질이지만 그 실체를 모르기 때문에 암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주가 생성되고 팽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하지만 엄청난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암흑물질의 꼬리는 잡히지 않고 있다.

▲ 신비로운 푸른 빛으로 아름답게 은하수를 감싸고 있는 암흑물질. 하지만 암흑물질은 실제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Credit: ESO/L. Calçada, wikipedia)

암흑물질의 강력한 후보군인 '액시온(Axion)'은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1977년 제시된 액시온은 다른 물질과 반응이 매우 약하여 보이지 않는 특징을 지닌 가상입자다. 매우 강력한 자기장과 만나면 광자로 변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어 액시온 검출에는 강한 자기장을 갖고 있는 자석이 필수다.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단장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Yannis K. Semertzidis)은 액시온 탐색을 위한 자석의 특징들을 최적화하였다. 연구진은 현재 액시온이 광자와 반응하는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 검출기를 제작중이다.

액시온 탐색을 위해선 액시온 신호를 강력하게 증폭시키는 공진기(Cavity)가 사용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고병록 연구위원은 "공명 공진기(resonant cavity)는 한 마디로 음료수 캔처럼 생긴 실린더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공진기는 액시온과 광자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발생한 액시온 신호가 증폭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연구들은 '솔레노이드(solenoid, 도선을 속이 빈 긴 원통형으로 코일모양으로 감은 것)' 형태의 자석과 그에 맞는 실린더형의 공진기를 실험에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실린더형 공진기의 높이에 따라 액시온과 광자가 상호작용하면서 발생하는 신호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IBS 연구진은 새로운 모양의 자석, 도넛형태의 '토로이달(toroidal) 자석'을 연구하였다.

고 연구위원은 "자석은 검출기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 우리는 솔레노이드 자석을 활용하는 다른 연구진들과는 다르게 처음으로 토로이달 자석을 이용하여 액시온 검출을 시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솔레노이도에 비해 쉽게 조달할 수가 없어 연구진은 직접 토로이달 자석을 설계하고 개발할 계획이다.

액시온 검출을 위해서는 액시온이 광자로 변환될 때의 예상되는 전자기 에너지 값을 산출해야 한다. 전자기 에너지는 전기와 자기 에너지의 합으로 이뤄져 있는데 솔레노이드 자석에서는 쉽게 계산이 되었다. 하지만 토로이달 형태에서의 자기 에너지 계산은 실질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IBS 연구진은 사용되는 자석의 형태가 솔레노이드거나 토로이드일 경우, 액시온에 의해 유도된 전자기장을 기술하는 맥스웰 방정식이 진공에서 빛을 기술하는 맥스웰 방정식과 동일한 형식임을 증명했다. 이를 통해 액시온 탐색에서 검출될 전기와 자기 에너지가 동일함을 확인했다. 토로이달 자석으로부터 검출될 전기에너지와 자기에너지 값이 같기 때문에 자기 에너지 값을 몰라도 전기 에너지의 두 배를 취해 액시온 탐색에 검출될 전자기 에너지를 예측할 수 있다. 토로이달 자석을 이용한 액시온 검출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 권위있는 저널인 피지컬 리뷰 D(Physical Review D)에 2016년 12월 게재되었다.

또한 연구진은 솔레노이드형 자석 내 공진기가 어떤 위치에 있든 전기, 자기 에너지가 동일함을 증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솔레노이드 자석 기반의 실험의 설계는 변경 없이 진행한다. 직접 개발될 토로이달 자석 역시 액시온 검출 실험에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진들은 트로이달 공진기에 재미난 별명을 붙였다. 그 모양과 색깔이 마치 음료를 연상케 하며 아래 그림에 보이듯 잠수함을 닮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연구단의 명칭 CAPP(Center for Axion and Precision Physics Research)을 나타내기 위해 'CAPPuccino submarine(카푸치노 잠수함)'로 부르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이론적 발견들은 암흑물질을 추적하는 새로운 검출기들을 설계하고 개발하는데 탄탄한 배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어떤 모양의 자석이 액시온을 추적하는 데 성공할지, 앞으로의 IBS 연구진의 연구가 기대된다.

▲ IBS 연구진들이 설계 중인 암흑물질 탐색을 위한 검출기 – 나선형의 자석(솔레노이드 자석, 왼쪽)은 암흑물질 실험에 흔히 쓰인다.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연구진들은 '카푸치노 잠수함'이라는 별명을 지닌 도넛형의 액시온 검출기를 연구 중이다.

대외협력실 고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