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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정하는 기초과학 단기목표, 硏究사기만 떨어뜨려"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국가가 정하는 기초과학 단기목표, 硏究사기만 떨어뜨려"
부서명 대외협력실 등록일 2016-08-19 조회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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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정하는 기초과학 단기목표, 硏究사기만 떨어뜨려"

문화일보, 2016년 08월 19일


▲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이 지난 9일 대전 유성구 전민동 KT 대덕2 연구센터 IBS 연구단 실험실에서 연구 물질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그는 틈날 때마다 연구단을 돌면서 젊은 연구원들과 대화하며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장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을 때면 우리 과학계는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곤 한다. 우리나라 출신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은 수상자 발표 직후 아쉬움과 부러움으로 끝을 맺는다. 특히 지난해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 노벨 물리학상(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도쿄(東京)대 교수)과 생리의학상(오무라 사토시(大村智) 기타사토(北里)대 명예교수)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아쉬움은 더욱 컸다. 최근 일본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우리나라 경제가 일본을 거의 따라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기초과학,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기초과학의 구체적인 성과물인 노벨상 수상에선 왜 일본에 범접하질 못할까. 일본은 지난해까지 노벨 기초과학 분야 상에서 21명의 수상자를 낸 바 있다. 또 중국도 지난해 처음 자국 국적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투유유(屠유유) 전통의학연구원 교수)를 배출했는데 그동안 우리는 뭘 했나. 이게 우리 국민의 보편적인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그에게 우리나라가 노벨 과학상에서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초과학 연구 기간이 짧고 투자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벨 과학상에서 우리가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것은 일단 기초과학 분야 연구 역사가 짧아서입니다. 제대로 된 기초과학 연구가 이뤄진 것은 1990년대 이후예요. 기초과학에 대한 국가의 투자가 이전에 비해 크게 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진국에 비해선 여전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선진국 기초과학에 비한다면 우리는 이제 걸음마를 뗀 단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일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일본의 기초과학 분야 연구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깁니다. IBS와 유사한 성격의 일본 이화학연구소만 해도 1917년 설립됐습니다. 지난 1949년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를 배출하기도 했고요. 노벨상 기초과학 분야에선 보통 20∼30년 전 이룬 업적에 대해 수상자가 정해지는데 최근 일본에서 수상자가 잇달아 나오는 것은 1980∼1990년대 꾸준히 많은 투자를 하고 인재를 키웠기 때문입니다."

폭염이 한창 기승을 부렸던 지난 9일 대전 유성구 전민동 KT 대덕2 연구센터 IBS 임시 본원에서 김 원장을 만났다. 비교적 작은 체구의 김 원장은 나지막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런 음성이었다. 그러나 차분하고 조용한 태도 속에 가끔 칼날이 섞여 나왔다. 목청을 높여 말하진 않았지만 논리와 논거는 명확했고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평생 기초과학(물리학) 연구에 전념해 왔지만 과학 행정가가 지녀야 할 현실 감각과 균형감도 갖추고 있는 것 같았다.

IBS의 최근 성과에 대해 물었다. 김 원장은 다소 수줍은 듯이 이야기했다.

"IBS는 설립된 지 5년 된 신생 연구기관입니다. 그런데 올해 7월 네이처 인덱스에서 '떠오르는 별(라이징 스타)'로 선정됐습니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IBS가 성공적으로 탄생했고 연구기관으로 조기에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욱이 100개의 라이징 스타 중에서 25개를 별도의 주목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거기에도 들어갔습니다. 주목 대상 선정은 한 국가의 성장을 견인하거나 혹은 순위가 대폭 올라간 경우에 한합니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정책 패러다임을 기초과학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핵심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네이처 인덱스란 영국의 유명한 과학출판 회사인 네이처출판그룹(NPG)이 매년 세계 기초과학 관련 학술지 68곳에 실린 우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국가 혹은 기관별로 점수와 순위를 매기는 것을 말하며 기초과학계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지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한 해 기초과학 분야 성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2016년 네이처 인덱스에선 중국과학원이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미국 하버드대,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미국 스탠퍼드대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서울대가 68위로 국내 기초과학 연구기관 혹은 대학 중에서 가장 높다. IBS는 251위를 기록했다. IBS 위로는 카이스트, 포스텍, 연세대, 성균관대, 고려대 등이 올라 있다.

NPG가 2012년 대비 2015년 지표 성장 폭이 가장 높은 100개 기관을 라이징 스타로 선정해 발표했는데 여기에 IBS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국내에선 IBS와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중 한 곳인 UNIST(울산과학기술대)가 라이징 스타에 포함됐다. 라이징 스타 순위에선 IBS가 11위이고 UNIST가 50위다. IBS는 국내 기초과학 연구기관·대학 중에서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성장한 것으로 대외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네이처 인덱스를 보면 중국의 급부상이 인상적이다. 중국과학원이 전체 인덱스에서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라이징 스타 순위에서도 다른 나라 연구기관·대학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징 스타 순위 1위부터 9위까지가 모두 중국 연구기관·대학이다. 특히 중국과학원은 라이징 스타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김 원장은 최근 중국의 기초과학 분야 발전에 대해 설명했다.

"네이처 인덱스 국가별 순위를 보면 중국은 2012년 4511.28점에서 2015년 6478.34점으로 거의 2000점에 가까운 성장 폭을 기록했어요. 같은 기간 성장 폭 2위인 인도(약 170점 성장)는 중국에 비할 수준이 아니죠. 중국은 빠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기초과학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투자가 서서히 성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동안 중국 과학계의 역량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세계 기초과학 관련 학술지들이 그간 숨겨져 있던 중국의 역량을 제대로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네이처 인덱스 성장 폭이 더욱 커진 것 같습니다. 투유유 교수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죠. 중국은 절대 평점에서 1위 미국(1만7203.82점)과의 격차가 아직 크지만 3위 독일(4078.09점) 이하 영국, 일본, 프랑스 등 기초과학 선진국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벌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112.49점으로 9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중국은 특히 거대과학(빅 사이언스)에 강합니다. 빅 사이언스는 많은 과학자, 기술자, 연구기관을 동원해 하는 대규모의 종합·선도적 연구개발을 말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기초과학 분야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로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죠. 중성미자 변환상수 측정 연구는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의 현주소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김수봉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영광원전 안에 지어진 검출시설을 활용해 중성미자 변환상수 측정 연구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죠. 우리나라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구나 생각했죠. 김 교수 연구팀은 연구 진행 상황을 공개했고 4월쯤에 최종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미리 밝혔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검출시설이 채 만들어지기도 전에 240여 명의 연구진을 동원해 비밀리에 연구를 시작, 3월에 연구 결과를 미리 내놓은 것입니다."

한마디로 중국에 허를 찔린 격이다.

중성미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의 하나로 전자·뮤온·타우중성미자 등 세 종류가 있다. 일본의 연구진은 지난 1998년 대형 우주 소립자 관측장치인 슈퍼카미오칸데를 활용, 세 종류의 중성미자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 다른 중성미자로 바뀌는 것을 발견하면서 물리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중성미자가 다른 중성미자로 바뀌는 비율을 변환상수라 한다. 뮤온중성미자에서 타우중성미자, 전자중성미자에서 타우중성미자로 변환하는 비율은 각각 최대 100%, 80%여서 쉽게 증명이 됐다.

그러나 전자중성미자에서 뮤온중성미자로 바뀌는 정도는 워낙 미미해 측정해낼 수 없었는데 중국과 우리나라가 지난 3월과 4월에 전자중성미자가 뮤온중성미자로 변하는 비율 즉 변환상수를 9.2%, 10.3%라고 밝혔다. 김 교수 연구팀의 변환상수 정밀도가 훨씬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세계 최초로 중성미자 변환상수를 알아낸 영예는 중국에 돌아간 것이다.

19세기 초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전자기 유도현상을 발견했다. 많은 사람이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규칙을 응용, 지속적으로 전류를 생산해내는 발전기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은 50년 뒤 발전기를 개량해 뉴욕 시내의 조명을 밝히는 데 사용했고 이후 전기 사용 분야가 점점 많아지면서 전기는 우리 문명의 기초 인프라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패러데이의 법칙은 제임스 맥스웰의 전자기장 이론으로 계승된 뒤 1887년 다시 구스타프 헤르츠의 전자기파 검출로 이어져 오늘날 무선통신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패러데이가 전자기 유도현상을 발견한 뒤 과학 애호가 앞에서 강연했는데 이 강연을 유심히 듣던 재무장관이 그에게 "이 법칙이 어디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그러자 패러데이는 "이것으로 장래에 세금을 매길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연구는 당장은 쓸모없고 낭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훗날 어마어마한 경제적 혜택으로 연결될 위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실제로 역사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김 원장은 기초과학 투자와 육성에 대해 강조했다.

"19세기 이후 서양이 동양을 어떻게 능가했겠습니까. 기초과학 연구 성과에 바탕을 둔 과학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앞선 문명을 지니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0년대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과학기술과 경제를 배우자는 패스트팔로어(빠른 추종자) 전략을 갖고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매우 성공적이었죠. 그런데 이제 배울 게 없는 겁니다. 패스트팔로어보다는 퍼스트무버(선도자) 전략으로 빨리 바꿔야 하는데 밑천이 달리는 겁니다. 퍼스트무버는 '남들이 하지 않은 연구 성과' 즉 기초과학 연구 성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가진 게 너무 없는 겁니다. 기초과학 연구와 이에 대한 투자가 강조된 것은 이러한 사정에서입니다. 국가 주도로 기초과학 연구에 공을 들이고 기업들이 이 과정에서 나온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또는 이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정석인데 우리나라는 기본이 없었던 셈이죠. IBS 설립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구조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또 하나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 그리고 이에 따른 연구 성과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초과학 연구는 지식 체계를 정교히 다듬는 것이며 지식 체계는 곧 그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 체계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 과정은 사람이 살 만한 사회, 즉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합리적인 주장에 의해 사회가 휘둘리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죠. 예술도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하지만 과학 역시 예술 못지않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하던 중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는 왜 그렇게 성과를 내지 못했을까. 예전에도 대학마다 기초과학 관련 학과가 있고 국책 연구기관들도 버젓이 있지 않는가. 김 원장은 그간 사정에 대해 솔직히 털어놨다.

"과거 기초과학 연구는 남 따라 하기 연구에 머물러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대학도 그랬고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나라 역량이 그것밖에 안 됐습니다. 산업계의 미흡한 과학기술 역량을 보강해 주는 역할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주로 응용과학 영역에서 과학기술 선진국의 역량을 단기간에 따라잡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상당한 성과를 냈죠.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추격형 응용과학에 맞던 기존의 연구 문화와 관행들은 전에 없던 독창적인 연구를 해야 하는 기초과학 영역엔 잘 맞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논문 수는 많은데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논문 수는 극히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IBS는 이러한 반성에서 설립됐으며 나는 국가에서 결정한 단기 목표의 달성 여부로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관행은 IBS에 적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세세한 규제들이 연구자들의 연구 몰입을 방해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성장한 연구자들은 장유유서(長幼有序) 유교문화와 주입식 교육의 영향으로 스스로 의문을 갖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데 익숙하지 못해요. 미국에 유학 갔을 때 일입니다. 한 수업에서 어떤 친구가 말도 안 되는, 유치한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 거예요. 뭐 저런 걸 수업시간에 물어보나, 혼자 공부하면 되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도 그 친구는 수업시간마다 담당 교수에게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내더니 그 친군 해당 분야에서 엄청난 내공을 지니게 됐습니다. 질문하는 것만 들어봐도 수준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저보다 한참 밑이라고 봤는데 나중에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을 정도로 발전했더군요.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문화죠. 그런 식으로 거침없이 역량을 쌓아간 연구자들이 현재 전 세계 기초과학계에서 정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IBS엔 외국인 과학자들이 우리나라 다른 연구기관에 비해 훨씬 많다. 현재 전국에 개소된 26개 연구단 27명의 연구단장 중 한국계 4명을 포함해 총 8명이 외국인이다. 외국인 단장 비중은 30%이며 전체 연구원 기준으론 23% 정도가 외국인이다. 다른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비해 비교적 풍족한 연구비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말이 많은데 외국인 연구자까지 무더기로 끌어들이자 '외국인 단장이 노벨상을 받으면 그게 정작 우리나라의 성과냐' 하는 식의 비판도 적지 않다.

김 원장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뉘앙스로 답했다.

"외국인 단장이 노벨상을 받게 되면 그것은 당연히 우리의 성과죠. 본인들은 이민을 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적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IBS는 국적에 상관없이 세계 수준의 뛰어난 과학자들을 연구단장 혹은 연구자로 영입해 연구단을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연구 성과를 거두기 위한 당연한 방안입니다. 또 뛰어난 외국인 연구단장의 영입은 자연스럽게 선진 연구문화 도입과 글로벌 연구 협력 네트워크 확장으로 이어져 해당 연구단은 물론 IBS와 우리나라 기초과학 전반의 역량 강화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배출한 300여 명의 노벨 기초과학 분야 수상자 중 100여 명이 외국에서 태어난 과학자입니다. 우리나라도 기초과학 강국이 되기 위해선 뛰어난 외국인 과학자들을 유치해 젊은 연구자들에게 최고의 스승으로부터 배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어느 연구단이 노벨 과학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지 물어보았다. 김 원장의 얼굴이 다소 굳어졌다. 여기저기서 이와 유사한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이 논의는 시기상조입니다. 노벨 과학상은 대부분, 기초과학 영역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통해 과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인류에게 큰 혜택을 제공한 과학자에게 주어져 왔습니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을 선도하고 있는 IBS가 우리나라 첫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배출 후보집단으로 꼽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노벨 과학상을 수상한 연구 성과들도 발표 후 노벨 과학상 수상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우리 연구자의 노벨 과학상 수상과 관련해선 예단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기다려 줬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그리고 IBS의 목표는 노벨 과학상 수상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만한 거대 연구입니다. 노벨 과학상은 부단한 기초과학 연구 노력에 행운까지 더해지면 따라붙을 수 있는 명예로 이를 연구 목적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목적으로 삼는다고 해도 실제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 없습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연구를 하는 기초과학 특성상 어떤 연구라도 세상을 바꿀 엄청난 성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뛰어난 과학자들이 자율적으로 연구를 주도해 더 뛰어난 기초과학 연구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운영할 따름입니다."

노벨 과학상 수상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그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답답하다는 생각보단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한 내가 속물처럼 느껴졌다. 김 원장 말대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연구를 수행한 결과물에 대해 노벨 과학상이 수여되는 것이지 노벨 과학상 수상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적 호기심에 매달려 창의적인 연구에 몰입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성과를 더 많이 거둘 수 있다고 김 원장과 IBS는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노벨 과학상 수상은 이 과정에서 곁들어지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게 김 원장 말인데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인터뷰 = 유회경 차장 (경제산업부)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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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7-11-15 02:43